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재능의 AI기반 바둑 천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드라마

새글

OXY
작품등록일 :
2024.07.14 09:54
최근연재일 :
2024.09.20 14:15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5,316
추천수 :
190
글자수 :
331,590

작성
24.07.14 22:25
조회
827
추천
5
글자
12쪽

이런 곳은 처음이라

DUMMY

아이들의 오고 가는 말 중에 무엇인가 색다른 단어를 얼핏 들은 것 같은데 바로 머리에 새겨지지 않는다.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괴성을 내뿜는 아이들 쪽으로 슬쩍 한 발 더 내디뎠다. 이제 대화 내용이 좀 더 확실히 들렸다.


“학원에 30분만 있으면 출석 체크가 돼, 대충··· 눈치 봐서 바로 뒤따라 PC방으로···”


확인했다.


‘헉! 그래. 그런 게 있었네. 거 봐! 이렇게 마음을 느긋하게 먹으면 어떤 일이라도 슬슬 풀리게 되어 있다고.’


마음의 어긋남으로 벌어진 정체성의 혼란이 갑자기 바람과 함께 날아가 버렸다.


‘적응? 까짓 거 하면 되지. 워낙 어린 몸인데 못해볼 것이 뭐가 있겠어.’


겨울 방학은 이미 시작 되었고 지금부터 한동안 딱히 해야 하는 일도 없다.


‘그래 길은 예체능에 있었어. 그거지. 드가자!’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다. 트롤도 전혀 쓸모없지만은 않다.


‘하늘이 만물을 낼 때 다 그 쓰임새를 생각했겠지.’


예체능 : 예술과 체육을 아울러 이르는 말.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세상에 우연은 없다. 내가 평소 신경도 쓰지 않던 아이들의 대화에 하필이면 이 때 주의를 기울인 건 우연 보다는 필연에 가깝다. 다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할렐루야! 인샬라!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건 혼자서는 못 산다는 말이다. 인간에게 이성적 사고는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살 순 없다. 감정적 교류도 필요하고 가끔의 일탈로 어지러워진 정신을 리셋하기도 해야 한다. 그것이 보통 인간의 삶이다.


희생과 봉사 같은 미덕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삶은 성인이나 현자의 삶이다. 난 말로만 들었지 그런 존재를 현실에서 직접 본 적이 없다. 그 누구도 보이려 하지 않는 면을 가지고 있었고 그 안에는 금전욕이나 지배욕과 같은 부정적인 것들이 들어있었다.


‘예시가 좀 뜬금없었나?’


아무튼 무엇을 하더라도 누군가는 있어야 한다. 혼자는 외롭다. 이것이 하고 싶은 말이다. 내가 평소에 튀지 않으려는 이유가 바로 거기 있다. 이질적 존재라고 주변이 인식하는 순간부터 난 예비 사회부적응자가 된다. 그런 사람은 주류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난 사람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 거다. 혼자만의 삶은 안 된다. 사회에서 불편하지 않게 살려면 주류의 길을 걸어야 한다. 앞뒤가 바뀐 말일지 모르지만 뭐가 되었든지 간에 불편하게 느껴지면 비주류다.


예체능이란 것이 그런 속성을 가지고 있다. 종사자의 대부분이 비주류이지만 마지막까지 남아 인정받은 한줌의 사람은 사회의 주류로 대접 받는다.


‘그때 그들의 이질성은 천재성 혹은 특별함이라고 미화되어 받아들여지지.’


특수한 재능이 없다면 시도하지 않는 게 좋다는 건 아주 잘 안다. 주제 파악 못하면 99.999%의 확률로 더러운 꼴을 보게 된다. 언제까지나 재능의 총량은 변하지 않지만, 유감스럽게도 참가자들이 자각할 수 있는 시점은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바치고 나서이다.


그전까지는 술에 취한 듯 약에 취한 듯 스스로에 대한 그릇된 자신감을 비롯한 주변의 부추김 및 기타 수만 가지 이유로 미친 몰두의 시간을 가진다.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무수한 실패자를 남기지만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못한 이는 시도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중도탈락자는 실패를 경험이라 포장하고 다른 시도를 위한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래 비록 본격적으로 해보진 않았지만 나에게도 그런 종목이 있을 수 있지.’


교실에서 PC방 보다 학원을 먼저 가야한다는 아이 뒤를 따라 이곳까지 왔다.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한 행동이었지만 앞에서 길을 인도하던 여자아이가 힐끔힐끔 돌아보며 스토커를 보는 것 같은 눈빛을 했을 땐 급격하게 발생한 현타 때문에 계획을 포기하고 싶은 충동아 들기도 했었다.


‘참는 건 잘한다고. 본의 아니게 요즘 훈련을 좀 많이 해서···’


계면쩍은 듯 누구에게 하는지 애매한 변명 아닌 변명을 중얼거리게 되었지만 어쨌든 목적지에 도착하긴 했다. 그 아이를 뒤 따라 들어선 널찍한 공간에 몇 십 명의 또 다른 아이들이 그리 높지 않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머리를 맞대듯이 마주 앉아 있었다.


