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서버 최강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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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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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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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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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Lv. 41 남산 타워 (7)

DUMMY

Lv. 41 남산 타워 (7)


캐릭터 펫에만 정신이 팔려있던 정한이 처음으로 5층 내부를 둘러봤다.

‘미니 타워’의 5층은 여태 지나온 다른 층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손님’은 물론이거니와 정한 이외에는 그 어떤 몬스터도 존재하지 않았다.

고요하리만큼 적막에 싸인 내부를 둘러보던 정한은 ‘전망대 가는 길’이라고 적혀있는 길을 따라 이동했다.

그렇게 타워 내부의 시간으로 30분 정도 흘렀을 때, 정한은 깨달았다.


‘이거 완전히 미로잖아?’


그랬다. 5층은 정한의 예상대로 미로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미로에서 탈출하는 방법으로 가장 잘 알려진 ‘오른손의 법칙’을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곳은 몬스터가 만들어 낸 공간이었다.

그 말은 언제든지 공간의 변형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무한의 미로에 갇힌 셈이 되어버린 정한은 여전히 먼지와 물아일체가 되어 공기 중을 부양하고 있는 주드를 잡아챘다.

‘미니 타워’ 빨리 해치우고 나가자던 녀석이 고작 이름 좀 기억 못했다고 아직도 이러고 삐져있으면 어떡하자는 말인가.


“주드. 정신 좀 차려봐. 네가 나서야 할 타이밍이야.”

“예에? 저는 존재감도 이름도 기억할 가치가 없는 하찮은 사도에 불과한데, 제가 플레이어님도 못 하는 걸 어떻게 하겠어요. 전 그냥 밥이나 축내는 버러지죠.”


정한은 주드를 보며 뒤통수를 한 대 때리고 싶은 강한 충동이 일었다.


“어. 그러니까 존재감도 높이고 이름도 기억되고 싶으면 일해야지.”


정한의 냉정한 말에 주드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그를 한번 쳐다보더니 결국 깊은 한숨을 내쉬고 원래의 그 수다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니, 정말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플레이어님? 그래도 저희가 같이 한 시간이 있는데.”

“그건 됐고. 이 공간. 어떻게 생각하는지나 말해봐.”

“이건 뭐 별거 아닙니다. 그냥 공간을 분리, 구축, 재분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 진 건데, 이렇게 하면.”


주드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딱 하는 소리와 함께 공간이 가볍게 진동했다.


“뭘 어떻게 한 거야?”

“그냥 단순히 분리하는 시스템을 막아놓은 겁니다. ‘엘리시온’이 알아차리기 전까지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단기간에 하기엔 최고의 방법이죠. ‘엘리시온’이 금방 눈치챌 수도 있으니 서두르시죠.”


미로가 변화하는 건 막았다고는 하지만, 가상으로 만들어진 공간은 제법 넓어서 정한은 미로 안에서 제법 오랜 시간을 헤매야 했다.

겨우 반대편 출구에 있는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정한이 뒤를 돌아봤을 땐, 언제 미로가 있었냐는 듯 그가 처음 도착했을 때 봤던 5층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정한이 허탈함을 느낄 새도 없이 열린 엘리베이터 안에는 ‘손님’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전까지의 손님들은 정한이 자신들을 공격하기 전까지 정한을 인식도 하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엘리베이터 내부의 ‘손님’들은 문이 열리자마자 정한을 주시했다.


적의 아가리 속으로 자진해서 뛰어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정한에게 다른 선택권이란 없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정한은 엘리베이터의 문을 등지고 서서 ‘손님’들과 마주했다.

바짝 긴장하고 있는 정한과는 달리 의외로 ‘손님’들은 정한을 주시하기만 할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전망대에 도착했다는 안내 멘트와 함께 정한의 등 뒤에 있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손님’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뒷걸음질로 엘리베이터에서 빠져나가던 정한은 발밑에서 느껴져야 할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도 전에 제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을 먼저 알아차렸다.


“아. 젠장.”


정한은 그의 시야를 가득 채운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곧바로 제 현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주변 풍경이 빠르게 변하고 하늘이 점점 멀어지는 것도 잠시 커다란 굉음과 함께 등뒤로 어마어마한 통증이 밀려왔다.


-쿠웅!


“크헉. 컥. 으으······.”


높은 층에서 떨어진 충격으로 생명력 게이지 바가 한순간에 반이나 줄어들었다.


“오······. 플레이어님께서 이렇게 멍청하게 떨어지실 줄은 몰랐는데, 상당히 의외로군요.”


지금까지 정한이 제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던 걸 담아두고 있었던 건지, 주드가 쌤통이라는 표정으로 히죽히죽 웃으며 그의 주변을 날아다니다가 뒤늦게 정한의 곁으로 뛰어온 분신의 손에 맞고 저 멀리 날아갔다.

