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좀 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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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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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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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자격 테스트 (8)

DUMMY


[네 번째 조각을 발견하였습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조각 찾기가 시작됩니다.]

[힌트를 확인하여, 다섯 번째 조각을 찾아내십시오.]



이태남이 바닥에 누운 채 아래로 시선을 흘렸다.

바지 주머니 틈에서 다양한 색의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붉은빛, 푸른 빛, 갈색빛, 그리고 무엇보다 밝게 뽐내고 있는 하얀빛까지.

작은 주머니 안에 뒤엉켜, 각자의 색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다.


“읏차차.”


힘겹게 몸을 일으킨 이태남이 주변을 훑었다.

어둠이 내리깔린 마을.

밝은 곳에 있다가 와서인지, 마을이 더 어두컴컴했다.

이태남은 드문드문 켜져 있는 가로등 빛에 의존해, 자신이 있는 곳을 추측해 나갔다.

그렇게 머리를 얼마간 굴린 결과.


“아···. 태초 마을이네···.”


뒤편에 보이는 마을 입구 표지판을 보며, 이태남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왕 내려줄 거면 다음 조각이랑 가까운 곳에 내려주지.

시작점에 내려줄 건 뭐람.


이태남이 하늘을 향해 툴툴거렸다.

하늘에선 그의 불만에 비웃기라도 하듯, 까마귀의 울음소리만이 들려왔다.


“불만 그만하고, 빨리 마지막 조각이나 찾자.”


이태남이 눈앞에 떠 있는 검은색 힌트 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다섯 번째 조각에 대한 힌트]


그것은 혼돈이며, 무질서임과 동시에 근원이다.

그 근원은 원초적인 분리이며, 창조의 시작이다.



이번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 적혀있었다.

그와 동시에.


촤르륵.



남은 시간 : 00:35:48



멈췄던 시간이 다시 빠르게 흘러갔다.

남은 시간은 이제 30분 언저리.


“30분 만에 조각을 찾아야 한다니···.”


이태남이 거친 손으로 마른세수했다.

혼돈이며, 무질서와 동시에 근원.

무질서이며 근원이라니.

거기다가 근원은 원초적인 분리이다···.

아까는 원초적인 전쟁이라더니 이번엔 분리야.


“원초적인 걸 왜 이렇게 좋아해.”


이태남이 푸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남은 속성은 어둠 하나뿐이다.

그리고, 어둠에 관련된 유명한 신은.


“하데스⋯.”


이태남이 마을을 뒤덮은 어둠을 일별했다.

하데스는 제우스, 포세이돈과 더불어 삼 신으로 불리는 최강의 신 중 하나다.

저승을 관장하는 신이며, 저승은 어둠과 아주 연관이 깊은 장소지.


“잠깐, 그렇다는 말은. 이번엔 지하로 내려가야 한다는 말이 되는 건가⋯?”


이태남이 자기 발밑으로 시선을 깔았다.

만화책처럼 갑자기 땅이 갈라지면서 지하로 떨어지는 상상을 해보았다.

갑자기 공중에 계단도 생기는 데, 충분히 가능성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심 기대했던 이태남이 실망한 눈초리로 주변을 훑었다.


“지하로 내려갈 수 있는 곳이···.”


지하(地下)라는 장소로 갈 수 있는 수단은 눈에 꽤 보였다.

지하를 뚫어 만든 건물이나.

아까와 같은 하천도 있었고.

정 안되면 맨홀 뚜껑이라도 열어서 갈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 방법만큼은 절대 아니길 바란다.


이태남이 회피하듯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시 바쁘게 움직이던 그의 고개가 한 곳에 멈춰 섰다.


“창조의 시작···.”


이태남이 살그머니 발걸음을 옮겼다.

한 발 한 발 뗄 때마다 모래알이 사부작사부작 소리를 내며 밟혔다.

이태남의 발걸음 소리가 고요한 마을을 조용히 메웠다.


턱.


발걸음을 멈춘 이태남이 눈앞 기물에 손을 얹었다.

기물의 거친 표면이 손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시작.”



[네 번째 조각이 있는 장소에 도착하셨습니다.]



이태남이 마을 표지판에 손을 대자, 시스템 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과는 달리 이번에 떠오른 시스템 창은 마을 표지판을 가득 채울 정도로 큰 크기를 자랑했다.

마을 전경도를 가득 메운 검은색 시스템 창.

이태남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며, 전체를 눈에 담았다.


“어? 저기?!”


표지판 전체를 한눈에 보자,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그 이상한 점을 향해 이태남이 손가락을 뻗었다.


스윽-.


이태남의 손가락이 전경도 속 바위산을 쓸었다.

그가 첫 번째 조각을 찾았던 곳.

