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역대급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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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학연.

DUMMY

9. 학연.


지난 2년 동안,

아라비아 숫자와 복식부기에 전념한 건 아니었다.

학문에 힘을 쓰고 무예를 닦았다.

그리고 성장 상태를 점검했다.

신체의 발육은 기대 이상이었다.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적절한 운동을 하자,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시기에 꿈에서 본 것보다 1척은 더 컸다.


‘8척 이상의 장신도 가능할 것 같은데···.’


8척 후반대가 되면 삼국지의 웬만한 장수보다 크다. 그렇게 되는 날을 기대해 보았다.

무예 실력도 나날이 늘었다.

조상의 가르침을 받아 기마술과 마상 창술을 배웠다.

이제는 그 수준이 상당했다.

등자와 안장을 사용하면,

지금이라도 전쟁터에 나갈 만했다.

마상 창술뿐만이 아니라,

다른 무예 사범들에게 다른 무예도 배웠다.

검과 도, 도끼, 둔기를 사용하는 방법도 배웠다.

급하면 주변에 있는 어떤 무기라도 주워서 싸워야 했다.

전장에선 다양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으면 이득이었다.

마상 창술과 함께 가장 많이 수련한 것이 궁술이었다.

궁술은 사대부의 기본 교양 항목이었다.

그만큼 전쟁에서 매우 중요했다.

기병도 궁술은 필수였다.

땅에 서서 쏘면 관중(貫中)도 종종 나왔다.

말을 타고 쏘는 것은 아직 어려웠다.


‘그래도 안장과 등자를 사용하면 그런대로 쏠 수가 있겠어.’


지금 당장 무관으로 임관해도 전공을 쌓고,

명성을 올릴 수가 있을 것이다.


‘급하게 서두를 건 없어.’


무술도 중요하지만,

난세가 오기까지 가장 중요한 건 학문과 명성이었다.

학문이 높아야 관직에 나갈 수가 있었다.

십상시가 득세하면 매관매직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어느 정도 명성과 학식이 되는 사람에게 관직을 팔았다.

아예 무식한 이에겐 관직을 팔지 않았다.

나름대로 선을 지켰다.

처음 한동안은······.


* * *


그동안 주요 경전은 다 배웠다.

이 시대의 배움은 경전의 암송(暗誦)으로 시작한다.

암송이라고 하면,

경전을 보지 않고 외워서 대답하는 것이다

암송은 사대부의 덕목으로 중요했다.

먼저 암송이 되어야,

그다음 경전의 내용을 해석하며 토론하는 것이다.

2년의 기간은 경전들을 암송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암기력이 특별히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가르치는 세객이 특정 문구를 이야기하면,

알아서 해당하는 경전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하하. 미방 자네는 정말 수재이로군.”


세객에게 수재로 인정받았다.

소금과 종이, 복식부기는 평범한 게 아니었다.

하인 중에는 천재라고 수군거리는 이들이 있었다.


“열세 살에 주요 경전을 다 떼다니. 나중에 크게 벼슬을 하겠어.”


가르치는 세객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그는 장래에 미방이 높은 벼슬에 오르리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정말 그럴 것이다.

십상시의 난이 일어나기 전까지 관직에 진출할 생각이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경연(經筵)을 해야겠군.”


경연은 황제에게 유교 경전을 강의하는 관례를 말했다.

중앙 관료는 황제와 함께 경연할 수 있어야 했다.

관료가 되기 위해선 경연을 미리 연습해 둬야 하는 것이다.


‘기본 공부를 끝낸 후 하는 족집게 강의나 마찬가지야.’


경전을 다 암송하고 나면,

유학의 경서(經書)와 사서(史書)를 진강(進講)했다.

그 내용을 논의(論議)하는 수업을 하는 것이다.

설명은 복잡하지만, 내용은 간단했다.

경연은 토론식 수업이었다.

각 주제에 대해서 경전에 적힌 내용을 예로 들어,

자신의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일이다.

경연을 시작하자 가르치던 세객의 말문이 막혔다.


***


“너 자신을 알라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스토아학파에 이르는 그리스의 토론법과.

키케로로 유명한 로마의 웅변술.

거기에 불교의 전통 교육법인 승가 교육.

유학의 성리학 토론법이 해당 사항에 맞추어 적절히 떠올랐다.


“공자가 말하기를. 아는 건 안다고 하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는 게, 아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之.-논어 위정편]


“요 녀석이!”

“아랫사람이나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묻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


[不恥下- 논어 공야장]


“하···. 말로 내가 어떻게 너를 이기겠느냐.”


적재적소에 떠오르는 경전의 내용을 가지고 논리를 방어하고 상대방의 논리를 부숴 버렸다.

