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룡의 딸 2 : 일곱 개의 별빛, 일곱 개의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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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글 완결

바르무트
그림/삽화
바르무트
작품등록일 :
2024.07.10 08:23
최근연재일 :
2024.09.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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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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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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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외전 : 언제나 그 자리에 (완)

DUMMY

선화는 단 한번도 날 원망하거나 후회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그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쏟아부었다.


그 사이에 나와 그녀 사이에 난 아들은 무럭무럭 자라났다.


아이는 나의 권능을 받아 물을 다스릴 수 있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그 능력을 조절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훈련시켰다.



"아버지........왜 이 능력을 숨겨야 합니까?"


"그건 네가 인간들 사이에서 살 것이기 때문이다. 혹여라도 네 능력을 아는 자가 있다면 필히 너를 두려워할 것이고 너를 해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야."



아들은 완벽히 받아들이지는 못했지만 이내 어느 정도 이해한 듯 싶었다.


선화는 아이를 사랑으로 길렀다.


내가 때때로 강하게 아이를 가르칠 때마다 나를 말리며 그 아이를 보살피기도 했다.



"여보. 당신의 하나 뿐인 아이입니다.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나 사랑도 함께 주셔야지요."


"부인.........."



그 때는 나는 아들을 강하게 길러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선화의 말이 더 옳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주 오래 후에.










아들은 어느 덧 장성해서 스무살이 되었다.


선화는 이제 꽤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내 눈에는 아름다웠다.


사실 그녀와 더 아이를 가지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그녀의 몸이 건강한 편이 아니었기에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를 더 가지지 않고 서로를 사랑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나이가 들어도 아름답소. 당신은."


"그렇습니까. 그리 말해주시니 그것이 거짓이라도 듣기 좋습니다."


"무슨 소리요. 참말인데."



선화는 내가 오글거리는 말을 할 때에도 늘 웃으면서 좋아했다.


그리고 그 해에 백제에 엄청난 가뭄이 찾아왔다.









산과 초목이 메마르고 흉년이 들면서 식량이 부족해졌다.


가뭄에 질병까지 번지면서 삶이 굉장히 어려워졌다.


나는 때때로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물을 만들어 마을에 나누어주고 그들을 도왔다.


그런 나의 행동에 아들이 불만을 드러냈다.



"아버지는 물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으면서 어찌 저 많은 이들을 돕지 않습니까."



내가 아들을 노려보자 선화가 나서서 말렸다.



"아버지께서는 뜻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 혹여나 그 능력을 알게 되면 사람들이 우리를 두려워하고 우리는 더 이상 이 곳에 살지 못할 것이야."


"어머니! 저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용으로 태어났으면서 인간과 혼인하고 인간들과 산다면 그들을 도와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들은 마땅히 내가 나서서 가뭄을 해결하고 백제인들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였다.


하지만 가뭄이 심한 지금에 눈에 띄게 행동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인간들은 자신들과 다른 존재에 대해서 경계가 심한 종족임을 아들은 모르고 있다.


하지만 나는 당시에 아들이 주제가 넘는다는 생각 때문에 화가 나 있었다.



"제법 컸다고 입을 함부로 놀리는 구나. 네가 얼마나 살아왔다고 인간 세상의 이치를 아는 척 하는 게냐."


"여보!"


"놔 보시오. 부인. 너는 내 아들이다. 내 권능을 받았으면 그것을 함부로 써서는 아니 되는 것이야. 네 어머니와 내가 여기서 조용히 살고 있는 연유를 모르겠느냐. 네가 네 멋대로 행동할 셈이라면 당장 이 집을 떠나라. 그 때부터는 내 아들이 아니다."



내 말을 들은 아들은 이내 입술을 씰룩거리더니 이내 방문을 박차고 나갔다.



"얘야!!!"



선화가 놀라서 따라 나갔지만 잡지 못했다.


나는 멍하니 서 있는 선화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놔 두시오. 부인. 직접 겪어 봐야 하는 일이오."


"아무리 그래도 자식입니다. 홀로 세상 밖으로 나가게 둘 수는 없습니다."



