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무적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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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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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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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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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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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01

DUMMY

허억-! 헉-!


‘죽는다.’


손아귀의 힘이 더 이상 체중을 못 견딜 거란 직감이 들자, 태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지금 오피스텔 12층 난간에 매달린 채였다.


쓰러진 나무, 곳곳에 튄 콘크리트 파편과 철근들.

그것들 사이로 자리한 을씨년스러운 모습의 시체들.

누구는 팔 다리가 기괴하게 접혀있었고, 또 누구는 신체의 일부가 뜯겨나간 채였다.

극심한 허기와 공포감을 못 이기고 자살한 이들, 바깥을 나다니다 몬스터에게 당한 이들이었다.


태하는 곧 자신도 저들과 같은 처지가 될 거라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았다.


손아귀부터 시작된 떨림이 전신을 감싼다.

휘이잉- 불어오는 거센 바람은 오금을 파고들며 죽음을 암시했다.

곧이어 내부로 부터 광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숨었어! 이 쥐새끼 같은 새끼!”

“야! 안방 확인해 봐! 장롱이고 침대 밑이고 샅샅이 뒤져!”

“하아··· 새끼 그거 잘도 숨었네.”


정확히 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모두들 제정신이 아니었다.

방금 전, 태하는 저들의 만행을 목격한 참이었다.


‘씨발···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먹고 있었다.

그것도 마치 청담동 고급 오마카세 흉내라도 내듯 즉석에서 시체를 썰어 프라이팬에 구워서 말이다.


원래 태하의 자취방은 이 건물의 꼭대기 층인 14층이다.

방안에 남아있던 식량과 물이 동이 나자, 죽음을 각오하고 14층부터 빈집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으니 말이다.


그렇게 며칠, 태하는 14층을 시작으로 점점 아래층으로 수색 범위를 넓혀나갔다.

그리고 오늘은 12층을 수색할 차례였다.


13층부터 햄을 굽는 듯한 냄새가 코를 찔렀는데, 그 탓에 아래층에 생존자가 있음을 직감했다.

상대가 호의를 보일지, 적의를 보일지는 미지수였기에 태하는 계단을 오르고 내리길 반복했다.

얼마간 망설이던 태하는 결국 육고기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냄새의 근원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세상이 망하고 한 달이다.

그간 최소한으로 식음을 제한해 왔기 때문에 온몸이 단백질을 간절하게 원했다.

육신에 의해 이성이 지배당한 것이었다.


그런데 젠장.

이 선택이 인생 최악의 실수가 될 줄은 몰랐다.


연기가 흘러나오던 곳은 12층 끝자락에 위치한 집이었는데,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곧장 그곳으로 향해 안을 들여다보니, 인육을 굽고 있던 녀석들과 눈이 딱 마주쳤다.


선혈이 낭자한 집안, 그곳에서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로 허겁지겁 인육을 입안에 욱여넣고 있는 괴한들.

이를 본 태하는 곧바로 전력을 다해 도망쳤다.


문제는 자신의 운동신경이 저주받았다는 것이었고, 금세 녀석들이 따라붙었다.

태하는 일단 시야에 보이는 문이 열린 집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런데.


잠글 수가 없었다.

내부를 둘러보니, 이곳도 사방에 피가 흩뿌려져 있었다.

녀석들이 이미 한차례 식사를 하고 지나간 것이었다.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그냥 찰나의 순간 직감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는 생각해 낼 수 있는 최선으로 움직였다.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오피스텔 12층 난간에 매달려있는.


“씨발···”


방 안에서는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태하는 꽈득- 이를 꽉 물었다.


이대로 저 녀석들에게 잡혀 식량이 될 수는 없다.

세상이 망하고 지난 한 달간,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왔다.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떠올렸고, 마음의 준비를 마친 참이다.


적어도 자신의 시나리오에는 타인의 식량이 되는 경우의 수는 없었다.

창밖으로 뛰어내려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시나리오는 있었어도.


곧이어 괴한들의 목소리가 지척에 다가왔다.


“어디 있을까···”

“그러니까. 도저히 모르겠네.”

“화장실도 없어, 거실도 없어··· 그럼··· 여기 있네?”


몇 차례의 말소리가 들려오고 괴한 중 하나가 창밖으로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얼굴에는 선혈이 말라 생긴 피딱지가 자리히고 있었고, 녀석은 반쯤 미친 듯한 눈을 희번덕 뜨고는 태하를 향해 미소 지었다.


이윽고 남은 두 사람의 얼굴도 빼꼼- 튀어나왔다.


“뛰어내리게? 할 수 있겠어?”

“아이고··· 고생한다 고생해.”

