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무적 전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비상운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6.26 04:21
최근연재일 :
2024.09.18 17:2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6,042
추천수 :
800
글자수 :
92,587

작성
24.09.12 17:20
조회
1,551
추천
47
글자
13쪽

011

DUMMY

유케아 아울렛.

고풍스러운 중세 고딕 양식의 건물들이 원형의 중앙 광장을 가운데에 두고 둘러싸고 있다.

널찍한 광장에는 텐트 몇 채가 자리하고 있었고, 정중앙에는 작동이 멈춘 인공 분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쾅쾅-!


아울렛으로 들어서는 정문 앞.

세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를 등에 업은 남성과 그의 부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자동차의 보닛과 문을 떼어 만든 철문을 두드렸다.


동시에 아이를 업은 남성이 다급한 모양새로 말했다.


“저기요! 살려주세요”


여성은 바짝 긴장한 채로 주위를 살폈고, 남성은 계속해서 문들 두드리며 소리쳤다.


“여기 애가 있어요! 제발 문 좀 열어주세요. 제발!”


연신 들려오는 절규 섞인 목소리에 총기로 무장한 사내 둘이 철문의 양옆에 자리한 초소 위로 올라섰다.

초소는 철문과 같이 차량 보닛을 이어붙여 만들어진 듯 보였고, 그 높이는 5m 언저리였다.


내부에 들어선 사내 둘은 젊은 부부를 내려다보았다.


“어··· 어! 저기요! 여기 애가 있어요. 제발 문 좀 열어주세요! 여기 애가···”


위쪽의 초소에 두 사람의 신형이 모습을 드러내자, 남성은 그곳을 바라보며 연신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 모습이 매우 긴박해 보였고, 부부는 계속해서 철문을 두드려댔다.


“에이 썅···"


젊은 부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영한은 그렇게 말하며 쯧- 혀를 찼다.

그는 중년에 접어든 나이였는데, 머리는 반쯤 벗겨져있었다.


그의 옆에는 십 대 후반의 남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젊은 부부와 영한을 번갈아가며 보는 게 안절부절못하는 모양새였고, 그가 걸친 교복 재킷에는 ‘연수호’라는 명찰이 붙어있었다.


“아저씨. 일단 열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아기가 있는데···”

“이 새끼 또 이런다. 정신 못 차려!?”


영한은 그렇게 말하며 수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그 충격으로 청색 테이프가 감겨 있던 수호의 뿔테안경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수호는 흐릿해진 시야로 더듬더듬 안경을 찾았는데, 그 모습에 영한은 고개를 저었다.


“등신 같은 새끼. 하등 쓸모없는···”


수호는 뒤통수로 들려오는 비난에 이를 꽈득- 깨물었다.

이제는 정말, 진절머리가 나서 못 견디겠다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유케아 아울렛을 점거하고 있는 이들은 이곳에서 매장을 운영했던 점주들이다.

정확히 말하면 점주들과 그들의 가족들인데, 수호 또한 여성복 매장을 운영하던 어머니를 따라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다.


계기는 상인회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두 달 전, 상인회장을 중심으로 점주들이 아울렛으로 모여들었다.

이는 ‘이스터에그’에 혈안이 된 ‘기행족’들에게서 매장을 지키기 위함이었는데, 망조가 짙어지자 점주들은 당초 목적에서 더 나아가 자신이 지닌 물건과 금전을 동원해 이곳에 셸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울렛은 지금의 요새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 수호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스쳤다.


‘다들 미쳤어.’


처음 이곳에 정착했을 때, 자신과 어머니는 이제 살았구나 싶었다.

유케아 아울렛은 몬스터가 침입할 수 없게 꼼꼼하게 방비가 된 것은 물론이고 물자도 넘쳐났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모든 것이 추악한 이기심을 배불릴 사료였다는 걸 깨달았다.


세상이 망하고 며칠째 되던 날, 몇몇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 총기를 탈취해 돌아왔다.

밖으로 나간 이들은 모두 ‘각성자’들이었고, 그때부터 이곳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약 90명 남짓 되는 아울렛의 구성원 중 각성자는 6명이었다.

각성자와 그들의 가족들은 무력을 앞세워 이곳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차별은 그렇다 쳐도, 사람들을 죽일 필요는 없잖아.’


아울렛에 계급이 나누어지고, 물자 배급부터 생활 업무 분담까지 본격적으로 차별이 시작되었지만 이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저들 덕이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고, 그저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으니까.


문제는, 저들이 살인을 일삼는다는 것이었다.


각성자와 그들의 가족들은 자신들에게 반항하는 이들을 풍기를 어지럽힌다는 명목에서 아울렛 밖으로 내쫓거나 그 자리에서 사살했다.

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는 생존자들을 매정하게 내치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에게 총을 쏴대는 것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어느 때는 철문의 앞에서 애원하던 생존자가 구울에게 물리는 것을 보고는 꼴좋다며 낄낄 웃어대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이들은 우월주의에 절어 다른 인간들을 짐승보다 못한 존재로 보고 있었다.


