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년 (부제: 경우의 수)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공모전참가작

온진
작품등록일 :
2024.05.10 01:15
최근연재일 :
2024.09.17 00: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3,595
추천수 :
127
글자수 :
132,112

작성
24.05.15 00:00
조회
135
추천
3
글자
7쪽

불의 발견

DUMMY

어느 새 비는 그쳐 있었고, 동굴 근처의 나무에 벼락이 내리쳐 나무가 타고 있는 걸 아버지가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하하! 불이다. 불이야! 베이컨! 하늘이 불을 내려주셨다!”


아버지는 한동안 그 불타는 나무 옆에서 춤을 췄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 불을 동굴로 가져왔다.


그 불이 지금 내가 쬐고 있는 불이었던 거였다.


아버지는 그 가져온 불을 꺼트리지 않으려고 사방으로 마른 나무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열대우림 같은 곳에서 마른 나무를 찾기는 정말 힘들었다.


길을 헤치고 다니다가 가끔 죽어있는 나무를 발견하면 동굴로 끌어와 말린 다음 불쏘시개로 썼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지. 그런데 세 사람이 들어있는 주머니는 별로 달라지지 않아서 걱정이 컸었어.”


아버지가 우리 세 사람을 쳐다봤다.


아버지의 주름진 눈에는 애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흠! 흐흠! 어쨌든···.”


아버지가 얘기를 계속했다.


그 순간 왠지 아버지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본 것 같았다.




어느 날 아버지가 마른 나무와 먹을 것을 찾아 베이컨과 숲을 돌아다닐 때였다.


한참 앞서가던 베이컨이 허겁지겁 도로 달려와 아버지 뒤에 숨었다.


아버지는 베이컨이 떠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겁이 났지만 서서히 앞으로 다가갔다.


‘푸욱’ 내리 디딘 발밑의 땅이 다른 곳보다 훨씬 많이 꺼져 있어서 아버지는 거의 넘어질 뻔했다.


순간적으로 균형을 잡으려 아래를 내려다보고 팔을 휘적휘적 거렸을 때 아버지는 깨달았다.


그것은 네발 달린 거대한 짐승의 발자국이었다.




그것을 보고 겁이 덜컥 난 아버지는 베이컨과 쏜살같이 달려 동굴로 도망쳐왔다.


그 후 한동안 동굴에서 고민한 아버지는 뭔가 무기가 될 만한 것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굵은 나무를 끌어와서 불에 달군 뒤 몇 날 며칠을 동굴에 있는 돌에 갈아서 뾰족한 나무창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니다가 얇고 긴 돌을 발견하면 가지고 돌아와 역시 돌에 갈아서 뾰족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내가 역사책에서 봤었던 간석기 시대에 쓰였을 법한 창과 칼, 그리고 화살촉 등을 아버지는 만들어냈다.


“자아, 봐라. 내가 최초로 만든 칼이야!”


아버지가 자랑스럽게 그 칼을 보여줬다.


음! 형편없었다.


‘처음 만든 거라 그런가?’


그걸 보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버지는 처음 완성된 나무창과 돌 나이프를 들고 첫 사냥에 나갔다가 무참히 아무것도 못 잡고 돌아왔다.




베이컨이 파먹던 뿌리만을 먹은 지도 꽤 오래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영양불균형이 생겼는지 팔다리에 힘이 없고 고기 생각이 간절해졌다고 했다.


어느 날은 꿈에 자신이 베이컨을 잡아서 구워먹고 있는 꿈을 꿨다면서, 그 꿈꾸고 나서 며칠간은 미안해서 베이컨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에 사냥의 기회가 찾아왔다.


어떤 우거진 나무 밑을 지나치는데 큰 새처럼 생긴 짐승이 나무 가지 위를 날 듯이 뛰어다니며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아버지가 상황을 파악하건데 타조보다 작지만 그에 가깝게 큰 새가, 바오밥 나무처럼 높이 자란 나무 꼭대기에 지어놓은, 자기 둥지안의 새끼들을 지키려고 구렁이와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


“세상에, 그렇게 큰 구렁이는 생전 처음 봤어!”


아버지가 다시 한 번 감탄했다.




그 구렁이가 얼마나 큰지 그 큰 나무주위를 한 번 두르고도 꼬리 끄트머리가 아버지가 만질 수 있을 만큼의 높이에 내려와 있었더랬다.


‘이건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기회야!’


그렇게 생각한 아버지가 겁도 없이 뱀의 꼬리 부분을 잡고 그 부분의 살을 끊어내려고 돌칼로 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살아있는 짐승이 자기 몸이 공격당하는데 가만히 앉아서 ‘내 살을 베어가게’ 하고 당해주겠는가!


