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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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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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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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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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9)

DUMMY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은 뒤, 아래에서 7번째 줄 벽돌을 누르면...”


쿠쿠궁-


정답을 맞혔다는 듯이, 지하 수로의 벽이 소리를 내며 위아래로 갈라졌다. 이내 뿌연 먼지까지 가라앉고 나자, 성인 두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법한 통로가 드러났다. 쪽지에 따르면, 이 길이 유렌가의 저택과 바로 이어져 있는 비밀 루트였다.


“휴, 머리 아파라.”


안쪽의 계단을 노려보며 클로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탐정의 조수라지만 그녀는 퍼즐을 맞추고, 숫자를 따지는 일에 영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차라리 벽을 부수면 부쉈지, 특히나 이런 암호들은 질색이었다.


저벅저벅-


혹시 몰라 로브와 가면을 한번 더 꼼꼼히 확인한 그녀는, 끝없는 계단을 올라갔다. 마치 탑처럼 되어있는 나선형의 공간을 지나자, 갈림길부터 함정까지 주의해야 할 곳이 많았으나 쪽지의 친절한 설명 덕에 헤매지는 않았다.


‘.... 정말 의외야. 역시 사람은 한 부분만으로는 알 수 없다더니.’


반듯이 적힌 글씨체를 보며, 클로이는 에드워드가 해줬던 설명을 떠올렸다.


‘사실 나도 그를 직접 만나본 건 이번이 처음이야. 회귀 전에는 운이 따라주질 못했어.’


샬럿의 재판 당시, 에드워드는 그때도 똑같은 방식의 편지를 받았었다. 중요한 정보가 될 것이라 직감이 든 그는, 기꺼이 약속장소에 나갔으나 조력자를 만날 수 없었다.


그날 밤 에드워드가 목격한 것은, 한 남성의 싸늘한 시체뿐이었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로 유명했던 티시포네가 굳이 시체를 둔 건, 내게 남긴 경고였지.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유렌가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조롱이나 다름없었어.’


조력자에 대한 기억을 털어놓은 에드워드는 클로이에게 당부했다. 계획의 성공보다도 유렌가에게 들키지 않는 것을 우선시해 달라고 말이다.


‘에드, 괴로워 보였지.’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에드워드는 국서가 중태에 빠졌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듯했다. 미래를 알고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에드워드를 옥죄고 있는 건지, 그는 황궁을 바라보며 자주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클로이는 그 짐을 절대로 더해주지 않겠다며, 보다 더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드디어 마지막 문...’


계단의 끝에 도달한 클로이는 고풍스러운 나무로 된 문을 마주했다. 그녀가 이리저리 주변을 확인하자, 바닥과 문이 닿아있는 틈새로 하얀색 종이 하나가 끼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표시가 지금 접선이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했지. 타이밍이 딱 맞았네.’


쪽지의 마지막 설명을 읽은 그녀는, 너무 긴장하지 않기 위해 숨을 한 번 내쉬고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똑똑-하는 작은 소리가 울려 퍼지자, 약간의 침묵 끝에 문 건너편에 인기척이 났다.


끼이익-


천천히 문이 안쪽으로 열리자, 클로이는 조심스럽게 그 사이로 발을 디뎠다. 통로 안은 최소한의 불빛만 있었던 탓에 연결된 공간은 환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다지 분위기가 다르지 않았다.


방안의 벽과 바닥은 온통 검은색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가구들 또한 채도가 낮은 데다가 커튼까지 쳐 있어 어두컴컴했다. 그뿐일까 오래된 것 같은 장식품까지 곳곳에 걸려있어, 전반적으로 으스스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나마 몇 개의 책들과 서류들이, 이 장소가 집무실로서 사용되는 공간임을 인식시켜 주었다.


“.... 오셨습니까.”


갑자기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녀는 퍼뜩 고개를 돌렸다. 나무랄 곳이 없는 자세와 목소리, 주름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단정한 옷차림과 반짝이는 구두까지. 클로이의 눈앞에 가히 완벽하다고 평가받는 유렌가의 집사가 서 있었다.


“렌텐에서 돌아왔습니다.”


의미를 알지는 못하나 클로이는 서로 정해두었던 암호를 말했고, 약간 날이 서있던 그의 분위기가 살짝 누그러졌다.


“.....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집사는 어서 안으로 들어오라 손짓했고 이에 클로이가 문 옆으로 비켜서자,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저절로 문이 움직였다.


