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무적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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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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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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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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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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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DUMMY

다음날, 동이 터 오르는 시간.


“으음···”


한동안 수면을 취하던 태하의 눈꺼풀이 천천히 벌어졌다.

어두컴컴한 내부에는 푸른빛이 희미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태하는 순간 여긴 어디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윽고 전차의 안임을 깨달았다.


‘편의점 갔다가 몬스터 잡았지, 그리고 공간 확장도.’


어제는 경황이 없어 실감하지 못했는데···


“나 각성했구나.”


안전하고 아늑한 실내와 쌓여있는 먹거리들.

이제야 실감이 난다.

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삶이 눈앞에 펼쳐졌다는 것이.


‘일단 뭐 좀 먹을까?’


태하는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는 한편에 정리되어 있는 음식들을 살폈다.

그중 참치 통조림을 집어 들었다.


편의점을 급하게 터느라 수저는 챙기지 못했다.

캔을 연 태하는 내용물을 그대로 입속으로 털어 넣었다.


우물우물.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맛있다.

세상이 망하니 그간 당연하게 누렸던 것에 대한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먹는 소중함이었다.

태하는 음식을 씹어 넘길 때마다 피와 살이 되어주는 참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되뇌었다.


순식간에 참치캔 하나를 깔끔하게 비운 태하는 물 한 병을 까서 목을 축이고는 운전석으로 착석했다.

먹고 마셨으니 일을 할 시간이었다.


각성을 한 이상 자신에게 ‘일’이란 몬스터를 때려잡는 것이었다.

그래야 포인트를 얻고 나만의 아방궁, 무적 전차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이고··· 고생들 한다. 고생들 해.”


밤이 깊은 시간.

운전석에 앉아 주변을 360도로 한차례 살피니 전차를 공격하고 있는 구울 4마리와 좀비 2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꽤나 맹렬한 기세로 공격하고 있었는데, 전차 안은 흔들림 없이 편안한 상태였다.


“바로 보내줄게. 저승으로.”


태하는 그렇게 혼잣말을 흘리고는 엑셀 위로 발을 올렸다.


부웅-!

전차가 움직이고.


콰즈즉-! 키에엑-!

전방에 있던 몬스터 셋이 전차에 뭉개져 사방으로 보라색 진액이 비산했다.


[+5]


[+5]


[+5]


그렇게 태하는 방향을 틀어 몇 차례 전차를 움직이며 주변에 달려드는 구울들과 좀비를 모조리 깔아뭉갰다.


‘일단 30포인트. 총알 값 딱 나왔네.’


현재 남아있는 총알은 12발이다.

전차로 깔아뭉개서 몬스터를 잡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기관총을 쏘는 것이 편안하기는 하다.

태하는 상점을 열어 총알 50발을 구매했다.


“총알도 두둑하겠다. 출발해 볼까?”


총알은 총 62발로 두둑하게 장전되었다.

태하는 망설임 없이 엑셀을 세차게 밟았다.


부우웅-!


그렇게 고요한 폐허의 위로 육중한 검은 그림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탕-! 타다당-!

전차의 상부에 달린 기관총으로부터 연신 불꽃이 피어났다.

그 불꽃과 함께 근방의 몬스터가 픽픽- 쓰러져갔는데, 창식 패거리는 거리를 둔 채로 전차를 뒤쫓고 있었다.


“아오··· 저 총알은 떨어질 생각을 안 하네.”

“벌써 몇 시간이야. 곧 떨어지겠지. 적어도 총알이 무한정으로 있는 건 아닐 테니까.”


전차의 뒤를 다섯 개의 인영이 뒤따랐는데, 이들은 모두 복면을 착용하고 칼과 둔기로 무장을 한 채였다.

개중 하나는 빠루에 줄을 달아 사선으로 매고 있었다.

창식은 빠루를 맨 남자에게로 시선을 흘겼다.


“여하튼 총알 떨어진 것 같으면 바로 돌진이야. 야, 남정. 알지? 네가 제일 중요해. 바로 올라타서 뚜껑 따버리라고. 알아들었지?”

“걱정 붙들어 매세요. 바로 튀어나갈 수 있게 단단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빠루를 매고 있는 남성의 이름은 남정이었다.

창식 패거리가 전차를 쫓고 있는 이유는 이를 탈취하기 위함이었는데, 남정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다.

해치를 여는데 버벅대면 이상함을 느낀 전차가 그대로 달아나버릴 테니 말이다.


“고놈 잘 빠졌네. 저거 탈취하고 군부대 밀고 들어가서 총알 두둑하게 챙기면 우린 그냥 무적이야 무적.”


