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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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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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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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3)

DUMMY




다그닥-다그닥-


하늘이 어둠으로 물들 무렵, 조용하던 유렌가의 저택이 유난히 부산스러워졌다. 황실의 문양이 새겨진 마차 한 대와, 수십 명의 황실 기사들이 그 뒤를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온 탓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정문 앞에는 그들을 기다렸다는 듯이 유렌 가문의 집사가 서 있었으나, 저택의 사용인들과 가문의 기사들은 들은 것이 없는지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 황실?’


이는 저택 안을 호위하던 그림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수도에 있는 벤투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기에, 갑작스럽게 들이친 황실 기사들에 날카롭게 반응했다.


‘집사는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한데.....’


그의 태도로 미루어볼 때, 황실 마차 안에 베르트가 타고 있는 듯했다. 좋게 생각하자면 그녀가 오늘 있을 재판에서 승리한 뒤 돌아온 것처럼 보였으나, 티시포네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들어왔다.


똑똑-


집사는 마차를 두드리더니, 살짝 문을 열고 안에 있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었다.


문틈으로 얼핏 보이는 드레스와 구두는, 베르트가 오늘 아침 수도로 향하며 입었던 옷과 비슷해 보였다. 그녀는 집사에게 무언가 명령을 내리더니 다시 문을 닫았고, 그는 주변에 있던 시종과 기사들을 서둘러 불러냈다.


“어서 가서 저택의 모든 사용인들과 기사단, 티시포네에게 정문으로 모이라고 전해라, 가주님의 명령이시다.”


베르트가 지시한 것이라는 말에, 시종과 기사들은 바로 저택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곧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고, 금세 정문 앞을 꽉 채웠다. 상당히 많은 인원이 서있었으나, 베르트가 자신들을 불렀다는 말에 누구도 수군거리지 않았다.


티시포네 또한 꺼림칙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으나, 가주의 명을 듣지 않을 수 없어 가장 마지막으로 자리에 도착했다.


끼익-


집사는 눈짓으로 사람들의 수를 세어보더니, 얼추 다 모인 것을 확인하고는 마차 문을 다시 두드렸다. 그러자 안쪽에서 검은색 머리의 여인이 얼굴을 베일로 가린 채, 황실 기사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마차에서 내려왔다.


‘가주님.....?’


가문의 기사들은 그녀를 가주로 인식해, 별다른 지시가 없었음에도 벌써 경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티시포네는 익숙한 체구와 머리색, 옷과 장신구들을 보고도 눈앞에 있는 자가 베르트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를 알아챈 그림자들끼리 시선을 교환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을 때, 황실의 기사가 앞으로 나오더니 품에서 칙령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여기 유렌 가문에 속한 자들은 황실의 명령을 들-”


“모두 도망쳐, 도망쳐라-!”


황실 기사가 한 문장을 채 읽기 전에, 저택의 오른쪽에서 누군가 담을 넘어 들어오며 소리쳤다. 그는 검은색 옷차림으로 티시포네처럼 보였는데, 심각한 상처를 입어 절뚝거리면서도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저 자는 가짜다! 가주님께서는 황실에 붙잡히셨다. 집사가 가문을 배신했고, 저들은 우리를 도륙하러 온 자들이다!”


그의 폭로에도 가문의 기사들과 사용인들은 진위를 파악하지 못해, 그와 가주처럼 보이는 이를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다. 그러나 아까부터 의심을 하고 있었던 티시포네는 바로 태도를 달리했다.


채앵-


몇몇의 그림자들이 단숨에 칼을 뽑더니, 집사와 가짜 가주라 불린 자에게 달려들었다. 황실 기사단이 그 앞을 막아서 다친 이는 없었으나, 가주의 모습을 하고 있던 여인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움찔했다.


‘....! 가주님께서 보이실 반응이 아니다. 게다가 이 지경까지 와서도 얼굴을 드러내긴커녕, 목소리조차 내지 않는군.’


눈앞의 여인이 베르트가 아님을 확신한 그림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곳을 이탈했다. 티시포네의 반응에 가문의 기사단은 이와 동조하며 검을 꺼내 들었고, 무기가 없는 사용인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뒷걸음칠 쳤다.


“헛된 반항을 멈춰라. 저택은 이미 포위된 상태다! 유렌 가문의 가주는 반역죄로 체포되었기에, 저항을 계속한다면 이와 연루된 자로 취급받을 것이다!”


당장이라도 대치해 전투가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였으나, 이어진 기사의 외침에 남아있던 자들은 모두 행동을 멈췄다.


‘반역....’