‘개새끼들···’


수호는 겨우 손에 쥔 안경을 쓰고는 옆에 자리한 영한에게 시선을 흘겼다.

당장에라도 이 추악한 인간들을 쏴 죽이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아울렛에 남아있는 자신의 어머니가 보복을 당할 터였다.


“저기요! 제발! 제발 부탁드릴게요! 살려주세요!”


시간이 흐를수록, 철문의 건너편에 선 부부의 모습은 점점 더 다급해져 갔다.

발을 동동 구르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수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사정이 있다지만, 이래서야 자신 또한 아울렛의 각성자 계층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이어 영한이 부부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이런 망할 연놈들아. 너네는 눈치도 없냐!? 능력이 없으면 그냥 곱게 뒤질 것이지 왜 여기 와서 징징거리고 지랄이야!”


영한은 그렇게 말하며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려두었다.


그렇게.


탕-!


초소로부터 총성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영한은 자신의 복부를 부여잡고는 옆에 있던 수호에게로 시선을 두었다.

핏발 선 눈을 부릅 뜬 채로 입을 뻐끔거리는 모양새가 할 말이 많은 듯 보였다.


수호는 떨리는 손으로 영한을 향해 재차 총구를 겨누었다.


타다당-!

그렇게 쓰러진 영한에게로 세 발의 총알이 더 박히고, 수호는 제 뺨을 때리고는 아래로 내려갔다.


허억-! 헉!

떨리고 두렵다.

사람을 쏴 죽이는 감각이 이다지도 끔찍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공포에 잠길 새는 없다.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이 철문을 열어야 했다.


왜인지는 모른다.


그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


탕-! 타다당-!


총성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 소리는 태하에게 닿지 않았다.


‘변종아··· 어디 있냐.’


아울렛 건물에 다다르자, 태하는 그 주위를 돌며 변종을 수색했다.

라디오에서 대략적인 위치는 안내를 해주지만 정확히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는 자신이 찾아야 했다.


‘음··· 주변에는 없구만. 그렇다면···’


아울렛의 내부에 있을 확률이 높다.

태하는 곧바로 아울렛의 입구로 향했다.


부우웅-!

빨리 만나보고 싶은데 늘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주지 않는다.

이렇게나 자신을 애태우다니, 마치 변종은 내 미래의 여자친구 같달까.

태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히죽- 웃음을 흘렸다.


생각만 해도 절도 웃음이 지어지다니, 이건 사랑···


짝-!

생각을 이어가던 태하는 이윽고 제 뺨을 때리고는 핸들을 꽉 움켜잡았다.

집중, 집중 곧 있으면 변종을 상대해야 한다.

시시껄렁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곧이어 전차는 어느 철문의 앞에 섰다.


‘으음··· 문이 열려있네. 딱 봐도 사람이 만든 것 같은데.’


철문은 자동차의 외판을 뜯어 만든 것처럼 보였다.

사방으로는 핏자국이 선명했고, 에임을 위로 올리자 세 사람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초소 같은 것이 스크린 속에 비쳤다.


‘저기도 핏자국이 있네.’


다른 곳과 다르게 유독 이 부근에 핏자국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위편에 자리한 초소 같은 공간에도 꽤나 많은 피가 묻어있었다.


“어휴··· 세상 말세다 말세.”


주변을 확인한 태하는 그렇게 혼잣말을 흘리고는 확성기를 집어 들었다.


이윽고.


“아아! 안에 계십니까!?”


안에서는 달리 반응이 없다.

태하는 재차 물었다.


“밀고 들어갑니다?”


삼··· 이··· 일, 오케이.

태하는 곧바로 엑셀 위로 발을 올리고는 전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딱 봐도 누군가 이곳을 점거하고 있다가 다른 무리에 의해서 습격당한 냄새가 났다.

즉, 이미 이곳은 다 털리고 깡통만 남았다는 소리다. 물론 기척도 느껴지지 않고.


부우웅-! 콰지직-!

전차는 철문을 종잇장처럼 짓뭉개고 아울렛으로 들어섰다.

태하는 주변을 살피면서 좀 더 안쪽으로 전차를 이동시켰다.

그런데.


탕-! 타다다당-!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태하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외부의 충격과 소음이 전차의 내부로 들어오지 않았고, 변종에 정신이 팔려있던 탓에 음소거 모드를 해놓은 탓이었다.


전차의 센터페시아에는 처음부터 버튼 몇 개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스피커를 온/오프하는 버튼이었다.

스피커를 켜두면 바깥의 소리가 전차 내부의 스피커를 통해 들어오고, 꺼두면 전차의 내부는 고요했다.


‘변종아 어디 있···’


그렇게 변종을 살피며 깊숙이 들어가자 커다란 광장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몰려있었고, 태하는 그제야 자신이 스피커를 꺼두었다는 걸 깨달았다.


“씹···”


태하는 곧바로 스피커를 켰다.

그러자 총알이 외판에 맞는 소리가 들려왔다.


캉-! 카가강-!

아무래도 실수를 저지른 것 같다.

