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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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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천명(天命)을 만들다.

DUMMY

23. 천명(天命)을 만들다.


낙양에선 미가의 상단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동안 서주에서 다른 일을 했다.

새로운 암호문(暗號文)을 만들고 익히는 일이다.


“아버님, 이것은 데와 대입니다. 그리고, 이건 아와 야입니다. 여기는 가와 겨입니다.”

“무슨 글자가 이렇게 다양하게 발음이 되느냐! 나는 도통 못 알아듣겠다. 그만하자꾸나.”

“이건 표의문자라고 하는 것입니다. 익혀두면 편합니다.”


암호문은 표음 문자(表音文字)였다.

소리를 문자로 나타낸 것이다.

지금 사용되는 문자는 한자였다.

표의문자(表意文字)였다.

표음 문자와 표의문자는 각자의 장단점이 있었다.

한자는 어렵고 복잡하지만, 한 가지 장점이 있었다. 서로 말이 달라도 뜻이 통한다는 것이었다.

중국은 넓었다.

산과 강, 바다, 호수가 언어의 장벽이 되었다.

각지역마다 말이 달랐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엔,

말을 서로 알아듣지 못할 정도였다.

중원엔 많은 이민족도 있었다.

말을 모르는 데도 뜻이 통하는 건 모두 표의문자인 한자 때문이었다.


“말에 따라 글자가 달라집니다. 서로 사용하는 말이 다르면 알아보지 못합니다.”

“이걸 왜 해야 하느냐.”


아버지는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낙양에서 가면 본가와 연락을 자주 해야 합니다.”


서주와 낙양은 멀었다.

전령은 여러 곳을 거쳐야 했다.


“중간에 누군가 서신을 가로챌 수 있습니다.”


서신에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도 적히기 마련이다.


“다른 이가 보면 문제가 될 내용이 있기 마련입니다.”


낙양의 정세와 물가, 뇌물 등 주고받는 정보 중 민감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손에서 서신이 가문에 불리하게 가공될 수 있었다.

잘못하면 필화(筆禍)로 번질 수 있었다.

구화지문(口禍之門)이라는 말이 있다.

말은 화를 불렀다.

그것을 문서로 만드는 게 필(筆)이었다.

문서로 적힌 건 빼도 박도 못했다.

필화로 재액(災厄)을 당한 가문이 한둘이 아니다.


“핵심 인물만 읽을 수 있는 암호문을 만든 것입니다.”


서주의 방언(方言, 사투리)과 낙양의 방언은 서로 뜻이 통하지 않았다.

서주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사투리가 생길 정도였다.

다른 지역들도 마찬가지였다.

표음 문자로 서신을 적으면,

다른 지역 사람은 그 내용을 알지 못했다.


“암호 체계를 알아내어도 말이 달라 이해하지 못합니다.”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표음 문자는 한자와 달리 문맥에서 뜻을 추리해야 했다.

그것이 단점이자, 장점이었다.

못 알아먹는 구간이 많으면 제대로 뜻을 파악하기에 어려웠다.

특히 동음이의어가 문제였다.

배만 해도 뜻이 여러 개가 있었다.

사람의 배(腹), 타는 배(船), 먹는 배(梨) 등이다.


‘배를 탄다는 말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 물 위의 배와 땅 위의 배.’


비유적인 표현까지 합하면 배라는 단어만으론 뜻을 짐작하기에 어려웠다.

이러한 단어들이 많았다.

한마디로 표음 문자,

한자에 익숙한 사람에겐,

그 자체가 암호문이 되는 것이었다.

우선 암호문을 아버지에게 가르쳤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그냥 아랫사람들에게만 가르쳐주면 안 되겠느냐.”


아버지가 배우는 걸 안 하려 했다.

새로운 걸 배우는 건 힘든 일이다.

나이를 먹으면 더 그랬다.

게다가 표음 문자는 완전히 새로운 문자 체계였다.

