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좀 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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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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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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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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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자격 테스트 (1)

DUMMY

치이익-


헤이리 마을로 향하는 막차 버스 안.

버스 안 좌석엔 지친 몸을 누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 덕분에, 김지훈 팀장, 성현진 주임, 이태남은 사이좋게 맨 뒷자리에 앉아야만 했다.


“아, 아하하···.”


태블릿에 온 시선이 쏠려있는 상사.

그런 상사의 눈치를 보는 헌터님.

성현진 주임은 그 둘 사이에 낀 채로, 어색한 웃음만을 흘려댔다.

막차 버스 안엔 지쳐 잠든 사람들의 코골이 소리와 성현진 주임의 어색한 웃음만이 나지막이 맴돌았다.


“그···.”


버스가 출발한 지 약 6분 정도 지났을 무렵.

이태남이 목을 몇 번 가다듬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가, 감사합니다.”

“네?”


정적을 깨는 이태남의 말에 성현진 주임이 놀란 듯 되물었다.


“아, 그 버스비···. 내주신 거. 감사합니다.”

“아···.”


성현진 주임이 잠시 뜸을 들였다.


“나중에 제가 갚겠습니다.”

“아유, 뭘 그렇게까지. 괜찮습니다.”


성현진 주임이 이태남을 향해 손사래를 쳤다.

이태남도 버스비를 갚겠다는 건 오버라는 걸 알았지만, 어색한 분위기에 괜히 한마디 더 하게 된 것이었다.


“뭔가 드라마나 만화 같은 만남이었네요.”


성현진 주임이 이태남을 향해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저희가 볼 일 다 보고 복귀하려던 찰나에, 딱 이태남 씨를 마주치다니.”

“하하.”

“게다가, 이태남 씨가 버스비도 없던 상황에 저희가 대신 결제를 딱!”


성현진 주임이 지갑을 들고, 버스비를 결제하는 모션을 취했다.

그의 제스처와 말투에서 장난스러움이 느껴졌다.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그런 느낌.


“하하. 그러게요. 정말 드라마 같네요.”


성현진 주임의 말에 이태남도 웃음으로 화답했다.

성현진 주임과 대화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근데, 두 분은 이 시간에 복귀하시는 거예요? 사무실로?”

“예···.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성현진 주임의 말투에 씁쓸함이 묻어났다.

자정을 앞둔 시간.

이 늦은 시간에 사무실로 복귀라니.

직장인에겐 씁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협회 일도 정말 힘드시겠네요.”

“어쩔 수 없죠. 게이트가 밤, 낮 가려가면서 발생하는 게 아니니까.”


이태남의 가벼운 위로에 성현진 주임이 대답을 이어갔다.


“특히, 저희 감시과는 더더욱 밤, 낮이 없습니다. 게이트 관리에 헌터님들 관리에···.”


성현진 주임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성현진 주임 너머로 얼핏 보이는 김지훈 팀장도 얕게 고개를 끄덕이는 듯했다.


“정신력이 대단하시네요. 엄청 고단할 텐데···.”

“정신력도 중요하죠. 근데, 전 정신력보단 재미있어서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재미요···?”


이태남의 되물음에 성현진 주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 이 일이 재밌어요. 특히, 헌터님들을 만날 때나 헌터님들이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하는 고충을 저희한테 털어놓을 때. 뭔가 이 일을 하는 제가 특별한 것 같고, 재밌더라고요.”


순간, 이태남은 성현진 주임이 멋있어 보였다.

외관이 아닌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가 멋있어 보였다.


“이태남 씨는 일이 재밌던 적 없나요?”


이태남의 눈길을 의식했는지, 성현진 주임이 머쓱한 듯 물었다.


“일이 재밌던 적···.”

“뭐, 이전에 하셨던 무기 대여 사업이라던가···. 으익.”


성현진 주임이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외마디 비명을 뱉었다.

통증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김지훈 팀장의 손가락이 보였다.

김지훈 팀장이 옆구리를 찌른 손가락을 자신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그의 행동을 바로 눈치채지 못한 성현진 주임은 잠시 행동의 의미를 떠올려보았다.

그렇게 약 몇 초 후.

성현진 주임은 자신의 말실수를 깨닫고, 이태남을 향해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이태남의 표정엔 근심이 가득 해 보였다.


‘그때 난 재밌었나?’


대부분 사업이 그렇듯, 이태남의 무기 대여 사업 또한 초반엔 많은 혹평을 받았다.


‘헌터들 수입이 얼만데, 굳이 싸구려 무기를 대여해?’

