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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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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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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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6)

DUMMY


저벅저벅-


포르테가 본 대로, 에드워드는 누군가를 만나고자 정원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황태자의 집무실 앞을 지키던 시종이, 약속을 잡은 것이 아니면 그를 만날 수 없다 했지만... 안으로 말을 전하지조차 않는 것을 보니 애초에 방에 없었나 보군.’


그의 행보를 추리하던 에드워드는, 예전과 달리 우울하고 조용한 황궁의 분위기로 인해 금방 단서를 찾았다. 유독 정원으로 많은 시종과 시녀들이 소란스럽게 움직이는 것을 본 것이다.


‘지고하신 황태자 전하께서는 이젠 야망을 숨길 생각조차 안 하시는군. 이제 자신을 막을 수 있는 자가 없다고 판단하시는 건가.’


정원의 입구에 도착해 바닥의 돌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던 에드워드는 문득 괴리감을 느꼈다. 선명한 햇빛과 푸르게 우거진 녹음. 이에 더해 수풀 사이로 들리는 웃음소리가, 이 황궁에서 정원만 따로 분리되어 다른 세상이 된 것만 같았다.


“베르트 공작, 훌륭한 계획이었네. 그대가 없었더라면 반역자를 잡아낼 수 없었겠지.”


‘.... 베르트?’


의외의 이름이 들려오자, 에드워드는 잠깐 멈칫했다. 황궁에서 그녀를 마주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으나, 오히려 그로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정신없는 상황에 반역자를 잡아내어, 추가적인 피해를 막은 그대도 고생했네, 고르텐 공작.”


“.... 과찬이십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대화에 더 귀를 기울여봤지만, 3명 외의 다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번 계획에 참여했던 자들끼리 성공을 축하하러 모인 것인가. 베르트는 당연히 이런 자리를 원했겠지만, 고르텐 공작이 참가한 것은 뜻밖이군.’


다만 세 사람의 대화는 어딘가 이상했다. 케레스와 베르트는 느긋하고 밝은 목소리로 많은 말들을 나눴으나, 고르텐은 단답형의 대답뿐이었고 이마저도 마지못해 하는 것 같았다.


‘흐음....’


세 사람의 애매한 맥락을 읽은 에드워드는, 전체적인 계획을 조금 수정했다. 에드워드에게 있어 고르텐은 명확히 선을 그어 판단하기 어려운 자였다. 그는 처음부터 이번 사건에 가담한 것은 아니나, 가장 핵심적인 일을 저지른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케레스의 편이라고 보기에는 이해가지 않는 행동들이 있어, 에드워드는 약간의 도박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대들의 충성심을 치하하기에 오늘 같이 좋은 날이 어디 있겠나. 황실을 지켜준 그대들 덕분에 제국이-”


“저를 빼고 이런 모임을 가지시다니 섭섭합니다, 황태자 전하.”


챙-


정원의 중심부에 도착한 에드워드는 케레스의 말을 끊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보고 케레스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자, 앞을 지키고 있던 기사들이 검을 꺼내며 에드워드의 앞을 막아섰다. 그는 검이 겨눠지는 상황에서도,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무표정으로 서있었다.


“.... 여기가 어디라고 발을 디디느냐!”


케레스의 불호령이 떨어졌으나, 에드워드는 느긋하게 만찬이 펼쳐진 정원을 눈에 담았다. 그가 방을 꾸며놓았던 취향이 어딜 가지 않았는지, 이 장소 또한 썩 멋들어지지 못했다. 게다가 곳곳에 조경을 해치는 장식들이 달려, 잘 꾸며진 꽃과 나무들이 꺾이거나 상해있었다.


“당장...!”


그의 꾸지람에도 에드워드가 반성은커녕 시선이 다른 곳에 향해 있자 케레스는 머리끝까지 화가 올랐다. 삿대질을 해가며 그는 에드워드를 내쫓으려 했으나, 이는 베르트의 손짓에 가볍게 막혔다.


“거기, 비켜 드리거라.”