태하는 일단 전차를 멈춰 세우고 확성기를 켜고 말했다.


“아, 아! 죄송합니다! 실수로 들어왔습니다. 바로 나가겠습니다! 근데 이 근방에 변종이 출몰해서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제가 처리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태하의 말에도 총격은 멈출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캉-! 카가가강-!

스피커를 통에 여전히 쇠붙이가 강하게 맞닿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전차를 향해 총격을 퍼붓던 무리 중 하나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목청을 키웠다.


“기생충 같은 새끼! 거기 딱 기다리고 있어! 사지를 찢어발겨줄라니까!”


들려온 말에 태하의 고개가 갸우뚱 기울었다.


‘지금 뭐 하자는 거지?’


태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에임을 돌려 주변을 살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주 골고루, 어떻게 하면 전차의 취약한 부분을 공격할지 고민하면서 총을 쏴대는 것이 느껴진다.

한 놈은 연료 탱크가 있을 법한 곳에 집중 사격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태하는 짜증이 솟구쳤다.


아무리 전차라도 총알을 이렇게나 맞으면 폭발할 수도 있다.

물론 일반 전차라면 말이다.


‘여기가 자기들 것도 아니고, 사람을 죽이려고 하고 있네. 그럼 문이라도 잘 닫아놓던가. 활짝 열어놓고서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태하는 재차 확성기를 켜고 시원하게 한마디를 뱉어줬다.


“아! 아! 거 진짜 너무하네. 여기가 당신네들 거야!?”


동시에 태하는 총알 세례에 아랑곳하지 않고 광장의 중앙으로 전차를 몰고 갔다.

이에 몰려있던 무리가 모두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뭐야···?’


몰려있던 이들이 바퀴벌레처럼 흩아지자, 무리에 가려져 있던 두 사람의 신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 구타를 당한 듯 쓰러져있었고, 그의 부모로 보이는 여성이 소년을 끌어안고 서럽게 울고 있었다.


그 모습에 태하는 더 가까이 전차를 붙였다.


그러자.


‘애가 죽었어···?’


여성은 정신이 없는지 전차가 지척에 다가왔음에도 이를 깨닫지 못했다.

소년은 이미 사망한 듯 몸이 축 늘어져있었다.

그 모습에 태하의 머릿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이게 맞나?’


저들의 영역을 모르고 침범하기는 했지만, 철문을 열어놓은 저들의 잘못도 있다.

무슨 일이 있어 철문이 열렸다고 하더라도, 내부의 상황을 보면 이를 충분히 수습하고도 남아 보였다.


심지어 아울렛에 들어선 이후에 자신은 아무런 공격을 하지 않았다. 확성기를 통해 전투 의사가 없다는 것도 밝혔고.


무리는 그런 자신을 향해 죽일 듯이 총알을 쏴댔다.

이 정도까지 했으면, 적어도 총격을 멈추고 대화를 나눠봐야 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


그리고 광장의 가운데에는 맞아 죽은 소년의 시신과 그의 부모로 보이는 여성이 세상 떠나가라 울고 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제 막 고등학생에 접어든 나이로 보이는 아이가 맞아 죽어야 할 이유는 몇 가지 없었다.


이 정황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놈들이 아닐 확률이 높다는 소리지.”


태하는 그렇게 혼잣말을 흘리고는 확성기를 켜고 물었다.


“이 친구 맞아죽은 것 같은데, 왜 그런 겁니까?”


그 물음에 소년의 엄마는 고개를 들어 전차를 바라봤다.

그녀는 할 말이 많은 듯 가슴을 치며 꺼억꺼억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그러던 중이었다.


타앙-!


총성이 한차례 울려 퍼지고, 울음을 삼키던 소년의 엄마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 모습에 태하는 곧바로 핸들을 그러쥐었다.

그러고는 확성기를 통해 말했다.


“이거 설명을 좀 들어야 할 것 같은데··· 셋 셀 동안 방금 총 쏜 새끼 튀어나와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 무적 전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토요일 제외)주6일 연재/ 연재 시간 변동 24.09.14 50 0 -
공지 후원 감사 공지 24.09.12 788 0 -
16 016 NEW +2 7시간 전 464 26 12쪽
15 015 +1 24.09.17 966 40 12쪽
14 014 +3 24.09.16 1,112 42 12쪽
13 013 +3 24.09.15 1,367 44 13쪽
12 012 +1 24.09.13 1,468 40 14쪽
» 011 +3 24.09.12 1,551 47 13쪽
10 010 +4 24.09.11 1,669 55 13쪽
9 009 24.09.10 1,707 53 14쪽
8 008 +3 24.09.09 1,731 56 12쪽
7 007 +2 24.09.08 1,764 60 12쪽
6 006 +1 24.09.07 1,847 60 13쪽
5 005 +1 24.09.06 1,899 55 13쪽
4 004 +2 24.09.05 1,925 54 12쪽
3 003 +1 24.09.04 2,029 51 14쪽
2 002 +2 24.09.03 2,139 53 12쪽
1 001 +1 24.09.02 2,399 6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