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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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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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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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8)

DUMMY



“탐정, 어떻게 호젠을 제치고 네가 왔냐니까? 레지스탕스 협회장들이 단체로 반발했을 텐데.”


리비티는 흥미롭다는 듯이 설명을 재촉했지만, 에드워드는 그녀의 기대와는 다른 말을 꺼냈다.


“내가 온 게 불만인가?”


“아니, 뭐 그렇다기보다는....”


평소의 그녀였다면 너스레를 떨었을 텐데, 리비티는 머리를 긁적이며 슬쩍 시선을 돌렸다. 짧은 대화였음에도 리비티의 속내를 간파한 에드워드는 낮게 중얼거렸다.


“호젠 앞에서는 속내를 잘 숨길 자신이 있지만, 내 앞에서는 안 될 테니까?”


“모른 척 넘어가주지, 그걸 또 짚어내고 그러시나~?”


정곡을 찌르는 말에 리비티는 민망하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호젠이 이곳에 방문하면, 리비티는 레지스탕스의 대표로서 냉정하게 입장을 전하려 했다. 이번 반역 재판에서 레지스탕스와 자신과의 관계성을 최대한 부정하고, 새로운 대표를 뽑으라는 의견을 말이다.


리비티는 자신을 살리겠다는 레지스탕스의 선택지를 아예 없애버릴 생각이었다.


“대표, 설마 포기했나?”


주어가 없는 말이었지만, 리비티는 에드워드가 한 질문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에드워드의 목소리는 어떠한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지만, 이대로는 대치가 계속될 건만 같아 리비티는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섰다.


“포기라니, 틀렸어. 이건 계획이 실패했을 때 당연히 마주하게 될 결과였지.”


자신의 처지를 상기시키듯 리비티가 손으로 철장을 쥐자, 그녀의 손목에 묶인 쇠사슬이 따라 올라가 철렁거리는 소리를 냈다.


“처음부터 네 말이 맞았어, 탐정. 내가 이끄는 레지스탕스로는 애초에 감당할 수가 없었던 자들이었던 거야.”


감옥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그녀는 몇 번이고 이번 일을 되짚어 봤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찾아보려 했지만, 원인을 잡아내기가 어려웠다. 뛰어난 직감조차 자신을 구해내지 못하는 막다른 길 앞에서, 리비티는 그제야 자신이 칼을 겨눴던 자가 어떤 이인지 실감했다.


“유렌가를 무너뜨리려 했던 것을 후회하진 않아. 소름 끼치긴 했지만, 두렵다는 마음도 없어. 다만... 내 역량은 여기까지였던 거야.”


강하면서도 비열한 적과 싸우면서, 정당하게 재판으로 이기려 했던 것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더 꼼꼼하게 상황을 체크하지 못했던 것이 잘못이었을까. 끝없는 고민 속에서 그녀는 자신을 탓했다.


“동료들이 죽었고, 레지스탕스는 반역 집단이 되었지. 적들은 상처 하나 없이 건재한데, 나는 이곳에 갇힌 데다가 반역자로 낙인까지 찍혔으니 사형당할 거야.”


스스로의 감정과 소망은 모두 배제한 채, 리비티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객관적으로 판단을 내렸다.


“그러니 남겨진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살길을 찾아야지.”


입꼬리를 올려 리비티는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에드워드가 이를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였을지 짐작이 가질 않았다.


‘어쩌면 감정적일 수밖에 없는 레지스탕스의 일원들보다.... 탐정을 대하기가 더 쉬울지도 모르겠어.’


잠시 침묵하는 에드워드를 보며, 리비티는 그가 설득되었다고 여겼다. 이성적인 에드워드라면 순순히 자신의 말을 따라줄 건만 같아 그녀가 안심한 순간, 그의 으르렁거리는 목소리가 착각을 일깨웠다.


터억-


“그렇게 생각하면 좀 편해지나?”


에드워드는 철장을 끌어당기듯이 세게 쥐며, 그녀와의 거리를 좁혔다.


“뭐?”


“네가 지금 하겠다는 행동이, 진정 책임을 지는 거라고 생각해?”


한 뼘 정도의 거리만이 남을 정도로 그와 가까워지자, 리비티는 모자의 그림자에 가려져있던 에드워드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는 얼굴을 심하게 구기고 있었는데, 말투는 비아냥거리기보다도 무언가를 따지는 것 같았다.


“그럼 뭘 할 수 있는데. 가능성 없는 이상에 사람들이 죽어나갈 것이 뻔한데, 그걸 계속 지켜보라고?”


“그래야지!”


