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297
추천수 :
3
글자수 :
694,051

작성
24.07.11 22:00
조회
7
추천
0
글자
11쪽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

DUMMY




“고르텐 공작, 그대가 의심하고 있는 것들은 모두 사실입니다. 제가 장담드리지요.”


베르트는 산뜻한 목소리로 그에게 비수를 꽂았다. 그녀가 이번 일과 관련 있다는 판단이 서자, 고르텐은 화를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자네가 꾸민 일인가!”


“글쎄요, 저 혼자서 이런 일을 벌였을까요?”


노기가 가득 찬 외침에도, 베르트는 여전히 여유로운 태도를 고수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고르텐은 분노를 표출하고는 있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진실에 식은땀이 날 것만 같았다.


“공작의 생각대로 제가 다 꾸몄다고 해봅시다. 그렇다면, 공작께서 이 일에 책임이 없으시다, 자신하실 수 있으십니까?”


그녀의 물음에 고르텐은 동공이 주체할 수 없이 흔들렸다. 의심을 없애고자 케레스를 찾아온 그는, 처참한 사실을 마주하고 다리의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당장 여왕 폐하께 가셔서 고하시지요. 유렌 가문의 베르트 가주에게 놀아나, 제가 페투스 공에게 총을 쏘았습니다,라고 말입니다.”


뱀이 속삭이는 듯한 말에, 고르텐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 살기를 받고도 베르트의 눈은 여전히 웃음 짓고 있었다.


“.... 내가 못할 것 같더냐?”


반쯤 오기로 내뱉은 의지였으나, 베르트는 당황한 기색조차 없었다. 짐승이 가장 강하게 반항하는 순간은, 깊은 상처를 입어 최후의 몸부림을 칠 때였다.


“저야말로 이해하기가 어렵군요. 전부 공작이 바라던 것들 아닙니까.”


부채를 잠시 내려놓은 베르트는 옆에 있는 찻주전자를 들었다.


“황태자 전하의 신뢰, 그토록 미워하시던 레지스탕스의 궤멸. 공작이 염원했던 목표들은 물론, 여태껏 쌓아왔던 모든 것을 스스로의 손으로 망칠 겁니까?”


그녀가 말을 이어가며 찻주전자를 따르자, 빨간색의 찻물이 흘러나왔다.


찻잔을 가득 채운 것을 보고도 베르트는 손을 멈추지 않아, 왈칵 찻물이 넘쳐 책상은 물론 고르텐의 신발까지 흘러갔다. 고작 차일뿐이었지만, 이는 고르텐으로 하여금 페투스가 쓰러져있던 모습을 떠오르게 했다.


“좀 더 직설적인 조언을 드리자면, 황태자비도 생각하셔야지요.”


고르텐이 가진 가장 귀한 것을 베르트가 언급하자,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공작께서 사실을 고해봤자 인정될지 알 순 없지만, 만약 그리 된다면 황태자비께서는... 남편과 아버지를 한꺼번에 잃는 것은 물론, 공범으로 몰릴지도 모르는 일이겠군요.”


짐짓 걱정스러운 말투였으나, 전달하는 바는 명확했다. 고르텐이 원했던, 원하지 않든 이미 그들은 한 배를 탄 사이며, 여기서 내리려면 죽음보다 더 한 것들을 각오하라는 협박이었다.


“....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군요. 다음 약속이 있지 않으십니까?”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듯 침묵했던 베르트는, 고르텐의 눈에 서린 절망 섞인 체념을 읽어내고 축객령을 내렸다. 고르텐은 허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고, 집무실의 문 손잡이를 잡았다.


“고르텐 공작. 앞으로 황태자 전하를 모시는 심복으로서, 잘 지내봅시다.”


그녀의 말이 자신을 옭아매는 듯한 기분에 고르텐은 주먹을 꽉 쥐었으나,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그는 곧 깨달았다.


“... 그리하지.”


차마 베르트를 쳐다보지조차 못한 채, 고르텐은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복종의 의미가 집무실 안에 울려 퍼지자, 베르트는 환한 미소를 드러내며 그에게 잘 가라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조롱과 같은 배웅을 받으며, 고르텐은 평생토록 지켜왔던 신념을 잃어버린 채 문을 닫았다.




.

.

.




“현재 대표는 페투스 공을 저격한 반역자로 황실 감옥에 구금되어 있는 상태이며, 변호사조차 면회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형식적으로나마 반역 재판이 열리기는 하나, 여태껏 진행되어 온 재판을 보았을 때 무죄를 선고받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입니다."