선화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 아들을 하염 없이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아들이 떠나고 꽤 시간이 흘렀지만 아무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선화는 잘 먹지 못했고 몸도 쇠약해져만 갔다.


나는 아들에 대한 분노와 선화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끝끝내 나는 내 자존심을 내려 놓기로 마음 먹었다.



"부인."



선화가 나를 올려다 보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다녀오겠소. 가서 아들을 데려오겠소."



그러자 선화가 비로소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 해주실 수 있습니까."


"내키지는 않지만 부인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도 없지. 가서 잘 이야기하고 달래서 데리고 오겠소."


"고맙습니다. 여보."



선화는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나는 탐탁치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길을 떠날 채비를 갖추었다.


선화는 내게 도시락을 싸 주었다.


가는 길에 먹으라며 정성껏 싸 준 도시락이였는데, 두 개가 들어 있었다.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선화는 웃으며 말했다.



"하나는 당신 것이고 하나는 우리 아이 것입니다. 같이 드시고 같이 들어오셔요."


"나 참.......알겠소. 조금만 기다리시오. 금방 데리고 올 터이니."



나는 선화를 안아주고는 서둘러 길을 떠났다.


이 망할 놈의 아들을 데리러 말이다.










아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니 생각보다 금방 찾았다.


하지만 상황은 내가 예상한 것과 전혀 달랐다.



".................그래서 네가 원한 대로 되었느냐."


"예, 그렇습니다. 저는 제 삶을 살겠습니다. 아버지."



놀랍게도 아들은 각 지방을 돌아다니며 물이 부족한 곳에 물을 채워주고, 둑을 세우고, 저수지를 만들며 인간들을 도왔다.


그의 능력으로 말미암아 많은 이들이 아들을 따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시 자식이 없던 백제의 왕이 그 소문을 듣고 아들을 불러 양아들로 삼았다고 했다.


신라 공주의 아들이 백제의 왕자가 되었다라.


나는 아들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그래. 겪어 봐야겠지. 허나 그 길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아버지는 용이시니 부러울 것이 없겠지요. 하지만 전 인간들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올라갈 것입니다."


"나와 네 어미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거냐."



내 말에 아들은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내 결심한 듯 단호하게 말했다.



"어머니는 제가 돌볼 것입니다. 그러니 아버지는 원래의 용으로 돌아가시지요. 어차피 제게 아무 관심도 없지 않으십니까."


"뭐라?!"



이미 엎질러진 물.


그제야 깨달았다.


아들은 나를 원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 또한 내 말을 듣지 않는 아들을 포용할 만한 성격은 아니었다.



"네 맘대로 하거라. 허나 떠나더라도 네 어머니에게 인사는 올려야 할 것이야."


".................그리 할 것입니다."



그래도 아들은 효자였다.


군말 없이 걱정하고 있는 어머니를 위해서 나를 따라 나섰다.


우리는 말 없이 길을 돌아서 집으로 향했다.



"먹거라."


"...............무엇입니까."


"어머니가 널 위해 싸 준 것이다. 네가 혹여 굶을까 하여 걱정하고 계신다."



아들은 그 말을 듣더니 말 없이 선화가 싸 준 도시락을 먹었다.


한참을 조용히 먹던 아들이 내게 말했다.



"전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는 사랑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


"저를 조금만 사랑으로 키워주셨다면 이리 원망하지 않았겠지요."


"그것이 그렇게 서운하느냐."


"예. 이제는 뭐 상관 없습니다. 아버지는 용이니 이해하지 못하시겠지요. 저는 제 갈 길을 알아서 살테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나는 거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나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우리는 예상치 못했던 그런 광경을 보게 되었다.


나도 아들도 모두 충격에 빠져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어머니........어머니!!!!!!!"



아들은 미친 듯이 불타고 있는 집을 향해 뛰어갔다.


나도 뒤늦게 그 뒤를 따라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들이 마당에 쓰러져 있는 선화를 안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선화가 힘겹게 눈을 떠서 나를 바라보았다.



"오셨습니까........"



