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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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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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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5,020

작성
24.06.2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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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Lv. 34 일상으로의 복귀(4)

DUMMY

Lv. 34 일상으로의 복귀(4)


규태가 말한 대로 희주는 3시가 조금 넘어서 직원들을 우르르 끌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부사장님. 오셨어요?”

“고생하셨습니다!”


희주가 도착하자 직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와 그녀의 팀원들을 반겼다.

정한도 주변의 눈치를 보다가 어정쩡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곧장 정한이 있는 쪽으로 걸어간 희주는 그를 보자마자 활짝 웃었다.


“어서 와요. 정한 씨. 잠시만요. 사장님 좀 보고 올게요.”


희주는 가볍게 정한에게 인사를 건네고 정한의 대각선 너머에 따로 떨어져 있는 그녀의 자리에 짐을 놓고 바로 규태가 있는 사장실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부사장님한테 얘기 들었어요.”

“오늘 첫 출근이시라면서요?”

“우와.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잘생기셨네.”


희주와 같이 들어온 직원들이 그에게 반갑게 말을 걸어왔다.


‘얘네는 또 뭐야?’


그들의 머리 위에 있는 이름표를 확인한 정한은 유난히 다른 팀보다 레벨이 높은 이들을 보며 당황했다.

그들의 평균 레벨은 20대 후반. 거의 다른 팀원들보다 10레벨씩은 높았다.


‘형수가 엄청 빡세게 굴리나? 아까 들어올 때 직원들 태도도 보니까 규태 형 대할 때보다 군기가 더 바짝 들어가 있는 느낌이던데······.’


회사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정한에게 희주는 사실 존재감이 거의 없는 사람이었다.

마법사 랭킹 10위안에 든다고는 하지만, 그가 속해있던 길드‘아레나’는 워낙 랭커가 많았던 데다가, 정한 본인이 워낙 특출나다 보니 아주 못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다들 비슷비슷해 보였던 것이다.


정한의 주변으로 비어있던 자리가 하나둘 채워지고 그의 주변이 또다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 소란에 편입한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있는 박 부장의 눈치를 보며 슬슬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할 때 뒤늦게 사무실 문을 열고 희주와 닮은 젊은 여자가 나타났다.


“사담은 일 끝나고들 하시고, 다들 업무에 집중합시다.”


손뼉을 치며 등장한 그녀는 빠르게 주변을 정리한 뒤 정한의 앞에 섰다.


“사장님이랑 부사장님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이현주입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윤정한입니다.”


현주가 내민 손을 맞잡은 정한은 여리여리한 체형인데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의외의 악력에 속으로 감탄했다.


“들으셨겠지는 모르겠지만, 저 부사장님 친동생이에요.”

“아, 예.”


정한은 현주의 머리 위에 떠 있는 [Lv. 30 이현주]라는 이름표를 확인했다.


‘레벨 30에 이 정도 악력이면······, 전사 계열인가?’


정한이 현주의 직업을 파악하고 있을 무렵 현주는 속으로 굉장히 놀라고 있었다.

그녀의 직업은 정한이 생각한 대로 전사였다. 얻은 능력치를 전부 근력과 체력에 투자한 그녀가 작정하고 힘을 끌어올려 정한의 손을 쥐었는데도 정한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람 뭐지? 형부랑 언니가 말한 게 진짜였나 본데? 근데, 암살자라고 하지 않았나? 뭐 이렇게 힘이 세?’


현주가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규태와 진호에게는 자신의 레벨을 40대 후반이라고 말했지만, 실제 그의 레벨은 67이었다.

레벨부터가 두 배 이상이나 차이 나는 데다가, 정한의 장비는 대부분 보스들에게서 얻은 것들이었기에 추가되는 능력치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단순히 능력치로만 놓고 보면 거의 세 배 이상 차이가 났으니, 그녀가 아무리 기를 쓰고 덤빈다고 해도 애초에 승산이 없는 게임이었다.


현주는 꿈쩍도 하지 않는 정한의 손을 빠르게 놓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제자리로 돌아갔지만, 갑자기 무리한 힘을 끌어낸 오른손이 덜덜 떨려왔다. 기선제압을 하려다가 오히려 기선제압을 당한 꼴이었다.

제 언니인 희주와는 다르게 승부욕의 화신인 현주는 아직 떨림이 채 가시지 않은 오른손을 부여잡고 멀쩡한 정한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현주의 속내를 알 리 없는 정한은 업무 매뉴얼을 펼쳐놓은 채로 어서 빨리 퇴근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하루 종일 업무 매뉴얼을 읽느라 어지간히 지루했기 때문이다.

국방부 시계처럼 느리게 기어가던 시곗바늘이 여섯 시를 알리기 무섭게 총무팀의 막내로 보이는 직원이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다들 오늘 회식인 거 아시죠? 장소는 메신저 단체 방에 올려뒀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핸드폰을 꺼내 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직 회사 단체방에 초대되지 않은 정한이 멀뚱멀뚱 서 있자, 그의 옆에 앉아있던 민규가 은근슬쩍 정한의 번호를 물어왔다.


