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서버 최강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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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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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38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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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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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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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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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Lv. 47 파티플레이 (2)

DUMMY

Lv. 47 파티플레이 (2)


계곡에서 넘어온 물안개가 정한의 발걸음을 따라 넘실거렸다.


며칠만 지나도 풍경이 바뀐다는 대나무 숲처럼 이주 만에 돌아온 이곳은 상당히 많이 변해있었다.

사람 손을 타지 않아 무성해진 풀과 깨진 유리창, 새벽이라는 어두컴컴한 색안경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우중충함을 넘어 을씨년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크게 심호흡을 하자 차갑고 축축한 새벽의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왔다.


가볍게 제자리 뛰기로 몸 상태를 확인해 본 정한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좋아. 이 정도면 몸 컨디션은 최상이고, 잠깐 달려볼까?’


가볍게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자 어느새 잠에서 깨어난 규태 일행이 준비를 마치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 갔다 왔어?”

“잠깐 산책. 일찍 일어났네?”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얼마 안 잤는데도 몸이 가뿐하다, 야. 이래서 다들 시골에 내려가는 건가?”

“준비 다 됐으면 가자.”


가볍게 규태의 말을 무시한 정한은 규태 일행을 데리고 산을 올랐다.


“야, 쟤네 되게 귀엽게 생겼다. 머리에 꽃까지 달았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이끼 낀 바위 정령’의 군락지를 지나는 도중 규태가 녀석들을 손가락질 했다.


“저래 보여도 형보다 레벨 높을걸? 나도 저거 잡다가 몇 번 죽을 뻔했어.”


노란 꽃가루를 뒤집어쓰고 제 공격을 반사하던 녀석들 때문에 생명력이 10%까지 떨어졌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했다.

물론 공략법을 알아낸 뒤로는 훌륭한 재료 보급원이자 경험치 조달자가 되어 줬지만.


“어? 저 몹 레벨 확인 할 수 있어요. 잠시만요.”


인벤토리를 뒤적이던 진호가 긴 시곗줄이 달린 은제 회중시계를 꺼냈다.


“이건 뭐야?”

“길드 상점에서 팔던 건데, 형님도 살 수 있을걸요? 이거로 주변 몹들 레벨을 대략적으로 확인 할 수 있어요.”


회중시계의 뚜껑을 열자, 주변 지형이 축소된 3차원 입체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거대한 산 중턱을 구름처럼 둘러싸고 있는 푸른색 점들과 산 정상으로 갈수록 붉은색으로 변하는 점들 덕분에 폭발한 화산에서 용암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미니맵으로 확인했을 때, 모두 회색이던 몬스터들의 색이 다른 것을 보니 아무래도 소유자의 레벨에 맞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오, 이거 좋다. 길드 상점이라고? 어디 보자······.”


미니맵보다 확인 할 수 있는 지역의 범위는 작았지만, 입체적으로 확인 할 수 있으니 확실히 유용해 보이긴 했다.


‘길드를 따로 하나 만들어야 하나······? 미니맵으로도 충분해서 딱히 필요는 없을 것 같긴 한데······.’


정한은 필요성을 따지면서도 은근슬쩍 진호가 들고 있는 회중시계를 쳐다봤다.

게임을 좀 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남들 다 먹는 아이템을 자기만 못 먹었을 때의 그 심정을.

사용하지 않는 아이템이라서 창고에 넣어두게 될지언정 갖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같이 게임을 해 왔던 규태가 정한의 속내를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규태는 최면이라도 걸려는 것처럼 회중시계와 연결된 시곗줄 끝을 잡고 정한의 눈앞에서 천천히 흔들었다.

다른 손에는 길드 가입 신청서를 들고.


“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닙니다. 지금 가입하시면 사은품으로 3D 입체 홀로그램 지도를 볼 수 있는 요, 고급스러운 회중시계를 드립니다.”

“뭐래.”


웃으며 자신의 손을 밀어내는 정한에게, 규태는 길거리에서 도를 전도하는 사이비 광신도처럼 들러붙었다.


