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세상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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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진
작품등록일 :
2024.05.09 01:45
최근연재일 :
2024.09.20 00:00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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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6,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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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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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세영과 해미의 시간

DUMMY

한편 정말 오랜만에 남아있던 근심까지 싹 씻기는 것 같은 목욕을 즐긴 세영이 몸을 간단히 닦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느 새 그녀는 자신이 계속 입고 있던 잠옷을 입고 있었다.


해미가 말한 대로 그 옷은 세영의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라서 그런지 먼지가 묻거나 더러워지는 일이 없었다.


‘이젠 거의 나랑 한 몸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언제나 한결같이 깨끗한 잠옷을 보고 그녀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것은 그녀의 엄마가 입으라며 준 것이었다.


“아니, 여영이가 사줬는데, 애기 것 같아서 그리고 어쩐지 불편해서 입기가 그래. 너 입으려면 가져갈래?”


자신의 옷장에서 새 잠옷을 꺼내며 그녀의 엄마가 물었었다.


그것은 파란 바탕에 수많은 노란 별들이 그려져 있는 원피스 잠옷이었다.


세영이 그걸 보고 좋아하며 말했었다.


“엄마, 너무 예쁜데? 진짜 안 입을 거야? 아, 횡재했네. 엄마가 애기 것 같다더니, 엄마 애기가 가져가게 됐네. 헤헤헤!”


“맞어. 애기 거 맞네. 호호호!”


엄마, 연수가 그렇게 말했던 게, 비록 희미하지만 그때까지 세영의 가슴속 깊은 곳에 남아있어 그녀는 잠옷을 볼 때마다 그 따스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다.


집안을 부산하게 돌아다니고 있던 해미가 밖에서 들어온 세영을 보고 환한 얼굴로 맞았다.


“호호호! 마음이 즐거워지는 시간을 보내셨나요?”


그리고 그녀는 세영을 식탁으로 안내했다.


거기엔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가득 놓여있었다.


“어머! 세상에! 언제 이걸 다 준비하셨어요? 보기도 아까워서 못 먹겠어요.”


세영이 감탄하며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있었다.


“호호호! 그게 무슨 말이지요? 먹기도 아까운 음식은 만들지 않았답니다. 이게 다 세영씨를 위한 만찬이거든요. 어서 와서 앉으세요. 호호호호!”


해미가 썰렁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가라앉히며 세영을 재촉했다.




곧 식탁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은 맛있는 것을 먹으며 얘기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 정말 해미는 너무 좋은 분이에요. 고마워요.”


문득 세영이 감사하는 마음을 표했다.


“호호호! 그런 말씀마세요. 여기 오는 여행자들은 모두 그들에게 안성맞춤인 안내자를 배정 받는 답니다. 아예 안내자가 필요 없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하지만 알고 보면, 결국, 모두, 다 자신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답니다, 호호호호!”


그 말을 들은 세영은 해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참, 어떨 땐 어려운 사람이야. 하지만 같이 있으면 편안하고 또 유쾌해진단 말이지. 꼭 오랫동안 알던 사람이것처럼···, 하지만 정작 아는 건 없는 걸!’




그렇게 생각한 세영이 물었다.


“해미는 여기서 일하기 전에는 뭘 했나요?”


그 말에 해미가 뭔가 아주 먼 기억을 떠올리려 노력하듯 눈을 찡그리고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대답했다.


“아아! 잘 생각나지 않아요. 하지만 이건 확실해요. 살았었고 죽었다, 호홋!”


무슨 선문답 같은 그녀의 대답이 세영을 더욱 헷갈리게 만들었다.


“그럼 계속 이렇게 쭉 계실 건가요?”


자신을 여행자라 부르는 해미의 말을 들으면서 세영은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여행이 언젠가 반드시 끝나리라고 확신하며 물었다.




그 질문이 해미에게는 상당히 진지한 문제였는지 지금까지 본 중에 제일 심각한 표정이 된 해미가 한참동안 말을 하지 않고 곰곰이 생각하는 게 보였다.


