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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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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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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5,020

작성
24.06.1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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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Lv. 33 일상으로의 복귀(3)

DUMMY

Lv. 33 일상으로의 복귀(3)


싱글벙글 웃으며 맞은편 소파에 앉는 규태에게 정한은 제 사인이 담긴 계약서를 내밀었다.

규태는 정한에게 기본적인 사항 몇 가지를 설명하고, 그를 데리고 사장실 밖으로 나갔다.


“자, 주목!”


커다란 규태의 목소리가 넓은 사무실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이미 얼굴을 아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그래도 정식으로 소개하는 건 처음일 거야. 여기는 윤정한 과장이고, 오늘부터 우리 회사에서 같이 일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하는 이쪽 일은 처음이니까 옆에서 잘들 알려주고. 뭐, 자기소개라도 할래?”

“무슨 애도 아니고, 됐어. 잘 부탁드립니다. 윤정한입니다.”


정한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회사라서 그런지 금세 그의 곁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정한은 몰려든 사람들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레벨을 쭉 둘러보다가, 유독 빈 자리가 많은 곳에서 혼자 미어캣처럼 자신이 있는 쪽을 바라보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Lv. 11 김민규]

‘직원 중에서 저 사람만 유독 레벨이 낮네. 사람들이랑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규태 형이 직장 내 따돌림 같은 걸 두고 볼 사람이 아니니까······. 신입인가?’


사람마다 첫인상을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다. 누구는 외모를 볼 수도 있고, 누구는 그 사람의 옷차림이나 태도를 볼 수도 있다.

레벨로 사람을 판단하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정한에게 가장 먼저 보이는 정보가 레벨이다 보니 그의 기준도 레벨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래도 다들 레벨이 평균 이상이네. 규태 형이 시킨 건가?’


확실히 어제오늘 길거리에서 마주쳤던 사람들의 레벨이 10 이하였던 것에 비해, 이곳 사람들의 평균 레벨은 15 이상으로 높은 편이었다.


정한이 사무실 사람들의 레벨을 대충 다 확인했을 무렵 규태에게 따로 불려 갔던 박 부장이 모여있는 사람들 사이로 다가왔다.


“자자, 궁금한 건 이따 점심시간이나 회식할 때 물어보고 일들 합시다.”


박 부장이 손뼉을 치며 사람들의 분위기를 환기했다.


프로직장인들답게 바로 제자리로 돌아간 사람들을 둘러보던 레벨 28의 박상철 부장은 정한을 새로운 자리로 안내했다.


“윤 과장님은 이 자리 쓰시면 되고, 오늘은 일단 부사장님 복귀하실 때까지 이거 보고 계시면 될 것 같습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여기 김민규 씨한테 물어보시고요. 오늘은 첫날이니까 대충 분위기 파악한다고 생각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박 부장은 안내를 끝내고도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 표정으로 정한을 쳐다보고 서 있었다.


“저, 박 부장님? 뭐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닙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정한은 제자리로 돌아가는 박 부장의 뒷모습을 잠깐 지켜보다가 익숙하게 컴퓨터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컴퓨터가 켜지길 기다리며 박 부장이 주고 간 업무 매뉴얼을 펼치자, 정한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민규가 의자를 밀며 그에게 다가와 수줍게 제 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전 김민규라고 합니다. 직급은 따로 없고, 그냥 사원입니다. 어, 그리고 과장님 피시 비밀번호가······. 잠시만요.”


민규는 제 책상 위에 있는 아기자기한 서랍을 뒤적이며 무언가를 열심히 찾더니 꼬질꼬질해진 포스트잇에 적혀있던 비밀번호를 새 포스트잇에 옮겨 적어주었다.


새로운 사무실 안을 열심히 날아다니며 구경하던 열세 번째 사도가 정한의 곁으로 날아왔다.


“이야. 여긴 그래도 아까 거기보다는 인간들 레벨이 제법 높던데요? 특히 저 방 안에 있는 사람은 동화율도 높은 편이고요.”


정한은 대충 열세 번째 사도의 말을 흘려들으며 규태의 사무실에서 가져온 사탕을 꺼내 책상 한쪽에 내려놓자, 그의 어깨 위에 앉아있던 ‘플랑크톤’이 후다닥 내려왔다.

사탕 포장지를 까서 ‘플랑크톤’에게 건네주는 정한에게 민규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저기, 과장님. 과장님은 레벨이 몇이세요?”

“네?”


정한은 자격증이나 토익 점수가 아니라 레벨을 묻는 민규에게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혹시 이 사람은 내 레벨이 보이는 건가?’


“아, 별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고요. 사장님이 주말마다 레벨 올려오라고 숙제를 내주셔서······. 혹시 레벨 낮으시면 저랑 같이 파티하실 생각 없으신지······.”

“아하하하. 말씀은 감사한데, 제가 지금 레벨이 좀 높아서······. 저랑 같이하시면 위험한 것도 위험한 건데, 경험치 얼마 못 받으실 거예요.”

