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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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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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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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2)

DUMMY




“오, 벌써 끝났어? 역시 빠르다니까.”


에드워드의 시선을 바로 알아챈 클로이는, 이쪽도 마무리되었다는 듯이 손을 가볍게 털었다. 벌써부터 샬럿의 반응이 기대된 그녀는 자신의 집에 있을 아이를 얼른 데려오려 했으나, 에드워드가 잠시 그 앞을 막았다.


“에드?”


무슨 일인가 싶어 그의 얼굴을 본 클로이는, 자신도 모르게 멈칫했다. 에드워드가 답지 않게 할 말을 주저하며 입술을 달싹거렸기 때문이었다.


어떤 폭탄선언을 하려고 이러는지 그녀가 걱정이 되려던 찰나, 에드워드는 천천히 하고자 하는 말을 꺼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 유렌 가문의 실험실을 습격한 것부터 황실과 레지스탕스에 얽히기까지. 하나같이 복잡했고, 위험한 순간들이었어. 모두들 사건을 해결한 나를 명탐정이라 추켜세웠지만....”


회귀 전, 그는 클로이에게 지금 하려는 말을 꺼낸 적은 없었다. 고맙다는 말조차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속에 있는 감정들은 더더욱 그랬다.


“클로이, 오늘을 맞이할 수 있던 건 모두 네 덕분이야.”


시간을 되돌려오며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이런 순간들은 생각보다도 자주 없었다. 털어놓고 나면 당장 조금은 부끄럽겠지만, 적어도 에드워드는 다시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별말씀을. 명탐정의 조수로서 이 정도는 가뿐하지-”


에드워드에게서 들을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해보지 않았던 말이었기 때문일까, 그녀는 인정받았다는 벅찬 감정에 어쩔 줄 몰라하다 뜻하지 않게 허세를 부렸다.


“앞으로도 무슨 부탁이든 말해. 뭐든지 다 해내줄게.”


‘뭐라는 거야, 클로이!’


그녀는 당황한 나머지 제멋대로 말하는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으나, 에드워드는 그 대답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는 듯이 옅게 미소를 지었다.


“한 가지 더 말해줄 것이 있어. 그때 했던 제안,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넘어가버렸잖아.”


“제안?”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던 클로이는 고개를 갸웃했고, 에드워드는 대답 대신 테이블 밑에서 상자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클로이가 상자를 열자, 와인 한 병이 안에 놓여있었다.


“이, 이거...”


“한 모금만 마셔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던. 메리 골드, 빈티지 1046.”


제국을 통틀어 몇 백 병밖에 남지 않은 이 와인은, 어마어마한 가격이기도 했지만 돈이 있어도 구하기가 어려웠다. 클로이도 몇 번이나 시도를 해봤지만 번번이 실패하기 일쑤였기에, 신포도로 여기며 애써 눈을 돌린 와인이었다.


꿈에나 그리던 와인을 마주하게 된 그녀는, 너무 기쁜 나머지 괜히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만지질 못했다. 들뜨는 마음에 병을 쳐다보다 이에 비친 자신을 본 클로이는, 에드워드가 했던 제안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해 냈다.


“설마, 그때 엥겔 백작저에서...”


“맞아. 칵테일바에 같이 가지는 못했지만, 아쉬운 대로 선물이라도 해주고 싶어서.”


워낙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그 당시의 일을 거의 잊고 있었으나, 에드워드는 클로이가 그때 상처받았던 것을 아직 마음에 담아둔 듯했다. 그 진심도, 이 선물도 모두 귀중한지라 그녀는 잠시 말을 잊지 못한 채 감동에 잠겼다.


“이 와인, 평생 동안 아껴서 마셔야겠는 걸. 그냥 보고 있기만 해도 기분 좋다.”


어느 때보다도 밝게 웃는 클로이의 모습에, 에드워드는 안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제 오늘 이후부터의 일은 그가 겪은 날들과 다르게 흘러갈 것이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배신당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지도 몰랐다.


그러나 회귀 전에도, 지금도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곁을 지켜주는 클로이를 보고 있자니, 그런 미래가 그다지 두렵지 않게 느껴졌다.


띵-


“.... 음식이 다 되었나 본데? 식기 전에 샬럿을 데려와야지. 이것도 모셔놓고 올게.”


오븐에서 조리가 끝났다는 소리가 울려 퍼지자, 두 사람은 각자의 감정에서 빠져나왔다.