“새끼··· 야, 여기서 떨어지면 아파. 저기 안 보여? 지랄 그만하고 내 손 잡아. 적어도 안 아프게 보내줄게.”


괴한 중 하나가 태하에게로 손을 내밀었다.

태하는 눈을 감은 채로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곧이어 태하가 고개를 들었다.


퉤-

태하는 괴한들의 안면으로 모아놓은 침을 뱉고는 말했다.


“좆이나 까 잡숴.”


태하는 그렇게 말하고는 난간을 붙들고 있던 손을 놓고 괴한들을 향해 양손의 중지를 들어 보였다.


붉게 달아 오른 괴한들의 얼굴들.

자신을 향해 뭐라고 열변을 토하고 있었지만, 죽는 마당에 들리지는 않았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감각.

이것이 주마등이라는 걸까.


사실 이렇게 되리란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미쳐버린 인간들, 몬스터가 활보하는 망한 세상에서 결말이야 뻔하니까 말이다.


뭐 하나 제대로 꽃피워보지 못한 인생.

그래, 미련 갖지 말자.

그저 먼저 간 어머니와 아버지를 뵈러 간다고 좋게 생각하자.

태하는 떨어지는 와중에도 죽음의 순간에 이런 생각을 하겠노라 결심했던 것들을 되뇌었다.


그렇게.


쾅앙-!


태하의 26년간의 생이 막을 내렸다.


매캐한 가스 냄새, 축축한 습기를 머금은 찬바람, 먹구름 낀 회색 하늘이 인상적인 어느 날이었다.


***


띵-!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랜덤 보상이 지급됩니다.]


어둠 속에서 두 차례 글귀가 눈앞에 떠올랐다.


태하는 순간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곧이어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렸다.


띠리리링-!


이윽고 슬롯머신의 형상이 떠오르더니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태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스터에그?’


조건 충족, 랜덤 보상, 슬롯머신.

이에 대해서는 세상이 멸망하기 전 수도 없이 들어왔다.


한 5년 전쯤이었다.

세상에 몬스터가 나타나기 시작한 지 말이다.


동시에 세상에는 ‘각성자’라는 작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입 모아 했던 이야기가 있었다.

조건 충족, 랜덤 보상, 슬롯머신.


지금의 상황이 딱 그것과 닮아있다.

다만 태하는 이 상황이 꿈인지, 생시인지, 이승인지, 저승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잠자코 슬롯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흘렀다.


띠딩-! 퍼버버벅-!


슬롯이 멈추자, 그 주위로 폭죽이 터졌다. 폭죽이라기엔 효과라고 보는 게 맞았다.


‘······뭐지?’


태하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떠오를 즈음, 눈앞에 또 하나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무적 전차(SSR)’을 획득하였습니다!]


그 메시지와 함께 태하는 허업-! 폐부에 강제로 공기가 들어차는 감각을 느꼈다.

이윽고 태하의 눈꺼풀이 서서히 벌어졌다.


매캐한 가스 냄새, 축축한 습기를 머금은 찬바람, 먹구름 낀 회색 하늘.

방금 전과 다름없는 풍경이었다.

태하는 곧바로 자신의 몸을 살폈다.


“뭐야··· 멀쩡한데?”


팔, 다리, 몸통, 머리.

큰 통증이 느껴지는 곳은 없었다.

그저 난간을 오래 잡고 있었던 탓에 손이 아직도 얼얼하다는 정도였다.


제 몸을 확인한 태하는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건 또 뭐야?”


진회색의 전차.

표면은 무광으로 보였고, 전체적인 모습은 전차였으나 주포는 달려있지 않았다.

방금 전, 난간에서 확인했을 적에는 없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스터에그?”


태하가 떠오른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자, 눈앞으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무적 전차(SSR)이 귀속됩니다.]


[정보 창이 생성됩니다.]


[상점이 활성화됩니다.]


[몬스터를 처치해 포인트를 획득하세요.]


[상점을 이용해 ‘오브젝트’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스터에그’를 발견한 듯하다.


세상이 망하기 전에는 이를 ‘각성’이라 불렀다.

그러나 어느 한 남자의 말에 이 현상은 ‘이스터에그’로 불리게 되었다.


세상이 망하기 시작한 것도 ‘각성’이 ‘이스터에그’라고 불리게 된 시점 부터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두 달 전 이야기였다.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지.”


생각을 이어가던 태하는 상념을 털어내고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그도 그럴게 ‘SSR’등급이다.

자신이 아는 한 세계적으로 이런 등급은 존재하지 않았다.


캉캉-!

태하는 전차의 표면을 두드려보고는 그 위로 올라탔다.

