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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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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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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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2)

DUMMY




다그닥다그닥-


제국의 수도는 오늘따라 짙은 안개로 인해 우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짹짹거리던 참새들은 전부 어딜 갔는지 불길하게 까마귀가 울어댔고, 사람들은 수다를 떠는 대신 건물 안으로 서둘러 들어가길 택했다.


텅 비어버린 길가에서는 말발굽 소리만이 계속해서 울려 퍼졌는데, 이는 황성에서 열리는 반역 재판 때문이었다.


끼익-


검은색으로 된 마차가 황실의 정문을 통과해 멈춰 서자, 50m 이상 떨어져 있는 사람들까지 행동을 멈추고 주목했다. 이내 유렌 가문의 문양이 선명하게 박혀 있는 마차의 문이 열렸고, 어두운 색의 드레스를 입은 베르트가 천천히 에스코트를 받으며 내려왔다.


“안녕하십니까, 공작님. 안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바짝 긴장한 황실의 기사가 그녀를 안쪽으로 인도하자, 베르트는 우아한 자세로 그를 따라갔다.


황궁은 고요하고 차가웠으며, 여름철이라 화려한 꽃들로 가득해야 할 화단은 덩그러니 줄기만 남아 단조로웠다. 엄숙하다 못해 숨이 턱턱 막히는 공기가 느껴졌으나, 그녀는 이것이 퍽 마음에 들었다.


“아. 그냥 꼬마 아이라니까요! 왜 이렇게까지....”


“죄송하지만, 얼굴을 확인하지 못하면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조용함을 만끽하며 걸어가던 베르트는, 멀리서 들린 소란에 눈동자를 굴렸다. 이번 반역 재판에서는 황실 재판과 달리, 일반적인 사람들은 들어올 수 없었다.


귀족과 황실은 당연히 권한이 주어졌지만, 지식인층의 경우 특정 위치에 오른 이들만 허가가 내려졌다. 이마저도 철저한 검문을 통과해야만 했기에, 이로 인해 실랑이가 벌어진 듯했다. 다만 유독 베르트의 시선을 끈 것은, 소동을 일으킨 이의 얼굴이었다.


‘저 자는, 에드워드 경의 조수 아니던가? 그렇다면 옆에 있는 건....’


클로이는 혼자가 아니라 망토를 두른 아이와 함께였는데, 딱 제로원을 떠올리게 하는 키였다. 이것이 무척 신경에 거슬려, 베르트는 눈을 가늘게 떴다.


“.... 공작님?”


그녀가 잠시 걸음을 멈추자, 앞서가던 기사가 의아했는지 뒤를 돌아봤다. 그의 부름에 베르트는 클로이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금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저조해진 기분까지 숨기지는 않았기에, 이를 알아챈 기사는 자신이 뭘 잘못했나 싶어 식은땀을 흘렸다.


‘역시나 제 주제를 모르고 포기하지 않은 게지. 끝까지 내 발목을 붙잡아 보겠다고 애를 쓰는구나.’


클로이가 제로원을 데려왔다는 것은, 반역재판에서 어떻게든 인체실험을 들먹여보겠다는 뜻과 같았다. 부담이 될 만한 일이긴 했으나 예측하지 못했던 사항은 아니기에, 베르트는 해볼 테면 해보란 듯이 부채를 살며시 쥐며 황궁 안으로 들어갔다.


또각또각-


케레스 때문에 하도 황궁을 들락거렸던 그녀는, 사실 기사의 안내가 없이도 길을 훤히 알았다.


‘알현실에서 진행된다고 했던가, 나쁘지 않은 선택이네.’


여왕이 없는 빈자리에 케레스가 앉는 모습은, 어떠한 상징처럼 사람들에게 암시를 줄 수 있었다. 스스로의 위신을 챙기는 일에는 케레스가 누구보다 똑똑하다며, 베르트는 속으로 빈정거렸다.


“베르트 공작, 안녕하십니까.”


“참으로 오래간만입니다, 더글라스 공작.”


알현실까지 도달하는 내내, 베르트는 수많은 귀족들을 마주치며 인사를 받았다. 다만 급이 맞는 이들이 없기에 그녀는 눈인사조차 하지 않으며 무시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이대로 베르트는 알현실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복도에서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이를 마주했다. 베리마테 공작가의 가주인 더글라스였다.


“이리 먼저 인사를 건네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저를 싫어하시는 줄로만 알았는데....”


부채를 펴든 베르트가 눈을 아래로 깔며 말끝을 흐리자, 더글라스는 당황하며 그녀에게 변명했다.


