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무적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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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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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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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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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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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DUMMY

‘포인트를 벌어도 벌어도 부족하네.’


무적 전차를 얻고 이제 막 이틀이 지나 동이 터 오르는 시점.

태하는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다는 걸 실감했다.


‘썩어도 준치라고 바깥공기가 왜 이리 맡고 싶냐.’


전차를 몬지 이제 막 이틀이 지난 참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한 점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전차 내부의 공기가 답답하다는 것이었다.

환기를 시키지 않으니 당연한 것이었는데, 다 먹은 음식 용기와 포장지에서 스멀스멀 냄새까지 올라왔다.


‘당장 다른 것들도 급하고.’


전차를 몰면서 느꼈던 불편함은 텁텁한 내부 공기 뿐만이 아니었다.

야간에는 시야 확보가 잘되지 않아 몬스터에게 총알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고, 전차를 몰고 이곳저곳 누비다 보니 막혀있는 길이 꽤 많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차량들, 쓰러진 전봇대와 콘크리트 기둥들, 심지어 물탱크까지.

전차로 밀고 나아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해서 구조물로 꽉 막힌 구간을 맞닥뜨리면 온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자칫 막무가내로 밀고 나갔다간 전차가 뒤집힐 수도 있는 일이고 그러면 진짜 대형 사고다.

오브젝트의 소환을 해제한 후, 재차 소환해 전차를 바로 세워야 하는데, 그동안 자신의 신체가 외부에 노출되니 말이다.


‘그래도 포인트로 해결할 수 있는 거에 감사해야지.’


‘공기 청정’, ‘분쇄기’, ‘라이트’.

다행히 하루 동안 마주했던 일련의 문제들은 상점의 아이템을 구매함으로써 해결이 가능했다.


사실 그 이상 편의도 포인트만 지불하면 누릴 수 있을 듯 보이는데, 문제는 그 많은 포인트를 어느 세월에 모으냐는 거였다.

생각을 이어가던 태하는 구태여 육성을 흘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각성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툴툴거리냐. 정신 차려 박태하.”


당장에야 불편하지만, 저 밖의 세상에 비해서야 백 번이고 났다.

태하는 늘 작은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사실을 되뇌며 다시 엑셀 위로 발을 올렸다.


부우웅-!


‘쓸데없는 생각에 잠길 시간에 한 마리라도 더 잡는 게 맞지.’


현재 보유한 포인트는 215포인트다.

목표 포인트는 ‘즉시 탑승(lv.1)’을 구매하는 데에 필요한 1000포인트다.


목표 포인트를 모으는 데까지 태하는 최소한의 수면만 취하며 몬스터 사냥에 몰두할 생각이다.

다름은 아니고 즉시 탑승을 우선적으로 구매하고 나야 다른 것들에도 눈길을 줄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당장 공기가 답답하다고 포인트를 또 써버리면, 저장된 식량이 바닥나기 전까지 즉시 탑승을 구매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윽고 태하의 오른손 엄지가 핸들에 자리한 붉은 버튼 위로 올려졌고.


탕-!


얼마 지나지 않아, 동이 터 오르는 폐허의 위로 총성이 울려 퍼졌다.


마치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듯이.


***


탕-! 타당-!

생각을 비운 채로 몬스터와 좀비를 쏘고, 또 쐈다.

근접한 몬스터는 깔아뭉개고, 멀리 보이는 몬스터에게는 총알을 박아 넣었다.

그러다 총알이 다 떨어지면, 잠시 허기와 갈증을 채우며 상점을 이용해 총알을 재충전했다.


그러기를 몇 시간.


비슷한 풍경,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다가 하나의 이벤트가 발생했다.


“변종···?”


전차의 앞으로 불쑥 튀어나온 거대한 몸집의 구울을 보자, 태하는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흘렸다.

보통의 구울과 달리 이 앞의 구울은 곰을 연상케 하는 몸체를 지니고 있었다.


꿀꺽-

전차는 가동을 멈춘 채다.

잠시간 변종을 바라보던 태하는 마른침을 삼켰다.

몬스터와 전차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른 탓이었다.


“후우··· 쫄 거 없어.”


녀석의 몸집과 기세에서 강한 위압감이 느껴지지만, 이쪽 또한 만만치 않다.

무려 50연사가 가능한 기관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전차의 방어력은 무한이니 말이다. 아, 근데 총알 몇 발 남았더라?


태하는 급히 스크린 하단으로 시선을 옮겼다.

스크린의 우측 하단에는 기관총에 장전된 총알의 개수가 표시되어 있었는데··· 씨발, 두발 남았다.


기관총에 장전된 총알의 개수가 2발이 남은 것을 확인한 순간, 변종은 마치 이를 알고 있다는 듯 맹렬한 기세로 전차에 돌진했다.

