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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노식(盧植)의 학당(學堂).

DUMMY

16. 노식(盧植)의 학당(學堂).


학당이 개설되고 사제들을 받았다.

노식의 명성에 너도나도 학당에 들어오고자 했다.

그의 문하로서 자신의 명성을 쌓기 위해서였다.

다양한 사람이 학당의 문을 두드렸다.


“도련님. 추천서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가복이 학당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는 하인 중에서도 배운 이였다.

비서는 아무나 하는 건 아니었다.


“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군.”


다들 누군가의 추천서를 가지고 학당으로 찾아왔다.

그런 추천서를 무시하면 써 준 사람에게 미움을 받는다.

자신의 체면이 손상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 시대에도 중국은 체면을 중시했다.


“잘못하면 이 일로 앙심을 품을 수도 있겠어.”

“그래서 다 받으실 생각입니까? 학당이 크다 해도 이들을 다 받는 건···.”


무리였다.


“누가 다 받는다고 했나. 그냥 그렇다는 것이지.”


입학을 거절하는 건 문제 되지 않았다.

앙심을 품어도 노식 선생에게 품을 것이었다.

학생 수가 고민이었다.


“제자를 너무 적게 받아도 곤란하고···.”


학당을 연 취지가 손상되었다.

이 시대의 학당은 학연을 만드는 곳이었다.

이름 있는 집안의 자제를 어느 정도 받아야 괜찮은 학연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학연이 만들어지면···.

서로 끌어 주고 밀어주는 것이었다.


“제자를 너무 많이 받아도 곤란해.”


노식 선생은 학당의 운영에 관심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모든 일을 미방이 해야 했다.

노식을 위해서 학당을 맡은 것이 아니다.

적당한 이익을 보려고 이곳에 온 것이었다.

제자가 너무 많으면 관리가 힘들었다.

마소(馬牛)처럼 부려지고 싶지 않았다.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들로 선별해야 하네.”


미가의 돈으로 지은 학당이었다.

본전을 뽑아야 했다.

어차피 노식은 후학을 양성한다는 명분을 쌓는 게 목적이었다.

명성에 흠이 되는 말만 안 나오면 되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추천서를 추려 쓸만한 사람으로 골라보게.”

“어떤 기준으로 말입니까?”

“당연히 미가 상단에 도움 될 만한 이들이지.”


그들은 유주 지역 유지의 자녀였다.

철광산을 소유하고 있으면 좋았다.

요동은 유명한 철 산지였다.

말과 모피, 약제를 취급하면 더욱 좋았다.

모두 큰돈이 되는 상품들이었다.


“거기에 유주에서 명성이 높은 이들의 자녀도 끼워 넣어.”


전부 지역 유지로만 넣으면 욕을 먹기 마련이었다.

물론 노식 선생이 욕먹는 거지만···.

지나치면 미방도 욕을 먹게 되었다.

모든 건 적당한 게 좋았다.

어떤 이들을 얼마나 많이 받는가가 문제였다.

우선 추천서를 추렸다.

도움이 될 만한 가문으로 20여 명을 선정했다.

명성이 있는 가문으로 10명을 골랐다.

그들 중에 장비가 포함되었다.


“장비라면 그때 그 아이 아닙니까? 여기 들어올 수준은 아니지 않습니까?”

“내가 아우로 삼았으니. 충분히 급이 되지.”

“도련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면 알겠습니다.”


인맥이 중요한 시대였다.

입학은 학당을 운영하는 미방 손에 달렸다.


“고맙네. 비가 형님을 잘 두었어. 하하.”


장비의 아버지는 그 사실에 크게 기뻐했다.


“형님이라고 불러봐라.”

“.....네. 형님.”


드디어 장비가 형님으로 인정했다.

과거가 어쨌든 이름 높은 명사의 제자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학당에 들어오면 그 눈빛이 존경으로 바뀔 것이야.’


학당이 문을 열고 제자를 받았다.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


노식 선생은 시간 날 때 짬짬이 제자를 가르쳤다.

그러나 대부분은 미방이 그 일을 도왔다.

행간을 읽는 방법은 여기서도 도움이 되었다.

유교의 중요 경전인 춘추는 춘추시대의 역사서였다.

역사서를 공자가 독자적인 역사의식과 가치관을 가지고 필삭(筆削)을 한 것이다.

경문의 내용이 지극히 간결(簡潔)했다.

주석을 없이는 원 뜻을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 주석이 달린 책을 전(傳)이라고 불렀다.

대표적인 것이 춘추좌씨전이었다.