경전을 토론하면 매번 세객이 설득당했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질문에 대해서 또 질문을 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산파술,

그리고 애매모호한 부분을 상대방이 알아서 생각하게 만드는 불교의 선문답이었다.


“저는 제가 모른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오로지 제가 아는 전부입니다.”

“학무지경(學無止境)이라···. 자네는 정말 대단하군.”


배움에 끝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내가 가르칠 것이 없군. 더 큰 스승을 찾아가 보게.”


일명 무가에서 말하는 하산(下山)을 명했다.


“말씀 감사합니다. 스승님.”


냉큼 받아들였다.

할 일이 많았다.

더 이상 경전을 공부하는 것은 시간 낭비였다.

다음의 스승은 이미 점찍어 두었다.

그 마음과 별도로 정중하게 말했다.


“스승님으로 모신 것을 영광으로 여기겠습니다.”


세객이 갑자기 손을 덥석 잡고 말했다.


“아니야. 내가 자네를 가르쳤다는 것이 더 영광이네.”


그렇게 경전의 배움은 끝났다.

그는 이 사실을 아버지에게 이야기했다.

아버지의 평가가 더 높아졌다.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 * *


“아버님, 또 신선님이 꿈에 나타나셨습니다.”

“···그래. 이번에는 뭐라고 말씀하시더냐?”


아버지가 신선이라는 말에 긴장했다.

이제는 신선님이 꿈에 나타났다고 해도 반갑지만은 않으신 듯했다.


“유주(幽州) 탁군(涿郡) 탁현(涿縣)에 계시는 노식(盧植)선생 문하로 들어가라 하셨습니다.”

“노식 선생이라···. 어딘가에서 들어본 이름 같은데.”

“구강(九江) 태수를 맡은 분입니다.”


구강은 양주에 있는 군이었다.

장강을 접해 물산이 풍부한 곳이다.

나중에 원술(袁術)의 거점이 되는 수춘(壽春)이 생기는 곳이었다.


“아! 들어본 적이 있군. 마융의 제자로 명성이 높다 하던가?”


노식은 구강 태수이기도 하지만···.

마융의 제자로도 유명했다.

그는 학자로서 명성이 높은 사람이었다.


“병법에도 능한 분입니다. 현재 여강(廬江) 태수로 이민족과 싸우고 있습니다.”


양주엔 남만(南蠻)이라는 오랑캐가 많이 살았다.

정확하게는 그들의 땅에 한족이 들어간 것이다.

후한말 한나라가 약해지자, 반란을 일으켰다.

여강의 반란을 진압한 노식을 구강으로 보낸 것이다.


“그렇다면 그분을 스승으로 모실 수 없지 않으냐.”

“지금 당장은 아닙니다. 내년에 가라 하셨습니다.”

“음···.”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그럼. 유주(幽州) 탁군(涿郡) 탁현(涿縣)은 또 무엇이냐.”

“그분의 고향입니다.”

“아! 내년에 관직을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그곳에서 후학을 양성할 것입니다.”


관직을 사직하고, 제자를 가르치는 일은 흔했다.

사대부는 관료이자, 학자였다.

그들의 중요한 의무는 관직에 나가 뜻을 펼치는 것과 후학을 양성하는 일이었다.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제자를 가르치지 않으면,

관직에 욕심이 많은 자라 욕먹었다.

노식의 스승인 마융도 관료였다.


“신선님이 말씀하신 것이니 맞겠군.”


그 사실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믿음이란 그런 것이다.

한번 믿기 시작하면 맹목적이었다.


“알겠다. 바로 알아보마.”


이제는 이유조차도 묻지도 않았다.


“지금은 준비만 하시면 됩니다.”


노식은 지금 여강(廬江) 태수였다.

내년에 관직을 사직하고 고향으로 내려가게 된다.

제자가 되기 위해 사전 작업을 하기로 했다.


***


“명사는 아무나 제자를 받지 않습니다.”

“음···.”


명사의 제자로 들어가는 건,

명문대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했다.

그에 따른 준비가 필요했다.

사제 관계라는 건,

인맥과 학연으로 엮이는 것이다.

연좌제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아무나 쉽게 받아 주지 않았다.

유비의 경우는 황실 인척의 소개로 들어갔다.

공손찬은 장인어른 후태수의 추천으로 들어갔다.

아무나 명사의 제자가 되는 건 아니었다.


“뭘 준비하면 되겠느냐?”

“아버지가 잘하시는 것으로 하면 됩니다.”

“하하. 무슨 말인지 알겠다.”


아버지는 바로 이해하셨다.