녀석이 다가온 것은 정말 한순간이었고, 태하는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인간의 본능 같은 것이었다.


타당-!

변종이 내뿜는 위압감에 반사적으로 눈을 감기는 했지만, 공격을 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두 발의 총성이 울렸고, 태하는 천천히 눈을 떠 상황을 확인했다.


크하악-!

스크린에는 녀석의 얼굴이 마치 뚫고 들어올 기세로 떠올라 있었다.

얼굴이 연신 움직이는 모양새가 맹공을 퍼붓고 있는 듯 보였는데, 유추해 보면 앞 발로 전차를 할퀴고 있는 듯 보였다.


“······뭐야 왜 쫄았음 나?”


그저 스크린 속 풍경만 달라졌을 뿐, 전차의 내부는 여전히 흔들림 없이 편안하다.

실없이 흘러가는 상황에 태하는 멋쩍은 듯 괜스레 머리를 긁적였다.


‘저 녀석은 몇 포인트를 주려나.’


일반 구울은 말 그대로 ‘일반’이다. 가장 최하급이라는 말이다.

대신 변종 구울은 개체의 위험성에 따라 등급이 분류되어 있는데, 이는 어느 정도 전문 지식이라 눈앞의 ‘변종’의 등급은 자세하게 알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게 이제 막 각성한 참이니 말이다. 기성 각성자라면 몰라도.


하지만 변종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실은 있다. 그건 일반 구울에 비해 처치 시 포인트를 많이 준다는 사실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태하는 묘한 고양감을 느꼈다.


두근두근-

심장의 박동이 빨라진다.

어쩌면 저 녀석이 거액의 포인트를 안겨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제발, 대박 복권이길!”


태하는 그렇게 말하며 상점에서 총알 50발을 구매했다.

총 290포인트가 남았고, 현재 몇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는지에는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태하의 엄지손가락은 이미 붉은 버튼 위로 올라간 채였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하나님 아버지 제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천 포인트만 부탁드립니다!”


이윽고 힘이 잔뜩 실린 육성이 전차의 내부에 퍼졌고, 태하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변종의 대가리에 에임을 조준한 채로 총알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탕-! 타다다다당-! 탕-!


그렇게 녀석의 대가리와 몸통에 몇 발을 박아 넣었을까.


쿠웅-!

변종의 신형이 육중한 모양새로 쓰러졌다.

이윽고 태하의 시야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1200]


“와··· 씨!”


찾아버렸다. 꿀통 중의 꿀통을.

떠오른 메시지에 태하는 주먹을 꽉 그러쥐고는 쾌재를 불렀다.


일반 구울을 내리 잡을 게 아니라 변종을 찾아 잡는 것이 효율이 훨씬 뛰어나다.

변종이 포인트를 더 많이 준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폭이 이렇게 큰 줄은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변종을 찾아다녔을 텐데.


하지만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인가.

정보가 부족하면 경험을 통해 메꾸면 되는 문제다. 이것 좀 보라, 여기 훌륭한 사례가 있지 않는가?

태하는 환희에 젖은 얼굴로 재차 상점을 열었다.


“크으······ 딱 기다려. 다 사줄게.”


살아생전 구매욕을 이렇게 느껴보기는 처음이다.

상점창에 들어설 때면 판매 중인 아이템 하나하나가 자신을 애타가 부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현재 보유 중인 포인트는 1490포인트.

‘즉시 탑승’을 구매하고도 여러 개의 아이템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태하는 거침없이 구매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후우···

목욕을 한 것도, 그렇다고 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느껴지는 이 개운함.


위이이잉-

전차의 내부로 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동시에 신선한 공기가 들어차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흐읍··· 하아···

들숨과 날숨을 반복해 본다.

허기와 갈증이 아닌 또 하나의 무언가가 채워지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역시 사람은 맑은 공기를 마시고 살아야 해. 머리가 다 맑아지는 느낌이네.’


뭔가 기분도 좋아지는 것 같고.

신선한 공기를 마신 태하는 이윽고 추가된 또 다른 기능을 살피기 시작했다.


“음··· 버튼이 새로 추가가 됐네.”


운전석의 센터페시아 부근에 버튼이 하나 추가되었다.

태하는 이를 눌러보았다.


딸깍- 콰직-! 콰즈즉-!

버튼을 누르니, 전차의 앞에 자리하고 있던 변종의 시체가 갈려나갔다.

보라색 진액과 잘게 갈린 살점이 섞여 튀어 오르는 모습으로 보았을 때 성능이 꽤나 괜찮아 보였다.


이는 ‘분쇄기(lv.1)’이었는데, 가동할수록 스크린에 새롭게 표시된 게이지가 줄어들고 있었다.

태하는 다시 버튼을 눌러 ‘분쇄기’의 작동을 멈추었다.