나는 다가가 가만히 선화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복부에서 흘러 나오고 있는 출혈.


말도 안 된다.


이건 말도 안 돼..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나는 굳어진 채로 손을 벌벌 떨면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선화는 죽어가면서도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 있었다.



"고맙습니다.......마지막으로 당신과 함께 아들을 보고 싶었습니다...."


"대체.....누가....이런 것이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은 채로 물었다.


아들은 옆에서 하염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때,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이가 팔에 피를 흘리며 다가왔다.


그리고 그는 나와 아들을 알아보고는 이내 말했다.



"어디 갔다가 이제 오는 거요......."


"대체 이게 무슨 일이오. 어째서.....!!"


"신라 놈들이......신라 놈들이 쳐들어 왔소.......그녀는 다른 이들을 보호하려고 나서다가 그만......"



아아


어째서 이번 생도 이렇게 되는가.


더러운 인간 놈들.


아니다.


내가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


내가 아들을 그리 대하지만 않았더라도 그가 떠나지 않았을 터.


모든 것이 내 탓이구나.


나는 몰려오는 자괴감에 빠져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내 손을 잡은 그녀가 말했다.



"당신 탓이 아닙니다.........전 당신 덕분에.....너무 행복했습니다.......부디......스스로 원망하지 마세요........"



그리고는 눈물을 흘리는 아들의 뺨도 어루만지며 말했다.



"아버지를 원망하지 말 거라........네 아버지는 누구보다 널 사랑한단다.......그러니.....부탁이다....이 어미에......."



아들은 그런 선화의 손을 잡으며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냐 이대로 끝낼 수 없어.


이번에도 널 그렇게 보낼 수 없어.


나는 선화의 손을 잡고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몸이 떨리면서 빛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자 점점 선화의 얼굴색이 돌아오면서 출혈도 잦아들기 시작했다.


아들은 입을 벌리고 내 몸에서 생명력이 선화에게로 넘어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우우우우우우웅



"하아.....하아......."



어느 정도 생명력을 그녀에게 넣은 나는 숨을 몰아쉬면서 상태를 살폈다.



쿨럭



안 돼.


안 된다고.


생명력을 주입하는 것을 멈추자 다시 피가 쏟아져 나왔다.


나는 다시 그녀의 손을 잡고 생명력을 쏟아 넣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어지럽다.


언제까지 생명력을 넣어야 할 지 알 수 없다.


점점 내 몸 하나도 가누기 힘들어지고 있었다.


그러자 선화가 내게 힘겹게 하는 말이 들려왔다.



"죽음은......거스를 수 없습니다. 저를 그만 보내주셔요........."



나는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만두었다.


선화가 괜찮다는 듯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선화가 나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선화 공주님은........남몰래....정을.....통했네....."



그녀의 노랫가락에 나는 눈물 젖은 눈으로 피식 웃고 말았다.


바보 같은 여인.


이런 상황에서도 날 웃게 하다니.


그녀는 나를 보며 재촉하듯 말했다.



"같이 불러 주십시오.......당신 웃는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나는 소원대로 그녀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불러주었다.



"서동을..........밤에 남몰래 안고 간다네..........."



그리고 그 노래를 따라 불렀을 때, 그녀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나는 그녀의 눈을 조용히 감겨주었다.









그녀의 죽음.


두 번째 이별.


나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 심각한 상실감에 빠져 들었다.


아들과 함께 그녀를 묻고 나서 나는 아들과도 완전히 작별했다.



"미안하다."


"...................."


"내가 자식은 처음 키워봐서 어떻게 키우는 지 잘 몰랐다. 이렇게 해야만 하는 줄 알았어. 하지만 지나고 보니 아니었구나. 네 엄마의 말이 맞았어."



아들은 가만히 내 말을 들었다.


나는 그런 아들을 보고 다가가 가만히 한 번 안아주었다.



"네 갈 길을 가거라. 어머니도 그것을 원하셨을 거다. 부족한 아비였다만 네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잘 되길 바라마."


"..................살펴 가십시오. 아버지."



그렇게 묵묵한 우리 부자는 인사를 마치고 각자의 길로 떠났다.


