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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X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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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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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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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

DUMMY

‘아멘. 나무아미타불. 이걸로는 안 되나? 애국가라도···’


어느 날 갑자기 전생을 기억해버린 나의 하루는 무척 길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다. 몸은 앉아 있지만 생각은 의식의 흐름을 타고 허공을 떠돌아다니니까.


이곳은 초등학교 교실이다. 치사량에 이르는 귀여움의 덩어리들이 주로 서식한다, 10살의 어린이는 당연히 그 나이에 맞는 학교에 다녀야 한다.


교육은 권리이자 의무다. 일반적으로는 수혜라고 표현하지만 현재의 나에게는 폐해다. 이곳에서 내 마음은 혼란의 바다에서 떠도는 한 점 조각배와 같다. 이미 며칠 전 부터 참을성의 한계를 넘나들고 있었다.


“방학동안 즐겁게 보내고···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이 끝날 듯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리고, 그래서의 3종 세트가 무한 반복되고 있었다.


“선생님 지원이가 화장실 가고 싶데요.”


“해해해. 지원이 똥싸개···”


“아앙. 선생님, 현이가···”


“자! 그렇게 놀리면 못 써. 조용히··· 지원이는···”


이곳의 분위기는 대체로 이렇다. 아비지옥과 규환지옥이 시시때때로 현세에 펼쳐진다. 뜬금없이 시작된 아무 말 대잔치로 그렇지 않아도 듣기 힘들었던 선생님의 말씀이 계속 늘어진다.


‘모두 제발··· 1분만 입 좀 다물자. 그럼 끝나잖아. 1분, 1분이라고. 머리가 모자란다고 하는 잉어, 붕어도 1분은 참겠다. 니들은 요 앞 저수지의 메기새끼만도 못해. 이것들 때문에 미치겠네.


갑자기 발작이 일어났다. 앞과 뒤가 없는 꼬맹이들의 무지성 악다구니 향연과 앙상블을 이룬 참담함이 가만히만 있어도 힘든 어깨를 짓누른다.. 그렇거니 하다가도 어느새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솟아오른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 제법 오래 묵은 정신에게도 이런 환경은 도저히 견뎌내기 어려웠다. 난 원래도 비논리적 상황을 잘 참아내질 못했다. 감정을 가진 로봇이 있다면 당신 같았을 것이다라는 비아냥을 들은 적이 있을 정도다.


오해는 하지 마마. 아무리 그런 성향이라도 감정 자체가 없다는 건 아니니까.


‘대체로 냉정하지만 가끔은 가슴에 온기가 있을 때도 있다고.’


이곳에서는 그 온기가 펄펄 끓어 피부가 익어버릴 지경이다. 초딩들의 트롤링을 며칠간 실시간으로 겪다보니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혈압이 오르고 현타가 밀려든다.


‘난 때때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사색은 나의 존재이유나 마찬가지야. 그런 내게 이런 환경은··· 하아!’


웬만하면 현생의 나이에 맞춰 한동안 조용히 지내보려고 했었다. 깊은 사색에서 길을 찾아보려 했다. 그러나 그런 결심을 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미칠 것 같다. 튀지 않으려다 속 터져 죽겠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이 교실이 마치 트롤들의 던전처럼 느껴진다.


참을 인(忍)을 수없이 가슴에 새겼다. 지금은 그것만이 구원이다. 어린 내가 현실적인 제약을 무릅쓰고 당장 무엇인가 일을 벌이기는 어렵고 그래서 일단 현 나이에 맞는 모범적인 포지션을 취하면서 상황을 좀 관망하려 했는데 그것부터가 대단한 오산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계획이란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당장이 행복하지 않은데 낙관적인 미래를 어떻게 상상한단 말인가! 하루의 절반을 학교에서 보내야 하는데 매시간 매초가 스트레스의 연속이며 흡사 타오르는 불지옥에 있는 것 같다..


‘어린 애들이 다 그렇지. 이러면서 자라는 거야. 쟤들도 크면 추억으로든 부끄러움이든 간에 이 순간을 떠올리겠지.’


부처와 공맹을 흉내 내려 했다. 하지만 보통 인간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이렇듯 마음 수양이 저절로 되는 환경에서 하루하루가 더디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정도 일로 스트레스 받으면 안 돼. 이번 생은 탈모 없이··· 진짜 당장의 고민은 이제 거의 끝나가잖아.’