“어찌 제가 공작께 안 좋은 감정이 있겠습니까.”


“더글라스 공작, 그렇다면 저번 귀족회에서 벌어진 일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으신가 보군요.”


황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세 공작 가문에서 귀족회를 움직여 성명문을 냈던 것을 베르트는 날카롭게 꼬집었다. 그녀를 마주치자마자 이런 말을 들을 줄 몰랐는지, 더글라스는 바로 입을 열지 못했다.


“공작께서는 순진하시니, 다른 이들의 말에 휘말리신 것 아니겠습니까?”


침묵하던 더글라스에게, 베르트는 자비를 베풀 듯 핑계를 내세워주었다. 더글라스가 마음에 들어 그랬다기보다는, 은근히 자신의 편이 되라는 종용에 가까웠다.


그녀는 이런 방식으로 세 공작가문이 서로를 탓하게 만들어 와해시킬 생각이었다.


“.... 베르트 공작, 일련의 일들은 제 의지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화가 나셨다면, 기꺼이 말씀해 주십시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이 주도한 것처럼 보일 수 있음에도, 더글라스는 호락호락하게 베르트의 뜻대로 움직여주질 않았다.


‘이번 사건 탓에 흐지부지되긴 했지만, 유렌 가문과 황태자 전하께서 결탁하셨던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글라스는 베르트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자신이 잘못한 것 하나 없다는 듯이 사과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의 행태에 짜증이 난 베르트는 매섭게 쏘아보면서도, 별 다른 말을 덧붙이지 못한 채 알현실로 먼저 들어갔다.


팽팽했던 긴장감이 풀어지자, 더글라스는 턱을 쓸었다.


‘최근 반역 재판을 돕는다는 핑계로, 황실에 자주 드나들었다지. 황태자 전하께서도 유렌 가문을 총애하시는 것을 숨길 생각이 없는 듯하시고..... 답답하군.’


그는 복잡한 마음을 표정에 드러내지 않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제국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산적해 있긴 했어도, 오늘은 재판에 집중해야만 할 때였다.


끼이익-


더글라스가 문 앞에 도달하자, 옆에 서있던 황실 기사단이 눈치껏 문을 열어주었다.


알현실 안은 원래도 위엄이 넘치는 공간이었으나, 재판을 치르기 위해 공간이 약간 변형되어 더욱 무게감을 가졌다. 게다가 황실 재판 때의 일을 방지하고자 곳곳에 기사단이 배치되었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삼엄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흐음, 내가 조금 늦은 건가.’


반역 재판이 시작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있었으나, 대부분의 이들이 이미 자리에 앉아있었다. 변호사석과 증인석도 입장이 이미 끝났는지, 장내의 분위기가 조용했다. 배정된 자리로 이동한 더글라스는, 천천히 내부를 훑어보았다.


‘..... 역시,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던 건 아니었어. 과거 내 친우였던 에드워드가 맞군.’


변호사석을 물끄러미 보던 더글라스는, 호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에드워드를 발견했다.


어린 시절에는 제법 에드워드와 친했으나, 오르뷔 참사를 기점으로 그는 에드워드와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다. 몇 번인가 후작가로 편지를 보내도, 현재 저택에 에드워드가 없다는 답장만을 받아왔다.


‘그 뒤로는 바쁜 탓에 완전히 잊고 지냈는데.... 꽤나 굴곡진 삶을 살았던 모양이야.’


반역자에 대한 신문기사에서 ‘에드워드’란 이름을 발견하고 얼마나 놀랐던지, 더글라스는 이 자가 자신의 친우가 맞는지 몇 번이나 더 확인했다. 오래간만에 본 에드워드는, 어릴 때 모습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지만 특유의 분위기만큼은 여전했다.


“황태자 전하께서 드십시다!”


상념에 잠겨있던 더글라스는 기사단의 외침에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왕이 국서의 중태로 인해 상심에 빠졌다는 것이 진실인지, 황족들이 모두 들어온 끝에 마지막으로 입장한 것은 케레스였다.


그는 알현실 중앙을 큰 보폭으로 걸어가더니, 가장 높이 마련된 화려한 의자 앞에 멈춰 섰다. 설마, 하는 사람들의 눈초리와는 달리, 케레스는 감격에 젖은 사람처럼 잠시 동안 그 의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쯧.... 가관이군.’


고개를 숙인 채 곁눈질로 이를 본 더글라스는 속으로 혀를 찼다. 케레스의 거만함은 늘 알고 있었으나, 요즘 들어 자신이 황제가 될 것이라는 확신에 찼는지 도를 넘어가고 있었다.


