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세상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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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온진
작품등록일 :
2024.05.09 01:45
최근연재일 :
2024.09.20 00:0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643
추천수 :
80
글자수 :
126,592

작성
24.06.05 00:00
조회
11
추천
2
글자
6쪽

어디로 가야할까

DUMMY

그 상황을 보고 다른 형제들도 다 당황했지만, 그 중에서 제일 당혹감을 느낀 건 테레사 수녀 본인이었다.


그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니, 내가 뭘 했다고 다들 이러는 거지? 하아아!’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하늘에 나타났던 모든 동물들이 그 앞에 도착해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들은 일제히 그녀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수녀도 반사적으로 그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그때 다른 방향에서 나타난 수많은 파란 나비들이 화관을 운반해왔다.


그리곤 수녀의 머리위에 씌워주었다.


화관은 온갖 색깔의 꽃들과 아름다운 가지들로 장식되어 있었으며 그 향기는 맡은 이들, 모두에게 깊은 안식과 기쁨을 선사해 주었다.


“와아아아! 성인 만세!”


군중들이 다 같이 흥겨워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에 수녀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




화관을 씌워주는 일을 마친 파란 나비들이 장관을 이루며 다시 한쪽으로 물러가 사라지고, 그 뒤에 영롱한 빛이 나는 흰색의 나비가 날아왔다.


그것은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에 몸은 꼭 호리병 모양의 전구같이 생긴 신기한 모양이었고, 몸통 한 가운데에는 검은 색 점이 한 개 붙어있었다.


이윽고 나비가 테레사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그 순간 모두가 숨죽이며 그 신기한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곧 나비 몸통에 있던 검은 점이 점점 커지고 넓어지더니, 마치 기계에서 종이 영수증을 뱉어내듯 빛나는 티켓을 수녀에게 뱉어주었다.




무안해하던 그녀는 그 티켓을 한번 보고는, 같이 있던 자매들을 돌아봤다.


“두영아! 얼른 받어.”


분명 자신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 일영이 재촉했다.


고개를 끄덕인 수녀가 떨리는 손으로 그걸 받았다.


그러자 나비는 그 벌려진 입으로 조그맣게 테레사 귀에 한참동안 뭔가를 속삭였다.


티켓을 어색하게 들고 서있던 그녀가 간간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커져있던 검은 입구가 다시 작아져 점으로 돌아갔고, 나비는 마치 비상하듯 하늘로 솟구쳐 올라 사라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그곳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던 날짐승들도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라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 모여 있던 사람들도 흩어져 제 갈 길로 사라져갔다.




잠시 후, 모두가 사라진 그 자리에 오직 네 사람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너무 순식간에 많은 일이 벌어져 놀란 그들은 한참 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허어엇! 이게 다 뭐냐? 응···?”


일영이 넋이 나간 말투로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음, 그러게. 우리, 우리 언니가 그럼 성인인 거네···!”


다영이 거듭 확인하듯 혼잣말을 했다.


그때 퍽 실망한 얼굴이 된 사영이 흥분하며 물었다.


“근데, 이게 다야? 환영식 해주고···, 끝? 아차, 티켓 줬지? 그래, 맞아. 그게 혹시 뭐든 다 이뤄주는, 뭐, 그런 건거야?”


그 말에 기대에 가득 찬 형제들의 눈이 일제히 테레사에게 쏠렸고, 그녀는 많이 미안해하며 대답했다.


“으응, 그, 그게···그냥 성인용 익스프레스 티켓이래. 그런데, 이게 일회용이야···.”




이때 그녀는 다른 형제들에게 자신이 받은 화관에 대해 말하는 것을 깜박했다.


아무튼 그 대답을 들은 자매들은 몹시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근데, 이제 세영이 찾으러 가야지. 근데 어떻게 찾지?”


어깨가 축 쳐져있던 다른 이들의 관심을 돌려보려고, 수녀가 얼른 세영의 얘기를 꺼냈다.


그 말에 잠시 주위의 상황에 휩쓸렸었던 자매들이 다시 정신을 차렸다.


“맞아. 이 넓은 데서 어떻게 언니를 찾아?”


다영이 주위를 쫙 돌아보며 물었고 다른 자매들의 얼굴엔 똑같이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때 그들 바로 위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히힛! 나 왔어. 내가 좀 늦었지, 잉?”


유영이었다.


그녀는 병원에서처럼 투명한 모습으로 공중에 떠 있었다.


“어어, 왔어? 근데 넌 왜 떠있냐? 우리는 이렇게 서 있는데···.”


