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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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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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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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5)

DUMMY






"- 그리하여 말씀 주신 임무를 마무리하고, 유렌 공작 가문의 저택에서 복귀하였습니다."


유렌 가문의 영지에서 돌아오자마자, 로웰은 피로를 풀 틈도 없이 곧바로 여왕을 알현해야만 했다. 이번 반역 재판으로 인해 황실 기사들에 대한 여왕의 신뢰가 바닥을 쳤기에, 어쩔 수 없이 시행된 조치였다.


‘.... 망했군.’


여왕과 포르테 앞에서 설명을 끝낸 로웰은 속으로 생각했다. 말을 너무 빨리 했다거나, 내용이 기억나질 않아 침묵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보고하는 자세는 괜찮았으나, 그 내용이 문제였다.


‘99.99%의 확률로 임시 기사단장 자리에서 퇴출될 것이 분명해.’


유렌 가문을 진압하는데 빠르면 3일, 길어봐야 5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던 처음의 계획서와 달리, 로웰은 8일째를 맞이하고 나서야 저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도착한 첫날 저택에 퍼졌던 불길은 누가 기름이라도 퍼부어댄 것처럼, 아무리 물을 부어도 멈추지 않고 타올랐다. 3일째가 되던 날 새벽에 기적처럼 비가 내리고 나서야 불이 전부 꺼졌고, 저택은 1층 기둥이 드러나 있을 정도로 전소했다.


그러니 내부에 있던 서류들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금고조차 녹아내릴 정도였으니,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재뿐이었다. 게다가 저택 내부에서 발견된 시체들을 모두 확인해 보았으나, 이번 사건의 또 다른 주역이었던 유렌 샤토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누가 방화했는지 범인은 잡아냈는가?”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추측하기로는 티시포네가 베르트 전 공작을 위해 저지른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확실하지 않습니다.”


입을 열수록 로웰은 자신이 한심하게만 느껴졌다. 모른다, 확실하지 않다, 실패했다, 얼마나 듣기에 답답한 말들인가. 더군다나 이전의 일 때문에 더욱 성과를 보였어야만 했는데, 이래서야 기사단이 달라진 점이 없다고 여왕이 생각할 것만 같았다.


“흠, 로웬 기사단장. 여기 서술된 ‘이상한 상처’는 정확히 무엇인가?”


“저택 내부에서 발견된 티시포네의 시체 중에, 둥그런 형태의 커다란 상처를 입은 자들이 있었습니다. 검이나 총으로 인한 상처는 아닌지라, 특이사항으로 보고 드립니다.”


티시포네의 끝은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았다. 체포되고 난 뒤 입 안에 숨겨놓은 독을 삼키는 자들부터, 항복한 사용인들과 유렌 가문의 기사단을 죽이려고 해 황실 기사들의 손에 죽은 자까지.


베르트의 손에 키워진 이들은 마지막까지 문제를 일으켜, 살아남은 채로 붙잡혀 수도에 끌려온 그림자들은 5명도 채 되지 않았다. 왜 집사가 그토록 안절부절못하며 초반에 티시포네를 제압하고자 상세한 계획을 짰는지, 이제야 로웰은 절실히 이해가 갔다.


토독-


책상을 손가락으로 조금 두드린 여왕은, 포르테를 힐끗 쳐다봤다. 더 질문을 할 것이 있다면 하라는 시선이었으나, 이에 포르테는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여왕은 펼쳐진 보고서를 닫고는 로웬을 향해 한 마디를 남겼다.


“..... 수고했네.”


여왕이 그에게 직위 해제는 물론 어떠한 불이익도 주지 않자, 로웰은 믿기지가 않는지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눈만 깜박였다. 이에 옆에 있던 집사장이 크흠-하며 헛기침을 하자, 그제야 그는 정신을 차렸다.


“가, 감사합니다. 폐하.”


로웰은 허겁지겁 예법에 맞춰 인사를 올리고는, 집사장의 안내에 따라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좀 더 두고 보긴 해야겠지만, 나쁘지 않구나.”


낮게 중얼거리는 여왕의 말에, 포르테도 이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이번 임무를 모두 완수하지는 못했지만, 로웬은 한 치의 거짓말도 없이 정직하게 이를 모두 말했다. 짧은 시간만이 주어졌을 텐데도 완벽에 가까운 보고서를 써왔고, 피곤할 것이 분명한데도 지친 기색조차 내보이지 않았다.


“진작 기사단을 점검해, 걸맞은 자에게 지위를 주었어야만 했는데....”


기사단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며, 여왕은 이 권한을 케레스에게 맡겼던 것을 후회했다.


