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무적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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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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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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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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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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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

DUMMY

‘갈 길이 바빠서 한 번 봐줬더니.’


일전에 이 근방에서 녀석들이 전차를 공격해온 적이 있다.

딱히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고, 휴식을 취하며 녀석들이 뻘짓을 하는 걸 재밌게 본 터라 넘어가 준 참인데, 양아치 질을 하다 또 자신에 눈에 띄었다. 그럼 맞아야지.


파앙-! 파앙-!

전차로부터 여러 차례 강력한 공기파가 쏘아졌다.

온몸을 짓누르는 강렬한 압력이 연이어 가해지자, 그 끝에 창식이 구토를 쏟아냈다.


우웨엑-!

태하는 일부러 창식의 몸에 직접적으로 에임을 가져대지 않았다.

그저 공기탄의 여파만으로 창식은 울렁거림과 전신을 휘감는 저릿함을 느꼈다.


허억- 허억-

잠시간 구토를 쏟아낸 창식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양옆으로는 돌가루가 우수수 떨어졌는데, 태하가 쏜 공기탄이 맞은 자리였다.

창식은 돌가루가 떨어지는 부근을 고개를 돌려 확인했다.


“···”


창식의 몸은 현재 돌벽에 기대어져 있는 모양새였다.

자신의 양옆의 돌벽에는 마치 작은 운석공과 같은 흠이 생겨있었고, 이를 본 창식은 극심한 공포감을 느꼈다.


‘제대로 맞았으면···’


최소한 어디 한 군데는 부러졌을 것이다.

상대가 머리를 노렸다면, 돌벽에 뒤통수를 박아 뇌출혈, 심하면 즉사를 했을 수도 있는 일이다.


방금 전, 먼 거리에서 피격을 당했을 때와 달리 지금은 전차가 자신의 코앞까지 와있었다.

그만큼 정통으로 맞으면 더 큰 타격을 입을 터였다.


창식이 생각을 이어가던 중, 전차로부터 확성기 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그 소리에 창식은 재빨리 꿇어앉았다.

전신을 뻣뻣하게 만드는 아릿한 통증이 올라왔지만, 공포감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예··· 예! 형님!”


창식은 공기탄 몇 발을 맞고 나서야 상대가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를 지배하는 공포감에 그는 도망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어느덧 전차를 향한 어투가 바뀌어 있었다.


“내가 왜 네 형님이야. 정신 못 차려?”

“죄··· 죄송합니다.”


확성기로부터 불쾌감을 내비치는 어조가 흘러나오자, 창식은 곧바로 고개를 조아렸다.

그 모습에 태하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삥은 얼마나 뜯었어. 구라치면 바로 머리통 날아간다.”


이어진 말에 창식은 강한 살기를 느꼈다.

실제로 태하는 그를 죽이기까지 할 생각은 없었지만, 창식은 강자의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부류였다.

창식은 절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 주기적으로 상납을 받았습니다. 주에 두 번 정도요. 전부 토해내겠습니다! 살려만 주시면···”

“쓸데없는 말 늘어놓지 말고. 저기 철물점 사장님 말고 또 있어?”

“···”


태하의 물음에 창식은 고개를 숙인 채로 눈동자를 굴렸다.

순간 몇 명 정도는 줄여서 말해고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넌 안 되겠다. 말로 해서는 못 알아 처먹네."


전차로부터 살벌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창식이 급히 말을 이었다.


“자··· 잠시만요! 세고 있었습니다. 전부 몇 사람인지. 아··· 이 근처 은향 빌라에 세 집이랑, 언덕 위 열심 독서실, 그리고···”


창식은 그동안 식량과 물건 등을 갈취한 대상에 대해 빠짐없이 털어놓았다.

상습적으로 갈취를 일삼았던 곳은 철물점을 포함해 몇 군데 정도였고, 나머지는 한차례에 그쳤다.

그도 그럴게 상대가 뭐라도 지니고 있어야 갈취를 하니 말이다.

지속적으로 식량을 수급하는 철물점과 몇몇 상점을 제외하면 다들 제 먹을 식량도 없었다.


곧이어 창식이 하는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태하가 입을 열었다.


“똘마니들 튀어나오라 그래. 자기들 대가리가 이러고 있는데, 숨어 있는 꼴 봐라. 아름답다, 아름다워.”


태하가 흘린 조소에 얼마 지나지 않아 창식 패거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들은 근처에서 태하와 창식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는데, 그래도 일말의 의리는 남아있는 듯 보였다.