제 곁으로 다가온 분신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선 정한은 눈앞의 거대한 타워를 올려봤다.


‘드디어 본체의 등장인가?’


여태 만났던 보스들과는 차원이 다른 ‘미니 타워’의 크기에 정한의 미간에 저절로 주름이 생겼다.


그나마 다행인 건 ‘미니 타워’의 몸에는 팔과 다리가 없다는 것 정도였다.


‘저 크기에 팔다리까지 있었으면 밸런스 패치 다시 해야지.’


정한은 인벤토리에 들어있던 각종 비약과 포션을 꺼내서 마셨다.

‘미니 타워’는 주인공의 변신을 기다려 주는 친절한 악당처럼 정한을 기다려줬다.

‘미니 타워’의 얼굴 역할을 하는 전망대를 좌우로 흔들며 기괴하게 찢어진 입을 비틀며 웃던 ‘미니 타워’는 정한이 단검을 꺼내 들자마자 그를 향해 냅다 얼굴을 들이받았다.


몸을 날려 ‘미니 타워’의 공격을 피한 정한 덕분에 졸지에 바닥과 찐한 키스 신을 찍은 ‘미니 타워’는 얼굴에 묻은 흙과 돌을 떨쳐내기 위해 머리를 흔들었다.


떨어지는 바위와 나무를 피해 이리저리 몸을 날리던 정한에게로 뾰족한 첨탑이 사정없이 내려쳐졌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커다란 몸집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에 정한과 그의 분신은 ‘미니 타워’의 공격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지경이었다.


[필드 보스 [미니 타워]가 연속적인 ‘강력한 휘두르기’ 공격에 상태 이상 ‘혼돈’에 빠집니다. 2초 동안 모든 행동이 불가능합니다.]


갑자기 떠오른 알림창과 함께 타워 위를 빙글빙글 도는 별을 본 정한은 ‘미니 타워’의 허술함에 어이가 없었다.

생명력을 매개체로 이용해 적에게 강력한 스킬을 사용하는 경우는 봤어도, 자신에게 행동 불가 제약이 걸리는 스킬을 쓰는 사람은 게임에서든 현실에서든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2초면 너무 길지 않나?’


정한에게 2초란 다른 이들의 2초와는 달랐다.


정한이 집중하자 순간 그의 주변에 있는 모든 사물이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볍게 벽을 딛고 ‘미니 타워’의 얼굴까지 순식간에 도달한 정한의 손에 들려있던 칼날이 번개처럼 내려꽂히기 시작했다.

카앙! 카앙! 쾅! 캉! 카앙!

쇠와 쇠가 부딪히는 요란한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곧이어 ‘미니 타워’의 상태 이상이 풀리고 가볍게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린 ‘미니 타워’는 제 머리 꼭대기에 올라와 있는 정한을 떨어트리기 위해 또다시 바닥에 제 머리를 박아댔다. 하지만 200이 넘는 근력으로 첨탑을 움켜쥐고 있는 정한을 떨어트리기란 역부족이었다.


이걸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움직임을 멈춘 ‘미니 타워’의 첨탑으로 미약한 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상함을 감지한 정한이 서둘러 첨탑을 놓고 ‘미니 타워’의 전망대 유리를 뚫고 건물 내부로 몸을 날렸다.

강화 유리로 되어있다고는 하지만 정한의 공격을 막을 만큼은 아니었다.


정한이 몸을 굴려 자리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미니 타워’가 서 있는 주변으로 동시에 번개가 내려치기 시작했다.

콰르릉! 콰르릉!

번개에 그을린 바닥이 새까맣게 그을린 채 연기를 뿜어냈다.


하지만 번개 공격은 어디까지나 적이 ‘미니 타워’의 외부에 있을 때나 통하는 공격이었다. 이미 내부로 들어온 정한은 여유롭게 전망대 안을 돌아다니며 내부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다른 층 내부를 파괴했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 상태로 되돌아오던 것과는 달리 전망대 내부는 복구되지 않았다. 오히려 부수는 족족 ‘미니 타워’의 생명력 게이지 바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정한이 내부를 헤집고 다니자, 이번에는 전망대의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있던 ‘손님’들이 우르르 정한에게 몰려들었다.

엘리베이터를 통해 내리는 ‘손님’들 중에는 이미 아래층에서 한 번씩 마주쳤던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손님’들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속도와 공격력으로 정한을 몰아세웠다.


아무리 정한이 강하다고는 해도 끊임없이 밀려드는 적들을 상대하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었다.

점차 움직이는 속도가 느려지고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한 걸음씩 뒤로 밀리던 정한의 등 뒤로 전망대의 강화 유리가 닿았다.


