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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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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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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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7)

DUMMY





‘탐정, 너....!’


에드워드의 비밀을 이미 알고 있었던 리비티는 기겁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병원 옥상에서 뭐든지 하겠다고 했던 말이, 이런 의미를 뜻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오르뷔의 능력에 대해 밝힌다는 것은, 그저 선언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긍정적 일지, 부정적 일지 모르는 사람들의 시선과 판단을 견뎌야만 하며, 최악의 경우 일종의 제약이 에드워드에게 생길지도 몰랐다. 그 모든 것을 각오한 채, 에드워드는 이를 드러낸 것이었다.


터억-


‘그동안 무슨 일을 겪어온 거야, 에드워드.’


복잡한 마음으로 재판을 지켜보고 있던 더글라스는, 에드워드의 고백에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가렸다.


잘 살겠거니 했던 친우가 짐작지도 못할 고통을 겪어왔다는 말에, 그는 안일했던 자신의 태도를 후회했다. 자신의 탓이 아니란 것은 알았지만, 어째서 약간의 관심조차 기울일 생각을 못했었는지 여러 가지 가정이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어떻게....”


장갑을 벗은 에드워드의 손을 처음 봤을 때, 베르트는 그가 같잖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에드워드가 귀족인지라 직접 손을 대는 것조차 망설였는데, 실험체로 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만에 하나 어떤 오해가 있어 그를 실험에 썼다 한들, 생존했다는 것이 말이 되질 않았다.


샬럿 이후에 오르뷔를 이용한 인체실험은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게 묻고 싶은 것이 많으실 텐데, ‘어떻게’ 살아남았는지가 가장 궁금하십니까?”


비아냥을 섞은 에드워드의 질문에도, 베르트는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굴욕스럽게도 그녀는 이 상황을 지켜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감사하게도, 신께서 은총을 베풀어주셨지요.”


오르뷔가 박힌 손을 살짝 높게 들어 올리며, 에드워드는 우아하게 하늘을 가리켰다. 한 톨의 정보도 없는 대답이 그에게서 들려오자, 베르트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에드워드 경,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게.”


충격적인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자, 재판장은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추가적인 발언을 요구했다.


저벅저벅-


“증인인 에드워드 경을 대신해, 제가 자료와 함께 차근차근 말씀드리겠습니다.”


재판장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호젠은 기다렸다는 듯이 알현실 중앙으로 걸어 나갔다. 에드워드가 직접 사건을 설명하는 것이 혹여나 주관적인 의견으로 비칠까 싶어, 이전에 말을 맞춘 대로 그녀가 나선 것이었다.


“먼저, 에드워드 경에게 일어난 이 기현상이, 유렌 가문과 무슨 관련이 있나 싶으실 겁니다.”


자칫하면 에드워드의 증언은 지금 사건과 상관없어 보일 수 있기에, 호젠은 사람들이 인과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천천히 내용을 풀어갔다.


“황실 재판 때, 유렌 가문이 오르뷔를 이용한 인체 실험을 진행했다는 주장을 모두 들어보셨을 겁니다. 에드워드 경에게 일어난 신체 변화는, 그 실험에서 추구하고자 했던 결과입니다.”


호젠이 잠시 발언을 멈추며 에드워드를 바라보자, 의미를 알아챈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서 무언가를 감싸고 있는 손수건을 꺼냈다.


“실험이 성공하고 나면, 단순히 신체가 오르뷔와 결합된 상태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특수한 능력을 지니게 되지요. 에드워드 경은.... 피를 만지면, 그 피를 흘린 순간의 전후를 볼 수 있습니다.”


에드워드가 중앙의 탁자 위에 손수건을 내려놓고 매듭을 풀자, 그 안에 있던 보석 조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눈썰미가 좋은 베르트와 몇몇 황족들은, 이 부서진 보석이 페투스 공이 착용했던 펜던트의 일부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별다른 설명을 덧붙이는 대신, 에드워드는 조용히 보석 조각 위에 오른손을 올렸고 손등의 오르뷔가 옅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가 능력을 사용하자, 알현실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의 손등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눈으로 보셨지만, 마술과 같은 것은 아닐지 의심하실 분들도 계시겠지요. 이 현상의 진위를 밝혀내기 위해 국립연구소에서는 오랜 시간 관찰을 해왔으며, 끝내 사실이라 결론을 내렸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눈앞의 광경에, 지식인층이고 귀족이고 가릴 것 없이 모두 넋을 잃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으나, 국립연구소가 거짓말을 할리도 없었기에 사람들은 점점 기현상을 납득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르자면, 페투스 공께서 공격당하시는 순간을 에드워드 경께서 볼 수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호젠은 탑을 쌓듯이, 가볍게 의견을 하나 더 덧붙였다. 아슬아슬하게 반쯤 걸쳐진 벽돌과 같은 논리였으나, 기반이 탄탄하게 마련되어 있었기에 무너지는 일 없이 사람들의 생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이 특수한 능력으로 본 증언은 제쳐두더라도, 에드워드 경께서 직접 겪은 일들은 이번 사건의 논점에 대한 해답이 됩니다.”


