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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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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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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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1)

DUMMY




타다닥-


‘젠장, 하필 그 순간에 기사들과 마주치다니...!’


벤투를 복도에 두고 온 뒤에도, 베르트는 한참을 뛰어야만 했다.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어디선가 기사들이 튀어나왔고, 매 번 그림자들이 싸워서 이길 수 없는 숫자였다. 하는 수 없이 그녀는 한 명씩, 제물을 바치듯 그림자들을 희생해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이 계단만 넘어서고 나면....!’


숨은 턱 끝까지 차올랐고 이제 곁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드디어 영원과 같던 이 길의 끝이 보였다. 케레스가 지나가듯이 언급했던 황실의 비밀통로에 다다른 것이었다.


“파하, 하하-”


사람 둘 정도만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듯한 좁고 낡은 문 앞에서, 베르트는 환희에 차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여기까지 오는 내내 더 이상 기사단의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기에,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는 여유마저 누릴 수 있었다.


‘아무도 없다. 무사히 여기까지 온 거야. 이제 이 문을 열고 나가기만 하면-’


쓸 수 있는 사람과 돈, 모든 것을 쏟아부어 여기까지 왔다. 다 실패하긴 했지만, 베르트는 여기서 살아나갈 수만 있다면 이를 전부 복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두려울 것이라고는 없었고,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희망이 손에 잡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대체 왜.....’


어째서인지 문 쪽으로 팔을 뻗을수록, 손이 자꾸만 덜덜 떨려왔다.


자신을 압박하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나, 베르트는 도저히 벌컥 이 문을 열 수가 없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길함이 자신에게 계속해서 경고음을 내었고, 구두가 바닥에 붙어버린 것처럼 발이 떼어지질 않았다.


콰악-


입 안의 살을 씹으며, 그녀는 거칠게 손잡이를 잡아챘다. 간신히 일이 잘 풀리기 시작하니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라며, 베르트는 오만함으로 직감을 밀어내고는 문을 열었다.


끼이익-


그녀는 정면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환한 빛에 얼굴을 찡그리다가, 자신 앞에 누군가 서 있음을 깨달았다.


“.... 생각보다 오래 걸렸군, 베르트.”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낯짝을 마주한 베르트는, 그대로 표정이 굳어버렸다.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던 것인지, 무의식 중에 도망치고 싶었던 것인지 그녀는 본능적으로 뒤를 돌았다. 하지만 어느새 조용했던 계단 쪽에서 하나둘 기사단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도망쳐도 상관은 없다만, 괜히 체력을 소모할 필요가 있나?”


지겹다는 한숨과 함께, 에드워드는 걸음을 옮겨 문 안쪽으로 들어왔다. 저벅거리며 다가오는 그의 구두 소리가, 베르트에게는 자신의 패배를 알리는 종소리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빠져나갈 틈을 조금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제는 정말 끝이라는 감각이 성큼 다가오자, 베르트는 이를 부정하듯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니야, 나는 실패하지 않았어. 저들을 죽이고, 가장 높은 곳에 오를 방법이 아직 어딘가에....”


쿵-


에드워드 뒤쪽에서 울리는 소리에, 시선을 아래로 두고 있던 베르트는 고개를 들었다. 그토록 염원했던 문은 다시 닫혀 있었고, 이로 인해 아까 환하게 비추던 햇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 네 놈 때문에!”


새까만 어둠이 닥쳐오고 나서야 상황을 받아들인 베르트는, 그동안 참아왔던 분노를 터트리듯 에드워드를 향해 괴성을 질렀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기사들은 베르트가 에드워드를 공격할까 봐 그녀를 체포하려 했지만, 이를 에드워드가 손짓으로 막았다.


“제로원을 빼앗아가고 황태자를 속여 재판을 불리하게 만들더니, 이젠 내 충실한 종들까지 꾀어냈느냐? 도둑놈 주제에 내 모든 것을 훔쳐가고도 만족할 줄 몰라서, 목에 칼을 들이밀다니!”


핏발이 선 눈으로 베르트는 그동안의 일을 따지듯이 소리쳤다.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는지 그녀는 끝내 에드워드를 향해 달려들기까지 했으나, 바닥에 발이 걸려 꼴사납게 넘어졌다.


“처음 봤을 때 죽여버렸어야만 했는데...!”