힐끔 전망대 아래를 내려다본 정한의 입가에 씨익 미소가 걸렸다.


‘손님’들을 향해 휘두르던 정한의 칼날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 등 뒤의 강화 유리를 공격했다.


“엥? 뭐 하시는 건가요. 플레이어님? 벌써 포기하시는 건가요?”

“넌 조용히 보기나 해.”


정한과 분신을 압사시킬 생각인지 밀려드는 ‘손님’들 덕에 정한과 그의 분신은 이제 팔을 휘두를 공간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손님’들이 정한과 그의 분신을 덮친 순간.

끼긱, 쩌적, 쩍. 쩍. 쩌저저저저적.

정한과 분신의 등 뒤에 있던 강화 유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한번 금이 가기 시작한 유리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뻗어나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져 나갔다.


이 상황을 이미 예상하고 계획했던 정한이 뛰어올라 천장에 매달렸지만, 뒤에서 밀고 들어오는 ‘손님’들의 힘을 이기지 못한 앞자리의 ‘손님’들은 깨져버린 유리창을 통해 밖으로 떨어졌다.

타워 내부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손님’들은 그대로 연기처럼 허공에서 사라졌다.


줄어드는 손님의 숫자만큼 남아있는 생명력도 빠르게 감소하던 ‘미니 타워’는 괴로운 듯 온몸을 흔들며 울부짖었다.

그 덕에 창문에 겨우 매달려 있던 ‘손님’들마저 밖으로 날아갔다.


-쿠어어어어어어어어.


그 틈에 ‘손님’들의 뒤쪽으로 뛰어내린 정한과 그의 분신은 겨우 중심을 잡고 버티던 ‘손님’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주춤주춤 밀려나는 이들의 힘에 못 이겨 창문 근처에 매달려 있던 ‘손님’들이 계속해서 연기로 사라졌다.

정한의 분신은 아예 ‘손님’들을 들어 직접 창밖으로 던져 버리기까지 했다.


1/4도 채 남지 않은 ‘미니 타워’의 내부가 서서히 원래 모습을 잃어버리고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손님’은 이제 고작 해봐야 열댓 명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한의 몸이 점점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도움말 : ‘엘리시온’에는 다양한 효과를 지닌 음식들과 비약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것들은 가끔 모험가님을 개미의 친구로 만들어 줄 수도 있고, 물고기처럼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아무래도 새로운 세계로 모험하기 위해선 다양한 준비가 필요한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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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Lv. 47 파티플레이 (2) 24.07.03 234 8 11쪽
47 Lv. 46 파티플레이 (1) 24.07.02 252 8 11쪽
46 Lv. 45 가출 (3) 24.07.01 241 10 11쪽
45 Lv. 44 가출 (2) 24.06.30 253 9 12쪽
44 Lv. 43 가출 (1) 24.06.29 257 7 12쪽
43 Lv. 42 남산 타워 (8) 24.06.28 262 9 11쪽
» Lv. 41 남산 타워 (7) 24.06.27 261 8 11쪽
41 Lv. 40 남산 타워 (6) 24.06.26 273 9 11쪽
40 Lv. 39 남산 타워 (5) 24.06.25 278 8 11쪽
39 Lv. 38 남산 타워 (4) +2 24.06.24 302 9 11쪽
38 Lv. 37 남산 타워 (3) 24.06.23 318 8 11쪽
37 Lv. 36 남산 타워 (2) +1 24.06.22 329 7 11쪽
36 Lv. 35 남산 타워 (1) 24.06.21 341 10 11쪽
35 Lv. 34 일상으로의 복귀(4) 24.06.20 352 11 11쪽
34 Lv. 33 일상으로의 복귀(3) 24.06.19 351 10 11쪽
33 Lv. 32 일상으로의 복귀(2) 24.06.18 361 12 11쪽
32 Lv. 31 일상으로의 복귀(1) 24.06.17 395 13 11쪽
31 Lv. 30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6) 24.06.16 387 14 11쪽
30 Lv. 29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5) 24.06.16 396 13 11쪽
29 Lv. 28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4) 24.06.15 398 14 11쪽
28 Lv. 27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3) 24.06.15 416 15 11쪽
27 Lv. 26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2) 24.06.14 429 13 11쪽
26 Lv. 25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1) 24.06.14 444 14 11쪽
25 Lv. 24 서울 나들이 (3) +1 24.06.13 456 14 11쪽
24 Lv. 23 서울 나들이 (2) +1 24.06.13 472 14 11쪽
23 Lv. 22 서울 나들이 (1) +2 24.06.12 479 13 11쪽
22 Lv. 21 던전 (4) 24.06.12 491 14 12쪽
21 Lv. 20 던전 (3) 24.06.11 499 13 11쪽
20 Lv. 19 던전 (2) 24.06.11 508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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