“과장님 제가 메신저 초대해 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민규의 초대를 기다리는 동안 메신저를 열어본 정한은 빠르게 내용이 바뀌고 있는 전 직장의 동기 채팅방을 응시했다.

대충 내용을 보아하니 자신의 이야기였다.


자신의 태도를 나무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속 시원했다며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개중에는 부럽다는 이들도 있었다.


‘내가 아직 단체방을 안 나간 걸 모르나?’


정한이 제 얘기로 가득한 채팅창을 보며 어이없어하는 사이 사람들이 저마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사무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정한아, 뭘 그렇게 심각하게 보냐?”


어느새 다가온 규태가 정한의 핸드폰 액정을 은근슬쩍 쳐다봤다.


“전 회사 동기 단체방. 내가 오늘 좀 요란하게 하고 나왔거든. 그래서 그런지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네.”

“뭘 그런 걸 보고 있어? 어차피 이제 볼일 없는 사람들 아냐? 너 성격에 친한 사람도 없었을 거고. 그냥 다 차단해 버려.”

“그러게. 이제 나랑 상관없는 얘긴데.”

“야, 빨리 가자. 배고프다. 희주야, 처제, 빨리 와!”


규태가 정한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희주를 향해 소리쳤다. 피식 웃으며 미련 없이 채팅방을 나간 정한은 아예 대화 목록에서 단체방을 삭제해 버렸다.

그제야 정한은 새삼 그가 정말 직장을 옮겼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규태에게 이끌려 회식 장소에 도착한 정한은 제 자리 배치를 보며 실소를 흘렸다.

그도 그럴 게, 자신의 오른쪽엔 규태가, 왼쪽엔 박 부장이, 앞에는 희주와 현주 그리고 민규가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김민규 씨는 왜 여기 앉아있는 거지?’


누가 봐도 임원진의 자리에 고기 구우러 불려 온 모양새였지만, 민규는 이 상황이 익숙한지 말없이 집게를 딱딱 부딪치며 고기 굽는데 심취해 있었다.


“여기 이쪽에 있는 거 드시면 돼요. 과장님 이거 드세요.”

“이거 드십시오. 이게 더 잘 익었습니다.”


민규가 정한의 앞접시에 잘 익은 고기를 손수 올려주자, 경쟁이라도 붙은 듯 박 부장이 새로운 고기를 그의 앞접시에 내려놓았다.


“아하하하하하. 네. 감사합니다. 두 분도 어서 드세요.”

“둘 다 작작 해라. 정한이 그런 거 싫어한다.”


앞접시에 쌓이는 고기를 보며 진땀을 빼고 있는 정한을 보다 못한 규태가 나서서 한 소리하자, 박 부장과 민규의 표정이 금세 시무룩해졌다.


“그래서 정한 씨는 우리 길드 가입했어요?”


희주가 고기만 먹고 있는 규태의 입 속에 상추를 억지로 쑤셔 넣으며 물었다.


“아, 아뇨. 아직.”

“왜요? 우리 길드 안 들어올 거예요?”

“‘윤 전사’ 아니, 윤 과장님 안 들어가시면 저도 안 들어갈 겁니다!”


박 부장이 테이블을 내려치며 소리치자, 일순 주변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

현주가 재빨리 일어나 사람들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이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주변이 시끌벅적해졌다.


“박 부장님. 조용히 좀 말씀하시겠어요?”


이를 악물고 말하는 현주의 손에 들린 쇠젓가락이 순식간에 엿가락처럼 휘는 모습을 본 박 부장이 ‘헙.’ 하고 입을 다물었다.


“쓰읍. 희주야. 현주 너도 젓가락 다시 원래대로 해.”

“아니, 난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정한 씨가 우리 길드 들어왔으면 좋겠어서······.”


규태가 조용히 나무라자, 구시렁대던 희주가 현주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쳤다. 현주가 억울한 표정으로 젓가락을 원래대로 돌리는 사이 규태가 정한에게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내며 멋쩍게 웃었다.

정한은 괜찮다고 웃으며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사실 규태의 길드에 가입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의 성격을 알고 있는 이들이었기에 오히려 다른 길드에 들어가는 것보다 편하면 편했지, 불편할 일은 없을 것이리라.

다만, 가족이 없는 자신이 가족 길드에 들어가도 되는 건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다.


“저, 그 길드 저도 가입해도 되나요?”


민규가 조용해진 테이블 위로 조심스럽게 손을 들으며 물었다.


“어? 다, 당연하지! 가족도 다 데리고 들어와도 돼. 여기, 여기 사인해.”