“야, 어차피 오늘 저녁이면 진호도 들어올 거고, 민규도 있는데 이젠 들어와도 되지 않냐?”

“뭐야? 정한이 형님 아직 길드 가입 안 하셨어요? 형님 그럼 저랑 같이 따로 길드 만드실래요?”

“야, 최진호! 너 회사 짤리고 싶냐, 어? 백수 되게 해줘?”

“아이, 형님. 농담, 농담.”


진호는 규태의 손에 들려있던 길드 가입 신청서를 빼앗아 재빨리 제 이름을 적고 정한에게 건넸다.

결국 정한은 진호까지 포함된 길드 가입 권유자들의 압박에 못 이겨 가입 신청서에 제 이름을 적어넣었다.


“선택 정말 잘 하신 거예요. 손님. 자 여기 약속했던 사은품입니다.”


규태는 혹여라도 정한의 마음이 바뀔까 잽싸게 그의 손에 들린 길드 가입 신청서를 낚아채고 회중시계를 건넸다.

규태에게 회중시계를 받아 들자, 정한의 눈앞에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아이템 ‘회중시계’를 얻었습니다.]

[길드 ‘아레나 Lv. 1’에 가입하셨습니다.]

[미니맵의 효과로 회중시계의 반경이 확대됩니다.]

[미니맵과 회중시계의 효과로 채집할 수 있는 아이템의 위치가 회중시계에 표시됩니다.]


‘어?’


생각지도 못한 추가 효과가 생겨났다.


*


‘이끼 낀 바위 정령’의 군락지를 벗어나자마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정한의 일행 앞에 나타났다.


“뭐, 뭐야? 사람인데? 저기요?”


낯선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규태의 팔을 정한이 붙잡았다.


“형은 저 꼴은 보고도 저것들이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거적을 걸치고 우락부락한 얼굴에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사람들은 영화 촬영을 하기 위해 특수 분장을 한 게 아니라면 전혀 시대에 맞지 않는 차림새였다.


“아니, 그래도 너무 사람 같은데?”

“그냥 인간형 몹이야. 게임에서 많이 봤잖아. 이름표 안 보여?”

“아니 보이긴 하는데, 야이씨. 이걸 어떻게 죽이냐?”


떨떠름한 표정으로 눈앞의 적들을 보던 규태의 앞을 정한이 막아서고, 진호가 규태의 어깨를 붙잡고 제가 서 있던 곳으로 데려갔다.


“형님, 원딜이면 원딜답게 뒤로 오시죠. 왜 자꾸 앞으로 나가십니까? 안 그래도 빨간색 천지인 데서.”


파티원들이 후방으로 빠진 것을 확인한 정한이 눈앞의 몬스터들을 쳐다봤다.

옷차림 때문인지는 몰라도 처음 남산 타워의 ‘손님’들을 상대할 때와는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그때는 인간을 상대하는 것 같은 기분에 죄책감까지 들었었는데, 지금 눈앞의 것들은 단순히 ‘인간형’ 몬스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정한은 머리 위에 [Lv. 62 산적] 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나타난 몬스터들을 향해 거침없이 단도를 휘둘렀다.

레벨 차이가 10 이상 나는 데다가, 뒤에서 규태와 희주의 원거리 지원까지 더해지자, 적들은 제대로 된 반항 한번 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으으. 기분 한번 더럽네. 진짜. 이러다 사이코패스 되는 거 아니야?”

“에이, 오빠. 누가 봐도 몹인데 뭘 그렇게까지······.”


적응이 가장 빠른 사람은 의외로 희주였다.

희주는 나무 뒤에 숨어 정한을 활로 겨누고 있는 ‘산적’에게 얼음으로 된 화살 수십 개를 날려 고슴도치로 만들었다.

규태는 눈을 질끈 감고 화살을 쏘는 바람에 명중률이 영 높지 않았다.

정한은 제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규태의 화살을 피하며 그를 돌아봤다.


“형. 지금 나 맞히려고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면 그냥 가만히 있던지, 제대로 눈 뜨고 쏘든지 하나만 해.”

“야! 내가 너를 왜 맞춰! 아씨, 몰라. 안 해. 난 못하겠어!”