“아······. 그런가요. 이번 주에 15까지 올려놓으라고 하셨는데, 제가 원래 게임 같은 걸 많이 안 해봐서 큰일이에요.”


아쉬운 얼굴로 물러나는 민규를 보며 정한은 왠지 모르게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책상 아래로 주먹을 꽉 쥐었다.


‘이 형이 진짜······.’


출근해서 받은 해고 통보를 시작으로 이런저런 일을 겪은 뒤라 그런지 매뉴얼을 몇 장 읽지도 않았는데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12시가 되자마자 사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튀어나온 규태는 바로 정한의 자리로 향했다.


“정한아 밥 먹으러 가자!”

“아······. 쫌!”


주변에서 쿡쿡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정한의 뒷목이 점점 벌게졌다.


“왜? 일어나. 밥 먹으러 가게. 아까 식당 예약해 놨어.”

“사장님! 저희는요?”

“니들은 이따 저녁에 많이 드세요. 박 부장은 따라오고.”


식당으로 자리를 옮긴 규태가 정한의 어깨 위에 있던 ‘플랑크톤’을 가져가 손장난을 치고 있었다.


“이 형이 너 펫도 편히 먹이라고 룸으로 잡았다.”

“이게 그 펫입니까? 저도 만져봐도 됩니까?”

“아, 맞다. 정한아 얘 걔야. 우리 길드에 있던 ‘마법 소녀’.”

“사장님! 그 얘기는······.”


정한은 트레이너라고 해도 믿을 만큼 우락부락한 체격의 박 부장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떳다.

‘진격의 검’ 최태식이라면 몰라도, ‘마법 소녀’라는 캐릭터는 정한도 잘 알고 있었다.

규태가 자기네 회사 동생이라며 쩔 좀 해 달라고 해서 몇 번 던전에 데려가 버스를 태워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 정한이 얘가 ‘윤 전사’야. 너 정한이한테 쩔 많이 받았잖아. 밥 한번 사고 싶다더니 왜?”


진호나 다른 어린 친구들한테도 함부로 말하지 않고 게임 매너도 좋아서 정한도 꽤 좋게 봤던 유저였다.

‘마법 소녀’가 남자라는 건 워낙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규태가 진짜 안 어울린다면서 게임 내에서 몇 번이나 면박을 줬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게임을 하면서 실제 모습과 게임 캐릭터 간의 괴리가 큰 사람을 워낙 많이 봐 왔던 정한이었기에 별다른 생각이 없었지만, 상대는 아닌 모양이었다.

구릿빛 피부가 벌겋게 달아올라 검붉어진 얼굴로 상철이 정한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 도와주신 덕분에 금방 만렙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니에요. 별거 아닌데요. 회사에서 박 부장님이 많이 도와주시면 되죠.”

“네! 제가 ‘윤 전사’님이 이 회사에서 만렙을 찍을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아, 아니. 그렇게까지는 안 해주셔도······.”


정한은 거의 숨이 넘어갈 정도로 웃고 있는 규태를 이를 악물고 노려봤다.


“그런데 ‘윤 전사’님께서는 몇 렙 이십니까?”

“얘? 지금 한 40 후반쯤 될걸? 그치?”

“어? 어어. 대충 뭐 그렇지.”

“오오! 역시, ‘윤 전사’님. 대단하십니다! 벌써 그렇게 레벨을 올리셨다니. 저도 좀 더 열심히 해야겠군요!”


구 ‘마법 소녀’ 현, 박 과장이 열의가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두 주먹을 높게 들어 올렸다.


“아니, 밖에서는 이름이나 직급으로 불러주셨으면 좋겠는데······. 그나저나 박 부장님은 직업 뭐로 하셨어요?”

“뭘 물어봐. 크큭. 보나 마나 마법사지. 으하하하하하하.”


규태는 박장대소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서 이젠 거의 울고 있었다.


“네. 마법사입니다.”

“딜러인 건 좋은데, 형수랑 직업이 겹치네.”

“얜 신경 쓰지 마. 우리 길드 안 들어온대.”

“아니, 안 들어가는 게 아니고, 저도 저희 가족 길드를 만들어 볼까, 해서 그런 건데······. 그런데 ‘윤 전사’님 사장님 길드 들어가셨습니까?”

“뭐, 보통은 혼자 해서 길드 잘 안 들어가긴 하는데, 들어간다면 규태 형 길드 들어가겠죠?”

“그, 그럼, 저도 사장님 길드 들어가겠습니다! 분명 가족도 다 데리고 와도 된다고 하셨죠?”

“이야. 박 과장 너 이 새끼. 내가 그동안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정한이의 유무로 이렇게 바로 말을 바꿔?”

“에이, 피시방 데려가서 강제로 게임 아이디 만들게 하고 사장님이 도와주신 게 뭐가 있습니까? 제가 ‘마법 소녀’를 만렙까지 키울 수 있었던 건 8할이 ‘윤 전사’님 덕이죠.”