아니면, 후환이 두려웠거나.


숨어있던 패거리가 전차의 앞으로 모여들자, 잠시간 녀석들을 살핀 태하가 말을 이었다.


“너네 형님 이름이 뭐야?”


그 물음에 빠루를 멘 남정이 답했다.


“차··· 창식이 행님입니다.”

“그래? 창식이는 여기 있고, 나머지는 꿍쳐놓은 식량들 다 챙겨와. 너네들이 직접 구한 것도 빠짐없이 가져와라.”

“······알겠습니다.”


남정은 그렇게 답하고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뒤를 다른 패거리들이 뒤따랐고, 그 뒷모습을 향해 태하가 말했다.


“새끼들 여유롭지!? 안 뛰어!?”


그 말에 패거리가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에게로 태하가 재차 목청을 키웠다.


“너네들 식량 가지고 도망가면 창식이가 가만 안 둔다! 짱구 굴린다고 몇 개 빼놓고 들고 오면 나한테 죽고!”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온 태하의 목소리는 주변의 주민들에게까지 들렸다.

그중에는 창식 패거리에게 식량을 빼앗긴 이들도 있었고, 그들에게는 들려온 소리가 마치 구원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그도 그럴게 대부분이 식량이 떨어져 기력이 쇠했고, 겨우 연명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이고··· 청년.”


철물점의 노인은 강화 유리 너머의 진회색 전차를 보며 흐느끼는 듯 혼잣말을 흘렸다.

다른 이들과 같이 노인 또한 식량이 절박한 상황이었는데, 이는 자신의 손주에게 먹이기 위함이었다.


노인은 철물점의 가장 안쪽의 단칸방에서 6살짜리 손주와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하나뿐인 아들 녀석의 자식이었는데, 소방관이었던 아들은 화제 사고로 몇 달 전 세상을 먼저 떠났다.

기행족에 의한 타살을 당한 것이었고, 노인은 그런 아들을 대신해 손주를 책임지고 있던 것이었다.


뚝뚝-

한동안 전치를 바라보던 노인은 끝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점점 바닥을 보이는 식량 탓에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느끼고 있었는데, 전차를 몰고 온 청년 덕에 식량을 되찾을 수 있게 된 탓이었다.


정말이지, 요즘 같은 세상에는 찾아보기 힘든 선한 청년이었다.


몇 번을 감사해도 모자를.


***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패거리가 식량을 가득 실은 철제 수레를 끌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태하가 소리쳤다.


“빨리 튀어와! 아지트도 코앞이라면서.”


녀석들을 보내놓고 아차 싶어 창식이에게 물어보니 아지트가 이 근처에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근방의 몬스터는 주기적으로 처리하고 있어 비각성자인 패거리들이 몬스터에게 당할 일은 없다고. 근데 왜 이렇게 늦어.


허억- 허억-!

태하의 닦달에 패거리들이 남아있던 힘을 짜내 전차의 앞으로 수레를 끌고 왔다.

이윽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패거리들에게 태하가 말했다.


“가서 쫘악 돌리고 와. 너네가 삥 뜯은 집 가서. 10분 줄게. 창식이 넌 남아있고.”


태하의 말에도 패거리들은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자신들의 아지트는 이 근처 상가 건물의 3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어 이 많은 양의 식량을 계단을 오르내리며 운반한 탓이었다.


파앙-!

패거리가 우물쭈물 움직이지 않자, 태하가 하늘을 향해 공기탄을 쏘았다.

탄은 분명 하늘을 향했음에도 전차의 주위로 강한 바람이 일었다.

이에 패거리가 재빨리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10분이다. 혹여나 나중에 덜 돌려받았다고 말 나오면 그때는 알아서 해라.”


금세 철물점 앞에 식량을 쌓아둔 패거리는 수레를 끌고 빠르게 멀어져 갔다.

태하는 그들의 뒤통수를 향해 10분의 제한 시간을 강조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시간을 소모한 탓이었다. 겸사겸사 식사 시간을 갖기는 했지만.


부우웅-

곧이어 전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패거리는 대강 정리가 된 것 같으니, 이제 자신의 용무를 볼 차례였다.


창식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무릎을 꿇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미 전차의 압도적인 무력을 경험한 터라,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혹여나 도망쳤다가 잡히면, 이번엔 죽는다는 것도.


“어르신, 그 샤워기 있잖아요. 혹시 철물점에 있습니까? 호스도요.”