모두들 눈빛을 날카롭게 세워 전차를 응시하는데, 무리 중 하나가 천진한 어조를 흘렸다.

그 소리에.


퍽-! 아악-!

창식이 녀석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집중해. 저 안에 있는 놈 모가지 따기 전에 네 모가지 날아가기 싫으면.”

“죄··· 죄송합니다. 형님.”


창식은 무리의 다른 인원들과 달리 ‘각성자’였다.

해서 모두들 그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했다.


그렇게 얼마간 전차를 뒤따랐을까.


부우웅-

파죽지세로 나아가던 전차가 돌연 멈춰 섰다.

동시에 총성도 멈췄고 기관총 또한 모습을 감췄는데, 창식 패거리에게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생각할 겨를 없이 움직인 탓이었다.


타다닷-

전차가 멈춰 서자, 남정이 빠르게 전차로 돌진했다.

그 뒤를 창식과 나머지 인원이 따라붙었다.


순식간에 전차에 접근한 남정은 한 번에 뛰어올라 전차 위로 올라탔다.

그러고는 군더더기 없는 손놀림으로 빠루를 해치의 틈으로 박아 넣었다.


이윽고 체중을 싣는 남정.

그 옆으로 창식이 자리했고, 해치가 열리는 순간 자신의 능력인 ‘가시’를 운전자에게 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


빠루에 체중을 싣던 남정이 당황한 기색으로 창식을 바라봤다.

아무리 힘을 써봐도 해치가 열리지 않는 탓이었다.


당황한 남정의 눈빛에 창식은 뒤편에 자리한 무리에게 손짓했다.

모두들 전차 위로 올라타라는 신호였다.


그렇게 창식 패거리가 전원 전차 위로 올라서고.

다 함께 빠루를 당기기 시작했다.

다행인 건 아직 운전자가 이상함을 못 느끼고 있는지 전차는 멈춰 선 채라는 것이었다.


흐읍-!

다섯 명의 건장한 남성이 힘주어 빠루를 당겼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만큼 힘을 주었지만 해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오··· 썅! 뭔 놈의 뚜껑이 이렇게 단단해!”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창식은 그렇게 혼잣말을 흘리며 해치의 위로 손을 뻗었다.

이윽고 그의 손바닥에서 10cm 정도 크기의 원뿔의 형태를 한 ‘가시’가 쏘아졌다.


카앙-!


“뭣들 해! 다들 연장 꺼내.”


창식의 말에 모두들 둔기를 꺼내들어 해치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캉-! 캉캉캉-! 캉-!

불규칙하게 울려 퍼지는 해치를 내려치는 소리.

그 소리는 한동안 지속되었다.

그럼에도 전차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허억-! 헉-!

얼마간 해치를 내려치던 무리는 이윽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온 힘을 다해 타격해도 찌그러지는 것은커녕 해치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그 시각, 태하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새끼들 애쓴다. 애써.”


몇 시간 동안 사냥을 했더니 몸이 좀 경직되었다.

잠시 휴식을 할 겸 전차를 멈춰 세웠더니 그 틈에 파리들이 꼬였다.

태하는 육포 한 봉지를 까먹으며 저들의 행각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다.

심심함을 달래기엔 나쁘지 않은 볼거리였다.


캉-! 캉캉캉-! 캉-!

잠시 휴식을 취하는가 싶더니 녀석들은 악에 받친 얼굴로 다시 해치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태하는 저들의 근성에 작게 박수를 쳐주고는 상점을 열었다.


‘마음 같아서는 포인트를 아꼈다가 ‘즉시 탑승’을 사고 싶기는 한데.’


무적 전차를 얻은 이상 자신의 안전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차에 탑승했을 때를 상정한 것이고, 전차의 밖을 나선다면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즉시 탑승을 구매한다면 전차의 외부에서도 어느 정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태하는 즉시 탑승의 상세 설명을 열어보았다.


[즉시 탑승(lv.1)]


- 스킬 시전 시, 전차의 안으로 순간 이동합니다.

- 재사용 대기시간(24h)

1000P


언제 어디서든 즉시 탑승만 있다면 안전한 전차 내부로 돌아올 수 있다.

불가피하게 전차의 밖으로 나섰을 때 즉시 탑승이 있다면 혹시 모를 위기 상황에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즉시 탐승이 만능은 아니다.

돌발 상황의 경우 스킬을 미처 시전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즉시 탑승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일 터였다.

문제는.


“너무 비싸.”


가격이 만만치 않다.

기관총은 500포인트, 공간 확장(lv.1)은 100포인트였다.