재판 이후, 레지스탕스는 데릭에 의해 협회장 회의가 소집되었다. 티시포네의 위협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으나, 위험을 무릅쓰고도 모여야 할 만큼 사안이 중대했다.


“..... 반역자라니! 빌X먹을 귀족 X들, 멍청한 황족들!”


6명의 협회장 앞에서 데릭이 상황을 설명하자, 가장 먼저 아베스가 분통을 터트렸다. 귀족과 황실에 적대감이 깊은 그는 평소보다도 더 거친 언행을 쏟아부었고, 다른 협회장들도 같은 심정인지라 굳이 아베스를 말리지 않았다.


“반역재판까지 기다릴 거 없습니다. 어느 시점에서든 대표를 빼내긴 어려울 것 아닙니까? 대표가 혼자 탈출할 수 있을 리도 없고... 차라리 현재 황실이 어수선한 틈을 노려, 희생을 치르더라도 대표를 감옥에서 구해냅시다.”


“아베스, 심정은 이해가나 진정 좀 하시죠. 행동부터 할 것이 아니라 방법을 좀 알아봅시다. 당장 결정을 하기보다는 좀 더 논의 후에...”


“하-이게 고민한다고 특별한 대책이 나올 일입니까? 호젠, 대답해 보십시오. 반역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가 몇 명이나 됩니까?”


센테스가 흥분한 아베스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그는 작정한 듯이 날뛰었다. 지목받은 호젠은 움찔하면서도, 조사해 온 내용을 천천히 읊었다.


“.... 제국이 세워진 이래 10번의 반역 재판이 있었으나, 딱 한 번 무죄로 판명된 사례가 있습니다. 황제의 동생이 저지른 반역이었고, 정황과 증거가 모두 동생을 범인이라 가리켰으나 황제의 자비로 무죄가 되었다 하더군요.”


“확률로 계산하자면, 어느 정도라 볼 수 있습니까?”


회의에서 의견을 표출하지 않은 채 듣고만 있던 데릭이 호젠에게 질문했다.


‘대표는 유렌가의 흉계로 함정에 빠진 것이지만, 재판장에 있던 모든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가만히 경우의 수를 따지던 그녀는 사실상 불가능이라 말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국서가 죽을 위기에 처했으니, 선례처럼 여왕 폐하의 자비 또한 기대할 수 없다. 그 자리에 있던 증인은 유렌가에 매수당했을 것이고, 증거 또한 이미 없앴을 것이다.’


“... 희망적으로 생각했을 때, 0.1% 정도입니다.”


기적을 바라는 것이 빠를 것이라는 호젠의 덧붙임에, 협회장들은 절망감에 머리를 감싸 쥐거나,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보십시오. 대표가 뒤집어쓴 혐의는 반역입니다, 반역. 이전처럼 돈이나 인맥으로 다른 수를 써볼 수도 없단 말입니다. 대표가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두실 겁니까!”


아베스의 외침에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2명의 협회장은 고심하는 듯이 가만히 있었다.


“설마, 두려우신 겁니까?”


자신의 의견에 함께해주지 않는 협회장들에게 아베스는 눈을 부라리며 도발했으나, 호젠은 침착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애초에 두려웠다면 벌써 레지스탕스를 떠났을 겁니다. 대표를 구하고 싶은 마음만큼은 우리 모두 다르지 않습니다. 나부터라도 내 목숨을 희생해서 확실히 대표를 살릴 수 있다면, 그리 하고 싶군요.”


진심을 내비치며, 호젠은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도 이러한 이의제기를 하고 싶지 않았으나, 호젠에게는 대표만큼 그녀가 지키고자 했던 신념 또한 중요했다.


“그러나 우리는 레지스탕스의 의의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표의 전언 또한 이를 바탕으로 나온 말이겠지요.”


데릭은 리비티가 ‘자신이 위험에 처할 시, 협회장 중에서 다음 대표에 오를 이를 뽑아라’라고 한 것을 회의 초반에 공유했다. 이는 역으로 생각하면, 리비티가 자신을 포기하라 말한 것과 같았다.


“‘아무도 죽지 않게’ 대표를 구출해 낼 수 있습니까?”


냉정하지만 현실적인 물음에, 또다시 아베스는 목청을 높였다.


“대표가 없으면! 이 레지스탕스가 유지나 될 것 같습니까!”


“가능성이 없는 작전을 실행했다가 레지스탕스 일원이 죽게 되면, 그 목숨은 되살릴 수 있습니까? 황실기사단과 티시포네를 비롯해 경관까지 그들과 맞서려면, 몇십 명의 희생이 필요할지 짐작도 가지 않는군요.”