추후 아들은 백제의 왕이 되었다.


그는 어머니인 선화 공주를 위하여 미륵사를 창건하여 그녀를 기렸고, 그녀를 죽인 신라에 대한 복수심 때문인지 재위 기간 내내 신라에 대한 공격을 서슴치 않았다.


나는 아들 몰래 가끔 백제의 궁궐 근처를 머물렀다.


하지만 끝끝내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그 앞에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리고 아들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그제서야 그 땅을 미련 없이 떠났다.










당분간 한반도에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서 곤과 여진을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고, 인간들과 동 떨어진 깊은 산 속에서 홀로 수련을 하거나 동면을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녀는 또 다시 어디선가 태어났을 터.


그녀를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내가 아니였다면 어쩌면 더 행복했을 지 모르던 그녀의 삶.


괜스레 내가 그녀의 삶에 끼여 들어 그녀를 더 불행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자책이었다.


연민, 동정 혹은 사랑 그 중에서 대체 무엇인지 나는 스스로도 확답하지 못했다.


고민이 깊어질 수록 더욱 더 수련하고 정신을 단련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마침내 한반도로 돌아온 나는 고려가 통일한 그 곳에서 묵묵히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조용히 지내려 했으나 거란, 여진, 왜구의 침입으로 나라가 황폐해지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나는 강감찬과 함께 싸웠고, 윤관과 함께 북으로 진격하며 외적들을 몰아냈다.


그때마다 인간들을 저버리지 말라던 아들의 말이 귓가에 맴도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마침내 몽골의 침입을 받은 이 땅은 더는 버텨내지 못했다.


고려는 몽골에게 항복했고, 나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나는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원나라의 수도 대도로 향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곤을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율, 고려에서 온 뚤루게(왕족의 인질)가 대도에 왔다던데 보러 안 갈래?"


"응?"



곤의 말을 듣고 호기심에 찾아가 본 숙소에서 나는 고려의 왕족을 찾을 수 있었다.



"....................이건 예상 못했는데."



그리고 난 한 눈에 알아보았다.


그녀가 돌아왔다.


하지만 이건 너무 예상 밖이였다.


강릉대군.


그녀는 이번엔 남자로 환생했다.


그것도 고려 왕의 두 번째 아들로.


나 참.


이번엔 남자라니.


신라의 공주였던 그녀가 이번엔 고려의 왕자가 되었다.


쓸데없이 잘생기게 태어났네.


어쩐다.


나는 그런 강릉대군을 멀리서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게 맞는 걸까.


내버려 두는 게 낫지 않을까.


나는 쉽사리 다시 그녀 아니 그에게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고려 왕자라면서?"


"불쌍하군. 10년 간 인질 신세라니. 어차피 돌아가봤자 왕이 되지도 못한다던데."


"그냥 여기서 홀로 외롭게 여생을 보내겠지. 지지세력도 없는 저런 왕자는 아무 쓸모도 없다고."



강릉대군을 두고 원나라 관리들이 뒷담화를 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숙소로 돌아와 생각에 잠겼다.


어찌 해야 할까.


이리저리 방을 돌아다니며 고민에 빠진 나를 곤이 발견했다.


곤은 내게 무슨 고민이 있냐며 물었고, 나는 고심 끝에 이야기를 그에게도 들려주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곤이 이내 나를 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율, 너 답지 않군. 나라면 운명의 끈을 놓지 않겠어. 네가 만약 그를 보고도 모른 체 한다면 언젠가 오늘은 두고두고 후회할 거야."


"그런가?"


"그럼. 당연하지. 가게. 가서 그의 삶을 지켜 줘. 그건 너 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리고.........너도 사실 그걸 원하잖아."



곤의 말을 듣고 나서 나는 깨달았다.


운명이란 어떻게 흘러갈 지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 아니 그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는 사실.


나는 오랜 고민을 마치고 내 마음 그대로를 따라가기로 결심했다.










"이 쪽은 고려에서 오신 충숙왕의 둘째 왕자 강릉대군이십니다."



