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년 (부제: 경우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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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진
작품등록일 :
2024.05.10 01:15
최근연재일 :
2024.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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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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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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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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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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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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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최상위 포식자, 그레이를 만나다

DUMMY

우리는 어느새 야자수가 많이 있는 지역에 다다랐다.


저 멀리 보이는 덫 안에 노란 황금빛의 동물 두세 마리가 보였다.


“이번엔 정말 내가 할게. 믿어봐! 잘할 수 있어!”


힘차게 말한 내가 창을 들고 먼저 달려 나갔다.


작은 원숭이 비슷하게 생겼지만 주둥이가 길고 목 부분에 늘어진 살처럼 주머니가 있는 신기한 동물들이 내가 다가오는 걸 보더니 과상한 소리로 울어댔다.


‘끼에엑! 끼엑! 까가각!’


그 소리에 털이 쭈뼛 서며 소름이 끼쳤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았다.


드디어 덫에 도착한 내가 창을 높이 들고 내리꽂으려고 하는 순간 수와 아버지가 기겁을 하며 멀리서 소리쳤다.


“오빠! 안 돼. 놔 둬!”


“아아! 경우야! 그것들은 죽이면 안 돼!”




두 사람 소리에 깜짝 놀란 내가 들고 있던 창을 내리고 뒤를 돌아봤다.


헐레벌떡 달려온 아버지가 놀란 나를 재치고 덫의 문을 활짝 열었다.


아버지가 덫을 열자 노란 덩어리 세 개가 뛰쳐나와 긴팔을 내저으며 야자나무 위로 잽싸게 올라갔다.


수가 내게 다가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들은 무리지어서 다녀. 잡아도 먹을 것도 없고 또 죽이면 성가셔. 자기 동료들을 해치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다른 놈들이 달려들어서 계속 쫓아온다고. 위험해! 그래서 죽이면 안 돼.”


그때 수의 말대로 정말 어디서 나왔는지 많은 노랑이들이 야자수 여기저기에 매달려 뭔가를 던져대며 우리를 죽일 듯이 울어댔다.


‘기엑! 기에엑! 우우까까! 끼아아악!’


아버지가 덫을 들고 소리쳤다.


“어어! 안 되겠다. 어서 피하자!”


소리치는 노랑이들을 피해 우리는 다른 곳으로 도망쳐 갔다.


베이컨도 떨어지는 것들을 요리조리 잘 피하며 우리를 쫓아왔다.


‘하아! 저것들은 도대체 뭘까! 원숭이의 후예일까, 아님 완전 다른 동물일까!’


달리는 와중에도 신기한 모습의 그 동물들을 나는 여러 번 뒤돌아 쳐다봤다.




노랑이들에게서 도망치느라 기력이 탈진한 우리는 잠시 숨을 돌린 후 아버지를 따라 다른 곳으로 가서 덫을 새로 설치하고 동굴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한동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아버지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경우야! 오늘 수고했다. 수랑 다른 곳에 놓은 덫을 확인하고 금방 따라갈 테니까 베이컨이랑 먼저 돌아가라. 이제야 몸이 좀 회복됐는데 너무 무리하면 안 된다.”


정말 괜찮다고 말하는 나를 두 사람은 열심히 설득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뒤돌아섰다.


“베이컨, 가자!”


베이컨이 나를 쫄래쫄래 따라왔다.


동굴로 향해가는 길에 배가 또 많이 고파진 나는 열매를 열심히 따먹었다.


여러 열매들 중 블루베리와 딸기를 합쳐 놓은 것 같은 맛이 나는 열매가 꽤 맘에 들어서 나는 그 나무가 있는 곳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배가 부르자 문득 동굴 안팎을 오가며 열심히 일하고 있을 어머니가 생각났다.


‘이 열매를 따다주면 어머니가 좋아하겠지?’




저쪽에 한 무더기 그 열매가 달린 나무가 보였다.


나는 베이컨과 함께 그 나무로 달려가서 열매를 따 큰 나뭇잎에 모으기 시작했다.


반은 먹고 반은 따서 넣고 하다 보니 꽤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주변은 다른 푸른 나무들과 식물들에 둘러싸여 대부분 초록빛이었다.


어디선가 분명 근처로 짐작되는 곳에서 큰 짐승이 내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음히히힝! 히엉! 우으히힉!’


