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무적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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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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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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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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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DUMMY

전차가 멈춰 선 곳은 어느 백화점 건물이었다.

Kong’s club의 간판은 그 건물의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의 옆에 위치했다.


‘뭔가 저기에 입구가 있을 것 같은데.’


이미 한차례 백화점 건물을 빙 돌며 입구를 확인해 보았다.

1층에 자리한 정문과 햄버거 매장의 외벽은 슬레이트가 쳐진 채였고, 햄버거 매장의 옆, 그러니까 Kong’s club의 간판의 아래에는 콘크리트 더미가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태하는 저 콘크리트 더미의 뒤편에 식료품점으로 바로 통하는 입구가 있을 것이라 추정했다.


‘정문으로 밀고 들어가기에는 리스크가 커.’


주변을 돌며 그냥 백화점 정문으로 밀고 들어갈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정문이 위치한 곳은 대로변이었고, 그만큼 몬스터가 많이 출몰했다.

그에 반해 전차가 멈춰서 있는 이곳은 비교적 후미진 곳이라 몬스터의 수가 많지 않았다.

그리고.


‘몬스터가 계속 들이닥치면 음식을 챙길 여유가 없어.’


백화점 내부에 몬스터가 있다면 모조리 처치하고 음식을 챙길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깥의 몬스터가 백화점의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정문으로 밀고 들어가면 그러기 쉽지 않았다.


내부를 둘러봐야겠지만, 백화점의 정문과 식료품 매장의 거리는 꽤나 떨어져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전차로 정문을 밀고 들어가면 식료품점이 위치한 곳까지 전차를 몰고 가야 하는데, 그 사이에 뚫린 정문으로 몬스터가 계속해서 들이닥칠 것이다.


‘저 뒤에 입구가 있으면 딱인데.’


눈앞의 콘크리트 더미 뒤편에 매장과 바로 연결된 입구가 있다면, 분명 입구의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다.

그 말은 즉, 전차를 세워 입구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고, 매장의 바로 앞에 전차가 자리한 형태라 몬스터를 처리하고 음식을 운반하기에도 적합하다는 소리였다.

다시 말해, 저 뒤에 입구가 꼭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일단 좀 갈아보자.’


콘크리트 더미 뒤편에 입구가 있다면, 이거 정말 횡재다.

건물의 주위를 한차례 둘러본바, 누군가 침입한 흔적은 없어 보였다.

아마도 식료품 점 내부에는 상당한 양의 음식들이 남아있을 터였다.


부우웅-!

태하는 수북하게 쌓인 콘크리트 더미로 전차를 가까이 붙였다.


이윽고.


딸깍-

분쇄기 버튼을 누르자.


그르르르륵-!

쌓여있던 콘크리트가 갈려나가기 시작했다.

아래쪽에 깔린 콘크리트가 가루가 되자, 위로 쌓여있던 돌덩이들이 우수수 굴러떨어졌다.


크고 작은 콘크리트 파편들이 전차의 위로 떨어지고 튕겨나갔다.

그 덕에 전치는 콘크리트 더미를 파고드는 듯한 모양새가 되었다.


‘앞이 잘 안 보이네. 라이트를 사야 할 때가 온 건가.’


마침 이리로 오는 길에 몬스터를 꽤나 잡아 죽인 참이다.

기존에 남아있던 190포인트에 더해, 70포인트를 더 벌어들인 참이라 200포인트인 ‘라이트(lv.1)’를 구매하기엔 충분했다.


태하는 엑셀을 꽉 누른 채로 상점을 열었다.

분쇄기가 콘크리트를 갈고 있다고 해도, 엑셀을 밟아야 그 속으로 파고들 수 있는 탓이었다.


‘바로 구매.’


‘라이트(lv.1)’을 구매하자, 센터패시아에 새로운 버튼이 생겨났다.

그 버튼을 누르니, 어두웠던 화면에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 저거 입구 아니야!?”


콘크리트 틈 사이로 저 멀리 공간이 보인다.

유리로 된 문이 깨져있는 듯 보였다.

그 모습에 태하는 더 누를 데도 없는 엑셀을 괜스레 더 힘주어 밟았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마치 물 밖으로 튀어 오르는 돌고래처럼 전차가 건물의 내부로 들어섰다.

전차의 반절은 여전히 콘크리트 더미 속이었고, 딱 해치가 위치한 부분까지 건물 내부에 걸친 듯한 모양새였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태하는 분쇄기를 멈추고 스크린을 살폈다.

라이트를 켜놓은 상태라 멀리까지는 아니어도 근방은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레벨 1짜리 라이트라 밝기가 강하지는 않았다.


잠시간 내부를 살피던 태하는 이윽고 감상에 젖은 듯 작게 혼잣말을 흘렸다.


“대박이다···”


광활한 규모의 내부는 아직 손 떼를 타지 않은 듯 식료품들이 가득 들어차있었다.

매대가 넘어지고 나뒹구는 제품이 있기는 했지만,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번화가 한복판이라 아무도 올 생각을 못 했구나. 입구도 막혀있고.’