감상을 끝낸 케레스가 의자에 앉으려는 찰나, 약간 당황한 듯한 기사의 목소리가 다시금 울려 퍼졌다.


“여, 여왕 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함께, 여왕은 천천히 알현실의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확실히 이전처럼 건강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위엄과 권위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걸음이 끝을 향해 갈수록, 케레스의 표정은 확연히 구겨졌다.


“... 모두, 착석하게.”


그다지 큰 목소리는 아니었으나, 여왕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이는 없었다. 일사불란하게 사람들은 자리에 앉았고, 심지어는 케레스마저 주춤거리다 여왕의 밑쪽에 마련된 의자에 자리했다.


“재판을 시작하도록.”


나지막이 여왕이 개정을 선포하자, 재판장이 봉을 두드렸다. 사실상 반역 재판은 모든 권한을 황실, 즉 여왕이 쥐고 있었기에 재판장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며 진행을 담당했다. 그는 명확한 발음으로 재판에 대해 간결하게 설명한 뒤, 용의자를 들어오게 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절그럭-


재판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알현실 중앙의 문이 열리더니, 쇠사슬을 찬 리비티가 기사들과 함께 드러났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걸음을 옮길 때마다 고리들이 부딪쳐 쇳소리가 퍼져나갔다.


누군가 야유를 퍼붓거나 웅성거릴만한 상황이었으나, 장내는 조용했다. 귀족들은 품위를 유지하고자 침묵했고, 지식인층은 처참한 리비티의 모습에 울컥하는 감정을 다스리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흠, 이건 또 평생을 걸쳐서 경험해 볼 수 없는 일이겠어.’


상당한 압박감을 받는 것은 물론 치욕스러운 순간이었으나, 정작 리비티는 쇠사슬이 좀 거추장스럽다고 느낄 뿐 별 생각이 없었다. 사람들의 주목은 예전에도 많이 받아 본 지라 익숙했고, 비난 한 마디 존재하지 않는 조용한 풍경이 오히려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것 같기도 했다.


터벅터벅 걸어 나간 끝에 중앙에 도달한 리비티는, 당당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죄를 지은 자라고는 볼 수 없는 자세에, 몇몇은 뻔뻔하다 평가했고 다른 몇몇은 무고하다 판단했다.


“용의자로 지목된 리비티. 페투스 공의 시해 시도 및 반역 행위를 인정하는가?”


재판장이 리비티를 향해 질문하자, 그녀는 조금 더 턱을 높게 들어 여왕을 바라봤다. 피곤하다 못해 지친듯한 여왕의 표정에서는, 그 무엇도 읽어 내리기 어려웠다. 다만 리비티는 여왕이 이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이뤄졌음을 알고 있었다.


‘어디, 탐정이 뭘 준비해 왔는지 한 번 볼까.’


리비티는 이곳에 모인 사람들 중 7할은 이미 자신을 범인이라고 단정 지었을 것이며, 2할은 반신반의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확률적으로도, 눈앞의 마주한 분위기로도 가망이 없어 보였지만, 그녀는 에드워드가 이를 어떻게 뒤집을지 기대가 되었다.


“인정할 수 없습니다. 맹세하건대, 저는 반역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범죄를 부정하자, 알현실이 작게 술렁거렸다. 이 파문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리비티는 작게 몸을 돌려 에드워드를 바라보았다. 그는 언제나처럼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리비티와 눈이 마주치자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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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3) 24.09.06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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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1) 24.08.30 9 0 11쪽
12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0) 24.08.27 6 0 13쪽
12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9) 24.08.23 8 0 11쪽
12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8) 24.08.20 9 0 11쪽
12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7) 24.08.16 6 0 12쪽
12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6) 24.08.13 6 0 11쪽
12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5) 24.08.09 9 0 11쪽
12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4) 24.08.06 8 0 12쪽
11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3) 24.08.02 7 0 11쪽
»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2) 24.07.30 9 0 12쪽
11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1) 24.07.26 9 0 11쪽
11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0) 24.07.23 9 0 11쪽
11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9) 24.07.19 8 0 11쪽
11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8) 24.07.18 8 0 12쪽
11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7) 24.07.16 8 0 11쪽
11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6) 24.07.15 9 0 11쪽
11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5) 24.07.14 7 0 11쪽
11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4) 24.07.13 7 0 11쪽
10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3) 24.07.12 10 0 12쪽
10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 24.07.11 7 0 11쪽
10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 24.07.10 10 0 11쪽
10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8) 24.07.09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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