그러고도 베르트는 지치는 기색 하나 없이, 에드워드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거북한 문장이 이어져 기사들이 얼굴을 구길 정도였으나, 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재앙 같은 말들에도 가만히 있던 에드워드는, 베르트가 목이 타 잠시 침묵하자 그제야 반응을 보였다. 베르트에게 무언가 대답을 하려는 것처럼, 한쪽 무릎을 꿇어가며 가까이 다가간 것이었다.


“.... 다 했나?”


“뭐?”


황당함이 담긴 베르트의 목소리가, 희한하게도 에드워드는 공감이 가는 기분이었다. 그 스스로도 지금 드는 감정이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미래에서 자신을 죽였고, 클로이와 샬럿을 죽게 만든 자. 회귀 이후에도 샬럿의 인체실험을 주도한 장본인이며, 클로이에게 중상을 입혔고 리비티를 반역자로 몰아간 이였다.


그렇기에 에드워드는 무너진 베르트의 모습을 본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통쾌할뿐더러 흡족할 줄 알았다.


‘..... 아직 모퉁이 베이커리가 문을 열었으려나.’


만족스럽고 기쁘긴 했으나 그보다도 더 에드워드의 머릿속을 차지한 것은, 빨리 이 일을 마무리하고 샬럿과 클로이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선물들을 사서 오늘을 축하하고, 이제 긴장할 필요가 없어진 하루를 느긋하게 보내고 싶어졌다.


어차피 단두대에 올라가 곧 사형당할 자, 이 이상 베르트에 대해 분노하거나, 증오하는 것은 시간 아깝게만 생각되었다.


“여러모로 좀 바빠서 말이야. 이만 가봐야 될 것 같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미건조한 에드워드의 반응에, 베르트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할 말을 잃었다. 에드워드는 패배한 자신을 조롱하거나 비웃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자신을 무너뜨렸다는 기쁨에 취해 있지도 않았다.


그저 해야 할 일을 끝내 자유를 얻은 듯이 후련해 보일 뿐이었는데, 그녀는 그 모습이 부러워 미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아악-!”


에드워드를 향해 질투에 휩싸인 베르트는, 아까보다도 더 거세게 반응했다. 그의 얼굴을 부숴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다시 한번 더 팔을 뻗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사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는 기사단을 향해 작게 목례한 뒤, 아까 베르트가 들어왔던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를 두고 볼 수 없던 그녀가 다시금 팔을 허우적거렸으나, 기사단이 포박하고 있기에 아무것도 손에 잡을 수 없었다.


쿠당탕-


기사단은 베르트의 양쪽 팔을 잡은 채 그녀를 황실 감옥으로 끌고 갔는데, 에드워드가 사라지고 나자 베르트는 더 이상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하지만 간헐적으로 발버둥을 치며 그에게 뛰어가려 하는 통에, 복도에 난동을 피우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이 메아리를 뒤로 한 채, 에드워드는 시내에 있는 가게 중 어디를 먼저 들릴까 고민하며 황궁을 빠져나갔다.




.

.

.




달칵-


“클로이, 미안. 케이크는 못 사 왔어.”


한아름 짐을 든 채 집으로 돌아온 에드워드는, 사과의 말을 건네며 문을 열었다. 모퉁이 베이커리는 저녁에도 문이 열려있었지만, 아쉽게도 케이크는 모두 품절된 상태였다. 이를 설명하려던 그는, 클로이가 아닌 다른 이의 인기척이 안쪽에서 느껴지자 잠시 멈칫했다.


“여어- 탐정. 뭘 이렇게 많이 사갔고 와?”


“....?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집주인처럼 자연스럽게 리비티가 인사를 건네자, 에드워드는 다 들리도록 중얼거렸다. 이에 리비티는 눈살을 찌푸리며 팔짱을 꼈고, 그는 그러거나 말거나 짐을 차근차근 옮겨갔다.


중간에 껴있던 클로이는 둘 다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면서도, 에드워드를 도와주려 입구 쪽에 있는 물건들을 한 번에 번쩍 들었다.


“거참 오면 안 되냐?”


“분명 레지스탕스에서 축하 파티를 열었을 텐데, 이곳에 행차하신 걸 보니 다른 꿍꿍이가 있나 해서 말이야.”


에드워드가 사 온 것들을 테이블 위에 풀어놓자, 이를 훑어보던 리비티는 잘 익은 과일에서 시선이 멈췄다.