명사(名士)가 지방으로 내려오면 지역유지가 가만있지 않았다.

그에게 학당을 세워 주는 것이다.

그렇게 중앙 권력에 연을 대는 것이다.


‘세상 돌아가는 게 그렇지. 공짜가 어디에 있어.’


아버지가 가장 잘하시는 게 돈을 벌고, 쓰는 것이다.

노식에게 후학 양성에 힘쓰시라고,

서당이나 학당을 세우라는 명목으로,

장원(莊園)을 하나 마련해 드릴 것이다.

재벌답게 대학을 하나 세워 주고,

그의 문하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가문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니. 이번에 크게 나서야 하겠구나.”


명사의 제자가 되는 건 가장 빠른 출사(出仕) 길이었다.

관료가 되는 건 효렴(孝廉)이라는 추천으로 되었다.

이 시대엔 과거 제도가 없었다.

항거리선제(鄕擧里選制)였다.

추천은 아무에게나 해 주는 게 아니었다.

여기도 서로 연좌제로 묶였다.

모든 일에 학연과 지연, 혈연 같은 인맥과 돈이 들었다.

세상사는 언제 어디나 비슷했다.


***


“그런데 왜 노식 선생이냐? 물론, 신선님께서 하시는 일이니. 이유가 있겠지만···.”


노식이 이름난 명사이긴 했다.

그러나 가장 유명하냐고 하면 그건 아니었다.

조정에 태수 이상의 관직을 가진 이만해도 수십 명이 넘었다.

이름난 학자의 숫자도 비슷했다.

그중에서 꼭 집어 노식을 이야기하니 궁금할 것이다.


“아버지가 말씀하신 대로 마융의 제자이기 때문입니다.”

“음···. 그분의 제자 중엔 유명한 이들이 많긴 하지.”


학연은 스승과 제자 사이에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제자 사이에도 이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유비와 공손찬의 관계였다.

두 사람은 노식의 제자라는 학연이 있었다.

유비는 공손찬의 아래에서 세력을 키웠다.

마융의 제자 중엔 정현(鄭玄)도 있었다.

인맥이 중요한 시대에 학연만 한 게 없었다.

지금 선택할 수 있는 학연 중 노식이 관련된 게 최고였다.

그와의 학연은 중국의 칭화대와 미국의 하버드, 한국의 서울대와 같았다.


“그런데···. 하필 왜 내년이냐. 유주는 멀다. 좀 더 나이 먹고 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


유주는 한나라의 최북단이었다.

춥고 거친 곳이었다.

이민족도 많이 살았다.

어린 미방이 걱정되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미방에게 더 도움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노식 선생이 후학을 양성하는 기간은 짧습니다.”


노식은 대부분의 삶을 관료로서 시간을 보냈다.

그는 내년에 고향으로 돌아와 제자를 가르친다.

그러나 곧 다시 관직에 출사한다.

제자를 가르치는 기간이 매우 짧았다.

그 기간이 겨우 1~2년이었다.


“그 기간 안에 노식의 문하로 들어가야 합니다.”


노식이 제자들을 가르치는 기간이 짧았지만···

그의 문하에는 유명한 사람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유비와 공손찬이지.’


관직으로의 진출과 성공,

황건적의 난에서 공을 세우는 것.

명성을 날리기 위해선,


‘그의 문하로 들어가는 건 꼭 필요한 일이야.’


노식은 현재 태수로서 소수 민족의 반란을 잘 진압하고 있었다.

그 공로로 황건적의 난이 일어났을 때 북중랑장(北中郞將)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황건적을 토벌하는 지휘관 중 한 명이 된다.

유비는 그 상황을 잘 이용했다.

의용군 500명을 모아 황건적 토벌에 참여한다.

노식의 제자로서 공을 세우는 것이었다.

한량인 유비가 군웅으로서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노식의 문하라는 건,

그의 성장에 큰 발판이 되었다.

미가도 그 굵은 동아줄을 타려는 것이었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줄을 잘 타는 것도 중요했다.


“네 말이 맞다. 내 준비를 서두르겠다.”


미방의 운명을 바꾸는 수레바퀴가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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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 어물전(魚物廛). +9 24.07.11 6,437 140 13쪽
10 10. 증류주(蒸溜酎). +13 24.07.10 6,558 142 13쪽
» 9. 학연. +13 24.07.09 6,617 154 12쪽
8 8. 종이와 복식부기의 의미. +10 24.07.08 6,678 156 14쪽
7 7. 새어 나가는 돈을 줄이는 방법. +5 24.07.07 6,760 142 13쪽
6 6. 마상 창술. +11 24.07.06 6,967 15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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