“이 통로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도피용으로 만들어진 터라, 하루에 한 번, 몇십 초 정도만 열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돌아가실 때는 다른 방법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문이 닫히자 집사는 옆에 있던 책장을 옮겨, 감쪽같이 입구를 숨겼다. 위치가 제대로 맞아떨어졌는지, 흔적이 남지는 않았는지, 집사는 몇 번이나 더 확인한 끝에 장갑을 벗으며 돌아섰다.


완벽히 마무리한 뒤에도 그는 잠시도 쉬지 않고 몸을 움직여, 건너편 벽에 숨겨진 금고를 열더니 큰 가방을 꺼내왔다.


“받으십시오, 이 안에 말씀드렸던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클로이에게 가방을 넘겼고, 무게가 그렇게 무겁지 않았으나 그만큼의 책임감이 그녀에게 더해졌다. 결연한 클로이의 눈빛에 집사는 한결 표정이 부드러워지며, 집무실 모서리에 위치한 카트 쪽으로 다가갔다.


“우선은 이 시녀 옷으로 갈아입으시고, 가방은 카트 안쪽에 두십시오. 대부분은 신경을 쓰지 않을 테지만, 만약 누구냐고 묻는 자가 있다면-”


히이잉-


상황을 설명하려던 집사는 말 울음소리가 밖에서 나자, 그대로 동작을 멈췄다. 급히 커튼을 걷고 창밖을 내다본 그는, 마차가 한 대가 정문 앞에 멈춰서 있음을 보았다. 분명히 몇 십분 전에 출발했던, 베르트가 탄 마차였다.


“....! 대체 왜.... 오늘 분명 기차를 타고 황궁으로 돌아가신다고 하셨는데.”


집사는 당황하는 것을 넘어 사색이 되었으나, 그럼에도 사태를 수습하려 방 안 곳곳을 둘러보았다. 이러한 그의 시선에, 검은색 천으로 덮어진 카트가 다시금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가주께서 돌아오신 터라, 무언가를 해볼 시간이 없군요. 최대한 집무실로 들어오시지 않도록 해보겠으니, 우선은 이 카트 안에 숨어계십시오.”


클로이가 대답할 틈도 없이, 집사는 그대로 집무실 문을 닫고 나갔다. 홀로 남은 그녀는 집사의 당부대로 카트의 검은색 천을 걷었고, 안에는 비싼 찻잎이 담긴 3개의 틴케이스가 있었다.


어찌해야 되나 잠시 고민한 클로이는 카트에 몸을 구겨 넣고, 네모난 가방과 함께 틴케이스를 잔뜩 껴안았다. 웅크린 채 귀를 기울이고 있던 그녀는, 누군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벌컥-


“제 주인을 닮아 건방진 것들 같으니라고...”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집무실을 채우자, 클로이는 최대한 기척을 줄이며 사람들의 수를 셌다. 시종과 시녀들, 티시포네와 유렌가의 기사단, 마지막으로 집사와 베르트까지 10명 정도 되는 이들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온 듯했다.


베르트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정해진 자신들의 위치로 이동했고, 클로이가 숨어있는 카트 앞으로도 두 명의 시종이 이동해 서있었다.


“아무리 황명이라 한들, 직접 유렌가의 저택으로 왔어야지. 오늘 명령을 받아 급하게 내려온 탓에, 엇갈릴 것 같아 역에서 기다렸다?”


베르트는 답지 않게 화를 터트리고 있었는데, 듣자 하니 수도로 가기 위해 열차를 타러 갔다가 그 앞에서 황실 기사단을 마주친 모양이었다. 그들은 베르트에게 황태자의 명령을 전했고, 그녀는 이를 이행하기 위해 하는 수 없이 저택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고작 사치품 따위에 내가 두 번 걸음 하게 만들어?”


황태자가 요구한 것은 허울에 가까운 자료와, 산이 많은 유렌가의 특산품인 숙성된 과일주였다.


“며칠 - 비운 - 이렇게나 빨리 -.... -체 하나는 -받았군.”


아까까지만 해도 베르트가 소리치는 통에 문장이 정확히 들렸으나, 이번에는 중얼거리는지 클로이가 잘 들을 수 없었다. 귀를 쫑긋 세운 채 소리에 집중하던 그녀는 갑자기 느껴지는 인기척에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어, 어? 가.... 갑자기 왜...!’


클로이는 검은색 천 때문에 보지 못했으나, 베르트는 목이 말랐는지 차를 가져오라 손짓했고 시종들이 움직였다. 이로 인해 두 명의 시종들이 카트에 가까이 다가왔고, 그들은 카트 위에서 능숙하게 티팟과 찻잔을 다뤘다.


