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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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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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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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4)

DUMMY



탁-


케레스는 루시의 외침에도 우아하게 잔을 내려놓고는, 이를 듣지 못한 척하며 와인을 더 따랐다.


‘지금 하신 발언은 반역이나 다름없다. 그걸 모르시지 않을 분이 어찌 저런 말씀을 하신단 말인가.’


단 한 번도 루시는 케레스가 하는 일을 막거나, 따져 물은 적이 없었다. 유렌가의 인체실험을 묵과했다는 신문기사가 났을 때조차, 모두 거짓말이라 설명하는 케레스의 말을 믿으려 노력했다. 설령 그가 그런 잘못을 저질렀다 할지라도, 루시는 끝까지 그의 편에 남고자 했다.


‘황태자비가 되었다고 한들, 나는 엘든모어 가문의 피를 이어받은 자. 황태자 전하께 충성하는 것이 곧 황실에 충성하는 것이라 여겨왔는데...’


혼란스러운 루시가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자, 케레스는 지루하다는 듯이 턱을 굈다.


“루시, 뭐가 그리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군. 이 자리에 앉아 나와 함께 기쁨을 누리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가?”


간단하다는 듯이 케레스는 말했지만, 이번만큼은 그의 말을 들어줄 수 없었다. 지금 이 의자에 앉는다는 의미는, 케레스가 품은 반역의 생각에 동조하는 것과 같았다.


‘아아-아버지, 저는 어떻게 해야....’


선택의 기로 앞에서 수많은 상황들이 고려되었으나,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고르텐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기억하렴, 루시. 진정된 충성은 무조건적인 순종이 아니란다. 설사 너를 내치신다 할지라도, 황실이 옳은 길을 걸어 나가실 수 있도록 바른말을 아끼지 말거라.’


결혼식 때였던가, 고르텐이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남겼던 당부였다. 가르침을 기억해 냈다고 한들 그대로 따르는 것이 쉬울 리는 없었다. 케레스의 눈빛에 위축되어, 그저 이 순간을 넘어가고자 그냥 자리에 앉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옳은 길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루시는, 용감하게 입을 열었다.


“전하, 말씀을 거둬주십시오.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잘못된?”


비꼬는 듯한 케레스의 말투에 루시는 움찔했지만, 그를 설득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여왕 폐하께서 아직 건재하신데 어찌 다음을 논하실 수 있습니까. 게다가 페투스 공께서 생사를 넘나드시는 상황에, 권력을 말씀하시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루시의 충언에 이번에는 케레스가 침묵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말을 받아들이는 것일까 희망을 품었으나, 그의 표정은 점점 사나워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면, 내 기분을 맞춰줄 것이지.’


케레스는 일련의 일들을 겪으며, 유일하게 가족이라고 여겼던 페투스를 향한 정을 끊어냈다. 그렇기에 루시의 말들은 그에게 기만처럼 느껴졌다.


“그대는 아버지에게 넘치는 사랑만 받고 자랐나 보군. 참 더할 나위 없는 인생이었겠어.”


생각 끝에 케레스는 루시가 상처 입을 말들을 고르고 골라 빈정거렸다. 자신이 내뱉은 말이 비수가 되어, 지금 그의 기분처럼 루시의 마음을 갈가리 찢어놓았으면 했다.


“마지막으로 말하지, 루시. 나와 함께 만찬에 들 것이 아니라면, 나가게.”


충격을 받은 루시는 안중에도 없는 듯이, 케레스는 그녀에게 최후의 경고를 남겼다. 루시는 마음이 무너질 것만 같았으나, 케레스를 똑바로 쳐다본 채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 죄송합니다, 전하.”


짧게 묵례를 남긴 루시는 그대로 뒤를 돌아 밖으로 나왔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방으로 돌아가던 그녀는, 점차 발걸음이 빨라지더니 예의에 어긋난 줄 알면서도 황궁의 복도를 뛰어갔다. 어느새 루시의 볼에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으나, 그녀는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타다닥-


황궁 안을 발길이 닿는 대로 헤매던 루시는, 녹음이 만개한 정원에 이르러서야 멈췄다. 산들바람이 불어오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를 위로해주지는 못했다.


‘전하께서, 이런 분이셨던가? 그동안 다정했던 모습들이 모두 거짓말 같구나.’