그곳에 파인 조그마한 홈에서 옅은 붉은 빛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여기도.”


이태남이 이번엔 전경도의 다른 부분을 손가락으로 찍었다.

두 번째 조각을 찾았던 곳, 세 번째 조각을 찾았던 곳까지.


전경도 위에서 유려한 선을 그리며, 움직이던 이태남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마지막이자 시작 지점.”


그가 현재 서 있는 마을의 입구이자.

이번 자격 테스트의 시작 지점이었다.

그 지점엔 여태 쓸었던 다른 지점들과 달리 매끈한 표면이 느껴졌다.

그 익숙한 감촉에 이태남이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딸깍.


이태남이 홈에 끼워져있던 조각을 빼냈다.

검은색 조각.

그 안에선 살면서 본 적 없을 정도로 짙은 검은색 아우라가 일렁였다.



[마지막 다섯 번째 조각을 발견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모든 조각을 발견하셨습니다!]



시스템 창이 떠오르자, 조각들이 아우라를 뽐내며, 공중에 떠올랐다.

제각기 다른 색을 뽐내는 조각들이 허공에서 원을 그리며, 돌았다.

오색이 섞여가며 그려대는 원은 시선을 빼앗길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슈욱!


한참을 허공에서 돌던 조각들이 일순간 이태남의 가슴팍에 파고들었다.

다행히 따갑거나, 아픈 느낌은 없었지만,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이태남이 놀라 움찔거렸다.


“엇!”


조각들이 파고든 가슴팍을 중심으로 몸속에서 이상한 기운이 맴돌았다.

피부를 뚫고, 근육을 지나, 모든 혈관을 타고 도는 기운.

가슴부터 시작한 기운은 어느새 머리끝, 발끝까지 고루 퍼졌다.



[자격 테스트 완료!]

[테스트 시간 29분 35초를 남겨두고, 테스트에 성공하셨습니다.]



기운이 온몸에 퍼지자, 시스템 창이 눈앞에 다시 떠올랐다.

29분이나 남기고, 성공하다니. 운이 좋았다.

아니, 운이 좋았다기보단 도움을 받은 건가.

이태남은 위에서 들었던 목소리의 주인공이 일부러 이곳에 떨궈준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아까 툴툴거렸던 거 취소···.’



[남은 시간은 경험치로 환산되어, 자동 적용됩니다.]



잠시간의 시간이 흐르자, 차가운 기운이 이태남의 몸속에서 흘렀다.

레벨업을 했을 때와 같은 느낌.

하지만, 이번엔 레벨업을 했다는 알림은 뜨지 않았다.

대신, 처음 보는 다른 알림들이 연속적으로 떠올랐다.



[테스트 완료 보상이 지급됩니다!]

[완료 보상으로 각종 시스템이 해금되었습니다.]



시스템 해금.

과연 어떤 시스템들이 해금되었을까.

이태남이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시스템 창을 응시했다.



[퀘스트 시스템이 해금되었습니다.]

[상태 알림 시스템이 해금되었습니다.]

[인벤토리 시스템이 해금되었습니다.]

[상점 시스템이 해금되었습니다.]



꽤 반가운 시스템들이잖아.

퀘스트는 경험치나 다른 보상이 동반될 거라, 성장에 꽤 도움이 될 거고.

상점 시스템이라면, 필요한 장비나 물건을 살 수도 있다는 거잖아.

이태남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근데 상태 알림 시스템은 뭐지. 내 몸 상태도 그냥 확인할 수 없는 거였어?”



[플레이어의 등급이 상승했습니다!]

[플레이어의 등급이 ‘측정 불가’에서 ‘각성 예정자’로 상승했습니다.]



곧바로 떠오른 알림에 이태남이 미소를 띠었다.

등급 상승.

각성 예정자라는 등급은 들어 본 적도 없는 등급이지만, 등급이 상승했다는 말은 사람을 기쁘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태남이 조금은 들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 정보 확인.”


이태남의 말을 들은 시스템 창이 자기 몸을 바꿔댔다.



[플레이어 정보]


이름 : 이태남.

레벨 2.

등급 : 각성 예정자.

고유 스킬 : 빌려오기.

대여 중인 스킬

- 빛의 정화 (120일 남음)

- 브레스 (60일 남음)



이태남의 시선이 화면 속 등급 란에 꽂혔다.

각성 예정자.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괜히 마음이 설렌다.

각성 예정이라면 어떤 등급으로 각성한다는 의미일까?

속성이나 계열은 어떤 쪽으로?

이태남이 실실거리며, 행복한 상상을 해대는 찰나.



[특별 퀘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특별 퀘스트?”


이태남의 물음에 시스템 창이 빠르게 대답했다.