아베스와 호젠은 불꽃이 튈 것 같은 눈으로 서로를 노려보았다. 두 사람의 의견이 양쪽 다 타당했기에, 다른 협회장들 또한 쉽사리 한 사람의 편을 들지 못한 채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 여기까지 하시죠.”


이대로 가다간 논쟁에서 멈추지 않고 감정이 상하는 지경에 이를 것 같아, 데릭은 과열되는 분위기를 멈췄다.


“오늘 이곳에 모여달라 부탁드린 것은, 어디까지나 상황을 공유드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충분히 의견을 들었으니, 다음 회의 때 상세한 방향과 방법을 다시 논의하시지요.”


다른 협회장들도 그의 말에 찬성하자, 데릭은 회의가 끝났음을 알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베스와 호젠은 서로를 노려봤으나, 이런 싸움에 더 어울리고 싶지 않다는 듯이 호젠이 먼저 회의장을 나갔다.


“.... 대표, 무사하셔야 할 텐데...”


호젠이 시야에서 벗어나자, 아베스는 속상하다는 듯이 자리에 주저앉아 눈가를 매만졌다. 다혈질인 만큼 마음이 여린 그에게 다른 협회장들이 다가와, 아베스를 토닥이면서도 잘못된 행동에 대해 몇 가지 당부를 늘여놓았다.


조금 안정을 되찾은 그는 데릭에게 목례하고는, 다른 협회장들과 밖으로 이동했다.


끼이익-


모두가 자리를 비워 홀로 남은 데릭은, 회의장 문을 안쪽에서 잠갔다. 혹시나 싶어 회의장 안을 돌아다니며 곳곳을 둘러본 그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나서야, 뒤쪽에 있는 캐비닛을 치운 뒤 숨겨진 문을 열었다.


“이제 끝났습니다, 나오십시오.”


데릭이 어두운 작은 창고 안에 전언을 남기자, 숨어 있던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들어도 되는 얘기였는지 싶군.”


“저, 저도요....”


모자의 먼지를 털어내며 먼저 에드워드가 밖으로 나왔고, 뒤이어 레온이 버릇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회의실에 발을 디뎠다.


“대표가 부재할 시 전권은 제게 위임됩니다. 만약에라도 이 사실이 드러나 비판받게 된다면, 제 탓으로 돌리십시오.”


늘 흐릿한 존재감으로 리비티를 보좌했던 데릭은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마치 그녀처럼 과감하게 결정권을 행사했으며, 협회장들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다만 본질적인 문제에서 오는 불안감과 과중된 업무 탓에 상당히 지친 모습이었다.


그는 할 말이 있다면 에드워드와 레온을 불렀으나, 정작 이 상황을 마주하자 머릿속이 정리되질 않아 입을 달싹거릴 뿐이었다.


“.... 에드워드 경, 도와주십시오.”


의도와는 다르게 마음 깊이 숨겨 놓았던 말이 툭 튀어나오자, 당황한 데릭은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감쌌다.


리비티를 제외하고 다른 이들 앞에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그였으나, 뜻대로 제어가 되질 않아 목소리마저 떨렸다. 게다가 한 번 열린 입은 멈출 기세가 없이, 정제되지 않은 생각들을 쏟아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관련 공지입니다. 24.07.18 9 0 -
공지 연재 주기 공지 24.03.28 16 0 -
13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6) 24.09.17 4 0 12쪽
13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5) 24.09.13 5 0 12쪽
13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4) 24.09.10 6 0 12쪽
12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3) 24.09.06 10 0 12쪽
12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2) 24.09.03 9 0 11쪽
12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1) 24.08.30 9 0 11쪽
12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0) 24.08.27 7 0 13쪽
12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9) 24.08.23 8 0 11쪽
12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8) 24.08.20 10 0 11쪽
12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7) 24.08.16 6 0 12쪽
12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6) 24.08.13 6 0 11쪽
12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5) 24.08.09 10 0 11쪽
12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4) 24.08.06 8 0 12쪽
11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3) 24.08.02 8 0 11쪽
11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2) 24.07.30 9 0 12쪽
11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1) 24.07.26 10 0 11쪽
11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0) 24.07.23 9 0 11쪽
11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9) 24.07.19 8 0 11쪽
11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8) 24.07.18 9 0 12쪽
11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7) 24.07.16 8 0 11쪽
11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6) 24.07.15 9 0 11쪽
11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5) 24.07.14 8 0 11쪽
11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4) 24.07.13 8 0 11쪽
10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3) 24.07.12 10 0 12쪽
»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 24.07.11 8 0 11쪽
10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 24.07.10 10 0 11쪽
10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8) 24.07.09 10 0 11쪽
105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7) 24.07.08 8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