행복한 시간이었으나, 이 파티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기에 에드워드와 클로이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일어났다. 그는 음식을 꺼내려 부엌으로 움직였고, 클로이는 와인병을 든 채 문 밖으로 나갔다.


타다다닥-


클로이가 자리를 비우고 약간의 침묵이 방 안에 감돌았으나, 곧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샬럿의 소리가 금세 공간을 채웠다.


“우와-”


“꾸!”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샬럿은, 새로운 사탕 가게에 들렀을 때처럼 집 안을 둘러보았다.


처음에는 예쁜 장식들에 시선이 뺏겨 이것저것 만져보더니, 맛있는 음식의 냄새를 못 이기겠는지 침을 꿀꺽 삼키며 얌전히 소파에 앉았다. 샬럿의 어깨 위에 있던 샤인 또한 코를 쉴 새 없이 킁킁거리며, 과일에서 눈을 떼질 못했다.


“오늘 특별한 날이야? 생일? 크리스마스 같은 날?”


샬럿과 샤인은 함께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에드워드를 쳐다보았다.


아직 샬럿은 한 해에 어떤 기념일들이 있는지 다 알지 못했기에, 이번에도 그런 날들 중 하나로 착각한 듯했다. 그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이 파티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특별한 날이지. 달력에 기록되는 공휴일이나 생일은 아니지만, 축하할만한 일이 있어서 말이야.”


에드워드는 샬럿 앞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시선을 맞췄다.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가 중요한 말을 하리라는 것은 인지한 아이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때 우리가 했던 약속이 이뤄졌단다.”


별다른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음에도, 샬럿은 에드워드가 어떤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해 눈을 크게 떴다.


“재판에서 유렌 가문을 이겼고, 그들은 죄가 인정되어 감옥에 가게 되었지. 다시는 그곳에서 나오지 못할 거야. 가주인 베르트뿐만 아니라, 실험실에 연관되어 있던 모든 이들도 말이다.”


“그럼....”


좋은 일이라는 것을 인지했지만, 유렌 가문에 대한 이야기에 아이는 무심코 발끝을 바라봤다. 많은 것들을 극복했음에도 습관은 잘 고쳐지지 않아 샬럿은 오른발을 여전히 세우고 있었다.


“이제는 밖에 나갈 때 굳이 모자를 쓰지 않아도 돼. 더운 날씨에 망토를 입을 필요도 없지. 언제든, 어디는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마음껏 다닐 수 있어.”


샬럿은 에드워드의 말을 들으며, 천천히 발을 땅에 붙였다. 잠시 멍하게 생각에 잠겨있던 아이는 고개를 들어 열려있는 창문 너머를 바라봤다.


하늘에는 서서히 노을이 지고 있었고, 어둠이 조금씩 찾아오자 집들에 불이 하나씩 켜지기 시작했다. 더운 공기를 식히듯 밀려오는 선선한 공기와, 자신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에드워드와 클로이까지. 아이는 이곳에 자신이 땅을 디디고 서 있음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툭-


자각하지 못한 사이, 샬럿의 볼을 타고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갔다. 당황한 아이가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려 했지만, 울컥하는 감정이 멈추질 않는지 이내 서럽게 울음을 터트렸다. 분명히 기쁘다는 생각이 들고는 있었지만, 이와 별개로 쉽게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 괜찮아, 괜찮단다.”


스스로도 이유를 모른 채 우는 샬럿을, 에드워드는 품에 조심스레 안고는 등을 토닥였다. 그는 아이가 어째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어렴풋이 이해했다. 그동안 착한 아이일 수밖에 없었던 샬럿이, 드디어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었다.


‘가족이 된 이후에도 샬럿은 거의 떼를 쓴 적이 없었어. 안전을 위해서 무의식 중에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을 테지.’


그 생각의 장애물이 사라진 지금, 샬럿은 본래 나이대의 모습을 조금씩 찾아갈 수 있을 터였다.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리고, 혼자 할 수 있다고 떼를 쓰며, 뻔히 보이는 위험에도 도전하고, 어쩌면 바닥에서 울고 불며 소리를 지를지도 몰랐다.


부모라면 머리를 짚을만한 일들이었으나, 에드워드는 샬럿이 마음껏 응석을 부리는 모습들을 보고 싶었다. 그만큼 의지가 되어주고 싶었고, 신뢰할 수 있는 보호자가 되고자 했다.


“.... 훌쩍.”