어떤 일이든 긍정적 마인드가 중요하다. 좋은 생각과 습관이 좋은 미래를 만든다. 난 수많은 후회의 경험을 가지고 살았다. 그렇게 50대에 이른 나는 당연히 대체로 행동보다 생각이라는 것을 먼저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랬던 나지만 전생의 모든 삶을 통틀어도 요 며칠간만큼 헛생각이 많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무리 관심 두려 하지 않아도 이 상황 자체가 너무 부끄럽다. 이런 곳에 하필이면 지금 시점에 내가 왜 있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운명 그런 게 있는 거야? 개뿔이나···’


명철한 이성을 가진 내 머리론 도저히 트롤들과 어울려 잘 지내는 그림이 그려지지가 않는다, 요즘은 이것들을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짜증이 치솟는다. 아니,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학교라는 시스템 자체가 너무 싫다.


어떤 과목을 막론하고 수업시간은 따분하기만 하고 장소를 가리지 않는 애새끼들 지랄이 풍년이다. 이 상황에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애들을 마주한 첫날 아주 좋은 선택을 했다. 출발은 일단 괜찮았다,


까불거리는 아이들에게 인상 좀 쓰고 눈 좀 부라렸더니 그 뒤로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어쩌면 미성숙한 아이들이 강약에 더 민감한 것 같기도 하다. 아님 어린 마음에도 미친놈은 상대하지 말자고 판단했거나. 뭐가 되었든 간에 현명한 행동이었다.


‘정말 애들은 딱 10분은 귀여운데 그 이상은 감당하기 어려워서···’


이 혼란한 곳에서 어떻게 이렇게나마 견딜 수 있었는지 스스로가 대견하다. 그래도 오늘만 지나면 한동안 볼 일 없다. 이제 겨울 방학에 들어간다.


이건 헝클어져 지친 내 마음을 다스릴 얼마간의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진다는 뜻이다. 정말 더 이상 견뎌야 했다면 본의 아니게 반사회적 사건을 일으켰을지도 모른다.


‘스마트 폰이라도 있었으면 좀 나았을까?’


교실에선 어린 선생님과 더 어린 트롤들의 신경전 아닌 신경전이 계속 이어졌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내 생각의 가지에선 또 다른 가지가 뻗어나갔다.


‘스마트 폰이라··· 그것도 좀 더 지나야 나오지.’


2002년엔 당연히 그런 건 없다.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대충 쓸 만한 걸 구경할 수 있다.


‘이것도 10년 저것도 10년··· 아! 발음에 조심해야겠네.’


오해하지 마라. 나 욕한 거 아니다.


멍하니 앉아 시간을 헤아린다고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천천히 간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얼마간의 고행으로 진짜 넋이 반쯤 빠졌는지도 모르겠다. 머리는 복잡하고 마음은 허하다.


‘답답하네.’


‘세상사가 다 그렇지.’로 대범하게 현 상황을 잘 넘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면 그게 성인이고 현자다. 전생에서도 난 그 정도 수준의 사람은 못되었다. 그냥 보통의 생활인으로 살던 소시민 중의 하나였을 뿐이다.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야 해.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어. 좀 튀더라도 겨울 방학동안 빨리 검정고시라도 봐서···’


전생에서 최상위권의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학습능력이 나름 쓸 만해서 인서울 대학 정도는 다녔다. 그 정도면 검정고시 정도는 큰 준비 없이도 패스가 가능하리라.


‘어?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잖아. 지금 내가 응시자격이 되나? 그렇다면 월반이라도··· 초등학생의 월반?’


생각해보니 과학고 말고는 그런 걸 들어본 기억조차 없다. 조금 더 생각해 보니 그런 게 될 것 같지가 않다. 의무교육이란 이름 아래에서 개인의 특출함이란 덕목이 되지 못한다.


‘이거 잘못하면 남은 초등학교 3년과 중학교 3년을 지금처럼 보내야 할지도··· 안 돼! 그럴 순 없어. 며칠도 힘든데 이 꼴을 어떻게 몇 년씩이나 보겠어. 안될 일이야 그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난 이 세계의 규격품이 아니라고···’


내 생각이 딱히 틀린 것 같진 않은데 사회 제도라는 게 개인 맞춤형일 수가 없다. 개인 보다는 공동체의 이익에 초점을 맞춘다. 사회인으로 살려면 안 맞는 옷이라도 내 몸을 거기에 맞춰내야 한다. 그것이 안 되는 존재를 사회부적응자라고 부른다.