끝을 맺을 때가 왔음을 이성적으로 판단한 호젠은, 한층 더 목소리를 키웠다.


“에드워드 경은 유렌 가문에 인체실험을 당했고, 도망치는 와중에 무기 실험을 목격했습니다. 즉, 유렌 가문에서 오르뷔를 이용한 ‘프롬’이라는 총을 개발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거짓이라고 소리치고 싶겠지, 베르트. 하지만 어느 부분부터가 진실이 아닌지 영원히 알 수 없을 거다.’


에드워드는 호젠의 선언을 들으며, 베르트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의 판단처럼, 베르트는 표정을 숨길 여유도 없는지 동공이 끊임없이 흔들렸다. 아무리 상황을 파악하려 애써봐도, 에드워드의 증언은 미래와 현재, 타인의 눈으로 본 진실과 발언상의 거짓이 섞여 있어 빈틈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이것만으로도 중죄건만, 유렌가는 상황을 더욱 최악으로 이끌었습니다. 이 총은 황태자 전하께 바쳐졌고 아무것도 모르는 고르텐 공작의 손에 쥐어져, 페투스 공을 해치는 반역행위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전부 꾸며낸 이야기입니다!”


수세에 몰린 베르트가 어떻게든 분위기를 되돌리고자 소리쳤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그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당황한 그녀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고자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 클로이와 아이 쪽으로 다시 시선이 옮겨졌다.


‘잠깐만, 그러면 제로원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에드워드와 호젠의 논리에서, 제로원은 애초에 등장조차 하지 않았다. 의문을 품은 베르트의 시선이 집요하게 아이를 향하자, 클로이는 이를 막으려는 듯이 아이의 앞쪽을 몸으로 가렸다.


스윽-


그러나 아이는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젓더니, 스스로 얼굴을 덮고 있던 외투를 걷어냈다.


‘...! 제로원이 아니야...?’


머리카락은 똑같이 하늘색이었지만, 아이는 소년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니 눈동자색도, 분위기도 샬럿과는 전혀 달랐다.


베르트는 누군지 짐작조차 못했지만, 사실 이 소년을 스쳐 지나가듯이 본 적이 있었다. 소년은 릴로 남작령에 있던 실험실에서, 리비티의 제안에 가장 먼저 밖으로 나가길 선택했던 아이였다.


“너무 힘들면, 이만 재판장을 나갈까?”


“.... 괜찮아요.”


노골적인 베르트의 시선에 긴장해 소년이 손을 꽉 쥐자, 클로이는 소년의 손을 덮어주며 다정하게 물었다.


“에디스 누나는 이거보다도 더 어려운 일을 해냈잖아요.”


소년이 의연하게 클로이를 향해 미소를 짓자, 그녀는 울컥하는 마음을 참으며 장하다는 듯이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일부러였어. 샬럿이 이 재판에 참석할 것이라고 내가 착각하도록...!’


베르트는 이제야 에드워드의 수를 이해했다. 케레스와의 만찬에 일부러 도발을 걸은 것도, 클로이가 제로원을 데리고 온 것처럼 꾸민 것도 자신의 생각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그의 전략은 보기 좋게 들어맞아, 샬럿이 등장할 것을 대비해 준비했던 자료들은 모두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베르트 공작님, 그리고 황태자 전하.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 아, 아니. 이게...”


재판장이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었으나 케레스는 어찌할 줄을 모른 채, 뭐라도 해보란 듯이 간절하게 베르트만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녀라고도 뾰족한 수가 없는 터라, 베르트는 입술을 깨문 채 바닥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수만 가지 생각을 떠올려 봐도, 의미가 없는 주장과 근거인지라 말을 꺼내봤자 역효과만 날 것 같았다. 고민하고 있던 사이, 베르트에게 주어진 시간은 끝이 났다.


“추가적인 발언이 없으시니, 이대로 재판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사실상 케레스와 베르트가 패배했음을 공표하는 것과 같이, 재판장은 빠르게 진행을 이어갔다.