“꿍꿍이라니, 대체 날 뭘로 보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녀는 노골적으로 블루베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누가 봐도 과일을 좀 나눠달라고 눈치를 주는 리비티의 행태에, 에드워드는 어이가 없어 이를 모르는 척했다.


“흐, 흠! 내가 진짜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저거 안 필요해?”


리비티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부엌 쪽 탁자에 에드워드가 미처 사 오지 못했던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상황으로 보아하니 이미 클로이에게 넘겼던 것 같았지만, 뻔뻔한 태도에 에드워드는 상식선의 대화를 포기하고 블루베리 한 봉지를 리비티에게 던졌다.


방향이 조금 어긋나 있었으나, 그녀는 순발력으로 손쉽게 이를 잡아챘다. 원하는 것을 이뤄내고도 리비티는 케이크를 사다 줘서 고맙다는 인사가 없다며 투덜거리더니, 외투를 집어 들고나갈 준비를 했다.


“블루베리 하나 달랬다고 거참 쪼잔하기는...”


“잘 가고, 당분간 일없으면 부르지 마라. 아니, 일이 생겨도 자제하도록.”


묘하게 냉정하기까지 한 인사에 리비티는 부루퉁하게 입을 내밀고는, 대답도 없이 밖으로 나갔다.


투욱-


‘응? 이게 뭐지?’


그때 발에 무언가 채어 고개를 내린 리비티는, 문 앞에 놓여있는 선물 상자를 하나 발견했다. 상자는 고급스럽게 포장되어 있을뿐더러 꽤나 큰 크기였는데, 위에 보란 듯이 ‘레지스탕스’라고 적혀 있었다.


‘설마...’


리비티는 이것이 에드워드가 준비해 둔 선물이란 것을 단번에 눈치챘다.


아무래도 그가 갑자기 차갑게 군 것은, 생각지도 못하게 자신이 들이닥친 탓에 당황해서 그런 것 같다고 그녀는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렸다. 시치미를 뚝 떼고서는 이런 걸 마련해 놨다며, 리비티는 헤실헤실 웃음을 터트렸다.


“그냥 준비하지 말걸 그랬나....”


문 안쪽에서도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기에, 에드워드는 머리를 짚었다. 클로이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다며 테이블 위를 정돈했고, 그는 몇 마디 덧붙이기보다 침묵을 선택했다.


데엥-


6시 정각을 알리는 시계 소리에 이내 저녁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에드워드는, 리비티에게 신경을 끄고 눈앞의 일에 집중하고자 했다. 앞으로의 한 시간가량이 그에게는 무척 중요한 순간이었다.


‘저번 크리스마스 때를, 이번에야말로 만회해야지.’


샬럿이 탈출하고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엉망진창으로 진행했던 크리스마스 파티는 아직까지도 에드워드의 마음에 남아있었다. 당시에 샬럿이 좋아해 주긴 했으나, 에드워드로서는 아직도 그때 태웠던 라자냐가 가끔 악몽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만큼은, 완벽한 축하 파티를 샬럿에게 열어주고 싶었다.


‘장식은 이 정도면 충분하고, 선물도 안 보이도록 잘 숨겨 두었고. 마지막으로 요리들은... 완벽하군.’


몇 번이고 확인을 끝낸 에드워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클로이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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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4) 24.09.10 5 0 12쪽
12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3) 24.09.06 9 0 12쪽
12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2) 24.09.03 8 0 11쪽
»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1) 24.08.30 9 0 11쪽
12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0) 24.08.27 6 0 13쪽
12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9) 24.08.23 7 0 11쪽
12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8) 24.08.20 9 0 11쪽
12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7) 24.08.16 6 0 12쪽
12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6) 24.08.13 6 0 11쪽
12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5) 24.08.09 9 0 11쪽
12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4) 24.08.06 7 0 12쪽
11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3) 24.08.02 7 0 11쪽
11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2) 24.07.30 8 0 12쪽
11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1) 24.07.26 9 0 11쪽
11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0) 24.07.23 8 0 11쪽
11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9) 24.07.19 7 0 11쪽
11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8) 24.07.18 8 0 12쪽
11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7) 24.07.16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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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5) 24.07.14 7 0 11쪽
11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4) 24.07.13 7 0 11쪽
10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3) 24.07.12 9 0 12쪽
10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 24.07.11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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