태하는 그렇게 판단했다.

인구 밀도가 높은 번화가는 그만큼 좀비가 돌아다닐 확률이 높다.

실제로 번화가에 들어서니 좀비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아직 오피스텔에 갇혀있을 무렵, 번화가는 위험할 거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아마도 다른 생존자들도 같은 생각을 한 듯 보였다.


‘그게 아니라도, 여기에 들어올 생각을 누가 해. 좀비가 바글바글할지도 모르는 건데.’


현재 위치한 곳은 백화점 1층이라고 볼 수 있다.

각종 잡화를 판매하는 공간 한 편에 식료품 점이 자리하고 있는 듯 보였다.


백화점 1층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장소다.

당연히 좀비가 출몰할 확률이 더욱 높고 그 탓에 쉽사리 이곳에 들어올 생각은 하기 힘들 것이다.

그 말은 즉, 자신 또한 조심해야 한다는 소리가 된다.


‘일단 근방에는 없는 것 같네.’


태하는 차분하게 전차 안에서 상황을 주시했다.

어둠이 내린 내부에 라이트로 불을 비춘 채였고, 근방에 몬스터와 좀비가 있다면 빛에 반응해 몰려들 터였다.

어둠 속 한줄기 빛은 더욱 강렬하니 말이다.


주변에 괴물이 없다는 걸 확인했지만, 태하는 좀 더 차분하게 시간을 두었다.

그렇게 삼십분 정도의 시간이 더 흘렀고, 이제는 충분하다는 생각에 해치의 뚜껑을 열어젖혔다.


‘위험하면 바로 즉시 탑승을 쓰면 되니까.’


태하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내부에서는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고 좀 더 안쪽으로 들어서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뭐야 공간이 분리되어 있었네.”


26살 개백수 인생이 어디 백화점 와볼 일이 뭐가 있겠는가.

같은 층에 있으니 그저 다 뚫려있는 줄 알았다.


‘입구가 내부에 하나, 외부에 하나, 두 개네.’


식료품점으로 들어서는 입구는 두 개였다.

하나는 자신이 전차로 밀고 들어온 입구, 또 하나는 백화점 내부와 연결된 입구.


내부의 입구로 다가서니, 바깥쪽에서 자물쇠로 잠근 듯 보였다.

그 말은 즉, 이곳은 폐쇄된 이후로 아무도 찾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였다.


‘일단 카트랑 바구니부터.’


판단을 마친 태하는 이윽고 경계를 늦추지 않고 걸음에 속력을 높였다.

바구니 더미를 전차의 앞으로 가져다 놓고는 묶여있지 않은 카트를 끌고 진열대로 향했다.


“와··· 이게 다 얼마야?”


대형 식료품 점이라 그런지, 편의점과는 차원이 다르다.

종류도 다양했고 무엇보다 양이 넉넉하다 못해 차고 넘쳤다.

태하는 진열대에 자리한 통조림, 건조식품, 에너지 바 등을 카트에 쓸어 담았다.


그렇게 순식간에 카트 하나에 음식이 가득 실렸다.


태하는 카트를 전차의 앞으로 가져다 놓고는 이를 바구니에 옮겨 담았다.

확실히 ‘즉시 탑승’이 있으니 마음에 여유가 있었다. 차분하게 필요한 것들을 챙길 여유가.


이윽고 바구니에 식품을 옮겨 담은 태하는 이를 바구니 채로 전차의 안으로 밀어 넣었다.

전과는 달리 천천히 차곡차곡 정리하면서 말이다.


태하는 한동안 이와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음식과 물은 물론이고 물티슈부터 손 세정제까지 위생에 필요한 물건들도 빠트리지 않았다.


중간에 총성이 한차례 들려왔지만, 잠시 주춤했을 뿐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멸망한 세계에서 총성은 심심치 않게 들려오니 말이다.

구호에 나선 군인일 수도 있고, 총기를 탈취해 몬스터를 때려잡은 민간인 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태하는 내부 공간을 고려해 최대치로 물자를 실어놓고는 마지막으로 스태프 전용 공간에서 테이프와 손전등, 노트와 펜, 그리고 망치 하나를 챙겨 나왔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던 중이었다.


또각- 또각-

신경을 곧추세운 태하의 귀에 여러 명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들려왔던 총성과는 달리 이 상황은 명백히 위험을 알리고 있었다.

무언가 말소리도 들려오는 듯했으나 착각일 수도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하는 반사적으로 속으로 외쳤다.


‘씨··· 씨발! 아, 이게 아니지. 즉시 탑승!’


그러자.


팟-!

태하의 신형이 일순 빛과 함께 사라졌고, 거의 동시에 입구에 박혀있던 전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차는 빠른 속도로 콘크리트 더미를 가르며 내부를 빠져나갔다.


초대형 두더지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


“저기요! 애가 있어서 그래요! 제발 통조림 하나라도 어떻게 안돼요?”