베르트는 케레스와는 달리 평온한 표정으로, 기사들을 항해 부채를 까닥였다. 기사들은 황실의 명령이 아니기에 멈칫하면서도, 케레스가 아무 말이 없자 순순히 검을 거뒀다.


덕분에 에드워드는 더 이상 방해받는 일 없이 그들에게 향할 수 있었으나, 마치 곰이 있는 동굴에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이리 만나는 것은 두 번째군요, 소가주.”


“기억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공작님.”


겉으로는 가벼운 안부 인사 같았으나, 두 사람 사이에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 관계들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고르텐만이 당황해, 케레스와 에드워드를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다.


‘예전에 만났을 때는, 황태자 전하께서 내게 에드워드 소가주를 소개해줄 정도로 신뢰하지 않으셨나...?’


이전과 달라진 케레스의 태도에 고르텐은 느리게 눈을 깜박였다. 베르트가 상황을 정리했음에도, 케레스는 증오에 가까운 눈빛으로 에드워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 그래도 궁금하긴 했답니다.”


뒤이어 흘러나오는 날카로운 베르트의 목소리에, 고르텐은 그녀 또한 에드워드에게 좋은 감정이 없음을 알아챘다. 에드워드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그는, 어찌할 줄을 모르다 가만히 있는 것을 택했다.


“모든 기대가 무너졌을 때, 그대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는데... 아직도, 쓸데없는 희망을 쫓고 계실 줄이야. 아쉽군요.”


“공작님의 바람을 이루어드리지 못해 송구할 따름입니다.”


가시 돋친 말에 에드워드는 미안하다는 듯이 살짝 묵례하고는 미소까지 지으며 응수했다. 베르트는 조금 더 그의 속을 긁고 싶었으나, 짜증이 날 때까지 난 케레스가 흐름을 깨트렸다.


“여긴 왜 왔지?”


“제가 이번 반역 재판에서 ‘리비티’의 변호를 맡게 된 것을 다들 아실 겁니다.”


에드워드의 말에 케레스는 관심 없다는 듯, 시선을 돌리며 다리를 꼬았다. 그가 무슨 말을 하든 기울여 들을 것 같지 않은 태도였으나, 에드워드는 개의치 않아 했다.


“이에 따라 마땅히 황실의 가장 높은 ‘별’께, 제 포부를 밝히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필요 없다는 말을 꺼내려던 케레스는 ‘별’이라는 호칭에 다시금 짜증스럽게 인상을 찌푸렸다. 드디어 태양이 되고자 하는 케레스에게 이 명칭을 불쾌감을 일으킬 뿐이었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생각대로 케레스가 기분이 상한 듯 보이자, 여기서 기사들에게 끌려 나갈 각오로 마지막 말을 꺼냈다.


“탐정으로서 저는 이번 사건에 무고한 자가 없게 할 것이며, 진범을 철저히 밝혀낼 것입니다. 그러니... 만약 범인이 자수하고자 한다면, 지금이 그 적기겠군요.”


“..... 감히!”


에드워드가 오늘 이 정원에 발을 디딘 이유는, 지금과 같이 그들에게 선전포고를 하기 위함이었다. 이를 케레스틑 도발로 받아들인 모양이었으나, 역시나 베르트는 그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짝짝짝-


“훌륭한 생각이십니다, 소가주. 반역 재판에서는 사형이 결정되는 만큼, 범인과 무고한 이를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지요.”


연극이 끝난 뒤 치는 박수처럼, 그녀는 잘 봤다는 듯이 에드워드와 시선을 맞췄다.


“그러니 저는 이번 재판이 무척 기대가 됩니다. 변호를 맡은 이가 오히려 고발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없을 테니까요.”


그대로 감정을 표출하는 케레스와는 달리, 베르트는 말을 비꼬며 에드워드의 선언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공작님.”


자신을 놀리는 듯한 말투에도, 에드워드는 베르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단언했다.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에, 눈치가 없는 고르텐마저 목이 타는지 물을 마셨다.


“그럼, 즐거운 만찬이 되시길.”


할 말을 끝낸 에드워드는 인사를 남기고, 그대로 만찬장을 떠났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것만 같아, 세 사람은 맛깔스러운 음식을 앞에 두고도 아무도 포크를 움직이지 못했다.