하기 싫기 마련이다.

이런 때는 만사형통이 있었다.


“신선님이 알려 주신 글자입니다. 아버님. 설마, 신선님의 말씀을 거부하실 것입니까?”

“아니! 아니다. 어찌 그럴 수가 있겠느냐. 그냥 나이를 먹으니 배움이 쉽지 않구나.”


이건 신선을 이용해도 쉽지 않았다.

추가로 다른 예를 들었다.


“성현의 말씀에 학무지경(學無止境), 배움에는 끝이 없는 거라 하셨습니다.”

“킁······.”


성현의 말씀을 인용하여 배움의 중요성을 설파(說破)했다.


“학문이란 물을 거슬러 배를 저어가는 것과 같다. 나아가지 않으면 뒤로 물러난다.(學如逆水行舟, 不進則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알겠다.”


끈질긴 설득에 넘어왔다.

배움이란 쉽지 않았다.


“이 부분들만 신경 쓰면 배우는 데,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표음 문자는 글자 수가 많지 않았다.

사람이 낼 수 있는 음엔 한계가 있었다.

한자의 경우 뜻 문자라,

새로운 뜻이 생겨나면 문자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거의 무한정 글자가 늘어났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게 한자였다.

대세는 표음 문자였다.

라틴어나 산스크리트어가 표음 문자로 표기(表記)되었다.

글을 배우려면 그 언어도 배워야 하는 게 단점이었다.

문자만 따오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버님께서 다 익히시면 이제 가문의 중요 가신을 불러 주십시오.”

“그들은 왜 부르느냐?”

“서신을 아버님에게만 보낼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들도 이 글을 알아야지요.”


가문의 암호문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것을 부르려면 뭐라도 이름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신선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느냐.”


이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질문에 당황했다.

말씀대로 새로운 문자에는 명칭이 필요했다.

그래야 서로 같은 걸 떠올릴 수 있었다.

마침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신선님께서는 이 글을 천문(天文, 하늘의 문자)이라고 하셨습니다.”


천문은 하늘에 묻는 것을 말했다.

하늘을 살펴 세상의 변화를 예측하는 학문이었다.

동시에 하늘이 내려준 문자를 의미했다.

이것을 약간만 바꾸면 천명(天命),

하늘의 뜻이 되었다.

천은 천자(天子, 황제)를 뜻했다.

미방이 천하를 품겠다는 포부였다.


“천문이라, 좋은 말이구나.”


이렇게 천문(天文)을 소개하게 되었다.

천문은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한 글이 아니었다.

하늘의 뜻을 아는 몇몇 사람만 사용하는 암호문이다.

가로쓰기와 천문은 혹시 나중에 세작(細作)이 서신을 훔치더라도 알아보기 힘들게 할 것이다.


‘비닉(庇匿. 정보 보안)의 중요성을 말하면 입만 아프지’.


미방만의 중요한 비밀 통신 수단을 찾았다.


* * *


낙양을 가는 대규모의 행렬이 꾸려졌다.


히이잉.- 히이잉.-


“말들을 진정시켜라.”

“뭘 하는 거냐. 정신 차려라.”

“상품은 마차 바닥에 안전하게 실어 두어라.”


저택의 문 앞은 저잣거리보다 더 정신이 없었다.

마차가 수십 대에 인원이 수백 명이었다.

그들이 내는 소음이 상당했다.

유주로 갈 때보다 규모가 훨씬 커졌다.

한나라의 중심으로 가는 일이었다.

가문의 역량이 상당히 투자되었다.


“아버지. 소자는 이만 떠나 보겠습니다.”

“그래. 조심해서 가거라. 부곡(部曲)이 좀 부족하지 않으냐?”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웬만한 도적단은 덤벼들 엄두도 못 낼 겁니다.”


호위하는 사병(私兵)만 해도 100여 명이었다.

그중 수십 명은 기병이었다.

