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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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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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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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3)

DUMMY




“네 죄를 목격한 증인이 차고 넘치는데, 뻔뻔스럽기도 하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거짓말을 늘여놓느냐!”


술렁거리던 분위기는 케레스의 일갈에 단숨에 정리되었다. 대외적으로 그는 아버지의 총상을 목격한 아들이었기에, 사람들은 그의 분노에 공감하며 침묵했다. 에드워드를 비롯한 진실을 알고 있는 자들만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속으로 삼킬 뿐이었다.


“증인, 모두 나와서 당시 상황을 설명해 보거라!”


재판장이 진행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케레스는 멋대로 명령을 내렸다. 증인들은 당시 재판 때 문 앞에서 리비티와 대치했던 기사들과 고르텐이었는데, 케레스의 말에 따라 증언을 시작했다.


“재판 때 수상한 자라 판단이 들어, 저희는 신원을 밝힐 것을 요구했습니다.”


“가까이 다가간 순간 저 자가 기사를 위협했고, 이로 인해 재판장 앞에서 대치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하얀 연기가 앞을 가렸고, 저희는 위험을 무릅쓰고 포위망을 좁혔습니다.”


“그러나 몇 걸음 남지 않았을 때 굉음이 들려왔고, 저 자의 손에 총이 들려있었습니다.”


교묘하게 진실과 거짓을 섞은 목격담이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왔고, 재판장의 분위기는 다시 리비티에게 적대적으로 변해갔다. 기사들은 증언에 더해, 위험한 상황에서 안일하게 대처한 자신들을 벌해달라며 호소하기까지 했다.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건만, 이 재판을 끝내려는 듯이 마지막으로 고르텐이 증인석에 섰다. 공작가의 가주인 그가 직접 증언을 자처하자, 시큰둥하게 재판을 바라보던 사람들도 몸을 기울이며 집중했다.


“안녕하십니까, 재판장님. 저는 고르텐 엘든모어입니다.”


케레스가 재판장을 허수아비로 여기며 무시하는 것을 봤음에도, 고르텐은 형식을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며 증언을 시작했다.


“황실 재판이 있던 날, 누군가 제국의 달이신 페투스 공께 총을 발포했습니다.”


평소 위엄 있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고르텐은 힘없는 말투와 여왕만큼이나 지친 표정으로 발언을 이어나갔다. 케레스는 무너져 내린 듯한 고르텐의 상태를 만끽하며, 복종하겠다는 뜻이 담긴 거짓 증언을 기다렸다.


“신께 맹세코 진실을 고하건대....”


잠시 숨을 고르던 고르텐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으나 고개를 들고 여왕을 바라봤다.


1초 남짓한 시선의 흐름이었으나, 베르트는 이를 알아채고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의 입을 막을 수도, 재판을 멈출 수도 없었다.


“제가 한 짓입니다.”


고르테의 말이 울려 퍼진 순간, 사람들에게서 다양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경악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부호부터, 눈을 깜박이는 것 외에 몸이 굳어버린 듯한 귀족까지 알현실은 순식간에 다시 시끄러워졌다.


이 모든 소란 속에서 고르텐은 죄인처럼 시선을 아래에 둔 채 침묵했다.


‘루시....’


그는 가만히 눈을 감은 채, 마음을 바꾸게 되었던 계기를 다시금 떠올렸다.


이주 전 케레스와 베르트가 함께 했던 만찬이 끝나고 황궁을 벗어나려던 때, 무력하게 걸어가고 있던 고르텐을 누군가 거칠게 잡아챘다.


“.... 아버지.”


“루, 황태자비 전하.”


부녀는 단둘이 있을 때가 아니면, 늘 서로를 직함으로 불러왔기에 고르텐은 일순간 당황했다. 이에 반해 루시는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듯, 서둘러 본론을 꺼냈다.


“황궁까지 오셨으면서, 어찌 그냥 가십니까.”


바빠서 그랬다, 몸이 좋지 않았다. 많은 핑계가 고르텐의 머릿속에 떠올랐으나, 결국 그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수도에서 뵙고 싶다는 루시의 편지가 올 때마다, 고르텐은 갖은 이유를 대며 거절해 왔기 때문이다.


“.... 잠시 시간을 내어주십시오.”


만날 수 없다는 편지를 보내는 것조차 고르텐에겐 어려운 일이었는데, 루시와 눈이 마주친 지금 그가 도망칠 수 있을 리 없었다.