케레스는 투덜거림은 많을지언정, 행동만큼은 늘 자신을 위해주었다. 그녀가 많이 아팠던 날에는 직접 병간호를 하기도 했고, 좋아하는 것들은 아니었지만 선물을 자주 건네주곤 했다. 함께 해왔던 시간들이 이리도 선명하건만, 오늘 집무실에 있던 그는 다른 사람 같았다.


‘이토록 무도하게 변하시는 동안,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모두 내 잘못이다.’


루시는 케레스가 고르텐이 황실에 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을 때를 문득 떠올랐다. 그뿐일까 오늘따라 예민하신 모양이라며 넘겼던 일들이 생각나며, 어쩌면 돌이킬 수 있을지도 몰랐던 시간들을 후회했다.


“... 전하!”


감정의 동요 때문에 루시가 가만히 서 있었을 때, 뒤에 자리하고 있던 유모가 갑자기 소리쳤다. 그녀는 서둘러 루시의 곁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더니, 구두를 신은 발을 확인했다.


“괜찮으십니까? 얘, 얼른 가서 궁의를 불러오너라. 너는 의자를 찾아오고!”


루시는 자각하지 못했으나, 높은 구두를 신고 뛰어다닌 탓에 발꿈치를 다친 듯했다.


바닥에 떨어진 한 방울의 피를 보고 이를 단숨에 알아차린 유모는 서둘러 시녀와 시종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다행히도 의자를 찾으러 간 시종이 금방 돌아왔고, 루시는 얼떨떨해하며 그 위에 앉았다.


“많이 아프시진 않으십니까?”


조심스럽게 신발을 벗겨낸 유모는 먼저 상처를 확인했다. 크게 다친 것은 아니었으나, 이마저도 그녀는 속상한 듯 보였다. 유모뿐만 아니라 곁에 남은 시녀들 또한 하나같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루시를 살폈다.


작은 상처인지라 과분한 걱정이라고 생각한 루시는, 괜찮다고 말하려다 목이 메어 소리를 내지 못했다.


‘잘못된 길을 걷고 있을 때조차, 이들은 나를 위해주었는데... 바보같이 후회만 하고 있었구나.’


그녀는 많은 사람들의 보호 속에, 자신이 황태자비임을 상기했다. 케레스가 옳지 못한 방향성으로 향한다면, 이는 단순히 슬프기만 한 일이 아니었다. 곁에 있는 이들은 물론, 제국 전체의 미래가 어두워질지도 몰랐다.


‘이미 한참은 늦었으나, 지금에서라도 돌이킬 수밖에.’


심장이 아까부터 터질 듯이 쿵쾅거렸으나, 이것이 고질적인 병 때문인지 다르게 살기로 결심한 탓인지는 알 수 없었다.


“.... 페리.”


“예, 전하.”


저 멀리서 궁의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루시는 급히 몸을 숙여 유모에게 속삭였다.


“다른 이들 몰래 이번 반역 사건과, 저번에 있었던 황실 재판에 관한 모든 자료를 찾아다 주렴. 그리고 아버지께 조만간 뵈었으면 한다고 편지를 보내줘.”


생각지도 못한 부탁이었으나 유모는 눈을 몇 번 깜박이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쏟아져 내리던 눈물은 모두 마르며, 그녀의 눈동자는 구름이 걷힌 하늘처럼 맑아졌다.




.

.

.




“거기 신원을 밝-”


“어잇, 자네 신문도 안 보나?.... 에드워드 경이시죠?”


재판 때 일어났던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법정에 들린 에드워드는, 기사들의 제지에 멈춰 섰다.


다른 기사들은 자리에 서서 본인의 업무를 다하는 듯했으나, 책임자로 보이는 듯한 자가 껄렁대며 그에게 다가왔다. 위아래로 에드워드를 훑어보던 기사는 아는 척 말을 걸었는데, ‘반역자의 변호를 맡았다는’ 생략된 수식어가 희미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참 쉽지 않은 일을 맡으셨어, 이름값도 꽤나 있으신 분이~”


기사는 짐짓 걱정하는 듯이 말했으나, 그 속에 조롱과 멸시가 명확히 보였다. 이에 에드워드는 굳이 대꾸하지 않은 채 가만히 서서, 옆에 있는 다른 기사에게 발급받은 확인증을 넘겼다.