파업을 선언하며 자리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규태 옆으로 현주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털썩 주저앉았다.


“저, 저도 못하겠어요. 우욱.”

“진호는?”

“저는 아직 할만합니다!”

“그럼 두 분은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세요.”


가장 선두에 서서 몬스터들을 사냥하며 산을 오르던 정한이 갑자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아무래도 저 앞이 산적 소굴 같은데? 형이랑 이 차장님은 힘들면 여기서 기다리실래요?”


영 상태가 좋지 않은 두 사람을 보며 정한이 물었다.

어차피 이 근방의 몬스터들은 모조리 다 죽였으니 잠깐 여기서 기다린다고 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 아니. 괜찮아. 뒤에서 천천히 따라갈게.”

“맞아요. 괜히 남아있다가 저놈들이랑 마주치면 어떻게 해 보지도 못하고 당할 것 같아요.”

“그래요. 그럼 최대한 빨리 끝내볼게요.”


정한은 말을 마치기 무섭게 그대로 산적들의 소굴로 뛰어 들어갔다.

50레벨을 넘어선 진호와 희주도 따라가기 힘든 속도였다.


‘산적’들은 자신들의 은신처를 침입한 정한에게 정신이 팔려 뒤따라오는 그의 일행들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최대한 안쪽의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은 정한은 ‘산적’들이 자신을 둘러싸자 ‘춤추는 칼날’을 사용해 적들을 도륙했다.

사방으로 붉은 피가 튀기고 ‘산적’들의 비명이 메아리쳤다.

동료의 비명소리를 들은 적들이 계속해서 정한에게 몰려들었다.


‘이거, 은근히 편한데?’


‘미니 타워’의 ‘손님’들을 상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감상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희주와 진호가 그를 도와 얼마 남지 않은 ‘산적’들을 모두 처리하고 나자 규태와 현주가 서로를 부축한 채 어기적거리며 걸어왔다.


“휴. 이제 좀 살 것 같네.”


규태가 피 한 방울 없이 멀쩡한 주변을 둘러보며 허리를 폈다.

정한이 외진 곳으로 몬스터들을 몰아 사냥한 덕분에 ‘산적’들의 소굴은 그저 텅 비어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정한은 제 일행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이쯤 어디 보스가 있을 텐데······. 혹시 열쇠 먹은 사람 있어요?”

“어? 저 있어요. 이거 맞죠?”


희주가 구릿빛 열쇠를 허공에서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려놨다.


[던전 : ‘산적 본거지’로 향하는 열쇠입니다.]


열쇠 위에 떠오른 정보창을 확인한 정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네요. 근데 특정 던전 열쇠네요. 아무래도 여기 보스를 잡아야 나오는 던전인거 같은데······. 보스가 안 보이네요.”

“저 안에 있는 거 아닐까요. 형님?”


진호가 가장 커다란 움막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지만, 정한은 고개를 저었다.


“아까 봤는데 안에 아무것도 없더라고. 젠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는 건가?”

“일단 주변을 좀 살펴볼까요? 원래 이런데 상자 까면 템이랑 돈 많이 나오잖아요.”


진호의 말에 정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뉘어서 주변을 살펴보자. 형이랑 이 차장님은 입구 쪽 봐주시고, 진호랑 형수는 중앙, 제가 저 안쪽 살펴볼게요.”


뿔뿔이 흩어진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움막들을 돌아다니며 쓸만한 게 있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누가 산적인지 모르겠는데?’


정한은 열정적인 파티원들의 모습을 쳐다보며 감탄 아닌 감탄을 내뱉다가 자신도 움막들을 살펴보기 위해 몸을 돌렸다.


[도움말 : 필드 보스 중에는 정해진 시간, 혹은 정해진 날짜에만 등장하는 녀석들도 있으니, 달력과 시간표를 꼭 확인해 보세요. 잘못하면 한 달을 꼬박 기다려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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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Lv. 58 서해 2인조 (1) 24.07.25 153 3 11쪽
58 Lv. 57 사소한 변화 24.07.23 141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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