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288
추천수 :
3
글자수 :
694,051

작성
24.07.14 22:00
조회
7
추천
0
글자
11쪽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5)

DUMMY



재판 당일, 평정심을 가장하고는 있었지만, 페투스는 긴장감이 가득한 상태였다. 아무 일이 없이 지나갈 것이라는 낙관과, 정말로 총이 발포될까 하는 불안감이 섞여 그는 도무지 재판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쨍그랑-


“.... 페투스!”


굉음과, 무언가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 것도 잠시. 가슴 쪽에서 숨조차 쉬기 어려운 고통이 밀려오며, 여태까지의 모든 생각을 지워냈다.


“ㅍ, 폐... 하...”


감당할 수 없는 충격에 몸부림치던 그는 어느새 바닥으로 쓰러졌으나, 그마저도 자각하지 못했다.


눈앞이 자꾸만 흐릿해져 누가 곁에 있는지도 알 수가 없는 것은 물론, 진창으로 빠져들어가는 듯한 기분에 두려움이 퍼졌다. 정신이 걷잡을 수 없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으나, 유일하게 여왕의 목소리만은 희미하게 들려왔다.


“안 돼, 페투스, 제발...”


여왕은 쓰러져 있는 그를 덜덜 떨리는 손으로 품에 안았다. 페투스의 정복이 점점 더 빨갛게 물들어 갈수록, 그녀는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었다.


‘피가, 멈추질 않아. 이대로는...’


길버트가 와서 지혈을 하고, 누군가 의사를 부르는 듯했으나 여왕은 페투스의 이름을 중얼거리기만 했다. 잠시라도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면, 다시는 페투스가 살아있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 폐, 하.”


어눌한 발음이었으나, 다행히도 페투스는 자신의 뜻대로 입을 움직일 수 있었다. 아주 작은 목소리임에도 여왕은 이를 알아듣고, 페투스에게 고개를 가까이했다. 흐릿했던 페투스의 눈동자에 여왕의 얼굴이 가득 차며, 그는 이제야 그녀의 표정을 제대로 보았다.


‘이런 표정을 지으실 줄이야....’


끔찍한 고통 직후 페투스는 불현듯 주마등을 경험했다.


여왕과 함께했던 날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데, 온통 싸우고 분을 참지 못해 울었던 기억밖에 없어 쓴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이 추억대로라면 여왕이 자신의 죽음에 슬퍼하긴커녕, 기뻐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생각이 착각이라는 듯이, 페투스의 얼굴에 차가운 물방울들이 조금씩 떨어졌다.


“.... 무사, 하, 셔서.... 다, 행입.....”


철혈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답게, 페투스는 한 번도 여왕이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크게 다툰 날이면, 자신이 미칠 듯이 속상한 만큼 여왕도 가슴 아파하며 울었으면 좋겠다고 못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스윽-


그렇게 바랬건만 막상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가니, 통쾌하긴커녕 괴롭기만 했다. 깊은 상처 탓에 몸 곳곳이 말을 듣질 않았지만, 페투스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여왕의 볼에 남아있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냈다.


“.... 페투스?”


이 손짓이 마지막의 힘을 다한 것이었는지, 채 몇 초도 되지 않아 그의 팔은 힘없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여왕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얼굴에 닿아있던 그 손을 잡으려 했으나, 굳어있던 몸이 움직여주질 않아 스치지조차 못했다.


그 뒤로부터 페투스의 입과 손은 다시 움직이지 않았고, 두 눈은 고요히 감긴 채 열리지 않았다. 며칠이 흘렀음에도 페투스는 깨어나질 못했다.


꼬옥-


놓쳤던 손을 지금 와서 잡아 봐도, 기적처럼 그가 눈을 뜨는 일은 없었다. 낮과 밤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여왕은 그 재판장에서 시간이 멈춰있는 것만 같았다.


‘계약상의 사이라지만, 이 황궁에서 변하지 않는 폐하의 편이 되겠습니다.’


‘날이 선선하니 산책하기 좋군요, 오늘 수도의 광장에서 밤 축제가 열린다 하던데....’


‘흐음, 이걸 정말 제게 주시는 겁니까? 뭐, 나쁘진 않군요.... 제법, 마음에 듭니다.’


간신히 숨만 내쉬고 있는 그의 얼굴 위로, 여왕은 그동안의 기억들을 겹쳐 보았다. 추억 속에서 그녀는 왜 더 많은 시간을 그와 함께 있지 않았는지 후회했다. 막연히 후계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자유롭게 페투스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라고 우선순위를 뒤로 미뤘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여왕은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이었다.