춘추를 해석하는 방식에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이 시기 가장 인기가 있는 건 정현(鄭玄)의 좌씨전이었다.


“네가 하는 강의가 나보다 더 나은 것 같구나. 하하.”


잠시 청강(聽講)을 하던 노식이 감탄할 정도였다.

맡겨놓았지만···.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는 것이다.


“스승님의 뜻을 미루어 짐작해 보았습니다.”


그건 아니었다.

정현의 좌씨전을 참고한 것이다.

마융의 제자로 노식과 정현이 유명하지만···.

학문은 정현이 더 박학(博學)했다.

마융이 해석하지 못한 뜻을 노식이 3가지,

정현은 5가지를 이해했다고 말해졌다.

노식은 학자보다 관료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비슷한 사상을 가진 정현의 글로 강의하니.

참으로 그럴 뜻 했다.


“마치 네가 내 마음속을 들어갔다 나온 것 같구나. 하하.”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가 아직 적지 않은 상서장구(尙書章句)와 삼례해고(三禮解詁)를 바탕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그 책들은 노식이 이 시기에 적은 책이었다.

그의 생각과 사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건 색다른 해석이구나. 이 구절을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니. 수재(秀才)로구나. 수재.”


후대에 나온 인기 있는 해석을 추가하니.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 마음 놓고 너에게 강의를 맡길 수가 있겠구나. 하하.”


노식은 강의를 전적으로 미방에게 맡기고 외부 일을 보았다.


***


“형님. 대단하십니다.”


장비가 미방이 가르치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자신의 의형이 이름난 사대부 자제를 가르치는 걸 보면 달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노식 선생을 보좌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들을 가르치는 데 문제없었다.

다들 어느 정도 경전은 떼고 들어왔다.

문제는 강론이었다.

강론은 토론식으로 이어졌다.

경전의 내용을 가지고 서로 토론하는 것이다.

경전에 대한 이론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장비를 제외하고 나이가 가장 어렸지만,

모두에게 인정받았다.

그 이론을 가지고 어떻게 상대방을 설득하느냐였다.

토론술이 필요했다.

다양한 토론술을 알고 있었다.

그중에서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자주 이용했다.

[너 자신을 알라.]로 유명한 그것이었다.


“인은 어질다는 뜻으로 인(人)과 이(二)의 두 글자가 합해서 된 것이며. 친하다는 의미이지요.”

“그렇습니다. 그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나오는 말이었다.

저자인 허신(許愼)은 마융이 존경하는 학자였다.

훈고학을 공부하는 데 기본이 되는 서적이었다.


“그럼. 어질다는 어떤 의미입니까?”

“당연히 친하다는 의미가 아닙니까?”

“그 친하다는 건 또 무엇입니까?”

“......”


그 말에 강론하던 이가 말을 멈추었다.

친한 걸 친하다고 하는데,

뭐라 설명할 수 없었다.

단 걸 달다고 하는데,

왜 다냐고 물으면 할말이 없었다.

혀의 미뢰(味蕾)가 단맛을 느낀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인이란 그런 것입니다.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인에 관한 생각은 모두가 다릅니다.”


[친하다.]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마다 달랐다.

누구는 서로가 친하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아닐 수도 있었다.


“우리는 인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래서 선현의 말씀을 듣고 공부하는 것이지요.”

“맞는 말씀입니다.”

“내가 아는 건 오직 인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지요.”

“아!”

“자기 자신에게 이런 질문들을 계속 던져보세요.”

“......”


다들 자신만의 생각에 잠겼다.

미방의 말장난에 모두가 놀아났다.


***


산파술은 대화를 통해 가르치지 않고 질문을 하는 것이다.

질문을 통해 자신에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닫게 해 주는 문답법이다.

질문을 질문으로 대응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면 열심히 자신의 논리를 주장하던 사람의 말문이 막힌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형이상학적인 논법에 최적의 대화법이다.

이 시대의 사람은 이런 대화법에 약했다.


‘하하. 제대로 먹혔군.’


“역시 형님은 대단하십니다.”


장비의 눈이 더욱 초롱초롱해졌다.


***


이렇게 학생들을 가리키고 있는데 추천서가 한 장 들어왔다.

유주에 있는 어느 황족으로부터의 추천서였다.

바로 유비의 추천서였다.


“고민이 되는군.”

“왜 그러십니까? 도련님.”“황족의 추천서이네.”

“그럼,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직 황족의 위세는 대단했다.

낙양에 가면 황족이 길거리에 널려있지만···.

변방인 유주는 달랐다.

사기꾼 유비를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말지 고민이 되었다.