‘그건 비주류의 삶이잖아. 그렇게는 안 되지. 이 생은 누릴 거 누려가면서··· 세상에 좋은 게 얼마나 많은데···’


전생에서 침만 삼키며 바라봐야 했던 수많은 현실이 있었다. 현생에서 나는 현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속세의 행복한 속물로 살고 싶었다.


‘이렇게 될 거였다면 다른 세상에··· 그렇지. 신분제 사회에서 상위 신문의 몸으로 깨어났다면 규격품으로 안 살 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아주 건전한 사상이 지배하는 세상이라서 문제가 크다.


‘빌어먹을··· 왜 하필이면 이런 곳에···’


만일 이 상황이 빙의라면 깔끔하게 판타지 세계 정도로 갔으면 좋지 않았겠냐 말이다. 거기에서 금수저 귀족으로 적당히 살다가 멋진 엘프 노예를 거느리고··· 그렇게 살 수 있었다면 이 따위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무조건 현대사회로 와야 한다면 재벌 2세가 딱 인데··· 아니 2세도 별론가? 그럼 손자···’


원래 뭐든 당대는 개고생한다. 큰 노력 없이 꿀 빨려면 거기에서 살짝 비키는 게 답이다. 재벌 본인 보다는 3세가 낫다. 진짜로 그렇게 생각한다. 난 노력의 가치를 존중하지만 그보다는 안일함을 더 사랑하는 보통사람이다.


‘에고, 다 헛되고도 헛되도다. 어디서는 주인공이 뭐든지 잘만 하던데··· 난 왜 이렇게 안 되는 게 많은 거야? 소설의 개연성을 접어야 하나?’


정말 참다 참다 현 사회에 폭탄이라도 던지고 싶은 심정에 이르렀을 때 드디어 선생님 말씀이 끝났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이 온다.


어느 날부터 갑자기 되지도 않는 멀티태스킹으로 과거와 현재를 일치시키느라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그 혼란은 이제 끝났다. 이제 짧지만 감로수와 같은 휴식의 시간이 주어진다. 하루의 절반을 차지하며 내 머리를 좀먹던 학교라는 가시가 뽑혔다.


‘두 달 뒤면 다시 가시가 자라나··· 앗!’


생각을 멈춰야 할 때 멈추지 못했다. 방학 때 느긋하게 긴장 풀고 내 안온한 미래를 보장받기 위한 계획을 다듬는다. 딱 거기까지면 충분했다. 거기에 현실적 걱정을 얹으면 훨씬 더 복합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행복의 감정은 그런 것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에고고, 아직 안 해도 될 걱정을 하다니···’


이건 어쩔 수 없다. 살아온 세월 때문이다. 세파에 시달린 경험이 쌓여갈수록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람이다.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스탠스를 취하게 되고 그렇게 변해 간다. 나의 과거엔 대개 좋은 일 보다 나쁜 일이 많았다.


“와아! 얘들아. PC방 가자. 스타 하러 가야지. 우리 동네에···”


‘어린 핏덩이들이 공부할 생각을 먼저 해야지. 벌써부터 그런 곳이나 다니고···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안 돼. 엄마가 학원 먼저 가고 게임은 나중에 하랬어.”


“학원 안 가도 되잖아. 그냥 째고 PC방 가자. 우리···”


그나마 몇 명씩만 떠들던 교실에 해방감에 젖은 몇 십의 소음이 동시에 폭발했다. 완전히 왁자지껄한 시장통과 다름없어졌다.


‘역시 10살 꼬맹이들은 걱정이 없다니까. 철없다고 하는 것 보다 이게 좀 순화된 표현이지겠지.’


내가 그동안 너무 부정적인 쪽으로 생각이 치우치지 않았었나 잠깐 반성했다. 이 나이에 생각 많은 내가 이상한 것이고 정상이 아닌 거다. 나도 10살이다.


‘이제부터라도 나이에 맞게 살아보자고.’


회개를 해서 그런지 아니면 이제 지랄 맞은 애새끼들을 한동안 안 볼 거라서 그런 건지 조금 애매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아이들이 조금 덜 거슬린다.


‘스타라··· 안 해 본지 꽤 되긴 했네. 라떼는··· 엉?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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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가오가 정신을 지배할 때 24.08.13 143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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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위기 관리 24.08.09 15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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