‘음··· 작동을 안 할 때는 게이지가 차고, 작동 시키면 충전된 게이지만큼 사용할 수 있다는 거네.’


지금은 lv.1짜리 분쇄기라 그런지 게이지가 줄어드는 속도가 빠르다.

한 번 가동에 약 2-3분 정도 사용할 수 있을 듯 보였다.

그에 비해 게이지가 차는 건 자세히 봐야 보일 정도로 느렸다.

아무래도 꼭 필요한 상황에 아껴두었다 사용하는 편이 옳아 보였다.


‘천 포인트 짜리 영접을 해볼까.’


태하는 마지막으로 정보 창을 열어 확인했다.

‘즉시 탑승’ 스킬이 틀림없이 귀속되어 있었다.

상세 설명을 보니, 속으로 스킬을 연상할 수 있는 단어 아무거나 외치면 시전이 되는 듯 보였다.


공기 청정이 100포인트, 분쇄기가 200포인트다.

가격을 놓고 따지면 즉시 탑승이 매우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이 스킬은 그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후우··· 이제 좀 맘 편히 물자를 구할 수 있겠어.”


저번 편의점 털이 때는 급하게 주워 담느라, 공구를 비롯해 챙기지 못한 것들이 많다.

즉시 탑승을 얻게 된 만큼 태하는 이번에는 제대로 물자를 파밍 해보겠노라 다짐했다.

그때와는 다르게 전차의 내부 공간도 넉넉하니 말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태하는 곧바로 엑셀의 위로 발을 올렸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언제 포인트를 모으나 막막했던 참인데, 역시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당장에 목표한 바도 달성했겠다, 이제는 물자를 조달할 시간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태하는 발아래의 엑셀을 부드럽게 밟았다.


이윽고 전차는 서서히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아침과는 사뭇 다르게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


탕-! 타당-!

삐뚤빼뚤 앞으로 나아가던 전차는 주변으로 달려드는 구울과 좀비들을 남김없이 쓸고 지나갔다.

그 탓에 이따금 멈춰 서기도 했고 주변의 구조물에 차체를 들이 받기도 했다.


‘젠장, 이젠 다 돈으로 보이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생명을 위협하는 괴물로 보였던 녀석들이 이제는 전부 ‘포인트’로 인식됐다.

물자를 구하러 가는 와중에 나타나는 녀석들을 도무지 외면할 수 없었다.

시간은 지체되지만, 포인트를 놓칠 수는 없으니까.


‘진짜, 극한의 도파민이네.’


한 마리, 한 마리 잡을 때마다 즉각적으로 주어지는 보상이 내 몸을 절로 움직이게 한다.

총알을 박아 넣을 때마다 팍팍 튀는 보라색 진액이 말초 신경을 강하게 자극했다.


단순한 작업, 확실한 보상.

이러니 몬스터를 잡는 걸 멈출 수가 있겠는가.

태하는 마치 게임 중독에 빠졌을 때의 감각을 느꼈다.


“정신 차리자, 일단은 물자 부터야.”


이대로 가다간 끝이 없을 것 같다.

잊어선 안 된다. 자신의 목표는 몬스터를 잡는 것이 아닌, 안전하게 생존하는 것임을.


잘 먹고, 잘 자고, 잘 사는 것. 그것이 가장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그 외의 것들은 모두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잠시 전차를 멈춰둔 태하는 그렇게 스스로 암시를 걸었다.

이윽고 제 뺨을 가볍게 두드리고는 다시 전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우웅-!

전과는 달리 확연하게 속력이 붙은 전차, 총성도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태하는 달려드는 몬스터를 무시한 채로 주변을 유심히 살폈다.물론 가까이에 있는 몬스터는 조금 핸들을 틀어 깔아뭉개기는 했다.


[+5]


[+5]


‘몬스터를 사냥하는 시간이랑 아닌 시간은 확실하게 분리해야겠어.’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다.

각성까지 한 마당에 적당히 즐기고 휴식을 취할 시간을 조금은 가져도 될 것이다. 가령 하루에 한, 두 시간 정도?


더 많은 시간을 여가에 할애하고 싶지만, 아직까지 그럴 짬은 안 된다.

그저 능률을 올리기 위한 휴식이면 충분할 것이다.

일단은 물자 조달에 집중이다.


그렇게 얼마간 달렸을까.


Kong’s club.


저 멀리 반쯤 떨어진 간판이 태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저기 유명한 식료품점 아닌가?’


태하는 전차를 좀 더 가까이 붙여 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몬스터가 우글거렸지만, 지금 태하의 눈에는 오롯이 간판만 보였다.


그도 그럴게.


털리지 않았다면, 대형 식료품점 속 음식들을 독차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의 자신에게는 든든한 국밥과도 같은 ‘즉시 탑승’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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