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무적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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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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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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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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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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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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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012

DUMMY

“하나, 둘, 셋.”


전차로부터 카운트다운이 들려오자, 각성자 무리가 광장으로 들어섰다.

다른 이들은 모두 아울렛의 내부로 모습을 감춘 상태였고, 총을 든 몇몇 이들은 곳곳에 몸을 숨긴 채로 전차를 조준하고 있었다.


“지금 뭐 탱크 끌고왔다 이거야!? 새끼··· 각성자 무서운 줄 모르고.”


광장으로 들어선 4명의 각성자 중 거구의 사내가 조소를 흘렸다.

그의 키는 족히 190센티 정도 되어 보였으며 전형적인 근육 돼지의 체형이었다.

그 목청이 얼마나 큰지 광장 내부에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동진아! 힘 조절 잘 해! 죽이면 안 된다? 여기까지 기어들어왔는데, 쉽게 보내줄 수는 없지. 무슨 말인지 알지?”


앞으로 나선 근육 돼지를 향해 뒤편에 자리한 각성자가 말했다.

그 말에 근육 돼지, 동진은 육성이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흘리며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윽고 그는 육중한 모양새로 전차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피부가 서서히 돌처럼 변해갔는데, B급인 그가 각성한 스킬은 ‘석화(石化)’였다.


“군바리 양반 오늘 초상날이네.”


온몸이 돌덩이가 된 동진이 앞으로 달려나가자,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각성자 중 하나가 혼잣말을 흘렸다.

동진은 이곳 유케아 아울렛의 각성자들 중 가장 강력한 무력을 자랑했다.

등급 자체가 높아 포인트도 많이 벌어들였고, 상점을 통해 이미 많은 아이템을 구매한 상태였다.

그의 완력은 탱크 하나쯤은 쉽사리 박살 낼 수 있을 정도였다.


“저 미친 새끼. 여기가 어디라고 발을 들여.”

“그러니까요. 갑자기 들어와서 행패는 무슨 행패야!”

“어휴··· 근데 영한 씨 댁은 무슨 봉변이야···”

“연수호 그 녀석 내가 전부터 알아봤어. 그러니까 미리 내쫓았어야 한다니까. 이제 와서 이게 뭐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지.”


방금 전 동진의 목소리에 아울렛 내부로 모습을 감췄던 무리들은 유리창 너머로 시선을 두었다

동진은 맹렬한 기세로 전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그라면 이 어수선한 상황을 금방 정리할 터였다.


그런데.


콰아앙-!

굉음이 들려왔다.

사방에는 먼지 같은 돌가루가 연기처럼 자리했고, 주먹을 내지른 동진이 뒤로 밀려났다.

원래라면 ‘넉백’ 아이템의 영향으로 상대만 밀려나야 하는데, 자신도 밀려난 것이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동진은 자신의 몸을 살폈다.


“씨발··· 뭐야!?”


한차례 몸을 살피니 자신의 피부를 감싸고 있던 돌덩이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드문드문 원래 피부가 드러난 곳도 있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지금 저 앞의 돌먼지들은 상점을 통해 구매한 ‘탈석(脫石)’ 아이템의 영향으로 생겨난 것들이었다.

아이템의 효과는 자신이 받은 충격을 상쇄하고 대신 피부를 감싸고 있던 돌덩이들이 먼지가 되어 떨어져 나가는 것이었다.


탈석은 자신이 받은 대미지에 비례되어 일어난다.

그리고 동진은 이렇게나 많은 탈석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그만큼의 대미지를 입어본 적이 없던 탓이었다.


‘아무래도 어느 정도 충격 흡수가 되나 보네.’


동진의 공격을 한차례 받아낸 태하는 턱을 짚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늘 아침에 그 빨간 머리도 그렇고 눈앞의 근육 돼지까지, 전차를 타격하고는 심한 충격을 입었다.

반면에 전차는 생각보다 많이 밀려나지 않았는데, 이는 전차가 외부의 충격을 흡수하는 탓으로 보였다.