“..... 그래, 그러자꾸나.”


썩 내키지는 않아 보였으나 고르텐이 초대에 응하자, 루시는 그제야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그녀는 휙 뒤를 돈 뒤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고, 고르텐 또한 별 다른 말없이 따라갔다.


‘평소 같으면 무슨 일이 있냐고 먼저 물어보셨을 텐데, 아버지께서 내게 숨기시는 일이 있으시구나.’


고르텐을 마주한 루시는, 이제야 아버지가 자신을 피해왔음을 깨달았다. 이 모습이 그녀의 가설에 신빙성을 더해, 속상한 마음이 울컥 올라왔다.


‘아버지께서 황태자 전하의 행태를 모르시지 않을 터. 그럼에도 이를 묵인하신다는 것은, 무언가 거래를 했거나 약점이 잡히셨다는 의미겠지.’


케레스를 믿지 못하게 된 루시는, 황실 재판과 반역 재판 때의 일을 샅샅이 조사했다. 자세한 내막이나 숨겨져 있던 사실까지는 발견하지 못했으나, 케레스가 무언가를 꾸며 상황이 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짐작할 수 있었다.


고르텐이 이에 관해 자세히 알고 있을 테지만, 단순히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는 그가 털어놓지 않을 건만 같았다. 답답한 마음에 오늘 끝장을 보기로 작정한 루시는, 자신의 방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저벅저벅-


묵묵히 루시를 뒤따라가던 고르텐은 곧 이상함을 느꼈다. 황태자비의 방은 지나친 지 오래였고, 그토록 황궁을 드나들었음에도 처음 보는 통로가 눈앞에 이어져 있었다. 몇 번 더 계단을 오르고 갈림길을 여러 번 지난 뒤, 밝은 색의 문 앞에 다다른 후에야 루시는 걸음을 멈췄다.


‘여기는....’


잠긴 문을 루시가 열어주어 안으로 들어가자, 고르텐은 낯선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익숙함을 느꼈다. 넓게 펼쳐진 평탄한 땅과, 띄엄띄엄 배치되어 있는 연습용 허수아비, 잘 관리된 목검과 보호구들까지. 이 공간은 영락없이 엘든모어가의 대련장을 닮아 있었다.


“아버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루시는 양해를 구하며, 안쪽에 마련되어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홀로 남은 고르텐은 한쪽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물끄러미 대련장을 살폈다.


‘꽤 세심하게 지어진 데다가, 관리가 잘 되고 있군. 우리 가문의 대련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겠어. 하기사 당연한 일인가, 황궁에 지어진 공간이니...’


생각을 이어가던 고르텐은 문득, 이 장소가 기사단을 위한 곳이 아님을 깨달았다. 황실 기사단은 외부에 따로 숙소와 훈련장이 마련되어 있기에, 아무리 봐도 여기는 루시의 개인적인 공간 같았다.


“이곳은, 여왕 폐하께서 제게 선물로 지어주신 대련장입니다.”


어느새 작은 방에서 다시 나온 루시는, 고르텐의 궁금증을 눈치채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녀는 안에서 옷을 갈아입었는지, 움직이기 편한 훈련복을 입고 있었다.


“25살 생일을 맞이했을 때 몸이 아파 작은 파티조차 열지 못했던 제가 안쓰러우셨는지, 어디선가 제 취미가 검술이라는 말을 듣고 친히 이곳을 만들어 주셨답니다. 자주 사용하지는 못했지만...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요.”


머리카락마저 편히 하나로 묶어 올린 루시는, 옆쪽에서 목검 두 개를 가져왔다. 이를 보고도 고르텐이 의자에 앉아 있자, 루시는 신경질적으로 들고 온 목검 하나를 그에게 던졌다.


“루시?”


여전한 순발력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목검을 잡아챈 고르텐이었으나,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대련 상대가 되어주십시오. 오래간만에 검술을 겨뤄보고 싶습니다.”


생각지 못한 루시의 제안에, 고르텐은 망설임을 드러냈다. 대련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그는 다른 것이 걱정이었다.


“몸은 괜찮으냐?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


“괜찮습니다.”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겠다는 듯이 루시가 단호하게 말하자, 고르텐은 마지못해 검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 나갔다. 그는 정복차림인 탓에 조금 불편함을 느끼는 듯했으나, 순식간에 자세를 다잡더니 분위기가 달라졌다.


