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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인운(人運)을 만들어가다.

DUMMY

21. 인운(人運)을 만들어가다.


효렴(孝廉)은 관리 추천제도였다.

향거리선제(鄕擧里選制)의 하나였다.

지방관을 통해 지역에서 명성 높은 이를 추천 받는 것이었다.

지방에 근거를 둔 호족이 중앙 정계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였다.

태수가 추천하면 효렴,

자사가 추천하면 무재(茂才, 秀才)였다.

그 외에도 현량(賢良)・방정(方正)・직언(直言)・문학(文学)・계리(計吏) 등이 있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효렴이었다.

태수가 각 지역에서 부모에게 효도하고 청렴한 자를 관리로 추천하는 것이다.

각지의 태수가 1년에 한 명을 효렴으로 추천하도록 권고했다.

널리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서였다.

모든 태수가 1년에 한 명씩 추천한다면···

한해에 60여 명이 관직으로 진출하는 것이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수였다.

많다는 건 효렴으로 추천을 받으면 중앙 관료로서 요직(要職)으로 진출한다.

한마디로 중앙직 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


“태수에게 효렴을 부탁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너의 나이가 너무 어리지 않느냐.”


효렴은 법으로 40세 이상만 추천받는 게 가능했다.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 시기엔 그 기준이 사문화가 되었다.


“조숭의 자식은 이미 관직을 얻었습니다.”


조조였다.

20세 때 효렴으로 추천이 되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력으로 관직에 진출한 것이다.

벌써 3년 전에 그 기준이 깨어졌다.


“서주 팽성의 장소(張昭) 2년 전에 20세의 나이로 효렴으로 추천받았습니다.”


멀리 볼 것도 없었다.

서주에서도 어린 나이에 효렴으로 추천받는 이가 나왔다.

후한말 난세로 향거리선제의 기준이 무너지고 있었다.


[수재로 천거된 이가 글을 모르고,

효렴으로 천거된 이가 부모와 별거하고,

청렴하다고 천거된 이가 욕심이 많으며,

용감한 장수라고 천거된 사람은 닭처럼 겁이 많다.]


“최근에는 17세에 효렴으로 추천받는 사람도 생겨났습니다.”


효렴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었다.

뒤에는 15세에 효렴을 받는 사람도 다수 나타난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15세에서 20세에 효렴을 받는 게 흔해진다.

뇌물받고 효렴을 추천하는 일도 다수 생기게 된다.


“태수와 관계는 좋지 않습니까?”


지금 미가에서 하려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아버지는 동해군 태수와 밀접했다.

사업을 하려면 관리와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특히 소금은 더 그랬다.

뇌물을 주지 않으면,

염세가 너무 비싸 남는 게 없을 정도였다.

온갖 잡세를 만들어 착취할 것이다.

염장 어물과 종이, 고량주도 태수가 틀면 피곤해졌다.

심지어 땅을 사들이는 것도 태수와 관련이 있었다.

자영농 보호라는 명목으로 땅을 사들이는 걸 막거나···.

소작을 주던 땅을 되돌려주게 하여 자영농으로 만들 수 있었다.

지방의 호족은 태수와 같은 지방관과 밀착할 수밖에 없었다.


“돈이 많이 들 것이야.”


이번 동해군 태수는 욕심이 많았다.

미가라는 큰 물주를 물었다.

모기처럼 빨대 꽂고 고혈(膏血)을 빨아 마셨다.

효렴을 이야기하면 막대한 금품을 요구할 것이다.


“조금 기다리는 건 어떠냐? 그러면 좀 더 쉬워질 것이다.”


효렴의 가치가 갈수록 추락하고 있었다.

태수가 효렴을 추천해도 관직으로 안 가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

장소가 그러했다.

효렴으로 추천을 받고도 벼슬을 거부했다.

고고한 사대부라 오물(汚物)이 가득한 관직으로 안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 일로 더 큰 명성을 얻었다.

그 후 많은 이가 장소를 따라했다.

거기에 태수가 효렴을 추천 안 하는 경우도 많았다.

추천이란 그 사람을 책임진다는 말이었다.

효렴으로 관직으로 나가는 숫자가 줄어들었다.

추천을 잘못하면 경력에 흠이 될 수 있었다.

효렴이나 무재(茂才)로 관직을 얻는 사람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가치가 떨어졌다.

시간이 지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효렴으로 추천받을 수 있었다.

아버지는 비용을 아끼려는 것이다.


“벼슬길은 어릴 때 나가는 게 더 좋습니다.”


따로 승진 연한이라는 건 없지만···.

일찍 관직에 진출하면 고관으로 갈 확률이 더 높았다.

기회가 더 많이 찾아오는 것이다.


“성공하여 가문의 명성을 높이겠습니다.”


사세삼공(四世三公)이라는 원가는 큰 명성을 지니고 있었다.