‘폐하, 받아주시겠습니까?’


기억들은 과거에서 현재로 흘러가 재판 날 아침에서 기어코 멈춰 섰다. 떨리는 손으로 펜던트를 달던 페투스와 이를 간과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고, 여왕은 스스로가 꼴도 보기 싫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라도 페투스에게 왜 긴장했었는지를 물어봤다면, 지금은 달라진 상황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이 그녀를 계속해서 괴롭혔다.


‘이제 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궁의는 페투스가 살아나는 것이, 신의 영역이라 표현했다. 숨이 붙어있기는 하나 그뿐, 페투스는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


오전에는 안정세를 찾아가다가도 밤 사이 발작을 일으키기도 해, 상태를 짐작하기조차 어려웠다. 그렇기에 여왕은 페투스의 곁을 떠날 수 없었다.


끼이익-


“..... 폐하, 조금이라도 쉬셔야 합니다. 벌써 해가 밝아오지 않았습니까.”


“......”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온 시녀장은 여왕에게 작게 속삭였다. 시녀장의 간곡한 목소리에도, 여왕은 듣기 싫다는 것처럼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마음을 시녀장이 모를 리는 없었으나, 며칠 째 잠은커녕 식사도 거르는 여왕을 이대로 둘 순 없었다. 궁의가 치료를 해야 한다며 여왕을 침실에서 내보낼 때조차, 그녀는 응접실에서 멍하게 앉은 채로 창밖을 볼 뿐 휴식을 취하지 않았다.


타악-


건강을 염려하는 말을 몇 마디 더 여왕에게 전했음에도 닿지 않자, 시녀장은 하는 수 없이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그녀가 침실과 연결된 응접실에 모습을 드러내자, 문 바로 옆에 서있던 궁의가 안절부절못한 표정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시녀장에게 질문했다.


“어찌 되셨습니까?”


가망이 없다는 듯이 시녀장이 고개를 젓자, 궁의는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이러다 큰일 나겠습니다.”


“상심이 크신지라,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으신 듯합니다.”


“황자님과 황녀님의 말씀도 소용없으신 듯하던데, 저희의 말도 그러하겠지요. 더 시간이 흐르기 전에 방법을 찾아내야 할 텐데..."


시녀장과 궁의의 대화를 들은 시종장은, 의견을 덧붙이며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썩 좋은 수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세 사람은 머리를 싸매며 고민했으나, 최악의 대안만이 나왔다.


“저어, 혹시 황태자 전하께서는...”


쉬잇-


“그 이상 말할 생각도 말게.”


“아무리 의료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으신다지만,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궁의의 입에서 케레스가 흘러나온 순간, 시녀장과 시종장 모두 조용히 하라는 듯 검지손가락을 입에 대었다. 이에 궁의는 실수했다는 생각에 서둘러 자신의 입을 막았지만, 어리둥절한 눈빛은 여전했다.


시녀장은 저러다 사고를 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는지, 그를 구석으로 데려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조언을 건넸다.


“자세한 건 말씀드릴 순 없지만, 황태자 전하께서는 이곳에 절대 오시지 않을 겁니다. 그 무엇도 궁금해하지 마시고, 그렇게만 알아두세요.”


시녀장의 설명에도 여전히 궁의는 의문이 풀리지 않았으나, 황궁에서 호기심만큼 독이 되는 것이 없기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시종장은 답답한 마음에 얼굴을 쓸었다.


‘페투스 공께서 공격당하신 지 3일이 지났건만. 황태자 전하께서는 얼굴 한 번 비추시기는커녕, 만찬을 여시다니...’


나름 케레스는 조용히 준비했다지만, 모두가 식욕을 잃은 마당에 황실 셰프가 바쁜 것은 이상한 풍경이었다. 오랜 기간 황실을 섬겨왔던 그는,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히 알았다.


‘혼란스러운 틈을 타, 스스로 왕관을 쓰시려는 게다.’


이에 관해 시녀장과 말해본 적은 없으나, 궁의에게 입단속을 시키는 것을 보니 그녀도 같은 의심을 품고 있는 듯했다. 몇십 년간 여왕을 함께 모셨던 두 사람은 숱한 위기를 극복해 왔지만, 이번만큼은 깜깜한 산속에 랜턴 하나 없이 버려진 기분이었다.


“... 크흠, 그럼 저는 이만 다른 궁의와 교대하고 오겠습니다. 오후에 다시 뵙죠.”