가주의 죄목은 다름 아닌 ‘반역’이었다. 그 명목 하에 생명이 얼마나 쉽게 쓸려갈 수 있는지 모를 리 없었기에, 유렌 가문의 사용인들과 기사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살고 싶다. 어떻게 유렌 가문 안에서 목숨을 부지했는데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늘 했던 일 아닌가, 눈치껏 판단을 내려 조금이라도 유리한 쪽에 붙었던 짓은.’


챙강-


유렌 가문의 기사 중 한 명이 생각 끝에 결국 검을 떨어뜨리고는 자신해서 무릎을 꿇었다. 이 행동이 신호탄이 되었는지, 기사들은 대부분 검을 내려놓고 싸울 의사가 없음을 보였다. 사용인들도 마찬가지로 항복의 의사를 표현하듯이 납작 엎드렸다.


언제 꺼질지 모르는 촛불처럼 살아왔던 그들로서는, 유렌 가문에 대한 애정은 한 톨도 남아있지 않았다.


“황실 기사단, 도망진 자들을 추적해라! 체포를 우선시하되, 심각하게 반항할 경우 사살해도 좋다. 또한 연구원들을 붙잡고 그곳에 있는 자료를 압수하도록!”


제1 황실 기사단의 임시 기사단장으로서 온 로웰은, 빠르게 대처하여 상황을 마무리했다. 기사들은 집사가 공유해 준 저택 내부의 도면을 떠올리며 안으로 들이쳤고, 저택 곳곳에서 칼을 맞대고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집사는 이곳에 남아 아까와는 달리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시작했다. 티시포네는 한 명도 남아있지 않았고, 기사들과 사용인들은 몇 명 정도가 자리에 없었다. 평생 동안 저택을 관리해 왔던 집사는, 인원을 파악하다 이상한 점을 바로 발견했다.


‘..... 슈닐?’


분명 아까 황실 기사들이 칙령을 읽기 전까지는 이곳에 있었는데, 그 사이 슈닐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었다. 당황한 집사가 몇 번이고 사람들 사이를 다시 확인했으나, 소년은 보이질 않았다.


‘설마..... 저택 안으로 다시 들어간 건가?’


이곳에 없다면, 가능성은 하나밖에 없었다. 이유는 짐작하기 어려웠으나, 갑작스러운 상황을 마주하니 저번처럼 기억에 문제가 생겨 패닉에 빠진 것일지도 몰랐다. 조금 더 세심하게 소년을 챙겼어야 했다며, 집사는 자책했다.


“기사님, 죄송합니다만 잠시 안에 들어갔다 오겠습니다.”


저택 내부에 있을 슈닐을, 그는 이대로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지금 안에 있는 티시포네는 안전장치가 없는 총이었다. 베르트도, 벤투도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난폭한 성정을 평화롭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질 않았다. 게다가 궁지에 몰려 있기까지 하니 어떤 짓을 터트릴지는 더더욱 알 수가 없었다.


“지금 들어가시면 위험합- 집사님!”


불안한 마음이 치솟은 집사는, 만류하는 기사의 손을 뿌리치고 저택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로웰이 티시포네를 잡기 위해 정문 앞에 최소한의 기사들만 남겨두었기에, 임무를 맡은 기사는 쉽게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로웰에게 방금 일을 보고하며, 집사가 무사하길 바랄 뿐이었다.


철컥-


1층으로 향한 집사는, 숨겨두었던 총을 꺼내 손에 쥐었다. 티시포네를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의미 없는 저항이겠지만, 혹시라도 슈닐이 위험에 처한 상태라면 소년을 구해내기 위해서였다.


‘어디로 간 걸까,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으니 깊숙한 곳까지 향하지는 못했을 텐데.’


확실한 목적지를 알지 못했기에, 집사는 우선 사용인들의 숙소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다행히도 티시포네와 기사단을 마주치지 않은 채, 그는 저택의 중간쯤에 도달했다.


타다닥-


그때, 위층에서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황실 기사가 낸 소리라기엔 작았고, 티시포네의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흔적을 남길 만큼 컸다. 이 발소리가 슈닐의 것임을 확신한 집사는 1층에서 그 소리를 따라갔다.


‘이 앞쪽에는...’


그는 슈닐이 향하는 방향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대로 가면 약간 큰 창고를 맞이하게 될 뿐, 숙소는커녕 비밀 통로조차 있지 않았다. 혹시 위층이나 아래층으로 향하려는 것인가 싶었으나, 그렇다기에는 몇 번이나 계단을 지나쳤다. 굳이 특이점을 찾자면 슈닐이 가는 방향에 있는 창고가, 무척 튼튼하게 지어져 있어 중상급의 물건을 보관한다는 점 정도였다.


알 수 없는 걸음에 집사는 좀 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자 2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선택했다.


‘.... 이럴 수가.’