아버지가 바라는 일이었다.

미방의 말대로 일찍 관직에 진출하면 삼공에 오를 수도 있었다.


“좋다. 내가 태수를 만나 이야기해 보마.”


아버지의 승인이 떨어졌다.

삼공에 오를 생각이 없었다.

난세의 고관은 파리목숨이었다.

원하는 건 난세 전에 자리 잡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관직이 필요했다.


* * *


한나라 전체로 보면 수많은 관직이 있었다.

공손찬처럼 지방관이 임명하는 지방직이 있었다.

지방직으로 시작하여 중요 관직으로 나갈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었다.

공손찬도 장인의 후임으로 온 유기(劉基)의 효렴으로 중앙 관직으로 나가게 된다.

낙양에서 낭관(郞官)으로 경력을 쌓았다.

그런 후 요동 속국의 장사(長史)라는 중요 군관으로 새로운 경력을 시작했다.

장사는 변경에 있는 군의 군승(軍丞, 부군수, 부태수급)이었다.

그곳에서 승승장구하여 요동과 요서를 포함하는 유주 동부의 패자가 된다.

결국 공손찬도 지방관으로 경력을 시작하지만······.

효렴으로 추천받고 중요 관직으로 나간 것이었다.

중요 관직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태수의 효렴이나 자사(刺史)의 무재(茂才)가 필수였다.

이것이 과거 시험 제도가 없는 이 시대에 중요 관직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하지만. 지금은 십상시로 인해 삼정이 문란해지는 과정이었다.

효렴이 점점 돈이나 권세를 통해서 관직에 진출하는 길로 바뀌고 있었다.

미방은 새로 부임한 동해군 태수에게 뇌물을 바쳐,

효렴으로 관직으로 진출하려 하고 있었다.


* * *


“아버님, 이번 태수의 효렴 건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그게, 200만 전이나 받아먹고, 이리저리 핑계를 대면서 미루고 있어.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야.”


그는 이번 효렴 건뿐만 아니라,

여러 건으로 막대한 뇌물을 요구해서 받아먹었다.

그런 후 문제가 될 만한 일은 모두 뒤로 빼고 있었다.


“욕심은 많은데 소심한 사람이군요.”

“그런 인간이 2,000만 전이나 되는 뇌물을 바칠 생각은 어떻게 했는지.”


태수는 십상시에게 2,000만 전의 뇌물을 먹였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였다.

그건 돈이 되는 동해군 태수로 부임하기 위해서였다.

미가를 보고 견적이 나온 것이다.

그 돈을 뽑기 위해 가문에 많은 뇌물을 요구했다.


“뒤가 구린 사람이라 더 조심하는지도 모르죠.”

“아니면, 아직 서로 신뢰가 쌓이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지.”


아마 둘 다일 것이다.


“그래도, 이대로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건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신뢰가 쌓여야 했다.

뇌물도 아무나 받는 건 아니었다.

그에 대한 보상도 마찬가지였다.

뇌물도 일종의 거래였다.

거래엔 계약을 깨지 않는단 믿음이 필수였다.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건 한시가 급한 일입니다. 신선께서 말씀하신 일입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신선님까지 꺼냈다.

상황이 조금씩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여기서 시간이 더 흐르면 늦었다.

세상일엔 천명(天命)과 시운(時運)이 있었다.

천명과 시운을 이미 알고 있었다.

천명은 한나라가 망조(亡兆)가 들었다는 것이다.

시운은 황건적의 난이었다.

난으로 한나라가 몰락한다.

그 전에 기반을 갖추어야 했다.

적시에 적소로 가기 위해선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지금 움직여야 했다.


“그럼, 알겠다. 내가 태수와 자리를 마련해 보지. 네가 한번 이야기해 보거라.”

“알겠습니다. 그럼, 소자가 직접 나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버지는 미방을 많이 신뢰하고 있었다.

자신이 못 하는 일도 미방이 나서면 가능하다고 보았다.

미적거리는 태수 때문에 직접 만나 담판을 짓기로 했다.

결국 그렇게 만남의 자리가 마련되었다.


***


“그대가 그 유명한 미가의 둘째 공자요?”

“처음 뵙겠습니다. 소생, 미가의 미방이라고 합니다.”

“하하, 그대의 소문은 들었소. 이곳에서 아주 유명하더구먼. 그래, 효렴의 추천 건으로 보자고 했다고?”

“그렇습니다. 태수님에게 효렴을 부탁드리기 위해서 뵙자고 했습니다.”

“자네의 부친에게도 이야기했지만··· 아직 때가 일러. 조금만 더 기다리게. 내년이 되면 한번 생각해 보겠네.”


직접 대화를 해 보니.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략 알 수 있었다.


‘역시 사람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해 봐야 해.’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미묘한 대화 사이의 행간(行間, 의도)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된다.