따각-


두 사람의 첫 합이 마주친 순간, 루시와 고르텐은 서로 다른 것을 깨달았다.


‘예전과 달리 정확하지 못한 공격....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계시는 건가.’


‘역시, 지금 상태가 좋지 못하구나.’


고르텐은 완벽한 자세로 루시의 옆구리를 노렸으나, 목검의 끝이 흔들려 보다 위쪽을 공격했다. 이와 달리 루시는 확실한 방어를 이뤄냈으나, 왼발이 뒤쪽으로 약간 치우쳐져 있었는데 이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나오는 습관이었다.


어릴 적부터 수없이 대련을 해왔던 두 사람은, 서로의 검술에 대해 너무나 잘 알았다.


터억-


다만 루시가 고르텐을 이길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과거에도 요행으로 몇 번 이겨봤을 뿐, 100번을 싸우면 99번은 졌다. 최선을 다해 맞서고는 있었지만, 힘은 물론이고 기술적으로도 공격이 통하질 않았다.


점점 루시는 힘이 빠져가며 수세에 몰렸고, 사실 고르텐은 이미 봐주고 있는 상태였다.


“여전히 대단한 실력이십니다, 아버지.”


“..... 여기까지만 하자꾸나.”


고르텐은 오래간만의 대련이 즐겁기보다도, 루시가 무리할까 봐 조마조마했다. 땀조차 거의 흘리지 않은 그에 비해, 루시는 벌써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었다.


“.... 황태자 전하와 무슨 말씀을 나누셨습니까?”


루시가 잠시 목검을 땅 쪽으로 향하게 하자, 고르텐은 대련을 멈추는 줄 알고 안심했다. 하지만 이어져 날아온 루시의 질문은, 그 어떤 공격보다도 그의 허를 찔렀다.


“.......”


고르텐이 난색을 표하며 대답하지 않자, 루시는 다시 땅을 박차고 뛰어가 목검을 휘둘렀다. 그녀는 고르텐이 검을 들 때 한없이 솔직해지는 것을 알기에, 이를 기대하며 아까보다도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황태자 전하께서 여왕 폐하를 몰아내고 황제의 자리를 차지하려 하시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루시의 질문에 그의 검이 또다시 흔들려, 고르텐은 목검을 피하지 못하고 급하게 방어했다. 이러한 고르텐의 태도가 루시에게 답을 알려주었고, 그녀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충격을 받은 루시는 치솟는 분노로 얼굴이 붉어지며, 있는 힘껏 고르텐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그런데, 왜! 아버지께서는 가만히 계십니까!”


퍼억-


생각지도 못한 강한 힘이 밀려들어오자, 고르텐은 본능적으로 목검에 힘을 더했다. 방어하려 했던 의지와는 달리 반격하듯이 목검이 휘둘러졌고, 루시는 이를 버티다 못해 밀려나 벽에 부딪혔다.


“..... 허억-”


“루시!”


몸 상태가 한계치에 이른 데다가 방금의 고통이 컸는지, 루시는 쉽사리 숨을 내쉬지 못한 채 심장 부근을 움켜쥐었다. 이 모습에 기겁한 고르텐은 목검을 떨어뜨리고는 서둘러 뛰어가 루시의 상태를 확인했다


“어서 궁의를-”


조심스럽게 어깨를 잡으며 자세를 편하게 해 주려는 고르텐의 손을 루시는 거칠게 쳐냈다. 처음 겪는 냉담한 딸아이의 반응에, 고르텐은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아버지께서 가르쳐주셨던, 황실에 대한 충성이 이것입니까? 권력에 따라... 그저 순종하는 것?”


아직 호흡이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루시는 개의치 않아 하며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다. 그녀는 신체적인 고통보다도, 고르텐에 대한 실망이 더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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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1) 24.08.30 9 0 11쪽
12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0) 24.08.27 7 0 13쪽
12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9) 24.08.23 8 0 11쪽
12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8) 24.08.20 10 0 11쪽
12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7) 24.08.16 6 0 12쪽
12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6) 24.08.13 6 0 11쪽
12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5) 24.08.09 10 0 11쪽
12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4) 24.08.06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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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2) 24.07.30 9 0 12쪽
11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1) 24.07.26 9 0 11쪽
11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0) 24.07.23 9 0 11쪽
11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9) 24.07.19 8 0 11쪽
11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8) 24.07.18 9 0 12쪽
11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7) 24.07.16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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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5) 24.07.14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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