신하가 내 앞에 그를 공손히 소개했다.


잘생기고 젊은 그는 나를 보더니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리고 헛기침을 했다.



"큼큼. 저를 보자고 하셨다면서요."



나는 그런 그를 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예, 제가 대군께 관심이 있어서 만나 뵙고자 하였습니다."


"예, 예!?"



당황하는 그의 모습이 귀여웠다.


이런 느낌은 또 색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지금 남자의 모습이 아닌 완연한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으로 그의 앞에 앉아 있었다.


어때, 예쁘지? 아주 그냥 반하겠지?


나는 시선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찌 제 시선을 피하십니까."


"노, 노국의 공주께서 그리 말하시니 제가 뭐라 말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싫으십니까."


"다, 당치도 않습니다! 그저.......말이 왕자지 아무것도 없는 제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연유가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당황해서 말꼬리를 흐리는 그를 보며 나는 말했다.



"그대는 크게 될 사람입니다. 저는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여 당신 곁에서 함께 하고자 합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내 말에 강릉대군은 머뭇거리다가 이내 대답했다.



"그대가 그래준다면 저야 큰 영광일 것입니다."



스윽



나는 손을 내밀어 조심히 강릉대군의 손을 잡았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낭군님."



강릉대군은 그런 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나는 그런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번 생은 반드시 행복하게 해 줄게.


네가 어디서 무얼하든 난 함께 할 거야.


이번 생에도 다음 생에도 영원토록.


난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기다리겠지.


그래도 알아.


그 기다림조차도 행복한 것을.


언제나 네가 있는 곳에 내가 기다리고 있을게.


널 위해.


사랑해.




- 적룡의 딸 2 : 일곱 개의 별빛, 일곱 개의 조각 (외전 완결)


작가의말

그동안 적룡의 딸 2 : 일곱 개의 별빛, 일곱 개의 조각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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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룡의 딸 2 : 일곱 개의 별빛, 일곱 개의 조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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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적룡의 딸 2를 마치며 NEW 10시간 전 1 0 -
» 외전 : 언제나 그 자리에 (완) NEW 11시간 전 4 0 18쪽
104 외전 : 두 사람의 이야기 NEW 11시간 전 1 0 14쪽
103 외전 : 사랑할 결심 24.09.18 3 0 14쪽
102 외전 : 새로운 곳에서 24.09.18 3 0 16쪽
101 외전 : 얽히는 운명 24.09.17 4 0 15쪽
100 외전 : 신라의 공주 24.09.17 4 0 15쪽
99 외전 : 깊어지는 마음 24.09.16 3 0 15쪽
98 외전 : 벙어리 소녀 24.09.16 2 0 14쪽
97 행복한 결말 (완) 24.09.13 6 0 15쪽
96 마침내 만나다 24.09.13 4 0 16쪽
95 돌아온 이후 24.09.12 4 0 15쪽
94 수희의 선택 24.09.12 4 0 16쪽
93 아버지와의 만남 24.09.11 5 0 16쪽
92 한 자리에 모인 조각 24.09.11 5 0 17쪽
91 무적의 존재 24.09.10 5 0 14쪽
90 혼자가 아니야 24.09.10 4 0 16쪽
89 검은 불의 아몬 24.09.09 6 0 14쪽
88 낡은 검의 정체 24.09.09 5 0 16쪽
87 마지막 전장터, 엔둠 24.09.06 8 0 15쪽
86 일곱 번째 조각 회수 24.09.06 7 0 15쪽
85 용서와 후회 24.09.05 8 0 15쪽
84 피로 물든 복수 24.09.05 8 0 15쪽
83 다시 만난 악연 24.09.04 7 0 16쪽
82 다냥들의 제국, 디노르 24.09.04 6 0 16쪽
81 그리움의 별, 유리톤 24.09.03 7 0 15쪽
80 잠깐의 이별 24.09.03 7 0 16쪽
79 여섯 번째 조각 회수 24.09.02 7 0 15쪽
78 태양의 힘으로 24.09.02 5 0 15쪽
77 일격 필살 24.08.30 5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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