가문의 위세를 보여 주는 행렬이다.

이보다 많으면 낙양에서 말이 나올 수 있었다.

낙양은 천자가 있는 곳이었다.

대규모로 사병을 이끌고 가는 건,

역심이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었다.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기 전까진 사병 육성을 조심해야 했다.

그때가 되면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미리 경계를 살 필요는 없었다.


“도련님. 조심해서 잘 다녀오십시오.”

“도련님. 고맙습니다.”


많은 이들이 가는 길에 따라와서 배웅했다.

가문의 하인들과 소작농들이었다.

소작농 중에 미방의 명성을 듣고 구현과 동해군으로 온 이들이 많았다.

미가의 둘째 공자가 자애롭다는 소문과,

그곳에 가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는 기대였다.

도적들이 적어 안전하다는 점도 한몫했다.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는 이 시대의 피난처가 되었다.

이제 동해군 주위는 다 미가의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많은 이의 배웅을 받으며,

보무당당(步武堂堂)하게 낙양으로 향했다.

낙양으로 가는 길은 서주와 예주, 연주, 사례를 통과하는 길이었다.

도로는 역시 수도로 가는 길이라 잘 정비되어 있었다.

상단도 많이 다녔다.

사람들이 많이 통행했다.

그러나 번화해 보이는 겉모습 속에서 감출 수 없는 게 있었다.

조금만 시골로 내려가도 사람의 차림새가 나빠졌다.

농촌이 무너지고 있었다.

지나치는 도시의 뒷골목엔 빈민으로 가득 찼다.

가진 것 없이 세상을 유랑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이 보였다.

한나라의 중심인 낙양으로 가는 길인데도 그랬다.


“공자. 이거 심각합니다.”


호위하는 조상이 한마디를 했다.


가는 길에 산적과 도적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원래는 산적이나 도적이 없어야 하는 평온한 길이여야 했다.

서주와 낙양을 이어주는 길은 한나라의 중심이었다.

변방이 아닌, 중심마저 무너지고 있었다.


“벌써 난세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난세 말입니까?”


난세라는 말에 조상이 깜짝 놀랐다.

그도 지금의 세월이 수상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난세라는 말은 함부로 꺼내지 못했다.

지금의 황제를 욕보이는 말이었다.

황제에게 천명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이게 난세가 아니면, 뭐라 불러야 할지요.”

“......”


조상도 할말이 없었다.

지금 일반 백성의 삶은 인세지옥(人世地獄)과 같았다.

뇌물을 주고 관리가 된 이는 탐관오리가 되었다.

본전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심지어 황제는 벼슬을 외상으로 팔고 부임 후 정가의 2배를 내는 제도까지 도입했다.

관리들은 호족과 결탁하여 백성의 수탈에 열을 올렸다.

세금을 못 내면 때려죽였다.

두려움에 많은 이가 고향을 떠났다.

그들은 유랑민이 되어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결국 참다못한 백성들이 황건적의 난을 일으키는 것이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도,

이미 그러한 전조가 보였다.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는 건 5~6년 후였다.

벌써 시골 마을에는 태평도가 널리 퍼지고 있었다.


‘이제 한나라도 끝물이구나. 침몰하는 배에서는 잘 빠져나와야지. 인생은 타이밍이야.’


시운이 타이밍이었다.

모든 일은 때가 맞아야 했다.

늘 그렇듯 한 무리의 노상강도가 나타났다.

규모가 수백에 이르렀다.

유랑민이 늘자,

그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미방과 같이 잘 무장한 무리도 습격해 왔다.

조상의 말대로 심각했다.


“공자는 여기 계십시오. 제가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저들을 다 죽이진 마세요. 배고픔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한 이들도 있을 겁니다.”


사흘을 굶으면 남의 집 담을 넘는 법이다.


“저항하지 않는 자는 살려서 데려오세요.”

“알겠습니다.”


조상도 이제는 미방이 뭘 하려는 지 알았다.