“황족이라고 다 같은 건 아니네.”


이 시대의 황족은 다양했다.

전한, 후한 400년을 이어 오면서 수많은 황족이 있었다.

난세의 군웅 중에도 황족들이 많았다.

유주의 자사가 되는 유우,

형주의 자사가 되어 군웅이 되는 유표,

마찬가지로 익주를 지배하게 되는 유언.

큰 세력을 못 떨쳤지만 양주의 자사가 되는 유요까지.

후한의 열세 개 주 중 네 개를 황족이 차지했었다.

황족도 관료가 될 수 있었다.

중앙 요직을 맡을 수 있었다.

황족 중 일부는 막강한 권세를 떨치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황족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런 변방까지 흘러들어온 몰락한 황족이야.”


400년의 기간 동안 몰락한 황족도 많았다.

권세와 힘을 잃고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이었다.

일반 사대부보다 못한 이들이었다.

황족이 몰락했다고 해도 함부로 대하진 못했다.

일단 망했어도 황족이었다.


“무시하기도 애매해.”


함부로 대하다간 관(官)이나,

황족과 관련된 이들에게 치도곤을 당할 수 있었다.

그들은 무리(集成村)를 이루었다.

무시하기 힘들었다.

유비가 어린 나이에 건달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건 그런 이유였다.

동네 아이들을 모아 놓고 대장 노릇을 했다.

간옹은 그때 따라다니며 유비의 위세를 빌려 놀던 녀석이다.

유비와 그의 무리가 유협(遊俠)이랍시고,

행패를 부려도 막을 사람이 없었다.

유비가 황족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의 황족도 그들만의 인맥이 있어.”


그것이 황실 종친회였다.

황실 종친회의 비호 아래,

별것도 없는 유비가 그렇게 설치고 다닐 수 있는 것이다.


“도련님. 말씀대로 쉽지 않은 문제군요.”


쉽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궁리(窮理)에 들어갔다.

행간을 읽어야 했다.


‘그의 생각과 행동을 읽어야겠어.’


알려진 정보를 가지고 상대를 분석하는 일이었다.


***


유비는 가진 것이 없었다.

내세울 건 황족이라는 것뿐이었다.

그것도 아주 먼 황족이었다.

그런 상황과 달리 그의 꿈은 컸다.

자신의 선조인 유방(劉邦)과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을 모아 유협 놀이하는 건 세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유비도 15세가 되자 나름대로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되었다.


‘지금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겠지.’


유협 놀이만을 해서는 성공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15세 지학(志學)이라면 학문에 뜻을 둘 때가 되었다.

놀기만 했던 유비도 느끼는 것이 있었다.

성공을 위해서는 공부해 두는 게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중에 출세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탁현에 노식이 내려왔지.’


명사가 고향에 학당을 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노식은 관직 생활을 두루 거치고 탁현으로 낙향하는 유명 인사였다.

그의 문하에 든다면 출세에 도움이 될 거라는 건 누구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유비는 황실 종친회의 인맥을 활용했다.

유주의 황실 종친회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유원기(劉元起)라는 황실 종친회 회장의 추천서 받았다.

아무리 노식이라도 황실 종친 회장의 추천서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유비가 공부를 등한시하는 유협임에도,

노식의 문하에 들 수 있었다.

이것이 꿈속에서 간옹에게 들은 이야기였다.

꿈과 마찬가지로 내 손에 유원기의 추천장이 있었다.


‘그냥 추천서를 찢어 버릴까?’


그럼. 유비가 노식의 문하로 들어오지 못했다.


‘그렇다고 유비가 포기할까?’


유비는 빌어먹는 데 천재였다.

노식에 이어 공손찬, 조조, 원소, 유표, 유장 등 여러 사람에게 붙어 이득을 취했다.


‘어차피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면 군사를 일으킬 거야’


이끌던 유협(遊俠) 무리를 이끌고 의병을 일으킬 것이었다.

의병을 일으킨 후 누군가에 빌붙을 것이다.

그것이 그의 천성이었다.

결국 그를 받기로 했다.


‘그래도 아는 사람이 낫지.’


아는 내용을 많이 바꾸어서는 곤란했다.

미래를 예측하기가 어려워진다.

유비를 노식 선생의 제자로 받아들였다.

탁현에 학당을 연 지 6개월도 채 안 되는 시점이었다.


작가의말

미방은 162년생으로 유비보다 한 살 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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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노식(盧植)의 학당(學堂). +4 24.07.16 6,168 15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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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증류주(蒸溜酎). +13 24.07.10 6,554 14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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