“슈닐, 그거 말고. 밑에 장미차로 해.”


오른쪽에 있는 시종의 작은 중얼거림이 들려온 순간, 클로이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뒤이어 검은색 천 너머로 슈닐이라고 불린 시종의 손이 다가오자, 그녀는 짧은 순간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스윽-


이윽고 클로이는 갈색 머리의 소년과 눈이 마주쳤다.


“....!”


슈닐은 카트의 천을 완전히 걷지 않고 스스로 몸을 숙여 들어왔는데, 클로이를 보고 놀란 듯 눈을 깜박였으나 그뿐이었다. 소리를 지르거나 버둥거리지도 않은 채, 소년은 그저 굳어 있었다.


“뭐 해?”


재촉하는 다른 시종의 목소리에 슈닐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클로이가 품에 안고 있는 틴케이스 중 가장 끝에 것을 가리켰다. 그녀가 얼떨떨한 얼굴로 틴케이스를 건네주자, 소년은 그걸 집어 들고는 천 밖으로 일어섰다.


“죄송해요, 갑자기 눈에 뭐가 들어간 것 같아서....”


다른 시종은 슈닐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재빠르게 차를 우려냈다. 장미향이 곳곳에 퍼지며 충분히 색이 나자, 집사가 직접 와서 그 차를 가져가며 지시를 내렸다.


“론, 가서 술을 가져오너라. 슈닐, 너는 카트를 가지고 나가서 정리하고.”


그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시종들은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론은 조용히 밖으로 걸어 나갔고, 슈닐은 훨씬 무거워진 카트의 무게에도 티를 내지 않으며 문 밖으로 향했다. 숨어있던 클로이는 방금의 상황이, 집사의 어떤 계획 아래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드르륵-


부드럽게 밀린 카트와 함께 슈닐은 무사히 집무실 밖으로 빠져나갔고, 탁-하는 소리 끝에 문이 닫히자 클로이는 이제야 숨을 내쉬었다.


“제가 신호드릴 때까지는, 나오시면 안 돼요.”


한참 동안 카트를 끌고 움직이던 슈닐은, 사람이 없는 곳에서 작게 중얼거렸다.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지만, 소년은 오히려 안심이 되는지 카트를 미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 조용하네.’


혹여나 틴케이스가 떨어질까 꼭 안고 있던 클로이는, 저택 안을 돌아다니는 동안 사람들의 말소리가 거의 들려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분명 발걸음 소리는 수없이 들렸으나, 가벼운 사담은커녕 흔한 인사말조차 서로 나누는 법이 없었다.


“어라? 거기, 슈닐이냐?”


“.... 안녕하세요.”


슈닐과 클로이가 1층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 복도 끝에서 소년을 불러 세웠다. 천에 가려 바깥이 보이지 않았음에도, 그녀는 본능적으로 이들이 티시포네임을 깨달았다. 어째서인지 그들은 점점 더 가까이 슈닐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왜 티시포네가 평범한 시종에게 아는 척 말을 걸지?’


티시포네는 나름대로 유렌가의 저택 안에서 인정받는 존재였기에, 시종과 시녀들과는 다른 대우를 받았다. 게다가 단 한 문장이었음에도, 그들의 껄렁한 말투가 클로이는 마음에 걸렸다. 꺼림칙한 기분이 든 그녀는 살기를 낮추면서도, 허리춤에 매어둔 칼 위에 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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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4) 24.09.10 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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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1) 24.08.30 9 0 11쪽
12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0) 24.08.27 6 0 13쪽
12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9) 24.08.23 7 0 11쪽
12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8) 24.08.20 9 0 11쪽
12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7) 24.08.16 6 0 12쪽
12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6) 24.08.13 6 0 11쪽
12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5) 24.08.09 9 0 11쪽
12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4) 24.08.06 7 0 12쪽
11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3) 24.08.02 7 0 11쪽
11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2) 24.07.30 8 0 12쪽
11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1) 24.07.26 9 0 11쪽
11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0) 24.07.23 8 0 11쪽
»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9) 24.07.19 8 0 11쪽
11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8) 24.07.18 8 0 12쪽
11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7) 24.07.16 8 0 11쪽
11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6) 24.07.15 8 0 11쪽
11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5) 24.07.14 7 0 11쪽
11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4) 24.07.13 7 0 11쪽
10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3) 24.07.12 10 0 12쪽
10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 24.07.11 7 0 11쪽
10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 24.07.10 10 0 11쪽
10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8) 24.07.09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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