일영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히힛! 난 명상 중에 들어온 거라서 완전한 영혼의 형태가 아니라서 그럴 걸. 봐아! 언니들도 다른 사람들이랑은 달라. 등 뒤에 뭔가가 있잖아, 웅!”


그때까지도 자매들은 있는 줄도 모르고 있던 자신들 뒤에 달린 뭔가를 그제야 알아채고는 신기해했다.


“우왁! 이게 뭐야?”


사영이 동생의 등에 이어져있는 하늘하늘한 천 같은 것을 만져보려 하며 물었다.




그것은 대체로 투명해 보이지만 때때로 색이 무지개처럼 변하기도 하는 무언가였다.


그리고 만지려 해도 만져지지 않고, 길이도 엄청 길어서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히힛! 내 생각엔 언니들이 아직 완전히 떠난 게 아니라서 육신이랑 연결되어있는 끈 같은 게 아닐까 하는데 말이야, 잉!”


그 말에 언니들의 등을 자세히 살펴보던 다영이 고개를 깊이 끄덕이며 말했다.


“진짜 그런가 봐! 끝이 안 보이고 아까 우리가 나왔던 방향으로 연결되어 있어. 신기해!”


“그럼 세영이도 이걸로 찾을 수 있는 거 아냐?”


일영과 테레사가 서로를 마주보고는 동시에 물었다.


“그치만, 세영언니의 끈은 우리랑 같은 데서 나오진 않았을 거 같은데···!”


다영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다른 이런 하늘하늘 거리는 걸 따라가면 되잖아! 유영아! 네가 떠 있으니까 한번 찾아봐라. 우리거랑 비슷한 게 보이나.”


언니의 말에 공중에 떠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던 유영이 물었다.


“으으으, 힝! 도대체 어떤 걸 따라가야 하는데?”


동시에 그녀가 손가락으로 계속해서 다른 방향들을 가리켰다.


자매들이 자세히 보니 자신들과 같은 그런 나부끼는 것들이 대충 잡아도 수십 군데는 되어보였다.


아니 어쩌면 훨씬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그들 모두에게 들었다.


그렇게 난관에 부딪힌 그들의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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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언니에게 가는 길(1) NEW 5시간 전 0 0 7쪽
48 언니를 찾아 나선 자매들과 또 다른 위기 24.09.17 2 0 6쪽
47 전하지 못한 마음 때문에 떠나지 못하다 24.09.13 2 0 6쪽
46 세영과 해미의 시간 24.09.10 4 0 5쪽
45 사이좋은 형제들의 우애 24.09.06 5 0 5쪽
44 때맞춰 일어난 긴급 상황 24.09.03 8 1 6쪽
43 대치 상황 24.08.30 9 1 5쪽
42 테레사,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려 하다 24.08.27 10 1 7쪽
41 사영과 자매들에게 닥친 위기 (2) 24.08.23 10 1 6쪽
40 사영과 자매들에게 닥친 위기 (1) 24.08.20 9 1 6쪽
39 사랑해, 사랑해, 그리고 사랑해! 24.08.18 11 1 6쪽
38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언니와 대화를 시도하러 가다 24.07.05 14 2 6쪽
37 언니의 마음을 다시 깨워줄 조각들을 준비하자 24.07.02 12 2 6쪽
36 유영의 부탁과 형제들의 믿음 24.06.28 13 2 5쪽
35 점점 더 불리해져가는 사태 24.06.25 12 2 6쪽
34 마음이 급해진 자매들과 달구지 24.06.21 12 2 5쪽
33 기억을 덜어내고 점점 더 깊이 여행하다 24.06.18 13 2 5쪽
32 위험한 징조들 24.06.14 12 2 6쪽
31 물 위의 섬 24.06.11 12 2 6쪽
30 심상치 않은 분위기 24.06.07 12 2 6쪽
29 병원에 들이닥친 남편들 24.06.06 13 2 5쪽
» 어디로 가야할까 24.06.05 12 2 6쪽
27 ‘츄파춥스’ 성인 24.06.04 13 2 6쪽
26 남은 사람들 24.06.03 12 2 6쪽
25 가자! 저세상으로 24.06.02 12 2 6쪽
24 깨어난 자매들 24.06.01 10 2 5쪽
23 홀리콥터를 타고 신나게 하늘을 날아보자 24.05.31 12 2 6쪽
22 해미와 해미들, 그리고 지하세계 24.05.30 10 2 5쪽
21 위험에 처한 세영 24.05.29 13 2 5쪽
20 계획 변경 24.05.28 13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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