그 소리가 아마도 말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연이어 육식의 큰 동물이 내는 포효소리가 들렸다.


‘크으헝! 커으엉!’


공포심에 내 몸이 순간 얼어붙었다.


열매를 담아놓은 잎에서 열매 몇 개가 바닥에 떨어졌다.


‘토도독! 토독!’


포효소리에 놀라서 내 옆에 바짝 몸을 붙였던 베이컨이 그 소리에 몸을 펄쩍 뛰었다.


나도 모르게 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사삭! 사사삭! 투둑! 탁!’


수풀 사이를 지나는 소리와 나뭇가지를 밟는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리자 나는 긴장하며 주위를 살펴봤다.


그랬더니 회색빛의 큰 바위만한 네 발 달린 짐승이 자기 등치보다 좀 작아 보이는 말소를 물고 내가 있는 곳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그놈이 아버지가 말한 ‘그레이’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표범같이 생긴 얼굴에 고양이 것 같이 생긴 귀가 이쪽저쪽으로 활발히 움직이고 있었다.


바람이 불자 놈의 진한 회색털이 우아하고 멋지게 이리저리 날렸다.


‘어렸을 적 놀이 공원 사파리에서 봤던 사자나 호랑이는 놈에 비하면 고양이나 마찬가지 일거다!’


나는 잠시 두려움도 잊고 감탄하며 그레이를 쳐다봤다.




그때 열매 하나가 ‘또르륵’ 내가 들고 있던 잎에서 떨어졌다.


‘투둑!’


열매가 땅바닥에 떨어지는 그 소리가 북소리처럼 유난히 컸다.


그 소리를 들었던지 귀를 쫑긋 세우고 그레이는 사냥한 짐승을 문 채 내가 있는 곳을 돌아봤다.


그 커다란 눈이 내 쪽을 바로 향해 있었다.


나는 마주친 눈을 돌리지도 못 하고 똑바로 그놈의 눈을 응시한 채로 조각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 죽었다. 오늘이 내 제삿날인가! 나는 맛없을 텐데! 아! 제발!’


그 몇 초의 시간이 하루보다 길게 느껴졌다.




다행히 놈은 내게 관심이 없었는지 잡은 사냥감을 물고 수풀로 유유히 사라졌다.


그제야 다리에 힘이 풀리며 나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베이컨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내 주변을 돌며 떨어진 열매를 열심히 주워 먹었다.


‘아! 망할 놈! 좀 전에 죽을 뻔 했는데 아직도 저렇게 식욕이 있다니!’


어쨌든 우리 둘 다 무사해서 다행이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끌고 나는 베이컨과 서둘러 동굴로 향했다.


돌아가는 내내 나의 눈은 혹시나 또 나타날지 모르는 그 회색 동물의 기척을 계속 주시하며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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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만 년 전 이야기와 아버지의 선물 24.05.28 71 3 5쪽
18 베이컨의 상태가 이상하다 24.05.27 69 3 6쪽
17 아버지와 노랑이들 24.05.26 72 2 7쪽
16 환상의 맛, 코코넛 게 24.05.25 71 4 7쪽
» 최상위 포식자, 그레이를 만나다 24.05.24 77 5 6쪽
14 죽이기엔 너무 사랑스러운 햄망이 24.05.23 78 3 8쪽
13 우연히 발견한 부싯돌 24.05.22 82 3 6쪽
12 오해를 풀고 베이컨과 다시 친해지다 24.05.21 85 3 6쪽
11 온몸을 던져 구명지은을 갚다 24.05.20 86 3 6쪽
10 단란하고도 어색했던 온천탕에서 만난, 오리새 24.05.19 99 3 6쪽
9 원수 같던 동생 놈이 목숨을 살려줬다 24.05.18 109 3 7쪽
8 육식초 24.05.17 118 5 7쪽
7 만 년 후, 눈물의 재회 24.05.16 129 6 8쪽
6 불의 발견 +1 24.05.15 136 3 7쪽
5 먼저 깨어난 아버지와 베이컨 24.05.14 148 6 8쪽
4 실험에 참여했는데, 모르는 곳에서 깨어났다 24.05.13 150 6 9쪽
3 자, 이제 출발이다 +1 24.05.12 151 4 9쪽
2 세상 살기 너무 힘들다 +1 24.05.11 174 7 11쪽
1 쥐구멍엔 볕 뜰 날이 없다 +1 24.05.10 230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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