규태가 인벤토리에서 바로 길드 가입신청서를 꺼내 민규에게 내밀었다. 가입신청서를 받아 든 민규가 또다시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아, 제가 가족이 따로 없어서······. 혹시 가족이 없으면 못 들어가나요?”

“뭐? 당연히 아니지. 혹시나 하고 물어본 거야. 우리 길드는 범죄자만 아니면 나이, 성별, 학력, 직업, 외모 기타 등등 아무것도 묻고 따지지도 않고 받아주니까, 걱정하지 마.”

“넵! 그럼, 여기다가 사인하면 되나요?”

“그래, 그래. 옳지. 잘한다!”


민규가 그 자리에서 바로 사인을 하자 그의 이름 옆으로 조그맣게 길드 마크가 생겨났다.


“근데, 민규 씨는 직업이 뭐야?”

“아, 저 그게 아직 못 정했어요.”

“평소에 게임 같은 거는 해 봤어?”

“게임은 해 봤는데, RPG는 안 해봐서 잘 모르겠더라고요.”

“원래 성격이 어떤데? 친구들이랑 있을 때나, 편한 상대랑 있을 때.”

“그냥 지금이랑 비슷한 거 같은데요?”

“나대는 타입은 아니구나?”

“그런 것 같아요. 굳이 따지면, 조용한 편이죠. 애초에 친구도 별로 없고.”

“그럼, 근딜러나 전사는 무리겠네. 마법사나 테이머, 정령사 같은 게 맞으려나?”

“테이머가 동물 길들이는 건가요? 제가 털 알레르기가 있어서 그건 좀······.”


민규를 제외한 테이블 사람들 모두가 침음을 흘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럼, 사제는 어때요? 오늘 옆에서 보니까 눈치도 빠르고, 비품 같은 것도 다른 사람들이 말하기 전에 미리미리 잘 준비해 놓던데. 그리고 사제면 파티 구하기도 쉬우니까, 혼자 하는 게 부담스럽고 어려우면 사제도 괜찮아요.”


‘플랑크톤’과 열세 번째 사도에게 주기 위해 고기를 작게 자르며 제 의견을 내놓던 정한은 갑자기 조용해진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왜, 왜요? 내가 뭐 잘못 말했나? 다들 반응이 왜 그래요?”

“허, 허, 참. 허허허허.”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는 규태를 보며 정한은 박 부장을 돌아봤다.

박 부장은 전보다 한층 더 초롱초롱한 눈이 되어 두 손을 제 가슴 앞에 곱게 모으고 정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움말 : 가입한 길드에서 탈퇴할 경우, 일주일간은 새로운 길드에 가입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길드를 탈퇴할 때는 신중히 생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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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Lv. 46 파티플레이 (1) 24.07.02 252 8 11쪽
46 Lv. 45 가출 (3) 24.07.01 241 10 11쪽
45 Lv. 44 가출 (2) 24.06.30 253 9 12쪽
44 Lv. 43 가출 (1) 24.06.29 257 7 12쪽
43 Lv. 42 남산 타워 (8) 24.06.28 262 9 11쪽
42 Lv. 41 남산 타워 (7) 24.06.27 260 8 11쪽
41 Lv. 40 남산 타워 (6) 24.06.26 273 9 11쪽
40 Lv. 39 남산 타워 (5) 24.06.25 278 8 11쪽
39 Lv. 38 남산 타워 (4) +2 24.06.24 302 9 11쪽
38 Lv. 37 남산 타워 (3) 24.06.23 318 8 11쪽
37 Lv. 36 남산 타워 (2) +1 24.06.22 329 7 11쪽
36 Lv. 35 남산 타워 (1) 24.06.21 341 10 11쪽
» Lv. 34 일상으로의 복귀(4) 24.06.20 352 11 11쪽
34 Lv. 33 일상으로의 복귀(3) 24.06.19 350 10 11쪽
33 Lv. 32 일상으로의 복귀(2) 24.06.18 361 12 11쪽
32 Lv. 31 일상으로의 복귀(1) 24.06.17 395 13 11쪽
31 Lv. 30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6) 24.06.16 387 14 11쪽
30 Lv. 29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5) 24.06.16 396 13 11쪽
29 Lv. 28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4) 24.06.15 398 14 11쪽
28 Lv. 27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3) 24.06.15 416 15 11쪽
27 Lv. 26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2) 24.06.14 429 13 11쪽
26 Lv. 25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1) 24.06.14 444 14 11쪽
25 Lv. 24 서울 나들이 (3) +1 24.06.13 456 14 11쪽
24 Lv. 23 서울 나들이 (2) +1 24.06.13 472 14 11쪽
23 Lv. 22 서울 나들이 (1) +2 24.06.12 479 13 11쪽
22 Lv. 21 던전 (4) 24.06.12 491 14 12쪽
21 Lv. 20 던전 (3) 24.06.11 499 13 11쪽
20 Lv. 19 던전 (2) 24.06.11 508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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