아이의 울음소리가 잦아들자, 에드워드는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아주었다. 이 손길뿐이었을까, 어느새 곁으로 온 클로이도 샬럿을 옆에서 꼭 껴안았다. 그 어떤 말도 오가지 않았으나, 두 사람의 온기 속에서 샬럿은 안정을 찾아갔다.


“꾸우- 꾸!”


그때 샬럿이 울 때부터 모습을 감췄던 샤인이 어디선가 쪼르르 나타나더니, 아이의 무릎 위로 재빠르게 올라왔다. 평소처럼 샤인을 쓰다듬어주려 손을 뻗은 샬럿은, 고슴도치가 입에 무언가 물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너, 어디서 그걸...”


어딘가 익숙한 색깔에, 에드워드는 샤인이 물고 온 것이 자신이 준비한 선물상자의 리본임을 깨달았다. 그의 황당한 목소리에도 샤인은 조금 움찔할 뿐, 기어코 샬럿의 손 위에 리본을 놓고는 아이의 팔 뒤에 숨어버렸다.


깜짝 선물이 들켜버린 에드워드는, 하는 수 없이 책상 밑에서 선물을 꺼냈다.


“열어볼래?”


한참을 운 탓에 눈이 퉁퉁 부은 얼굴로, 샬럿은 상자 위에 남은 끈을 풀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포장지마저 조심스럽게 뜯어내자, 상자 안에는 한쪽 어깨에 메는 작은 가방이 있었다.


“밖에 우리 없이 나가게 되면, 필요할 것 같아서.”


샬럿은 하늘색의 가방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덥석 집었다. 지퍼를 열어 안을 보기도 하고 끈을 조절하기도 하더니, 지금 당장 사용해보고 싶었는지 어깨에 메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꼬옥-


가방을 멘 채 이리저리 걸어보기도 하고, 한 바퀴를 빙-돌아보기도 한 샬럿은 점점 입가가 올라갔다. 어깨끈을 잡아보자 부드러운 천의 재질이 느껴졌고, 새 제품에서만 나는 산뜻한 향이 아이를 더욱 들뜨게 했다.


“아앗- 샤인!”


샬럿이 가방에 온통 시선을 뺏기자, 샤인은 질투가 났는지 타이밍을 노려 가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 안에서 빙글 돌더니 고개를 빼꼼 내민 고슴도치는, 원래 계획과는 다르게 꽤나 이 공간이 만족스러웠는지 노곤하게 늘어졌다.


“너도 마음에 들어?”


샤인의 이마를 장난스럽게 쓰다듬은 샬럿은, 에드워드를 향해 몸을 돌리고는 햇살처럼 환하게 웃었다.


“...... 고마워, 아저씨.”


약속을 지켜준 것도, 이 선물도. 샬럿이 다른 말을 덧붙이지는 않았으나, 에드워드는 그 의미를 쉽게 짐작해 냈다. 이와 비슷했던 순간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다행이다, 진심으로 웃는구나.’


똑같은 말과 미소였으나, 그때와는 전혀 달랐다. 아이의 목소리는 명랑했고, 손짓 하나하나가 자유로웠으며, 무엇보다도 행복해 보였다. 철장 너머로 두려움을 숨기며 홀로 남겨졌던 아이의 미래는 결국 바뀐 것이었다.


스르륵-


에드워드는 순간적으로 긴장이 풀려 소파를 짚었다. 그토록 바라고 원했던 순간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어, 그는 자신도 모르게 짙은 미소를 입가에 그려냈다. 오랫동안 꾸었던 악몽이 드디어 막을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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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5) 24.09.13 3 0 12쪽
13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4) 24.09.10 5 0 12쪽
12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3) 24.09.06 8 0 12쪽
»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2) 24.09.03 8 0 11쪽
12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1) 24.08.30 8 0 11쪽
12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0) 24.08.27 5 0 13쪽
12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9) 24.08.23 6 0 11쪽
12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8) 24.08.20 9 0 11쪽
12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7) 24.08.16 6 0 12쪽
12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6) 24.08.13 6 0 11쪽
12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5) 24.08.09 9 0 11쪽
12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4) 24.08.06 7 0 12쪽
11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3) 24.08.02 7 0 11쪽
11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2) 24.07.30 7 0 12쪽
11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1) 24.07.26 8 0 11쪽
11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0) 24.07.23 7 0 11쪽
11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9) 24.07.19 7 0 11쪽
11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8) 24.07.18 7 0 12쪽
11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7) 24.07.16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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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5) 24.07.14 7 0 11쪽
11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4) 24.07.13 7 0 11쪽
10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3) 24.07.12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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