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를 찾아 나선 자매들과 또 다른 위기
한편 치영은 유영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실패한 다음 날, 여영과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탑승해 자리를 잡고 앉은 치영이 동생에게 미안해하는 얼굴로 말했다.
“나, 혼자 가도 되는데···.”
“아냐! 언니랑 이렇게 여행도 같이 하고 좋은데, 뭘! 그 먼 곳까지 혼자 보내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잖아. 그러면 혼자보다 둘이 훨씬 낫지. 안 그래?”
여영이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치영은 간다고 하고 나서긴 했는데, 막상 가려니 막막하고 심란해 있던 참에 동생이 같이 가준다고 나서서 안심이 된 참이었다.
“근데, 너무 멀 거라고 생각만 했는데 어떻게 보면 많이 가깝다. 비행기로 열 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니···.”
치영의 말에 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 괜찮겠지? 비가 그렇게 많이 와서 피해가 막심 하다는데···.”
여영이 비행기 밖을 쳐다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응, 언니라면 괜찮을 거야. 곧 금방 볼 거니까, 일단 가봐야지.”
치영이 동생을 안심시키며 말했고, 곧 비행기는 이륙했다.
그날 저녁 연수는 꿈을 꿨다.
그녀는 오랜만에 자신이 가족들과 즐겨가던 바닷가 해변을 걷고 있었다.
하얀 모래사장에 파도소리가 정답게 들리고 머리 위로는 갈매기들이 평화롭게 날고 있었다.
눈부신 햇살이 비치고, 물결에 그 빛이 반짝거렸다.
어딘가에서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 자신의 볼을 부드럽게 간지럽혔다.
“엄마!”
그때 자신의 옆에서 걷고 있던 세영이 정다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응, 아가!”
그녀가 대답했다.
세영이 문득 걸음을 멈추고 무슨 할 말이 있는 것처럼, 같이 멈춰 섰던, 엄마의 손을 마주잡았다.
그런 둘이 마주보고는 빙그레 웃었다.
그때 저쪽에서 번개가 번쩍했다.
‘쩌저적’
꽤 가까운 곳에서 친 그 번개를 보고 놀란 연수가 딸을 바라보는데, 분명 가까이 있었던 그녀가 어느 새 자신에게서 멀어져 있었다.
“세영아! 이리와. 거기는 위험해. 어서 돌아가자. 응?”
연수가 걱정하며 딸을 불렀다.
벌써 그들의 주변으로 먹구름이 까맣게 몰려들고 있었다.
더럭 겁이 난 그녀가 다가가려는데, 얼굴이 보일랑 말랑 저 멀리 서 있던, 세영이 뭔가를 말하려는 듯 입숙을 달싹거렸다.
“세영아! 안 들려. 아가야! 세영, 아···!”
정수가 놀라서 언니를 흔들어 깨웠다.
그때 연수는 손을 내저으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언니! 괜찮아? 언니, 일어나 봐!”
“코올록! 하아! 아학! 콜록!”
주연의 발작 같은 기침이 시작됐다.
“세상에, 언니! 얼른 물 좀 마셔봐!”
“콜록! 콜록! 후아아! 코올록! 켁!”
그녀가 물을 권해도 연수는 물 마실 겨를도 없이 기침을 계속하며 숨을 헐떡거렸다.
언니의 기침이 도저히 멈출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자 정수는 거실로 뛰어나가 구급대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아! 빨리 이쪽으로 와주세요. 언니가, 우리 언니가 숨을 못 쉬어요!”
병원에서는 귀영이 범수와 함께 고민에 빠져있었다.
누나들이 유영을 찾으러 인도로 출발 한 직후, 사영의 남편, 효자에게서 연락이 왔던 것이었다.
아내의 상태가 어느 정도 안정되었으니 가까이 있는 병원으로 이제는 정말 옮겨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고 나서 무슨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선두와 진국에게서도 차례로 전화가 걸려와 똑같은 말을 했다.
“어쩌죠? 누나들이라도 같이 있으면 다 같이 한 번 더 설득이라도 해볼 텐데···. 아니면 같이 못 가게 시위라도 하던가요.”
걱정하는 처남을 바라보고 있던 범수가 그를 안심시키며 말햇다.
“괜찮아. 처남! 이번에도 잘 얘기해서 조금 더 시간을 벌어봐야지. 처제들이랑 다른 사람들이 애쓰고 있으니까, 우리도 힘내자구. 응?”
귀영은 ‘저번에도 잘 얘기된 건 아니었잖아요. 누나들이 상태가 좋았으면 끌려갔을 거라구요.’ 라고 얘기하고 싶은 걸 꾹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귀영의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아! 이모! 네, 네? 무슨···, 말씀이세요? 뭐라구요?”
전화를 받고 있던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순간 그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있었다.
그리고 곧 전화를 끊은 그가 범수를 쳐다보며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처남!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흐으윽! 아아아! 매형···! 어, 엄마가아, 지금 쓰러지셨대요. 그래서, 병원에, 큰 병원으로 가고 있대요요, 흐으으.”
그 말을 들은 범수의 얼굴이 노래졌다.
너무 놀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그는 얼마간 눈을 계속 꿈벅거리기만 했다.
그리고 얼마 후, 겨우 정신을 차린 범수가 의자에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고 계속 흐느끼기만 하고 있던 처남을 재촉했다.
“처남! 어서 가봐. 어머니가 기다리실 거야. 이런 때 일수록 자식이 더 보고 싶으실 건데 옆에 있어드려야지. 안 그래? 여기느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러니까 빨리 가봐. 어서!”
그 말에 얼굴을 든 귀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곳을 뛰쳐나갔다.
범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처남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크게 결심한 얼굴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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