계단을 올라가 복도 쪽을 바라본 집사는 속으로 탄식했다. 슈닐을 발견하긴 했으나, 소년이 티시포네와 함께 있었던 탓이었다. 게다가 한 두 명도 아닌 6명이나 되는지라, 집사가 무언가 시도조차 해보지 못할 수였다.


“슈닐, 고맙다. 이런 곳에 비밀통로가 숨겨져 있었다니.... 생각지도 못했군.”


“도움이 될 수 있어 다행이에요. 먼저 출발하고 계시면, 제가 다른 분들도 불러올게요.”


티시포네가 창고 안에 모두 들어가고 나자, 슈닐은 밖에서 문을 닫으며 빙긋 웃었다. 집사는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소년을 데려오기에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해 앞에 나서려 했다.


철컥-


‘.....?’


그러나 이어진 슈닐의 행동을 본 집사는 멈칫했다. 소년이 열쇠로 창고를 아예 잠가버렸기 때문이었다.


“슈닐?”


놀란 것은 집사뿐만이 아니었는지, 안쪽에서 티시포네의 의문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열어, 슈닐!”


“이 미친 x끼, 설마 우릴 속인 거냐?”


“젠장, 전부 막혀있잖아!”


창고 안에서 화를 참지 못한 그림자들이 물건들을 부수고 벽을 치는 소리가 문 틈새로 쉴 새 없이 새어 나왔다. 그림자들은 욕설과 저주를 퍼부으며 슈닐을 불러댔고, 소년은 앞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서있었다.


땡그렁-


몇 분이 흐르고 나서야 슈닐은 자신이 한 짓을 자각했는지, 이제야 숨을 내쉬며 손에 쥐고 있던 열쇠를 떨어뜨렸다.


“누나....”


소년의 작은 중얼거림을 들은 집사는, 그 순간 깨달았다. 기억을 잃은 척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굴었으나, 슈닐은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흐윽....”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느라 잔뜩 일그러진 지금의 표정과 달리 소년은 저택 안에서 언제나 웃어왔다, 최대한 무해하고 만만해 보이도록. 그래서 아무도 자신을 경계하지 않도록 말이다. 캐런을 죽게 만든 유렌가와 티시포네에 복수하기 위해서, 소년은 그렇게 모든 것을 참아왔다.


“거기, 누구냐!”


창고 안에서 들려오는 소란을 인지했는지, 황실 기사 두 명이 근처로 다가왔다. 그들은 홀로 서 있는 슈닐을 수상하게 여겨, 검을 빼든 채였다.


“살려주세요! 저자가 시종인 저희에게서 옷을 뺐고 이곳에 가뒀습니다!”


“.... 아, 아닙니다!”


“어려 보이지만 겉모습만 이럴 뿐, 티시포네입니다. 부디 구해주십시오!”


문 뒤에 있던 티시포네가 가증스러운 목소리로 호소하자, 황실 기사는 슈닐을 압박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소년은 이에 겁을 먹었는지 제대로 된 변명조차 못한 채 뒷걸음질을 쳤고, 대치하던 상황에서 기사의 시선이 바닥에 떨어진 열쇠에 닿았다.


파앗-


무심코 기사가 열쇠를 주우려 하자 슈닐은 당황한 나머지 열쇠 쪽으로 달려들었다. 갑작스러운 소년의 행동에 기사는 이를 공격으로 받아들였고, 기어코 슈닐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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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5) 24.09.13 3 0 12쪽
13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4) 24.09.10 5 0 12쪽
»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3) 24.09.06 9 0 12쪽
12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2) 24.09.03 8 0 11쪽
12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1) 24.08.30 8 0 11쪽
12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0) 24.08.27 6 0 13쪽
12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9) 24.08.23 6 0 11쪽
12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8) 24.08.20 9 0 11쪽
12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7) 24.08.16 6 0 12쪽
12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6) 24.08.13 6 0 11쪽
12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5) 24.08.09 9 0 11쪽
12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4) 24.08.06 7 0 12쪽
11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3) 24.08.02 7 0 11쪽
11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2) 24.07.30 7 0 12쪽
11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1) 24.07.26 8 0 11쪽
11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0) 24.07.23 7 0 11쪽
11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9) 24.07.19 7 0 11쪽
11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8) 24.07.18 7 0 12쪽
11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7) 24.07.16 7 0 11쪽
11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6) 24.07.15 7 0 11쪽
11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5) 24.07.14 7 0 11쪽
11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4) 24.07.13 7 0 11쪽
10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3) 24.07.12 8 0 12쪽
10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 24.07.11 7 0 11쪽
10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 24.07.10 9 0 11쪽
10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8) 24.07.09 8 0 11쪽
105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7) 24.07.08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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