케레스가 인사권을 쥐고 있는 동안, 스스로와 똑 닮은 이를 기사단장 자리에 앉혀놓은 것이었다. 전 기사단장은 유렌 가문에게서 무언가를 받지는 않았기에, 엄밀히 말하자면 이번 사태의 주축이라 보기에는 어려웠다. 다만 업무가 불성실하고 무능했기에, 기사단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이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포르테, 이번에 집행될 형에 관해 의견이 더 있느냐?”


여왕은 로웬의 보고를 듣기 전에 논의했던 주제를 다시 포르테에게 꺼냈다. 마치 포르테의 입장을 들어보겠다는 말처럼 들렸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레지스탕스의 입장을 나를 통해서 듣고자 하시는구나.’


여왕에게 모든 것을 밝힌 이후, 그녀는 이제 노골적으로 포르테에게 이런 질문들을 건네곤 했다.


반역과 연루된 일이기에 원래는 여왕의 뜻대로 해야만 했다. 하지만 여왕은 리비티가 누명을 썼던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으로서, 처벌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어느 정도 반영해 줄 생각이었다.


‘고르텐 경은 귀족의 자리를 박탈당하고 10년의 형을 선고받았지. 황태자비 전하께서는 원래라면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맞으나, 재판 때 보여주신 모습으로 황비로서 지위를 유지하게 되셨고...’


포르테는 여왕의 질문에 관련자들의 처벌이 적힌 서류를 훑는 척했으나,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았다. 리비티가 그에게 남겨준 말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폐하의 결정에 어찌 이견이 있겠습니까.”


‘레온, 만약 여왕 폐하께서 네게 처벌에 관해 물으시면 모두 뜻대로 하시라고 전해드려. 나는 황태자와 베르트 공작만 합당한 벌을 받는다면, 다른 이들에 관해서는 상관없어.’


리비티의 대답을 순화시켜 여왕에게 전하자, 그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중요한 것은 이들이 아니겠지.”


여왕은 이해한다는 듯이 마지막으로 서류에 도장을 찍었고, 이를 집사장에게 넘겼다. 급한 일을 마무리하자 그녀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고, 포르테는 여왕이 어디로 향하려는지 바로 알아차렸다.


“폐하, 조금이라도 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걱정스럽다는 듯이 포르테가 여왕을 향해 충언을 올렸으나, 그녀는 그저 미소를 짓고는 나갈 준비를 계속했다.


반역 재판 이후, 여왕은 다시금 황실의 전권을 손에 쥐었다. 많은 부분을 길버트와 카린에게 일임하긴 했지만, 그녀는 예전처럼 대부분의 시간을 국정을 운영하는데 쏟았다. 게다가 틈틈이 시간을 쪼개 페투스의 병문안을 갔기에, 겉으로 보기에 그녀는 상당히 지쳐 보였다.


“괜찮다. 궁의가 신경 써서 짐을 잘 살피고 있으니, 걱정 말거라.”


몸이 피곤한 것은 맞았으나, 여왕은 정말로 괜찮았다. 궁의로부터 페투스의 상태가 점점 호전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페투스가 다시 깨어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든 그녀는, 모든 것들이 다 견딜만했다.


“.... 알겠습니다, 폐하. 그렇다면 저도 함께 가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여왕이 기어코 페투스의 방으로 가려 하자, 포르테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곁으로 갔다.


자신과 페투스를 걱정하는 손자의 모습에 여왕은 기특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으나, 포르테는 다른 것에 집중하느라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할아버지를 생각할 때면 어째서인지 자꾸만 드는 불안감을 애써 누르며 걸음을 옮겼다.




.

.

.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하고 있지.’


황실 감옥에 갇혀 있던 베르트는 시꺼먼 바닥을 쳐다보며 머리를 움켜쥐었다.


팔을 위로 들어 올리자 소매 사이로 그녀의 손목이 드러났는데, 매 식사를 거른 탓인지 앙상하게 마른 상태였다. 황실 감옥에서 제공되는 식사는 질이 나쁘지 않았으나, 베르트는 저따위 저가의 음식을 입에도 대고 싶지 않았다.


철컹철컹-


“나는 이 제국의 황태자다! 어서 이걸 열어라, 풀어달란 말이다!”


케레스는 이곳에 들어온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저렇게 발악을 했다. 베르트와 거리가 꽤나 떨어져 있는데도, 감옥 안이 조용한 탓에 케레스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시끄러워.....’


처음에는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하느라 아예 신경 쓰지 않았지만, 점점 갈수록 케레스의 목소리는 거슬렸다. 다른 누군가가 뭐라고 해주길 바라기도 했으나, 이곳에 갇혀 있던 수감자들은 저런 모습이 익숙한지 그저 조용했다.