공기를 채운 축구공을 찰 때와 물이 가득 찬 축구공을 찰 때가 다른, 그런 원리인 것 같다.

물이 들어있는 축구공을 잘못 차면 뼈가 부러지기도 하는데, 자신이 해봐서 잘 알고 있었다.


생각을 이어가던 태하는 마음에 든다는 듯 히죽- 옅은 미소를 짓고는 확성기를 켰다.


“아! 아!”


전차로부터 확성기 소리가 들려오자, 이에 광장을 지켜보고 있던 이들은 그럴 수 없다는 눈빛으로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봤다.

아직 돌먼지는 자욱하게 자리하고 있었고, 전차의 모습은 실루엣만 보일 뿐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아까 안으로 도망치는 놈들 내가 다 봐 뒀어. 좋게 말할 때 다 튀어나와라. 내가 가면 그냥은 못 죽는다.”


B급인 동진의 공격에도 전차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자리하고 있다.

그것으로 모자라 아무런 타격이 없는 듯 확성기 소리가 들려왔다.

들려온 확성기 소리에 광장을 지켜보던 이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이윽고 아울렛 내부에 있던 누군가가 소리쳤다.


“까고 있네! 다들 가만히 있어!”

“강한이 형! 어디 가려고!”

“저 새끼 잡아 죽여야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다른 한 사람을 데리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아까 전 수호의 총에 사망한 영한의 친동생이었고, 그가 끌고 나간 이는 영한의 친아들이었다.

밖으로 나선 이들은 곧바로 바깥에 있던 각성자 무리와 합류했다.


“뭣들 하고 있어! 뭐가 됐든 안에 있는 놈만 끄집어 내면 되잖아.”


강한은 그렇게 말하며 ‘오브젝트’를 소환했다.


동시에.


쿠에엑-!

아울렛 내부의 소란으로 좀비와 구울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탕-! 타다당-!

좀비와 구울이 구겨진 철문을 넘어 빠르게 달려오자, 주변에 잠복하고 있던 사수들이 총알을 쏘기 시작했다.


들이닥치는 몬스터의 수가 너무 많은 탓에 사수들 만으로는 감당하기 버거워 보이는 형국이다.

그 모습에 강한은 옆에 자리한 각성자들을 향해 말했다.


“이런 개 같은! 너네 셋은 몬스터 막아. 절대 한 마리도 놓치면 안 돼. 알아들었지!?”

“하··· 알겠어요.”

“오늘 일진 좆같네 진짜.”

“저쪽도 빨리 처리하고 합류하세요. 얼마나 들이닥칠지 모르니까.”


강한의 지시에 각성자 셋이 몬스터 떼가 들이닥치는 곳으로 향했다.

이윽고 강한은 손에 들린 오브젝트, 해머를 질질 끌며 동진에게로 다가섰다.

그 뒤를 영한의 아들, 민규가 뒤따랐다.


“어이, 동진!”


강한은 충격에 휩싸여있는 동진을 향해 소리쳤다.

그 소리에 동진은 얼떨떨한 얼굴로 뒤를 돌아봤고 강한의 말이 이어졌다.


“다 같이 달려들 거다. 어차피 저 안에 있는 새끼만 잡아 족치면 다 끝날 문제야. 네가 선두에 서고 다 같이 돌진한다.”


강한은 그렇게 말하며 동진의 등을 앞으로 밀었다.

이에 민규 또한 스킬을 시전하기 시작했고, 동진은 이를 꽈득- 깨물었다.


“건방진 새끼. 잡히면 뒤졌어.”


전차의 방어력에 잠시 놀란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는 그뿐이다.

아울렛에 들어서고 단 한차례도 공격을 해오지 않았다.

그 말은 즉, 공격할 수단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생각을 이어가던 동진은 다시 전차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강한과 민규도 전차를 향해 돌진했다.


곧이어.


흐읍-!

전차로 올라탄 동진이 해치를 잡아당겼다.