“잠시 10분간 휴정한 뒤, 여왕 폐하께서 이번 반역 재판에 대한 판결을 내리시겠습니다.”


땅땅-


재판장이 모두에게 들리도록 법봉을 두드렸으나, 사람들은 아무도 알현실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대부분 방금 목격한 재판에 대해 어떻게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조금이라도 친한 사람을 붙잡고 끊임없이 말을 늘여놓았다. 지식인들 중에는 이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내는 이도 있었다.


“왜 그랬어, 탐정.”


그 틈에 리비티는 에드워드에게 다가와 다짜고짜 무언가를 따졌다. 주어가 빠져있었으나, 에드워드는 그녀가 하려는 말을 어렵지 않게 이해했다.


“오르뷔와 이어진 이 손에 대해 밝히는 건, 황실 재판 때부터 염두에 두고 있던 사항이야. 여러 가지 이득을 고려해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을 뿐.”


네 탓이 아니라는 말을 에드워드가 길게 돌려 말했음에도, 리비티는 씁쓸하게 미소 짓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미안하다.”


아무런 손해 없이 베르트를 이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레지스탕스가 짊어져야 할 짐을 에드워드에게 넘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리비티는 무죄를 선고받으리라는 희망에 기쁘면서도, 에드워드에게 한없이 죄책감이 들어 표정이 미묘했다.


“.... 그거 말고.”


“어?”


제대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리비티가 되물었으나, 에드워드는 다시 말해줄 생각이 없다는 듯이 시선을 피했다. 그의 말을 찬찬히 곱씹던 리비티는, 혹시나 싶어 입을 열었다.


“고마워...?”


리비티가 의문형으로 대답했음에도, 에드워드는 그 말이면 충분하단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그게...”


그의 반응에 긴장이 풀려버린 리비티는 평소처럼 장난을 치려 했지만, 알 수 없이 눈물이 날 것만 같아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이상한 미소를 지었다. 흔치 않은 리비티의 모습에 에드워드 또한 입꼬리가 올라가려던 찰나, 갑자기 그는 딱딱하게 얼굴이 굳었다.


“호젠,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는 레지스탕스 일원들이 있나? 실력이 좋은 이들로 말이야.”


리비티 너머에 있는 베르트의 행동이 눈에 들어온 에드워드는, 급히 호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베르트가 무언가 꾸미고 있는 듯 해. 갈색머리에 하얀색 와이셔츠, 손목에 끈으로 된 팔찌를 하고 있고, 키는 170cm 정도... 유렌 가문의 하인으로 추정되는 이를 뒤쫓아 줄 수 있겠어?”


심각한 상황임을 호젠은 깨달았으나, 베르트의 의심을 사지 않으려는 듯이 일부러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더니 건너편에 있는 누군가를 보고는 반가운 사람을 만난 것처럼, 슬쩍 자리에서 벗어났다.


호젠이 단순히 변호사로서의 명성으로만 레지스탕스의 협회장이 된 것이 아님을 에드워드가 깨닫고 있을 때, 재판장이 다시 법봉을 두드렸고 사람들의 주의가 집중되었다.


“재판을 이어가겠습니다. 모두 집중해 주십시오.”


재판장의 말에 시끌벅적했던 알현실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들의 시선은 재판장이 아닌 여왕에게 쏠렸고, 리비티 또한 이곳에 발을 디딘 이후 두 번째로 여왕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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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4) 24.09.10 6 0 12쪽
12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3) 24.09.06 10 0 12쪽
12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2) 24.09.03 9 0 11쪽
12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1) 24.08.30 9 0 11쪽
12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0) 24.08.27 7 0 13쪽
12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9) 24.08.23 8 0 11쪽
12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8) 24.08.20 10 0 11쪽
»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7) 24.08.16 7 0 12쪽
12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6) 24.08.13 6 0 11쪽
12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5) 24.08.09 10 0 11쪽
12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4) 24.08.06 8 0 12쪽
11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3) 24.08.02 8 0 11쪽
11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2) 24.07.30 9 0 12쪽
11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1) 24.07.26 10 0 11쪽
11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0) 24.07.23 9 0 11쪽
11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9) 24.07.19 8 0 11쪽
11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8) 24.07.18 9 0 12쪽
11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7) 24.07.16 8 0 11쪽
11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6) 24.07.15 9 0 11쪽
11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5) 24.07.14 8 0 11쪽
11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4) 24.07.13 8 0 11쪽
10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3) 24.07.12 10 0 12쪽
10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 24.07.11 8 0 11쪽
10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 24.07.10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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