궁의는 두 사람의 기분이 가라앉은 것을 알아차렸으나, 사람을 달래는데 재능이 없기에 어쭙잖은 위로를 덧붙이는 대신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시녀장 또한 궁의가 이틀 밤을 새운 것이 기억났는지, 호들갑스럽게 그에게 어서 가서 쉬라고 권했다. 곁에 있던 시종장도 그간 궁의의 고생을 알기에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


벌컥-


두 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복도로 나가려던 궁의는, 순간 문 앞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을 보고 움찔하며 멈춰 섰다.


“화, 황자님...! 제국의 별을 뵙습니다.”


“미안하네, 내가 그대를 놀라게 했나 보군. 방금 도착한지라 시종에게 이를 전해 달라 하려던 참이었네.”


“아닙니다, 전하. 제가 부주의했습니다.”


마침 페투스 공의 병문안을 왔다가 우연찮게 궁의를 마주한 포르테는, 그에게 고생이 많다며 치하하고는 먼저 가보라며 옆으로 길을 터줬다.


“오늘부터 나도 병문안이 가능하다고 하기에 바로 왔네. 혹시 너무 성급했는가.”


궁의가 복도 끝에서 사라지고 나자, 포르테는 시종장에게 본론을 꺼냈다.


길버트 황자와 카린 황녀는 매일 페투스와 여왕의 상태를 확인하러 왔지만, 여왕의 손녀나 손자들에게는 병문안이 허락되지 않았다. 페투스의 상태가 워낙 안 좋았기 때문도 있었으나, 사실 여왕의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다만 언제까지고 황족들의 병문안을 이유 없이 막을 수 없기에, 타협점을 찾은 것이 오늘이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전하. 들어오십시오.”


시종장이 문을 좀 더 활짝 열자, 성큼 들어가려던 포르테는 무언가 기시감을 느끼고 뒤를 돌았다.


“황자님?”


갑자기 가만히 멈춰 선 포르테의 모습에 의아한 시종장은, 무슨 일인가 싶어 되물었다.


“아, 음. 별일 아닐세.”


문틀에서 복도 쪽을 잠시 쳐다보고 있던 포르테는, 신경 쓰지 말라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문을 다시 닫던 시종장은 혹시나 싶어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나, 특별한 점은 없었다.


‘잘 차려입은 정장과 정돈된 머리 스타일, 게다가 이 더위에 새까만 장갑까지... 어디서 많이 본 익숙한 뒤통수인데.’


응접실에 들어온 포르테는 시녀장에게 인사를 건네면서도, 방금 복도 끝에서 본 이에 대한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황족이나 궁인도 아니면서 제 집 드나들 듯이 황궁을 넘나 든다며, 그는 머릿속으로 투덜거렸다.


‘저 방향은 정원으로 향하는 길인데, 누굴 만나러 온 거지?’


황족을 만나러 왔음은 분명하지만, 대상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점쳐보던 포르테는 어느새 침실로 향하는 문 앞까지 도달했기에, 우선은 병문안에 집중하고자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관련 공지입니다. 24.07.18 9 0 -
공지 연재 주기 공지 24.03.28 16 0 -
13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6) 24.09.17 4 0 12쪽
13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5) 24.09.13 5 0 12쪽
13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4) 24.09.10 5 0 12쪽
12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3) 24.09.06 10 0 12쪽
12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2) 24.09.03 9 0 11쪽
12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1) 24.08.30 9 0 11쪽
12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0) 24.08.27 7 0 13쪽
12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9) 24.08.23 8 0 11쪽
12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8) 24.08.20 10 0 11쪽
12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7) 24.08.16 6 0 12쪽
12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6) 24.08.13 6 0 11쪽
12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5) 24.08.09 10 0 11쪽
12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4) 24.08.06 8 0 12쪽
11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3) 24.08.02 8 0 11쪽
11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2) 24.07.30 9 0 12쪽
11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1) 24.07.26 10 0 11쪽
11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0) 24.07.23 9 0 11쪽
11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9) 24.07.19 8 0 11쪽
11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8) 24.07.18 9 0 12쪽
11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7) 24.07.16 8 0 11쪽
11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6) 24.07.15 9 0 11쪽
»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5) 24.07.14 8 0 11쪽
11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4) 24.07.13 7 0 11쪽
10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3) 24.07.12 10 0 12쪽
10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 24.07.11 7 0 11쪽
10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 24.07.10 10 0 11쪽
10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8) 24.07.09 10 0 11쪽
105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7) 24.07.08 8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