‘맨날 남들한테 빌붙어 먹고 살더니, 기껏 사업 아이템이라고 생각한 게 무기 대여?’

‘정말 너 다운 발상이다.’


쏟아진 혹평만큼 사업이 안정권으로 들어서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거래처 확보, 마케팅, 고객 및 무기 관리 등.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는 날이 태반이었다.


사업이 안정권에 들어섰을 때도, 이태남은 나태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 시간과 과정들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당시에는 처음으로 갖게 된 ‘내 사업’이라는 것과 수입 때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성현진 주임의 말을 듣고 다시 생각해 보니.


‘재밌었구나.’


이태남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과거를 회상했다.

첫 거래처와 계약을 따냈을 때.

첫 손님을 맞이하고, 그 손님이 단골이 되었을 때.

처음으로 분점을 내고 싶다고 연락을 받았을 때.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세웠을 때. 등등.

많은 고생을 겪었던 만큼, 추억할 일들이 많았다.

그 상황들 가운데 이태남은 항상 재미를 느끼고, 웃고 있었다.

그만큼, 이태남에겐 재미였고, 소중했던 것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어 매우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먼 과거부터 거슬러 올라오던 이태남의 기억 속에서 불편했던 최근의 기억이 등장했다.


‘빛의 사도···. 아니 박동팔의 개새끼···.’


이태남이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박동팔이랑, 그놈의 개새끼들.

남의 소중한 걸 개똥으로 여기는 것들.

그 대가는 내가 반드시 치르게 해주마.


턱.


차오르는 분노 탓에 바들거리던 이태남이 주먹에 포근한 감촉이 전해졌다.

놀라움과 동시에 전해지는 따뜻함에 이태남은 고개를 들었다.


“이태남 씨 괜찮으십니까?”


버스 탑승 이후 내내 태블릿에만 시선을 고정하던 김지훈 팀장이었다.

떨리는 이태남의 주먹에 사뿐히 손을 올린 채, 바라보고 있었다.

김지훈 팀장의 눈매는 날카로웠지만, 눈매에 담긴 눈동자는 따뜻했다.

이태남을 향한 걱정과 위로가 담긴 눈동자.

그 눈동자에 이태남의 격했던 감정이 차분하게 안정을 되찾았다.


‘뭐지? 차도남인줄 알았는데.’


이태남은 멍하니 김지훈 팀장과 눈을 마주쳤다.

김지훈 팀장에 대한 이태남의 첫인상은 간단명료했다.

얼굴값 한다.

나쁜 뜻은 절대 아니다.

전형적인 냉미남 얼굴형에 말투 또한 사무적이었다.

그렇다고 너무 차갑진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느낌.

하지만, 지금 마주한 김지훈 팀장은 첫인상과 완전히 달랐다.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

눈빛에서 느껴지는 진심 어린 걱정.


‘이게 흔히 말하는 반전 매력인가?’


“이태남 씨?”


이태남이 멍하니 있자, 김지훈 팀장이 재차 그의 안위를 물었다.


“아, 아. 네. 괜찮습니다.”


이태남이 눈을 끔뻑거리며 대답했다.

잠시 끊어졌던 정신을 부여잡았지만, 아직 온전히 잡지는 못했던 탓일까.


“김지훈 팀장님 의외네요.”

“의외라니, 어떤···.”

“보기와 다르게 인간적인 사람이네요.”

“아···.”

“마치 따뜻한 심장을 가진 로봇 같아요.”

“풉!”


이태남의 필터를 거치지 않은 발언에 성현진 주임이 실소를 뱉었다.

둘의 반응에 머쓱해진 듯, 김지훈 팀장이 슬며시 손을 거두었다.


“따뜻한 심장을 가진 로봇이라. 참신하네요.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아유, 이태남 씨가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네요. 저희 팀장님이 보기엔 이래도 은근 따뜻한 사람이거든요.”


성현진 주임이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아,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서, 순간 정신줄을 놨었네요.”

“안 좋은 기억이라면, 루시우스 길드장에 관련된 건가요??”


김지훈 팀장의 질문에 이태남이 당황한 듯 어깨를 움찔거렸다.

루시우스 길드장.

이태남의 사업을 망하게 한 장본인.

이태남이 가장 증오하는, 복수의 대상.

아이테르의 길드장이자 박동팔이라는 본명을 가진 작자.


근데, 김지훈 팀장이 나랑 박동팔이랑 연관된 건 어떻게 알지?

대외적으론 내가 비리를 저질러서, 사업이 망했다고 알려졌을 텐데.


“그걸 어떻게···.”