그는 호위병과 함께 도적을 처리했다.

기병들은 도망치는 이들을 잡아 왔다.

그들의 미방의 앞에 무릎을 꿇렸다.


“정녕, 먹고살기가 힘들면 서주의 미가로 찾아오시오.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외다.”


이렇게 보낸 이들이 수천 명이 넘었다.


“이번에는 몇 명이나 찾아올지 궁금합니다.”

“그건 알 수 없지요. 세상이 변하고 있어요.”


유랑민이 대규모로 무리를 짓고 있었다.

사람이 모이면 겁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무모한 용기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한다.

태평도가 그들 사이에 퍼지고 있었다.

체제에 순응하는 것보다 반항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소작농으로 되돌아가는 걸 거부하고,

살기 힘든 세상을 바꾸려 할 수도 있었다.

황건적의 무리에 가담할지.

희망을 찾아 서주로 올지.

인과(因果)의 신만이 아실 것이다.


“그들이 옮은 선택을 하기 바라야지요.”


황건적을 선택하면 그들의 미래는 정해졌다.

난세를 위한 토대로 사용되어 죽임을 당할 것이다.

그들이 서주의 구현으로 오기 바랐다.


“드디어 낙수(洛水)에 도착했습니다.”


낙수는 낙양에 물을 공급하는 강이었다.

낙양이라는 이름이 낙수에서 나왔다.

그곳을 건너 가면 이제 목적지였다.

청운(靑雲)의 꿈을 품고 낙양에 도착했다.

천하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布石)이 놓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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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위조의 해결사(解決士). +15 24.07.25 5,875 131 13쪽
24 24. 위조(尉曹)의 낭관(郎官). +5 24.07.24 6,083 133 14쪽
» 23. 천명(天命)을 만들다. +9 24.07.23 6,113 144 12쪽
22 22. 낙양(洛陽)의 거점(據點). +7 24.07.22 6,086 135 13쪽
21 21. 인운(人運)을 만들어가다. +5 24.07.21 6,131 147 13쪽
20 20. 자애로운 미가의 둘째 공자. +7 24.07.20 6,136 155 14쪽
19 19. 유주(幽州)의 미가(糜家) 상단(商團). +9 24.07.19 6,131 141 13쪽
18 18. 유주(幽州)를 떠날 준비하다. +7 24.07.18 6,087 138 13쪽
17 17.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 +9 24.07.17 6,166 151 15쪽
16 16. 노식(盧植)의 학당(學堂). +4 24.07.16 6,168 151 13쪽
15 15. 행간(行間)을 읽다. +9 24.07.15 6,242 151 15쪽
14 14. 예의(禮儀)의 근본(根本). +9 24.07.14 6,252 152 15쪽
13 13. 탁현(琢縣)으로 가는 길. +12 24.07.13 6,324 153 15쪽
12 12. 목마장(牧馬場). +6 24.07.12 6,440 150 15쪽
11 11. 어물전(魚物廛). +9 24.07.11 6,431 140 13쪽
10 10. 증류주(蒸溜酎). +13 24.07.10 6,555 142 13쪽
9 9. 학연. +13 24.07.09 6,613 154 12쪽
8 8. 종이와 복식부기의 의미. +10 24.07.08 6,674 156 14쪽
7 7. 새어 나가는 돈을 줄이는 방법. +5 24.07.07 6,757 142 13쪽
6 6. 마상 창술. +11 24.07.06 6,963 154 14쪽
5 5. 안장과 등자. +19 24.07.05 7,235 145 12쪽
4 4. 천일염을 만들다. +14 24.07.04 7,378 155 12쪽
3 3. 배우는 즐거움. +21 24.07.03 7,771 149 13쪽
2 2. 새로운 꿈을 꾸다. +27 24.07.02 8,686 173 13쪽
1 1. 신선을 만나다. +14 24.07.01 10,685 18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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