“있습니다! 제가 금방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철물점으로 다가선 태하의 물음에, 식량을 옮기던 노인이 급히 내부로 향했다.

그 사이 로한은 식량의 앞으로 전차를 가로로 세웠다.

이는 식량을 옮기는 노인을 엄호하기 위함이었는데, 아무리 창식 패거리가 주기적으로 몬스터를 정리한다고 한들, 언제 몬스터가 급습해올지 모르는 탓이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노인이 샤워기와 호스를 봉투에 담아 들고나왔다.

그 모습에 태하가 말했다.


“아! 봉투는 그냥··· 외판 아무 데나 걸어주세요. 떨어지지만 않게 부탁드립니다.”

“외판이요?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이어진 태하의 말에 노인은 재차 철물점 안으로 들어가더니 견고한 철제 바구니와 각종 도구를 들고나왔다.


“제가 외판에 바구니를 좀 달아드리겠습니다.”

“오! 그래 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한차례 대화가 오가고, 노인은 해치의 바로 옆에 널찍한 바구니를 달기 시작했다.

뚜껑이 있는 바구니였고, 넣어놓은 물건이 밖으로 떨어질 일은 없을 듯 보였다.


태하는 뜻밖의 수확에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는데, 며칠 전, 노인에게 느꼈던 온정은 오늘도 변함이 없었다.

삭막한 세상 속에서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귀한 무언가였다.


“다 됐습니다!”


투박한 손으로 노인은 금세 바구니를 달아주었다.

꽤나 큼지막하고 깊이가 깊은 바구니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 듯 보였다.

날씨가 쌀쌀한 탓에 마실 것을 차갑게 보관하기에도 좋아 보였다. 이따가 맥주 넣어놔야지.


“여기 샤워기랑 호스 넉넉하게 넣었습니다. 쓰다가 고장 나면 교체해서 사용하세요.”


이윽고 노인은 샤워기와 호스가 든 봉투를 전차에 달린 바구니에 넣어두었다.

이에 태하가 물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값은 얼마 정도면 되겠습니까?”


그 물음에 노인은 손사래를 치고는 철물점 앞에 놓인 시량들에 시선을 두었다.


“아이고··· 그런 말 마세요. 이미 많이 받았습니다. 덕분에 오늘 우리 손주 놈 오래간만에 좀 먹일 수 있겠습니다.”

“손주가 있습니까?”

“예··· 여섯 살짜리 사내 녀석입니다.”


태하의 물음에 노인은 얼핏 씁쓸해 보이는 오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주지만, 이런 세상에서 자신이 언제까지 보호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드는 탓이었다.


돌아온 노인의 말에 태하는 잠시간 턱을 짚고 생각하고는 뒤편의 공간으로 향했다.

이윽고 달달한 초코과자와 캔디 한 봉지를 챙겨 노인이 달아 놓은 바구니에 넣어두었다.

겸사겸사 원래 있던 샤워기외 호스가 든 봉투는 내부로 가지고 들어왔다.


“이거 손주 갖다주십쇼. 아이들 단 거 좋아하지 않습니까. 제 마음이니 사양 말고 받아주세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태하의 말에 노인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바구니 속 과자와 캔디를 품에 챙겼다.

손주 갖디줄 생각에 방금 전 씁쓸했던 미소는 지워지고 흐뭇한 미소가 노인의 얼굴에 번졌다.


그러던 중이었다.


“아!”


노인이 무언가 생각난 듯 급히 철물점으로 들어섰다.

그 모습에 태하는 뭘 더 챙겨 주시려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이어 노인이 큼지막한 상자를 들고 재차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뭡니까, 어르신?”


태하의 물음에 노인은 한차례 상자를 살피고는 말을 이었다.


“이게 몇 달 전에 먼저 간 아들 놈 유품인데, 어트먼 링크인가 뭔가. 위성으로 인터넷하는 뭐 그거랍니다. 나는 늙어서 이런 거 못쓰니, 혹여나 청년 필요하면 가져다 써요.”


들려온 말에 태하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저거 그거 아니야!?’


노인의 손에 들린 상자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고 있는 탓이었다.

만약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지금 노인에 손에 들린 저것은 ‘얼티밋 링크’일 확률이 높았다.


얼티밋 링크가 뭐냐고 묻는다면.


999만 개 한정 수량으로 시중에 풀린, 미국 모 대기업의 위성 인터넷 키트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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