“루시우스 길드장은 저희 감시과에서도 특별 감시 대상입니다.”

“특별 감시 대상이요?”

“네. 협회장님 입장에선 보호 명목이지만, 제 입장에선···.”


김지훈 팀장이 말끝을 흐렸다.

다물어진 입은 다음 말을 해도 되는지 고민하는 듯했다.


“하여튼. 특별 감시 대상인만큼 루시우스 길드장과 관련된 사건, 정보는 거의 다 꿰고 있습니다. 가령, 이태남 씨의 사업이 망하기 전 빛의 사도들이 이태남 씨를 찾아갔었다는 것도.”


놀란 이태남의 눈이 원 모양으로 커졌다.


“그리고, 아직 심증뿐이지만 이태남 씨의 파산은 루시우스 길드장의 영향이라 짐작중입니다.”


김지훈 팀장이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태남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김지훈 팀장을 응시했다.

김지훈 팀장은 누구보다 가까이서, 헌터들을 감시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루시우스 길드장은 특별 감시 대상이니, 그에 대해선 더 잘 알겠지.

그런 김지훈 팀장이 본인과 같은 의심을 품다니.

이태남은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혹시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라도···.”


- 이번 정류장은 헌터 협회 정문입니다.


하지만, 때마침 울려 퍼진 버스 안내 방송이 그의 질문을 저지했다.

동시에 김지훈 팀장과 성현진 주임이 하차 벨을 눌렀다.

둘의 행동에 이태남은 급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팀장님이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가···.”

“이태남 씨.”


이번엔 김지훈 팀장이 이태남의 질문을 가로막았다.

그의 입에서 뱉어진 네 글자는 무겁고, 단호했다.


“그저 제 추측입니다. 설령, 제 심증이 맞더라도, 이태남 씨는 깊이 파고들지 마십시오.”

“아니, 그 박동팔 새끼 때문에 제 모든 걸 잃었는데···.”

“더 깊이 관여하다간 이태남 씨 자신조차 잃게 될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김지훈 팀장의 말에 이태남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의 눈빛 때문이었다.

단호한 말투와 달리 옅은 걱정이 서려있는 눈빛.


“혹시, 좋은 소식이 생긴다면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몸조심하십시오.”


김지훈 팀장이 목례를 간단히 한 후 출구로 나섰다.

성현진 주임도 허리를 꾸벅 숙인 뒤, 그의 뒤를 따랐다.



* * *



부우웅-


정류장에 이태남을 내려준 버스가 엔진 소리를 내며 멀어졌다.

이태남은 근심 가득한 얼굴로 어두운 정류장에 홀로 서 있었다.


김지훈 팀장은 왜 그렇게 생각한 걸까?

감시과에서만 알고 있는 무언가가 있나?

나한테 그 생각을 말해준 이유가 무엇일까?

왜 다 말해주지 않고, 말을 삼켰을까?

나 자신조차 잃을까 걱정된다는 건 무슨 뜻일까?


김지훈 팀장과 성현진 주임이 내린 후 홀로 남아있던 약 8분의 시간.

그때부터 하차한 지금까지 이어져 온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태남은 어느 하나에도 답을 내리지 못했다.


“하···. 머리 깨지겠네···.”


이태남이 자기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렇다고 머릿속 의문이 사라지거나 정리되는 건 아니었다.


띠링!


그때, 허공에서 울리는 알림이 복잡한 이태남의 머릿속에 파고들었다.

익숙한 알림에 이태남이 반사적으로 눈을 힐끔거렸다.


[해당 장소에 도착하셨습니다.]


어두운 풍경 속에 검은색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주변의 어둠까지 빨아들인 듯한 색이었다.


[준비가 완료되어, 자격 테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자격 테스트?”


이태남이 시스템 문구 속 낯선 단어를 짚었다.

그에 대답하듯 시스템 창이 몸집을 키워냈다.



<자격 테스트>


이곳 헤이리 마을 곳곳엔 구슬 조각이 흩어져있습니다.

구슬 조각의 개수는 총 5조각입니다.

제한 시간 안에 흩어진 모든 조각을 찾으십시오.


*조각의 위치에 대한 힌트는 순차적으로 제공됩니다.


테스트 통과 보상 : 각종 시스템 해금.

테스트 불합격 시 능력 회수.


#제한 시간 : 03:00:00

#찾은 조각 수 : 0개


작가의말

말도 안되는 질병 연타를 맞는 바람에 장기 휴재를 해버렸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모자라네요... 죄송합니다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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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자격 테스트 (1) 24.08.20 3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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