재벌 총수가 직접 현장을 뛰는 경우가 그랬다.

보고만 들어서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에 어려웠다.


“혹시, 저의 나이 때문에 그러시는 것입니까?”

“하하, 역시 소문대로 똑똑하군. 그게 문제네. 지금, 자네를 추천하기엔 내가 부담스러워.”


태수의 말뜻을 이해했다.

이전까지 최연소 효렴은 17세였다.

그 기록은 곧 깨어질 것이다.

미방은 16세였다.

아직 16세에 효렴에 추천된 이는 없었다.

자신이 먼저 최연소 기록을 깨긴 싫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게 부담스러운 것이다.

자신의 뒤가 구리니 더욱 조심하는 것이었다.


‘사전 조사를 미리 해두었지.’


협상하거나.

사람을 만나기 전에 미리 알아보는 건 기본이었다.

그걸 하지 않는 이는 준비가 덜 된 사람이었다.

미방은 준비가 되어 있었다.


“태수님께서는 선대의 명사이신 마융 선생님의 문하(門下)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마융은 많은 제자를 두었다.

천하에 마융의 문하는 널리고 널렸다.

어디에 가도 한 명씩은 있었다.

그래서 학연이 중요한 것이다.

그중에서 유명한 사람이 정현과 은사(恩師)인 노식이었다.


“하하, 내가 마융 선생님 밑에서 가르침을 받았지. 자네도 그걸 아는구먼.”

“제가 노식 선생님의 문하입니다.”

“아! 자네가 노식의 문하였구먼. 하하, 자네와 같은 사문(師門)이라고도 할 수 있겠군.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이야기가 달라지긴 달라지지. 자기가 빠져나갈 구멍이 생기니까.’


명분의 문제였다.

노식의 제자라는 건 효렴으로 추천할 명분을 주었다.

마침 조정에서 노식을 불렀다.

중앙의 더 높은 자리로 가는 것이다.


“학당에서 수석 제자로 다른 사형제를 가르쳤습니다.”


노식의 수석 제자라고 하면 다른 이들도 이해할 것이다.

학식이 높다는 의미였다.


“좋군. 좋아. 으하하.”


태수의 기분이 좋아졌다.

뇌물은 일종의 부채였다.

대가로 갚아야 했다.

먹고 그냥 입을 닦을 수는 없었다.

그러면 사고가 터졌다.

뇌물 수수가 드러나는 건,

대부분 그런 문제에서 시작되었다.

그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 자네를 효렴으로 추천하겠네. 자네 부친에게 그리 전하게.”


그의 마음이 바뀐 것은 간단했다.

문제가 될 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준 것이다.

뇌물을 받을 때 뒤를 생각하지 않고,

무식하게 받는 사람은 드물었다.

대부분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두고 뇌물을 받았다.


‘그가 뇌물을 주고 태수가 된 건 단지 돈만은 아니지.’


십상시도 뇌물을 받아먹고 관직을 될 만한 사람에게 팔았다.

누가 태수 자리에 대해 부적합함을 언급하면···

십상시도 적당하게 빠져나갈 핑계가 필요했다.

마융은 천하에 유명했다.

동해군 태수 임명 건에 이의를 제기하면 할 말이 생겼다.


[그가 마융의 제자로 명망이 있어 태수직을 수여했다.]라고 둘러대면 되었다.


명성과 명망은 기준이 참으로 모호했다.

인기와 같았다.

실체가 없는 것이다.


‘의심은 해도 대놓고 뭐라 하기가 힘들지.’


이것이 효렴이나 무재와 같은 천거 제도의 맹점이었다.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과거제도는 지금으로부터 한참 후에나 생겨난다.

지금은 이렇게 관직 임명이 주먹구구식이었다.

그러니 천하에 비리가 넘쳐나는 것이다.


‘이런 시대를 제대로 이용해 주겠어.’


가문의 부는 이런 시대에 큰 도움이 되었다.

태수를 잘만 구워삶으면 쉽게 관직에 나갈 수 있었다.

미방이 천하를 노리는 이유였다.

천하를 차지하는 데 중요한 건 천명(天命)이 시운(時運)과 함께 인운(人運)이었다.

인운에서 중요한 건 행간을 읽는 능력이다.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는 건 매우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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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낙양(洛陽)의 거점(據點). +7 24.07.22 6,092 136 13쪽
» 21. 인운(人運)을 만들어가다. +5 24.07.21 6,140 148 13쪽
20 20. 자애로운 미가의 둘째 공자. +7 24.07.20 6,144 156 14쪽
19 19. 유주(幽州)의 미가(糜家) 상단(商團). +9 24.07.19 6,139 14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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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증류주(蒸溜酎). +13 24.07.10 6,558 14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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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종이와 복식부기의 의미. +10 24.07.08 6,678 15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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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마상 창술. +11 24.07.06 6,967 15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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