뒤이어 강한과 민규 또한 전차의 위로 올라탔다.


“뭐해!”

“이런 썅! 이거 안 열려요!”


동진은 그렇게 말하며 좀 더 힘주어 해치의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아무리 당겨도 해치는 미동도 하지 않았고, 이에 강한이 동진을 뒤로 물렸다.


“비켜봐.”


강한은 그렇게 말하고는 해머로 전차를 내려쳤다.

민규는 해치가 열리는 순간 내부에 자리한 녀석을 끄집어 내기 위해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꽈앙-!

강한의 해머가 해치를 강타했다.

둔중한 소리가 들려왔고, 강한의 손아귀가 찡하고 울렸다.


하지만.


“씨발! 이거 왜 이래!”


해치에는 아무런 흠집조차 남지 않았다.

이에 동진까지 합세해 해치를 타격하기 시작했다.


캉-! 캉캉캉!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허억-! 헉!

동진과 강한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를 스크린으로 모두 지켜보고 있던 태하가 혼잣말을 흘렸다.


“안에 있는 놈들 기어 나오라니까. 삽질들을 하고 있네.”


태하는 그렇게 말하며 핸들을 그러쥐었다.

이만하면 저들 또한 전차의 방어력에 대해 충분히 체감했을 것이다.

이제 전차가 지닌 무력을 보여줄 차례였다. 인간은 압도적인 존재 앞에서 금세 의지를 잃기 마련이니까.


타앙-!

총성이 울렸다.

저 멀리 몬스터들을 처치하고 있는 이들의 총성과는 다른 소리였는데, 좀 더 크고 우람찬 총성이었다.


그 소리에 전차 위에 자리한 이들은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던 중 강한은 전차의 아래로 미끄러져 떨어졌다.


꿀꺽-

어느새 전차의 아래로 내려온 이들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지만, 온몸에는 땀이 흥건했고, 심장을 조여오는 듯한 살기에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

공격 수단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상대가 기관총을 꺼내든 탓이었다.


타다다당-!

전차는 보란 듯이 기관총을 사방으로 쏴댔다.

총알은 사람에게는 향하지 않았고, 유리창을 깨부수고 있었다.


곳곳의 유리창이 와장창 깨어져 나가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이들은 숨 막히는 공포감을 느꼈다.

강한과 동진이 전차를 공격하는 모습을 이미 실시간으로 보았고, 기관총을 꺼내든 전차를 상대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직감한 탓이었다.


얼마간 유리창을 깨부수던 전차는 이윽고 사격을 중지했다.

곧이어 확성기를 타고 건조하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십초 줄게, 다 튀어나와.”


그 소리에 아울렛 내부에 자리하고 있던 이들은 생각할 겨를 없이 황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광장의 한편에는 여전히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었고, 눈앞의 전차에서는 짙은 살기가 느껴졌다.

밖으로 나선 이들은 공포에 휩싸여 몸을 바들바들 떨어댔다.


이윽고 확성기 소리가 이어졌다.


“아까 전에 저기, 애 엄마한테 총 쏜 새끼 데려와.”

“아··· 알겠습니다!”


그 소리에 강한은 굽신거리는 모양새로 답하고는 곧바로 어디론가 향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흘렀다.


총기를 어깨에 멘 강한이 20대 초반의 남성을 끌고 왔다.

강한의 어깨에 걸린 총기는 그에게 끌려오고 있던 남성이 사용하고 있던 총기였다.


이윽고 강한이 전차의 앞으로 끌고 온 이를 꿀려 앉히며 말했다.


“여··· 여기, 이 녀석이랍니다.”


들려온 말에 태하는 전차 앞에 무릎 꿇은 남성을 향해 에임을 조준하고는 그의 모습을 살폈다.


끄윽- 끅-

무릎을 꿇은 남성은 서럽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곧이어 확성기 소리가 들려왔다.


“너야?”


그 물음에 남성은 연신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곧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은 채였다.


그때였다.


“아··· 아닙니다! 제가 다 설명할게요!”