곧이어 상부에 자리한 해치를 열고 그 내부로 들어섰다.


쾅-!

해치의 문이 닫히고, 어두웠던 내부에 푸른빛이 감돌았다.


사람 하나 들어갈 정도의 좁은 내부 공간.

전방에 자리한 두 개의 커다란 화면에 빛이 들어왔다.

이윽고 화면에는 바깥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건 핸들이고··· 이건 액셀이랑 브레이크. 조작 장치는 단순하네.”


한차례 살펴본바 운전에는 어려움이 없을 듯 보였고, 센터페시아에는 몇 가지 버튼이 자리하고 있었다.

기본적인 사항의 확인이 끝나자, 태하가 속으로 외쳤다.


‘정보 창.’


각성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 여러 매체를 통해 수없이 들려왔다.

당연히 각성 후 해야 할 행동 요령에 대해서도 수차례 접했고,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그저 속으로 생각하면 되는 거니까.


파앗-!

곧이어 눈앞으로 정보 창이 떠올랐다.

한편에는 전차의 전체적인 모습이 3D로 나타나있었고 그 옆으로 상세 설명이 적혀있었다.


[무적 전차(SSR)]


- 연료 필요 없음! 방어력 무한대! 무적 전차와 함께라면 어디든 향할 수 있고, 무적 전차의 내부라면 어떠한 충격에도 끄떡없습니다. 상점에서 다양한 아이템을 구매하여 전차를 꾸며보세요!

[!] 무적 전차는 귀속된 본인만 탑승, 조작할 수 있습니다.


‘방어력이 무한이라고?’


상세 설명 속 ‘방어력 무한’이라는 말에 태하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연료가 필요 없고, 외부 충격에는 끄떡없다.

그렇다면 움직이는 안전지대라는 소리가 된다.

몬스터로부터 보신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다니며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거 완전···


“사기잖아?”


처음 듣는 등급에 심상치 않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 이상이다.

생각을 이어가던 태하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후··· 일단은 진정하고 상점부터.”


가빠지는 호흡에 태하는 한차례 심호흡을 하고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윽고 상점을 열어 확인하기 시작했다.


‘상점.’


파앗-!

심플한 인터페이스의 상점.

태하는 차분히 스크롤을 내리며 그 속의 아이템들을 살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거 진짜 사기네.”


무기, 편의성, 성능.

상점은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었다.

속도 향상과 같은 성능 아이템부터 내부 공간 확장과 기관총과 같은 아이템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었다.

대략적으로 살펴 전부를 보지 못했지만, 화장실이나 공기 정화 시스템까지 있었다.


“나만의 아방궁을 만들 수도 있겠는데.”


전차와 함께 착실히 몬스터를 잡아 포인트를 모으다 보면 공격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전차 내부에 생활 공간을 꾸릴 수 있을 것 같다.

온갖 위험이 난무하는 아포칼립스 속에서 나 혼자 누리는 움직이는 안전지대라···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태하는 저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


조금 전까지, 미친 식인종들에게 쫓긴 것으로 모자라 오피스텔 12층에서 투신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잠시 후 자신이 여기서 이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람 일이라는 게 정말 알다가도 모른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다.


후···

감상에 젖는 건 여기까지다.

지금부터는 앞으로만 생각하는 게 옮을 것이다.

태하는 묵은 숨을 내쉬고는 생각을 이어나갔다.


“일단 몬스터를 잡으려면 무기가 필요하겠지.”


상점의 상단에는 포인트 잔액이 표시되어 있다.

이미 알고 있었던 대로 500포인트가 초기에 주어졌고, 태하는 이 초기 자금으로 무기 아이템을 구매할 생각이다.

편의성과 성능 카테고리와 다르게 무기 카테고리 속 아이템은 ‘분쇄기’, ‘기관총’, ‘강철탄’ 세 개뿐이라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일단 기관총부터.”


태하는 곧바로 기관총을 구매했다.

그러자, 전방의 화면에는 에임이 생겨났고 핸들에는 붉은색 버튼이 생겨났다.


“이걸 누르면 되나 보네.”


핸들 위에 생긴 붉은색 버튼은 오른손 엄지에 딱 알맞은 위치에 있었다.

태하는 버튼을 만지작거리면서 한번 쏴볼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였다.


“그 새끼 이쪽으로 떨어진 거 맞지?”

“그럼 어디로 떨어져 이 멍청한 새끼야.”

“빨리 찾아 시간 지나면 맛없어.”


아까 전 미친 식인종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태하의 얼굴에 음흉한 미소가 번졌다.


“과녁이 알아서 나타나주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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