“참, 제가 진짜 궁금해서 그런데.... 솔직히 얼마 받으셨습니까?”


‘캬하하’하는 듣기 싫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며, 기사는 대답을 요구하듯이 에드워드를 빤히 쳐다보았다.


‘내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은 건가. 베르트가 쓸 방법은 아닌 것 같고... 지금의 여론이 이렇다는 것이겠지.’


몇 가지 말로도 기사를 열받게 할 수 있었고, 자신에게 주먹을 휘두른다 해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그러한 행동 대신, 눈앞의 일에 집중하고자 했다.


“확인이 끝났으니, 문을 열어주시죠.”


다른 기사에게서 확인증을 돌려받은 에드워드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자, 책임자인 기사는 여전히 에드워드를 노려보면서도 벌컥 문을 열었다.


“.... 현장 보존이 잘 되어있으니 천천히 둘러보십쇼~”


법정 안으로 들어가는 에드워드를 향해, 끝까지 기사는 불쾌하라는 듯이 소리쳤다. 몇 걸음을 걸어 나가던 에드워드는, 법정의 문이 닫히자 다시 돌아섰다.


‘분명, 그때 총알이 문을 관통한 것만 같았는데....’


그가 가장 먼저 살펴본 곳은 법정의 문이었다. 재판 당시 굉음을 내며 문짝을 뚫고 나간 것을 두 눈으로 보았으나, 현재는 작은 구멍하나 없이 멀쩡했다.


현장 보존이 잘 되어있다는 기사의 말과는 달리, 베르트가 수작을 부린 것이 느껴져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벅저벅-


확인을 끝낸 에드워드는 곧바로 중앙으로 걸어 나갔다. 가볍게 주변을 둘러본 그는 멈추는 일 없이 계단을 올라가더니, 이윽고 페투스와 여왕이 앉았던 자리에 섰다. 의자에 남아있는 핏자국이 페투스가 입은 상처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짐작하게 해 주었다.


스윽-


에드워드는 장갑을 벗으며 의자 위에 손을 올렸고, 오르뷔가 희미하게 빛났다. 페투스가 겪었던 상황과 생각들이 머릿속에 밀려들어오자, 그는 눈을 찡그렸다.


“... 후우-”


사건의 흐름을 파악한 그는 다시 장갑을 끼며, 의자 주변을 세심하게 관찰했다.


기사단이 일차적으로 조사했다는 말은 들었으나, 에드워드는 레온에게 받았던 오르뷔 조각들을 여기서 더 찾아낼 수 없었다. 작은 손전등을 켜가며 바닥부터 의자의 틈새까지 모조리 훑어봐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완벽하군.’


그의 머릿속에 기사단이 탄피를 찾지 못했다는 말이 연관되어 떠오르며, 베르트의 능력에 혀를 내둘렀다. 증거조차 이렇게 처리했다면, 증인은 얼마나 회유와 협박에 공을 들여놨을지 짐작이 가질 않았다.


몸을 일으켜 법정을 내려다본 에드워드는 회귀 전에 겪었던 재판이 떠올랐다. 샬럿의 재판 때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사라진 증거들과, 겁을 먹거나 증언을 바꾸는 증인들, 덧붙여 완전히 유렌가의 편을 드는 황실까지. 시간이 되돌아갔음에도, 에드워드는 똑같은 벽을 마주했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절망스러울 상황이었으나, 그는 크게 낙담하지 않았다.


‘미래라는 것은 참 얄궂기도 하지.’


회귀 전에 겪었던 일들이 바뀌어 이번 사건을 대처하지 못했으나, 딱 그만큼 에드워드의 손에는 새로운 가능성이 주어졌다.


‘지금쯤이면, 베르트에게 내가 법정에서 헛수고를 하고 있다고 전해졌겠군.’


시비를 걸었던 기사는 베르트의 수하가 아니었지만, 옆에 있던 다른 기사들 중 그녀와 한 패인 자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적절한 타이밍이 되었다고 생각한 에드워드는, 우울한 표정을 연기하며 베르트가 만들어놓은 이 완벽한 장소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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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8) 24.08.20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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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5) 24.08.09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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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9) 24.07.19 8 0 11쪽
11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8) 24.07.18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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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6) 24.07.15 9 0 11쪽
11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5) 24.07.14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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