“저 놈은 대체 왜 온 건가?!”


“전하, 꿍꿍이가 있어 보입니다. 마치 자신에게로 시선을 모아 두려는 것 같더군요.”


기행 같기도 했던 에드워드의 행동을, 그녀는 와인 한 모금을 마시며 설명했다. 그동안 본래의 모습을 숨겨왔던 것과 달리, 에드워드가 전면에 나선 뒤 다른 이들이 이 그림자에 숨어 어떤 계획을 실행하려는 것만 같았다.


“그동안 소가주를 가까이에 두셨지요. 두 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 모두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베르트의 질문에 케레스는 기억을 되짚어나가다, 문득 엥겔 백작저에서 일어났던 일을 기억해 내고 움찔했다. 사소한 그의 반응을 놓칠 리 없던 베르트는, 케레스가 에드워드에게 약점을 잡힌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속으로 혀를 찼다.


‘반역 혐의를 무산시킬 단서는 없겠지만, 다른 것들을 끌어와 황태자를 흔들지도 모른다. 나 또한 제로원을 앞세우면, 약간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겠지.’


이번 반역 재판의 증인과 증거는 모두 해결해 놨지만, 에드워드가 알고 있는 또 다른 비밀들이 재판장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두 번의 패배를 경험했던 베르트는, 완벽하게 틈이 없기를 바랐다.


“고르텐 공작, 만찬은 여기서 마무리하겠네.”


“.... 예, 전하.”


그녀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지자 케레스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은 앞으로의 일들을 논의하기 위해 집무실로 이동했으나, 고르텐은 심란한 마음 탓에 쉽게 만찬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뭘 하고 있는 게지.’


케레스의 초대에 하는 수 없이 응해 이곳에 왔으나, 음식은 모래를 삼키는 것 같았고 음료는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베르트처럼 치하하기 위해 불렀다기보다는 경고에 가까운 것임을 알았기에, 그는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만 싶었다.


‘자수라.....’


그토록 빠져나가고 싶었으나, 한 마디 나눠보지도 못한 에드워드가 오히려 그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에드워드는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케레스와 베르트만을 보았다. 스쳐 지나가듯이 자신과 눈이 마주칠 법도 하건만, 노골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에드워드 소가주. 그런다 한들, 뭐가 달라지겠나.’


고르텐은 홀로 생각을 곱씹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에드워드가 자수를 언급할 때, 그의 양심이 찔린 것은 사실이나 그뿐이었다. 덮어놓고 있어 봤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그는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판단도 하고 싶지 않았다.


끼이익-


자신의 처지를 되새긴 고르텐은 끝내 의자를 끌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시종 하나가 그를 안내하려는지 감시하려는지 곁에 다가왔다.


“.... 왜 그러는가?”


“아, 아닙니다.”


황궁 밖으로 향하는 동안 앞서 걸어가던 시종이 자꾸만 뒤를 돌아봐 고르텐과 눈이 수시로 마주쳤다. 한두 번은 우연이라 넘겼으나 이것이 지속되자, 고르텐은 이유를 물었으나 시종은 당황한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늘 거대한 산과 같으셨는데...’


그동안 고르텐의 안내를 맡을 때면, 공작이 가진 존재감에 시종은 항상 움츠러들곤 했다. 군사 장관 자리에 있던 자. 황태자의 스승. 황태자비의 아비 된 자. 이러한 호칭들이 고르텐을 둘러싸고 있었기에,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오늘은 그저 힘없는 노인처럼만 보여, 잘 따라오고 계신 건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시종이 계속 확인한 것이었다. 며칠 만에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 있는 건지 그는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당연히도 이 말을 꺼내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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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8) 24.08.20 9 0 11쪽
12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7) 24.08.16 6 0 12쪽
12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6) 24.08.13 6 0 11쪽
12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5) 24.08.09 9 0 11쪽
12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4) 24.08.06 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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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0) 24.07.23 8 0 11쪽
11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9) 24.07.19 8 0 11쪽
11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8) 24.07.18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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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 24.07.11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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