한참 후, 해맑은 웃음을 지은 그녀가 답했다.


“글쎄요. 하지만 어떤 아이를 만나게 되면 그때는 나도 여행자가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은 알겠어요. 그 아이가 누군지 어디가야 만날 수 있는지 지금 알 수는 없지만, 아마 알 수 있을 거예요, 호호호! 왜냐면 여기서 알려줄 거거든요, 호호호호!”


말하는 해미의 가슴엔 그녀의 두 손을 살포시 얹어져 있었다.


“네에!”


그렇게 대답하는 세영의 눈에서 난데없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걸 보곤 해미가 말없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바로 그때, 그들이 있는 식탁 가까이 있는 벽에서 큰 회색빛깔의 커다란 해미 얼굴이 양각처럼 떠오르더니 바로 그녀의 목소리로 경고음을 냈다.


‘위옹! 위옹! 침입자! 위옹! 침입자아! 위오홍!’


제일 먼저 식탁에 앉아있던 세영이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해미가 얼른 그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노노! 겁먹지 말아요. 나쁜 게 잇다면 우리 해미들이 없애줄 거예요. 무섭지 않아요, 호호호호!”


하지만 계속 경고음이 꺼지지 않고 울리자 해미가 직접 나서며 말했다.


“잠시만 다녀올게요, 호홋!”


그녀가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얼마쯤 있다가 경고음이 꺼지고 벽에 나타났던 회색빛의 양각 해미도 사라졌다.


그래도 걱정되는 마음에 세영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 때였다.


해미가 누군가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왔다.


“잡았어요,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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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언니를 찾아 나선 자매들과 또 다른 위기 24.09.17 2 0 6쪽
47 전하지 못한 마음 때문에 떠나지 못하다 24.09.13 3 0 6쪽
» 세영과 해미의 시간 24.09.10 5 0 5쪽
45 사이좋은 형제들의 우애 24.09.06 5 0 5쪽
44 때맞춰 일어난 긴급 상황 24.09.03 8 1 6쪽
43 대치 상황 24.08.30 10 1 5쪽
42 테레사,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려 하다 24.08.27 10 1 7쪽
41 사영과 자매들에게 닥친 위기 (2) 24.08.23 10 1 6쪽
40 사영과 자매들에게 닥친 위기 (1) 24.08.20 9 1 6쪽
39 사랑해, 사랑해, 그리고 사랑해! 24.08.18 11 1 6쪽
38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언니와 대화를 시도하러 가다 24.07.05 15 2 6쪽
37 언니의 마음을 다시 깨워줄 조각들을 준비하자 24.07.02 12 2 6쪽
36 유영의 부탁과 형제들의 믿음 24.06.28 14 2 5쪽
35 점점 더 불리해져가는 사태 24.06.25 12 2 6쪽
34 마음이 급해진 자매들과 달구지 24.06.21 12 2 5쪽
33 기억을 덜어내고 점점 더 깊이 여행하다 24.06.18 14 2 5쪽
32 위험한 징조들 24.06.14 13 2 6쪽
31 물 위의 섬 24.06.11 12 2 6쪽
30 심상치 않은 분위기 24.06.07 13 2 6쪽
29 병원에 들이닥친 남편들 24.06.06 13 2 5쪽
28 어디로 가야할까 24.06.05 12 2 6쪽
27 ‘츄파춥스’ 성인 24.06.04 13 2 6쪽
26 남은 사람들 24.06.03 12 2 6쪽
25 가자! 저세상으로 24.06.02 12 2 6쪽
24 깨어난 자매들 24.06.01 11 2 5쪽
23 홀리콥터를 타고 신나게 하늘을 날아보자 24.05.31 12 2 6쪽
22 해미와 해미들, 그리고 지하세계 24.05.30 11 2 5쪽
21 위험에 처한 세영 24.05.29 14 2 5쪽
20 계획 변경 24.05.28 13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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