따각따각-


힘이 떨어졌는지 케레스가 침묵해 평화가 찾아왔으나, 이번에는 불안감이 베르트를 괴롭혀 그녀는 손톱을 물어뜯었다. 유렌 가문의 가주가 된 후 완전히 고친 버릇이었지만, 얼마나 초조했던지 다시 습관이 튀어나왔다.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이대로 사형을 당한다고? 저 멍청한 황태자조차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베르트의 머릿속에 그동안 해왔던 노력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누려보지 못했던 사치품들과 밤을 새워가며 일해왔던 순간들이 계속해서 눈앞에 맴돌았다.


게다가 두 사람 중 한 명이 죽게 된다면, 그것이 자신이라는 점이 너무나도 억울했다. 여왕의 핏줄이라는 점과, 황태자를 처벌한다는 것에서 오는 꺼림칙함이 어쩌면 그의 처벌을 종신형에서 멈추게 만들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런 이점들이 없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금까지 악착같이 살아남아왔어. 이번이라고 다를 것도 없지.’


열세라는 상황임을 인지하긴 했지만, 베르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다른 귀족들의 치명적인 약점과 숨겨놓은 재산들을 이용하면, 일말의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도 있었다.


“아아악-! 열어!”


조용하던 케레스가 이번에는 더욱 크게 비명을 지르자, 약간의 희망을 되찾았던 베르트는 다시금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한 번만 더 소란스럽게 굴면,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저 입을 막아버려야겠다고 그녀는 다짐했다.


콰지직-


그러나 곧이어 들려온 것은, 케레스의 거슬리는 고함이 아니라 괴상한 소리였다. 무언가 찢어지는 듯한 소음이었으나, 그 대상이 종이와 같은 물질이 아닌지 묵직했다.


♬♪♩♪-


그뿐일까 문 쪽에서부터 누군가 콧노래를 부르며 천천히 앞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감독관이라고 보기에는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에, 감옥 안에 있던 이들은 모두 겁을 먹은 채 고개를 숙이거나 벽 쪽으로 몸을 돌렸다. 시끄러운 케레스조차 이번에는 입을 다문 채 두리번거리며 상황을 살폈다.


“..... 아, 여기 계셨군요.”


가볍게 걸음을 옮기던 그는 베르트의 감옥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검은색 망토를 입고 있기에 얼굴과 체형을 알아볼 수 없었으나, 그녀는 이 목소리를 어디선가 들어봤음을 깨달았다.


“화-”


“오, 바로 알아봐 주시다니 영광입니다만, 목소리를 조금만 낮춰주시겠습니까? 이곳, 방음이 형편없군요.”


그는 낮게 웃음을 흘리며, 베르트의 말을 막았다. 그 모습이 얄밉기 그지없었으나, 베르트는 바닥에 떨어진 돈을 발견한 사람처럼 눈동자에 화색이 돌았다.


‘화원의 주인....!’


카넬이 여길 왜 찾아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를 보러 왔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베르트는 철장을 움켜쥐며, 카넬 쪽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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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6) 24.09.17 3 0 12쪽
»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5) 24.09.13 5 0 12쪽
13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4) 24.09.10 5 0 12쪽
12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3) 24.09.06 10 0 12쪽
12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2) 24.09.03 8 0 11쪽
12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1) 24.08.30 9 0 11쪽
12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0) 24.08.27 6 0 13쪽
12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9) 24.08.23 7 0 11쪽
12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8) 24.08.20 9 0 11쪽
12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7) 24.08.16 6 0 12쪽
12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6) 24.08.13 6 0 11쪽
12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5) 24.08.09 9 0 11쪽
12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4) 24.08.06 7 0 12쪽
11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3) 24.08.02 7 0 11쪽
11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2) 24.07.30 8 0 12쪽
11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1) 24.07.26 9 0 11쪽
116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0) 24.07.23 8 0 11쪽
115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9) 24.07.19 8 0 11쪽
114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8) 24.07.18 8 0 12쪽
113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7) 24.07.16 8 0 11쪽
112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6) 24.07.15 9 0 11쪽
111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5) 24.07.14 7 0 11쪽
110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4) 24.07.13 7 0 11쪽
109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3) 24.07.12 10 0 12쪽
108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2) 24.07.11 7 0 11쪽
107 case 8 : 레지스탕스 반역 사건 (1) 24.07.10 10 0 11쪽
10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8) 24.07.09 10 0 11쪽
105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7) 24.07.08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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