아이를 등에 업은 남성이 결연한 얼굴로 앞으로 나섰다.

그의 옆으로는 여성이 함께 하고 있었는데, 두려움에 떨고 있는 듯 남성의 옷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남성은 경멸이 가득한 눈빛으로 무리를 살피고는 말을 이었다.


“제가 봤습니다. 아까 전에 소년의 어머니를 쏜 사람은 중년 남성이었어요. 그리고···”


남성은 한동안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자신들이 이곳을 찾은 계기부터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늘어놓았고, 소년이 사망한 정황상의 추측을 덧붙였다.


아이를 업은 남성이 물꼬를 트자, 뒤이어 다른 이들이 하나, 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남성의 추측을 뒷받침하는 실상을 입에 올렸고, 이후에는 이곳 유케아 아울렛에서 일어났던 참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폭행, 살인, 강간 등.

각성자 계층이 행한 만행은 듣기에도 거북할 정도였는데, 몬스터의 사체를 피지배계층에게 먹인 적도 있다고 한다.


소름이 돋았던 점은 말을 이어가는 이들이 지목한 면면이 하나같이 안 그럴 것 같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몬스터의 사체를 먹이는 것을 주동한 이는 고상하게 생긴 중년의 여성이었다. 식량을 아낀다는 명분이었다.


자신들의 행각이 드러날수록 각성자 계층의 얼굴에는 사색이 짙어졌다.

강한을 포함한 몇몇 이들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러던 중.


“이 미친 연놈들이 어디서!”


강한이 죽일 듯한 눈빛으로 방금 전 입을 놀린 이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그 순간 아무것도 없던 전차의 외판에 기관총이 튀어나왔다.


타다당-!

강한은 방아쇠를 당겨보지도 못하고 털썩- 쓰러졌다.

그 광경에 무리의 일부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각성자 계층이었다.


도망치는 무리들.

태하는 그들 중 각성자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탕-! 타다다다당-!

그렇게 도망치던 각성자들의 신형이 힘 없이 쓰러지고, 태하는 엑셀의 위로 발을 올렸다.


부우웅-!

전차는 남아있는 이들을 지나쳐 몬스터가 몰려드는 곳으로 향했다.

그 경로 상에 아직 숨이 붙어있는 동진이 쓰러져있었다.


그는 피부가 드러나있던 종아리에 총상을 입었는데, 전차가 다가오자 필사적으로 기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차를 피할 수는 없었다.


콰지직-! 끄아악-!

전차가 들썩였다. 마치 울퉁불퉁한 돌길을 지나듯이.

한차례 전차가 들썩이자, 그 아래로 붉은빛의 돌가루가 수북하게 쌓였다.


잠시 멈춰 선 전차는 다시 반대로 움직였다.


콰즈즉-!

그렇게 차체가 한차례 더 들썩이고, 전차는 방향을 틀어 빠른 속도로 몬스터가 몰려드는 곳으로 향했다.


타다다당-!

몬스터가 몰려드는 부근에서 태하는 기관총을 쏘기 시작했다.

총구는 몬스터가 아닌 남아있던 각성자들에게로 향했다.


이윽고.


“후우··· 다 잡았지?”


각성자, 아니 벌레 6마리는 빠짐없이 잡았다.


부우웅-!

태하는 광장에 남겨진 무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남아있는 무리의 앞으로 전차가 멈춰 서고, 확성기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계시면 안전할 겁니다. 제가 벌레 청소 싸악 해드리겠습니다. 말하자면 세슈코 같은 겁니다.”


태하는 구태여 넉살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몬스터가 몰려드는 상황, 전차 뒤편의 비각성자를 안심시키기 위함이었다.


곧이어 태하의 시선이 전차 내부의 스크린으로 향했다.


쿠웨엑-! 키에엑!

각성자들이 사라지자, 힘의 균형이 무너져 몬스터들이 내부로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방금 전 도망간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조리 좀비가 될 터였다.


그리고 좀비를 잡으면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무려 5포인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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