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에게 가는 길(1)
그로부터 몇 시간 후, 몹시 지친 얼굴을 한, 치영과 여영은 어느 작은 시골 공항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원래 그들이 가려고 했던 공항은 홍수로 인해서 물에 반 이상 잠겨버렸고 활주로도 쓸 수 없는 지경이 돼있었다.
그래서 기장은 어쩔 수 없이 활주로가 멀쩡한 다른, 제일 가까운 작은 공항으로 가서 그 곳에 비행기를 착륙시켰던 것이었다.
어딘지 짐작도 안 되는 곳에 도착한 그들은 상황파악을 채 하기도 전에 승무원들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비행기에서 내려서 대기해야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생면부지의 나라에 뚝 떨어진 두 자매는 난감해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식사 때가 되어 승객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던 승무원에게 용기를 내서 물었다.
“저기, 근데 저희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되나요? 언니를 찾아야 되거든요. 혹시 원래 가려고 했던 그 공항으로 갈 수 없을까요?”
치영의 질문에 역시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이던 승무원이 힘없이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현재는 그쪽으로 갈 방법이 없어요. 차가 있다고 해도 물에 잠긴 곳이 많아서 들어갈 수가 없대요.”
그들의 질문에 간단히 대답한 승무원이 돌아서려고 하자 여영이 울먹이며 그녀를 붙잡고 울먹이며 말했다.
“흐으윽! 저기요. 지금 우리 언니가 그 곳에 갇혀 있어요오. 위험한 상황일지도 모르고요. 그래서, 우리는, 그, 그곳에 빨리 가봐야, 흐윽, 돼애요!”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여영이 하는 말을 듣고 안쓰러운 얼굴이 된 승무원을 붙잡고 치영이 다급하게 물었다.
그 질문에 몹시 곤란한 표정이 된 그녀가 잠시 골똘히 생각하는 듯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저기, 지금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요. 근데, 저희 측에서 승객들을 옮길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제일먼저 갈 수 있게 조처해드릴게요. 죄송해요. 지금은 확정된 게 없어서 뭐라고 말씀을 못 드려요.”
그녀가 가고 여영이 힘없이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힘이 쭉 빠진 동생을 보고 치영은 말없이 받아두었던 음식을 내밀었다.
그런 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여영이 다시 울먹였다.
“흐으윽! 언니, 괜찮겠지이? 흐어엉!”
치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동생을 달랬다.
“언니는 분명 괜찮을 거야. 엉뚱하긴 해도 상황판단은 빠르잖냐. 그 언니가···, 너 기억 안 나냐? 우리 같이 창고 치우다가 쥐 만나서, 궁지에 몰린 쥐가 튀어 올랐잖아.”
어느 새 여영이 울음을 멈추고 생각난 듯 소리쳤다.
“으응, 맞아! 우리 앞에 서서···, 들고 있던 빗자루로 쥐를 박고는 쓸 듯이 쳐버렸지. 하하! 그때 진짜 웃겼는데, 하아아!”
재밌던 기억이 새록새록 생각났는지 그녀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그래. 언니는 괜찮을 거야. 그럴 거야···.”
그제야 언니의 이야기에 여영은 조금 힘이 났는지 언니가 건넨 음식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반면 치영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두려움이 점차 커지는 것을 느꼈다.
언니들의 상태가 다 불안한 지금, 유영언니 마저 잘못된다면 자신은 도저히 견디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동생의 가까스로 안정된 마음을 자신이 흔들 수는 없다고 생각해 속에서 솟아나는 두려운 마음을 그녀는 조심히 삭이고 있었다.
‘괜찮겠지. 아암, 괜찮을 거야. 괜찮고 말고···!’
무슨 주문이라도 외우듯 그녀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되 뇌였다.
곧 저녁이 되어 항공사에서 나눠준 담요를 덮고 공항 한 구석에 자리를 잡은 두 자매는 밖으로 보이는 하늘을 보며 오랜만에 별구경을 실컷 했다.
“우와아! 도시에 살다 보니까 별구경하기도 힘든데, 여기는 참 밝게 보인다. 언니, 너무 예쁘지 않아?”
여영이 감탄하며 말했다.
“그러네. 이렇게 우리가 인도, 시골에서 별구경 하고 있을 거라곤 며칠 전만해도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야.”
치영도 감상에 젖어서 대답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말했다.
“그래도. 고마워. 나, 여기 혼자 왔으면 진짜 울 뻔했다. 야!”
“아이, 뭘! 울긴 내가 더 많이 울었는데···. 헤헤헤! 그리고 우린 형제자매잖아.”
여영이 해맑게 웃었다.
그 후 한참 더 얘기하다 자매는 지쳤는지 힘들었는지 어느 새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정말 눈을 금방 감았던 것 같은 시간이 지나고, 치영은 누군가 자신을 깨우는 것 같은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정신을 어느 정도 차렸지만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저기, 일어나보세요. 저기요! 승객님!”
치영은 멀게 들렸던 소리가 가까워짐을 느끼며 눈을 간신히 떴다.
눈꺼풀은 너무 무겁고 몸도 천근만근이었다.
가늘게 눈을 뜬 그녀가 몸을 조금 일으켜 세워 자신을 깨운 사람을 쳐다봤다.
그건 전날 밤 자신들과 얘기를 했던 승무원이었다.
“아, 예! 지금 몇 시죠?”
그녀의 질문에 승무원이 대충 대답하며 할 말을 빠르게 이어갔다.
“지금 새벽이에요. 근데, 언니한테 가야 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음, 저희 교통편은 아닌데, 승객 분 중에 가족 분이 차를 가지고 데리러 오신 분이 계신데요. 승객님 사정이 급하신 거 같아서 제가 부탁을 드려봤어요.”
“네에! 네에? 아아, 너무 감사합니다.”
그 말에 치영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네네! 그랬더니 차를 태워주실 수 있다고 하셔서요.”
“언니이, 왜?”
그때 여영이 말소리를 듣고 일어나며 물었다.
그때 동생을 보고는, 승무원의 말에 감격한 얼굴이 된 치영이 동생을 껴안으며 소리쳤다.
“됐어! 아아, 여영아! 우리 이제 언니한테 갈 수 있어. 누가 우리 태워주신대애!”
“뭐, 진짜? 가자, 지금 바로 가자. 우리!”
여영이 벌떡 일어나며 다짐하듯 말했다.
그녀들은 승무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여러 번하고는 얼른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그리곤 같이 갔던 승무원이 한쪽에 세워져있던 트럭에 가서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과 한참 얘기를 나눈 뒤, 곧 두 사람에게 돌아왔다.
“됐어요. 공항 근처에서 내려주실 거예요. 언니 분, 빨리 만나시기를 빌게요. 그럼, 조심히 가세요.”
치영이 그렇게 말하는 승무원의 손을 덥석 잡고 말했다.
“고마워요. 진짜 고맙습니다!”
자매는 트럭 뒷자리에 올라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곧 차는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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