“거 사람들 참! 너무 한 거 아닙니까!? 백화점이 당신네 거예요?"

“그래요! 다 같이 좀 살자는 거 아닙니까. 애가 있다잖아요 애가! 어디 나와서 좀 보세요! 애가 얼마나 말랐는지!”

“우리도 여기 목숨 걸고 왔어요! 적어도 인간이라면 이렇게 매정하게 내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구조물로 막아둔 틈 사이로 사람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박 씨는 이를 꽈득- 갈고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K2 소총을 들이밀었다.


“이 멍청한 놈들이. 그렇게 간절했으면 먼저 자리를 잡던가! 이제 와서 지랄들이야 지랄들은.”


타앙-!

박 씨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누군가의 단말마가 들려왔고, 떠들썩 했던 외부의 말소리는 잠잠해졌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악에 받친 남성의 육성이 들려왔다.


“방금 당신이 쏜 총에 애 엄마가 맞아 죽었어. 이 악마 새끼야.”


그 목소리를 끝으로 더 이상 사람들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이윽고.


“또 밖에서 들 난리에요?”


들려온 총성에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박 씨에게로 다가섰다.

그녀는 명품 옷과 귀금속으로 치장한 채였고, 그 뒤를 젊은 부부가 뒤따랐다.


“머저리 녀석들, 또 나약한 소리하고 자빠져있길래 내 한방 갈겨줬수다.”


박 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착용하고 있던 군복의 카라를 가다듬었다.

그의 카라에는 ‘원사’를 나타내는 계급장이 박혀있었는데, 가족들의 앞에서 으스대고 있었다.


박 씨가 가족들을 이끌고 백화점 건물을 점거한 세상이 이제 막 붕괴하기 시작한 때였다.

자신이 몸담고 있던 군부대에서 병기를 탈취해 탈영을 감행했고, 곧바로 그 무기들을 앞세워 백화점 건물을 점거했다.


백화점을 점거한 박 씨는 정문 슬레이트의 뒤로 구조물을 촘촘히 쌓아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고, 폭약을 이용해 백화점에 들어설 수 있는 다른 입구를 콘크리트 더미로 막았다.


그 결과 지난 한 달간 풍족한 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는데, 그의 판단도 빨랐지만 사실은 운이 좋았던 것이었다. 아니, 눈치 게임을 잘했다고 해야 하나.

만일 각성자 집단이 이곳에 단 한차례라도 들이닥쳤다면, 박 씨 가족은 그대로 백화점을 빼앗겼을 테니 말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백화점이니 만큼 이미 털렸다고 생각하는 부류가 많은 듯 하나, 앞으로는 모르는 일이다.

어찌 보면 머지않아 박 씨 가족이 백화점을 빼앗기는 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그것도 모르고, 박 씨는 이 생활이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평생을 군인으로 살아왔고, 각성자 따위가 총기와 폭탄에 당해낼 수 없다고 강하게 믿고 있으니 말이다.

군조직에 오랜 기간 몸담으며 굳어진 고정 관념이었다.


짝짝짝-!


“역시 우리 아버님! 멋지십니다.”


당당한 자태로 서있는 박 씨의 모습에 다가온 청년이 아부를 해댔다.

그는 박 씨의 사위였다.


곧이어 사위의 옆에 자리한 여성이 툴툴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 씨. 짜증 나. 쟤네들 땜에 밥때 놓쳤잖아. 알죠? 나 다이어트하는 거. 여섯시 넘어서는 뭐 먹으면 안 된단 말이야.”

“아이고, 우리 공주님. 오늘만 조금 늦은 셈 치면 되지. 아빠가 보기엔 우리 딸 살 많이 빠졌는데? 얼른 가서 밥 먹자.”


박 씨는 그렇게 자신의 딸 유라를 달래고는 모두를 이끌고 1층에 위치한 식료품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간에 무언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종종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였다.


그렇게 식료품점의 입구에 선 박 씨는 주머니에 있던 열쇠를 꺼내 잠겨있던 자물쇠를 풀었다.


이윽고 내부로 들어서는데.


“뭐야!”


저 멀리서 희미한 빛이 새어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퍼억-!

당황한 박 씨의 안면으로 프라이팬이 날아왔다.

동시에 숨어있던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냈고, 박 씨는 순식간에 메고 있던 총기를 탈취당했다.


“다 움직이지 마! 이 개새끼들아.”


소총을 탈취한 남성은 넘어진 박 씨와 뒤 편에 자리한 이들에게 번갈아 가며 총구를 겨누었다.


그 모습에 박 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 어떻게 여길.”


그 물음에 총기를 든 남성이 답했다.


“너 같은 새끼랑은 다른 참된 군인이 막혀있던 입구를 뚫어 줬지.”


남성은 그렇게 말하며 눈빛을 차갑게 가라앉혔다.

동시에 그의 머릿속으로 하나의 장면이 떠올랐다.


콘크리트 더미에 막혀있던 입구를 열어주고 유유히 떠나던 진회색 전차의 뒷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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