감정에 동요되듯이 리비티 또한 왈칵 화를 냈으나, 에드워드는 그녀의 두려움을 끊어버리려는 듯이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가 비어있는 감옥 안에 부딪혀, 강조되듯이 몇 번이나 되돌아 울려 퍼졌다.


“아득바득 살아남아서, 약속들을 지켜내야 할 것 아냐.”


그의 외침에 맞붙어 현실을 꺼내려던 그녀는, ‘약속’이라는 말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에드워드의 목소리가 위협적이지 않았지만, 심장을 꿰뚫는 것 같았다.


“네게 맡겼던 희망을, 누가 대신해서 이뤄줄 수 있는데?”


리비티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녀보다 뛰어난 이들이 널려있음에도, 사람들은 리비티에게 기대했다. 배곯을 일이 없는 세상을. 위험하지 않은 삶을 말이다.


부족한 사람이란 것을 알면서도, 어쩌면 또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도, 그들은 기꺼이 리비티에게 소망을 품었다.


“리비티.”


익숙하던 ‘대표’라는 호칭이 아닌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제야 리비티는 수많은 바람들이 레지스탕스의 ‘대표’라는 자리에 부여된 것이 아닌, 자신을 향한 것임을 느꼈다.


“마지막 계단이 높아 벽처럼 보일 뿐이야. 이 앞에서 포기하려 들지 마.”


그의 말이 리비티로 하여금 일말의 빛을 보게 했으나, 이 와중에도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부정적인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모두가 죽고 자신이 혼자 남을 미래가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아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힘없이 한쪽 손을 떨어뜨리자, 또다시 쇠사슬이 철렁거리며 차가운 금속이 손목에 느껴졌다. 익숙한 감각에, 리비티는 예전 일이 떠올랐다.


‘그때도, 이랬던가.’


리비티는 이 감옥에 갇혀보는 것이 두 번째였다. 오르뷔 참사 때 귀족들만 챙기는 황실의 편파적인 행보에, 시위를 하다가 주모자로 잡혀온 적이 있었다. 지금보다도 어린 나이였고 감옥이라는 장소 자체가 주는 압박감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무서워하면서도 적어도 후회하지는 않았다.


‘나는 옳은 일을 했기에, 결과가 어떻든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했지. 끝에 괴로움과 고통만이 남아있을지라도....’


과거의 자신이 결심했던 것을 떠올린 리비티는 이를 악물었다. 여전히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으나, 동시에 투지가 끓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철컹-


“좋아, 탐정. 어디 해보자고.”


리비티는 철창 사이로 손을 뻗어, 에드워드의 멱살을 잡았다. 그 탓에 리비티의 쇠사슬과 철장이 크게 부딪여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엄청난 그녀의 힘에 에드워드가 철장 가까이 끌려오자, 이번에는 그가 리비티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볼 수 있었다.


“대신 단단히 각오해. 일이 해결될 때까지 부려먹어 줄 테니까.”


“누가 할 소릴...”


보란 듯이 씨익 웃음을 지은 그녀는, 에드워드의 대답을 듣자 다시 손에 힘을 풀었다.


“그럼 어디, 가져온 대책부터 들어볼까.”


맡겨놓은 것을 찾으러 온 듯한 그녀의 뻔뻔한 태도에도, 아까보다는 훨씬 보기 좋았기에 에드워드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계획을 펼쳐놓았다. 전반적인 내용을 들은 차분히 들은 리비티는, 그의 능력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쁘지 않아. 아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어. 다만, 이번엔 하나 더 생각해 보자고.”


곰곰이 상황을 내다보던 그녀는, 단번에 껄끄러운 부분을 발견해 냈다.


“반역 재판 때, 내가 겪었던 일이 또 생기면 안 되잖아.”


“.... 일리가 있군. 대비해 놓도록 하지.”


리비티의 날카로운 지적에, 에드워드는 이를 받아들였다. 과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두 사람은 일말의 가능성마저 모두 통제해 낼 생각이었다.


“흠, 이 정도면 되겠어. 변수가 생기면 네 판단에 따를게.”


의견 조율을 끝내자, 에드워드는 대략적으로 남은 시간을 가늠했다. 대략 몇 분정도의 여유가 있는 것 같기에, 그는 단순한 질문을 던졌다.


“... 지내면서 답답한 점은 없나?”


“특별히 불편한 건 없.... 아, 날씨가 더워서 그런가, 주스가 가끔 생각나더라. 탐정 너도 마셔봤을 걸? 왜 그때 파티에서 데릭이 건네준 것 말이야. 그거 쿠닐의 가게에서 가져온 싱싱한 생과일로 만든-”


“참, 그러고 보니 파티 때 말했던 비장의 한 수는 뭐야?”