“아니, 야. 너, 와. 야이씨, 너 진짜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


사무실로 돌아온 그들은 사장실에 모여 앉았다.


“여기다가 사인하면 됩니까? 가족들 사인은 제가 오늘 집에 가서 받아오겠습니다.”

“야. 너도 사인해.”


규태가 정한의 앞에 길드 가입신청서를 내밀었다.


“아니 근데 왜 형은 길드 가입신청서가 왜 사무실에 있어? 인벤토리에 넣어 놓지.”


정한은 이번에도 쌓여있던 서류 더미 속에서 찾아낸 길드 가입신청서를 보며 물었다.


“이런 것도 인벤토리에 들어가냐?”

“뭔 소리야. 웬만한 건 다 들어갈걸? 이런 것도 들어가던데.”


정한은 제 인벤토리에 들어있던 가방을 꺼내 보여줬다.

지난 주말에 강원도를 가느라 챙겨뒀던 짐가방이었다.


“과연, 동화율이 플레이어님보다 낮은 이유가 있군요. 아니, 플레이어님이 특이하다고 해야 할까요?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한 걸 알아차리시니까요. 단순히 동화율이 높아서라고 하기엔 너무 익숙하게 시스템을 이용하신단 말이죠.”


점심을 배불리 먹은 열세 번째 사도가 정한의 어깨에 거의 드러눕듯이 앉아 중얼거렸다.


“역시! ‘윤 전사’님. 모르시는 게 없으시군요.”

“박 부장님? 이제 회사니까 호칭을 바꿔주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정한은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박 부장을 쳐다봤다.

길드 가입을 마친 상철이 사장실을 나가고 점심시간까지 시간 때울 생각으로 사장실 소파에 앉아있던 정한에게 규태가 커피 믹스가 든 종이컵 두산을 가져왔다.


“어떠냐?”

“뭐가?”

“우리 회사.”

“뭐, 그냥 형이랑 비슷한 느낌인데?”

“좋다는 거지? 그러게 진즉 오지.”

“난들 이렇게 될 줄 알았나. 그래도 형 덕분에 굶어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희주한테 얘기했더니 좋아 죽으려고 하더라. 이따가 세 시쯤 사무실로 복귀할 거니까 그대 제대로 업무 분장 받고 해. 희주가 잘 알려줄 거야.”


[도움말 : 길드에 가입해서 다양한 모험가들과 함께 모험을 즐겨보세요. 길드 레벨이 올라갈수록 길드원들이 받을 수 있는 이로운 효과가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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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Lv. 47 파티플레이 (2) 24.07.03 234 8 11쪽
47 Lv. 46 파티플레이 (1) 24.07.02 252 8 11쪽
46 Lv. 45 가출 (3) 24.07.01 241 10 11쪽
45 Lv. 44 가출 (2) 24.06.30 253 9 12쪽
44 Lv. 43 가출 (1) 24.06.29 257 7 12쪽
43 Lv. 42 남산 타워 (8) 24.06.28 262 9 11쪽
42 Lv. 41 남산 타워 (7) 24.06.27 260 8 11쪽
41 Lv. 40 남산 타워 (6) 24.06.26 273 9 11쪽
40 Lv. 39 남산 타워 (5) 24.06.25 278 8 11쪽
39 Lv. 38 남산 타워 (4) +2 24.06.24 302 9 11쪽
38 Lv. 37 남산 타워 (3) 24.06.23 318 8 11쪽
37 Lv. 36 남산 타워 (2) +1 24.06.22 329 7 11쪽
36 Lv. 35 남산 타워 (1) 24.06.21 341 10 11쪽
35 Lv. 34 일상으로의 복귀(4) 24.06.20 352 11 11쪽
» Lv. 33 일상으로의 복귀(3) 24.06.19 351 10 11쪽
33 Lv. 32 일상으로의 복귀(2) 24.06.18 361 12 11쪽
32 Lv. 31 일상으로의 복귀(1) 24.06.17 395 13 11쪽
31 Lv. 30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6) 24.06.16 387 14 11쪽
30 Lv. 29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5) 24.06.16 396 13 11쪽
29 Lv. 28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4) 24.06.15 398 14 11쪽
28 Lv. 27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3) 24.06.15 416 15 11쪽
27 Lv. 26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2) 24.06.14 429 13 11쪽
26 Lv. 25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1) 24.06.14 444 14 11쪽
25 Lv. 24 서울 나들이 (3) +1 24.06.13 456 14 11쪽
24 Lv. 23 서울 나들이 (2) +1 24.06.13 472 14 11쪽
23 Lv. 22 서울 나들이 (1) +2 24.06.12 479 13 11쪽
22 Lv. 21 던전 (4) 24.06.12 491 14 12쪽
21 Lv. 20 던전 (3) 24.06.11 499 13 11쪽
20 Lv. 19 던전 (2) 24.06.11 508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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