현재 공간 확장(lv.2)가 활성화되어있는 상황인데,이조차 200포인트였다.

이것들과 비교했을 때 즉시 탑승의 가격은 사악한 축에 속했다.


‘당장 공간 확장도 급하기는 하고···’


현재 보유한 포인트는 230포인트다.

몬스터를 사냥하느라 중간중간 총알을 구매하고 모인 포인트였다.

당장 공간 확장을 구매할 금액은 충분하지만, 효율을 생각하면 즉시 탑승을 우선으로 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식량도 이만하면 버틸 수 있고.’


자신이 즉시 탑승을 원하는 것은 외부로부터 식량과 물자를 조달할 때 여유를 갖기 위함이다.

어제 편의점을 털 때도 스킬이 있었다면 좀 더 여유롭게 물건을 골라 담을 수 있었을 것이다. 여차하면 스킬을 쓰면 되니까.


보유한 식량으로 최대한 버티면서 사냥을 이어가면 다음 물자 조달 때까지는 즉시 탑승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해서 태하는 일단 공간을 확장하기로 했다.

다름이 아니라 두 발 뻗고 좀 더 쾌적하게 휴식을 취하고 싶은 탓이었다.

그리고, 공간이 넓어지면 더 많은 물자를 실을 수도 있고 말이다.


‘공간 확장, 바로 구매.’


태하는 200포인트를 사용하여 공간 확장(lv.2)를 구매했다.

그러자, 어제와 같이 전차의 내부에 빛이 떠올랐다.


“와··· 미쳤다. 그냥 방이네?”


약 한평 정도 되는 크기.

전과는 비할 수 없는 개방감이 느껴졌다.

태하는 뒤편의 공간으로 넘어가 대자로 몸을 뉘었다.


“넓다, 넓어!”


태하는 대자로 뻗은 손과 발을 이리저리로 움직였는데, 걸리 적 거리는 것 없이 편안했다.

들인 포인트에 비해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으음···”


이러고 있으니 몸이 늘어진다. 졸음도 쏟아지고 말이다.

태하는 고개만 빼꼼- 들어서 운전석의 모니터를 바라봤는데, 아직도 괴한들은 전차를 내려치고 있었다.

이윽고 태하는 상체를 일으켰다.


‘일하자, 일. 지금은 쉴 때가 아니야.’


더 많은 몬스터를 잡아서 전차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당장에야 이 정도지만, 업그레이드를 이어간다면 지금과는 비할 수 없는 편의를 누릴 수 있을 터였다.

태하는 제 뺨을 가볍게 두드리고는 운전석으로 향했다.


“야, 야. 팔 빠지것다. 나 같으면 이럴 시간에 음식 하나라도 더 구하겠다. 멍청한 놈들.”


포기라는 단어를 모르는 듯 땀을 뻘뻘 흘리며 해치를 내려치는 괴한들.

이제는 해치를 열기 위한 것이 아닌 그저 약이 바짝 올라 화풀이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쯤 되면 일반 전차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릴 법도 한데.


몇 시간 동안 전차를 몰고 몬스터를 사냥하며 별의별 인간들을 다 목격했다.

몬스터를 사냥하는 각성자들은 물론이고 나체로 폐허가 된 도시를 뛰어다니는 아재부터 온몸에 기름을 두르고 불을 붙이는 소녀까지.


세상이 정말 미쳐 돌아가고 있다.

지금 이 위의 녀석들이 짓고 있는 표정처럼 말이다.

하지만, 전차 안의 자신에게는 마치 남 일처럼 느껴졌다.


이곳에 있으면 망한 세상과 어딘가 분리되는 감각을 느낀다.

불안, 초조, 공포감과 같은 단어와 거리가 멀어지는 감각이었다.

생각을 이어가던 태하는 복잡한 감정이 담긴 미소를 머금고는 엑셀 위로 발을 올렸다.


부우웅-!

이윽고 전차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그 반동으로 전차 위의 창식 패거리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악-! 아악-!

멀어지는 진회색의 전차.

그 뒷모습을 패거리는 핏발 선 눈으로 바라봤는데.


철걱-!

한참을 내려쳐도 흠집 하나 안 났던 해치가 보란 듯이 열렸다.


이윽고 내부로부터 검은 봉투가 획- 하고 밖으로 던져졌다.

그 광경에 창식은 달려가 봉투를 집어 그 속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그러자.


“씨발!”


봉투 속에는 다 먹은 빈 깡통과 포장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창식은 손에 들린 봉투를 바닥으로 패대기치고는 저 앞의 전차에게로 시선을 두었다.


진회색의 전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유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고요한 호수 위를 떠다니는 요트와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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