리비티의 말에 따라 의식이 흘러가던 에드워드는, 문득 그녀가 언급했던 ‘숨겨놨던 비장의 수’를 기억해 냈다.


“아, 그거..... 지금은 별로 쓸모 있는 내용은 아닌데.”


궁금하단 듯이 에드워드가 눈짓으로 재촉하자, 리비티는 순순히 그에게 털어놓았다.


“재판 전에, 여왕 폐하께 편지를 받았어.”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 튀어나오자, 에드워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레지스탕스를 가장 적대적으로 여길 여왕이, 리비티에게 연락을 취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진위 여부는 확실해. 인장이 찍혀있었고, 납득할 수밖에 없는 방법으로 전해져 왔거든.”


리비티는 자신도 믿기지 않아 몇 번이고 확인해 봤다며, 위조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 안에 내용은?”


“명백한 증거와 증인으로 황태자와 유렌가의 범죄를 밝혀낼 수 있다면, 자신을 포함한 황족들은 사감 없이 공정하게 재판을 판단할 것이다.”


즉, 황태자의 편을 들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이 편지대로라면, 만약 에드워드가 케레스로부터 수도 출입 명부와 출입증에 대한 자료를 얻지 못해, 귀족들의 표가 다소 떨어져 나갈지라도 괜찮았다. 황실의 표가 애초부터 레지스탕스를 지지했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리비티가 파티를 열만 했군. 자만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있었던 거야.’


예상치 못한 정보에 에드워드는 조금씩 생각이 뻗어나갔다. 퍼즐이 맞춰져 가며 제 모습을 찾아가듯이, 그의 직감 아래에 토대가 쌓이는 기분이었다.


“뭐, 이제 와서는 다 의미가 없지만. 여왕 폐하께서 충격이 크신지라, 정무를 보는 것조차 어려워하신다며.”


이번 사건은 당연히 그녀가 저지른 일이 아니었지만, 리비티는 마음이 복잡했다. 애초에 자신이 유렌가의 술수에 넘어가지 않았더라면,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인 것만 같아 죄책감이 남아있었다.


“아니, 폐하께서는 이번 재판에 참석하실 거야.”


뜻 모를 대답에 리비티가 에드워드를 쳐다봤으나, 그는 생각에 잠겨 더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다.


“너만 알고 있지 말고, 나도 좀 공유해 주면 어디 덧나냐?”


판단에 따르겠다고 말한 때가 얼마 지나지 않았건만, 에드워드의 태도에 리비티는 불쑥 호기심이 올라왔다. 아직은 가능성의 영역이었으나 에드워드가 상황을 설명해 주려는 찰나, 묵직한 소리가 두 사람을 갈랐다.


쿵쿵-


문 쪽에서 감독관이 보낸, 시간이 다 되었다는 신호였다. 하는 수 없이 리비티는 가보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고, 에드워드 또한 재판장에서 보자는 말을 남기며 철장에서 손을 거뒀다.


꾸욱-


복도를 걸어 나가던 에드워드는 몇 번이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철장의 냉기가 손 끝에 옮겨 붙은 것만 같았다. 연상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샬럿을 마지막으로 보았던 때와 지금이 슬며시 겹쳐지려고 하는 것만 같았다.


‘절대 미래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야.’


문을 나가기 직전, 에드워드는 뒤를 돌았다. 이미 한참을 걸어와 리비티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가 예의 그 얄미운 웃음을 짓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 에드워드는, 불안감을 가라앉힌 채 문턱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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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5) 24.09.13 5 0 12쪽
13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4) 24.09.10 5 0 12쪽
12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3) 24.09.06 10 0 12쪽
12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2) 24.09.03 9 0 11쪽
12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1) 24.08.30 9 0 11쪽
12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0) 24.08.27 7 0 13쪽
12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9) 24.08.23 8 0 11쪽
12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8) 24.08.20 10 0 11쪽
12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7) 24.08.16 6 0 12쪽
12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6) 24.08.13 6 0 11쪽
12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5) 24.08.09 9 0 11쪽
12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4) 24.08.06 8 0 12쪽
11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3) 24.08.02 7 0 11쪽
11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2) 24.07.30 9 0 12쪽
11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1) 24.07.26 9 0 11쪽
11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0) 24.07.23 9 0 11쪽
11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9) 24.07.19 8 0 11쪽
»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8) 24.07.18 9 0 12쪽
11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7) 24.07.16 8 0 11쪽
11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6) 24.07.15 9 0 11쪽
11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5) 24.07.14 7 0 11쪽
11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4) 24.07.13 7 0 11쪽
10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3) 24.07.12 10 0 12쪽
10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 24.07.11 7 0 11쪽
10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 24.07.10 10 0 11쪽
10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8) 24.07.09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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