[특별 퀘스트 – 에테르의 과업]


주어진 기간 내에 성장하십시오.

해당 기간 이후 성장을 확인하기 위한 과업이 진행됩니다.


과업 실패 시 ‘능력 회수’.


남은 기간 : 30일.



검은색 시스템 창 속 ‘능력 회수’라는 네 글자가 붉은색을 뽐내고 있었다.

퀘스트 내용 중 저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굳이 강조하듯이.


“그래도, 중요한 항목을 계약서 중간에 작은 글씨로 넣어둔 것보단 낫네.”


이태남이 과거를 떠올리며, 긍정 회로를 가동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이태남이 퀘스트 내용을 여러 번 정독했다.


“흐음···. 위에서 들었던 내용이랑 같구만.”


이태남이 턱을 쓸었다.

퀘스트 내용은 목소리의 주인과 나눴던 내용과 정확히 일치했다.

30일 후 진행되는 과업이 어떤 것인지 적혀있지 않은 것까지.


“근데, 에테르는 누구일까?”


이태남이 퀘스트 창 속 제일 윗단을 일별한 후 저 위로 시선을 올렸다.

목소리만으로 나를 완전히 압도하던 존재.

이태남은 그 존재가 했던 혼잣말들을 떠올렸다.


나와 같은 사람이 더 있었다는 말.

아버지가 선택했다는 말.

최종 과업을 이루어야 한다는 말.

지금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 떠들어댔다.

위에 있던 당시에 묻고 싶은 게 많았는데.

몸을 억누르는 중압감에 입조차 뗄 수 없었다.


“한 달 뒤에는 달라질 수 있을까···?”


이태남이 주먹을 꽉 쥐었다.

위에서 겪었던 중압감이 다시 떠오른 탓일까. 그의 주먹이 미세하게 떨렸다.


“달라질 거야. 아니, 더 강해질 거야.”


이태남이 왼쪽 가슴을 두들겼다.

방금의 마음가짐을 심장에 새기기 위해.


“자, 일단 오늘은 집에 가자. 집에 가서 푹 쉬어야 강해지든 말든 하지.”


이태남이 바지를 툭툭 털었다.

그리곤, 손으로 먼지를 휘휘 저으며, 고개를 돌렸다.


“버스 정류장이···.”


이태남이 처음 이곳에 내렸던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어두운 동네와 도로에서 유일하게 빛을 내고 있었기에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아직 첫차도 안 다닐 것 같은데, 집은 어떻게 가지.”


이태남은 본인이 버스비가 없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그렇게, 정류장을 향해 발걸음을 떼려는데.



[상태 이상!]



눈앞에 떠오른 검붉은 색 시스템 창이 그의 발걸음을 막아섰다.


“뭐, 뭐야?!”


시스템 창의 색과 문구에 이태남이 당황한 기색을 비쳤다.

그 반응이 재밌었는지, 더 짙어진 검붉은 색의 시스템 창들이 연속적으로 떠올랐다.



[체력이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체력 회복 상태에 진입합니다!]



“체력 회복 상태···?!”


곧 떠오른 창에 불안해진 이태남이 식은땀을 흘렸다.

체력이 모두 소진됐다고?

하필 지금? 아니, 중간에 소진되지 않은 게 다행인 건가?

체력 회복 상태는 뭐야.

회복실 같은 공간으로 이동하는 건가?


“설마 여기서 쓰러지는 건 아니겠···.”


이태남이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그는 몸으로 직접 상태 이상을 직감했다.

머리가 핑하고 도는 느낌.

시야가 점점 흐려지고, 몸을 버티고 서 있던 하체에는 힘이 점점 빠져갔다.

하체에 힘이 빠질수록, 몸은 점점 바닥과 가까워졌다.


“여, 여기서···. 쓰러지는 건···.”


이태남이 힘들게 입술을 뗐다.

위에서 목소리 존재에게 눌렸을 때보다 몸이 더 무거웠다.

그중에서도 눈꺼풀이 가장 무겁고, 빠르게 내려갔다.


“아, 안···.”


털썩.


이윽고 비포장도로에 작은 먼지바람이 일었다.

이태남은 차갑고, 거친 비포장도로에 몸을 누였다.

지면과 대기를 감싼 어둠이 쓰러진 이태남까지 감싸안았다.

이태남의 의식이 서늘함과 포근함이 공존하는 어둠 속에 서서히 잠식되어 갔다.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들려오는 음성만이 이태남의 귓가에 맴돌았다.



[회복 상태에 진입하셨습니다.]

[예상 소요 시간 : 8시간]


작가의말

드디어, 자격 테스트가 끝났네요.

콘티 작업 땐, 이렇게 길게 구성하지 않았는데....

쓰다보니까 엿가락처럼 늘어났네요...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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