당연히 그 뱀은 아버지가, 제 몸에 생채기를 내고 그 가죽을 벗겨내 살이 미처 보이기도 전에, 단숨에 바닥으로 떨어지듯 착지해서 공격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거대한 뱀은 혀를 날름거리며 겁에 질려 얼어있는 아버지와 이미 벌써 도망치고 있는 베이컨의 뒷모습을 봤더랬다.


곧 흥분한 뱀이 큰 아가리를 벌리고 아버지를 향해 돌진했을 때, 아버지는 눈을 질끈 감으며 ‘이제 죽었구나! 여보! 얘들아!’ 하고 생각했다고 했다.




뱀이 자신의 몸을 물었을 거라고 이제 밀려올 고통을 기다리고 있건만, 아무 기척이 없자 아버지는 눈을 살포시 뜨고 사태를 살폈다.


그리고 무심결에 자신이 세워서 내민 나무창에 뱀의 아가리가 위아래로 걸렸고, 그 거대한 뱀이 바닥에서 몸부림 치고 있는 것을 봤다고 했다.


“헉! 으아악!”


눈앞의 광경에 놀라고, 또 뱀의 몸부림에 자신의 몸이 부딪쳐 나가떨어질까 봐 멀리 도망가서 지켜보고 있던 아버지는 한참이 지난 후에, 뱀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심히 다가갔다.


다행히 뱀은 완전히 죽어 있었다.


고기 냄새를 맡고 곧 다가올지도 모르는, 발자국만 본, 포식자의 기척을 이리저리 살피면서 아버지는 뱀의 아가리에 박힌 나무창을 빼내고 꼬리 쪽 살을 자신이 옮길 수 있을 만큼 열심히 칼질했다.


‘아마 그건 칼질이 아니라 짓이겨 떼어내는 것에 가깝지 않았을까!’


아버지가 보여준 첫 번째 칼을 떠올린 나는 그렇게 짐작했다.




어쨌든 고기를 충분히 가져온 아버지는 동굴에서 떨어진 바위에서 그것을 손질해거 근처 나뭇잎에 고인 물로 씻은 후 정성껏 나뭇잎에 싸서 동굴로 가져왔더랬다.


“정말 그날은 포식했지. 그리고 며칠 더. 하하하!”


아버지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이놈이 알고 보니까 잡식성이더라고!”


덧붙이며 아버지는 베이컨을 토닥거렸다.


아버지는 그날 베이컨과 신나게 고기파티를 하고, 남은 구운 고기를 잘 싸서 한쪽에 보관해둔 뒤, 불 옆에 누웠다.


배가 부르고 몸이 따뜻해지니 절로 가족 생각이 나서 더 외로워졌다면서, 그때 자신은 눈물을 한 두 방울만 흘렸노라고, 놀리는 우리에게 주장했다.


어쨌든 우리가 몹시 더 그리워졌던 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셋이 담긴 주머니를 차례로 살펴봤다.




그때 아버지는 세 주머니들을 다 불 옆에 차례대로 놔뒀는데, 불 가장 가까이에 둔 어머니의 주머니가 얼마 전보다 더 말랑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말랑거리는 정도가 불이 가까운 곳과 먼 곳이 확연히 달랐다고 했다.

그래서 어머니의 주머니를 타지 않을 만큼 가까이 두고 하루에도 몇 번씩 볼일을 보다가 골고루 뒤집어 줬다고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만 년 (부제: 경우의 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베이컨의 상태가 이상하다 24.05.27 69 3 6쪽
17 아버지와 노랑이들 24.05.26 72 2 7쪽
16 환상의 맛, 코코넛 게 24.05.25 70 4 7쪽
15 최상위 포식자, 그레이를 만나다 24.05.24 76 5 6쪽
14 죽이기엔 너무 사랑스러운 햄망이 24.05.23 78 3 8쪽
13 우연히 발견한 부싯돌 24.05.22 82 3 6쪽
12 오해를 풀고 베이컨과 다시 친해지다 24.05.21 84 3 6쪽
11 온몸을 던져 구명지은을 갚다 24.05.20 86 3 6쪽
10 단란하고도 어색했던 온천탕에서 만난, 오리새 24.05.19 98 3 6쪽
9 원수 같던 동생 놈이 목숨을 살려줬다 24.05.18 109 3 7쪽
8 육식초 24.05.17 117 5 7쪽
7 만 년 후, 눈물의 재회 24.05.16 128 6 8쪽
» 불의 발견 +1 24.05.15 136 3 7쪽
5 먼저 깨어난 아버지와 베이컨 24.05.14 148 6 8쪽
4 실험에 참여했는데, 모르는 곳에서 깨어났다 24.05.13 149 6 9쪽
3 자, 이제 출발이다 +1 24.05.12 151 4 9쪽
2 세상 살기 너무 힘들다 +1 24.05.11 173 7 11쪽
1 쥐구멍엔 볕 뜰 날이 없다 +1 24.05.10 229 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