‘대부분 초등학생들인 것 같은데··· 여긴 교실과 분위기가 너무 다르네.’


약간의 소음은 있지만 소근 거리는 정도다. 이 정도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 참아줄만 하다. 사실 이런 곳은 전생에서도 방문 경험이 없었다. 비슷한 다른 곳은 가봤지만.


일단 가만히 서서 주변을 살폈다. 성공적인 작전 실행을 위해서는 정찰이 필수적이다. 난 이런 곳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었다. 신참의 티를 팍팍 내면서 애매하게 서 있은 지 조금이 지나자 곧 서른 언저리로 보이는 아저씨 한 명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하얀 얼굴, 검은 테 안경? 전형적인 모습이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아닌 것 같다. 내가 경험한 그 장소에서 만난 사람에게는 내심을 짐작하기 어려운 가벼운 미소가 필수적이었는데[ 이 사람은 탈이 너무 선량하다. 그런데 그것이 이 장소에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강사라면 일단은 교육자인 거잖아. 기원 사범과는 좀 다르겠지.’


“몇 학년이니?”


“3학년이요.”


“한 번 해보고 싶어?”


아이들 쪽을 손으로 가리키는데 예의 그 즐거운 미소가 얼굴 한 가득이다.


‘진짜 이 일을 좋아하는 거야? 그럴 리가··· 강사라는 직업이···’


일과 취미는 전혀 다른 종목이다. 그러나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내게 말 거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이것이 교육이라는 공익적인 면과 별도로 양립하는 사업상의 스킬인가 보다.


“아뇨, 지금은 그냥 구경하고 싶어요.”


미끼를 너무 덥석 물면 모양새가 안 난다. 쉽게 잡은 고기는 덜 귀하게 느껴진다.


“재미있어 보이나 보구나. 누구 친구지?”


친구 따라와 지금 나 같이 구는 아이가 가끔 있었던 것 같다.


‘친구 따라 강남도 간다는데 학원에서 이러는 정도면 양호한 편이지.’


물론 여기서 강남은 그 강남이 아니다.


“어쩌다 잠깐 비바체의 추억이 떠올라 버렸네. 애고고, 내 청춘의 흑역사 아니 백미였던가!”


아무튼 친구 따라 뭐 한다는 건 고래로 부터 내려오는 유구한 전통이다. 오래 전부터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 약한 동물이었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고 몰라?’


그랬다. 전형적으로 나도 오늘 그 경로를 밟아 여기 왔을 뿐이다. 따라온 아이가 친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는 아이가 있긴 한데 별로 친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사실이지만 곰곰이 들어보면 상당히 이상한 내용인데 이 아저씨는 별로 따져볼 생각이 없는 듯 가볍게 웃음으로 받으며 말을 이어갔다.


“후훗. 그걸 보통은 친구라고 하지.”


“그런가요? 그렇다면 전 친구 따라 온 거 맞아요.”


쓸데없는 기세우기나 반발 같은 걸 하고 싶지는 않았다. 기면 어떻고 아니면 어떨까. 아무 의미 없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말의 옳고 그름이 아니다.


“가까이 가서 봐도 된단다. 여기서 자세히 보기는 어렵잖아. 저기 같이 가볼까? 선생님이 잠깐 내용을 설명해 줄 테니···”


‘아니 사람을 뭘로 보고 말을 그 따위로 하는 거지?’


뒤늦게 반발심이 일어난다. 이곳의 방문 목적은 내 근거지를 만들 장소 탐방이었다. 그건 정말 멋진 아이디어였다. 바둑 프로 기사가 될 수 있다면 현재 내 앞에 닥친 거의 대부분의 시련이 해결될 수 있었다.


원래의 내 바둑 실력이 바로 프로가 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마추어로서는 상당히 괜찮았었다. 그것이 중년의 아재의 능력으로 존재하였을 때는 그저 그런 취미생활을 겸한 개인기 정도로 치부되었으나 만약 10살 아이의 몸으로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입문 두 달 만에 1급이 되다니··· 천재네. 기재가 탁월해.’ 이런 말을 들으며 바둑을 시작하는 스토리 라인을 이미 생각해 놓았다. 두 달 동안의 겨울방학은 천재의 점프가 나타나기에 아주 적당한 기간이었다.


이 계획의 가장 좋은 점은 요즘 들어 가득이나 머리가 복잡한 내게 별다른 학습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난 노력 없이 가질 수 있는 편안함을 사랑하는 보통의 아이이고 싶다.


그리고 바둑교실이 다른 예체능 종목 교습소에 비해 그 초기비용이 별로 높지 않다는 것도 또한 마음에 드는 점이었다. 별로 부유하지 않은 우리 집도 이 정도의 비용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급조된 계획이었지만 충분히 현실적이었다.


‘내가 앞 뒤 없이 막 질러대는 그런 스타일의 사람이 아니라고.’


이번 일은 주도면밀한 계획 보다는 즉흥적인 감정에 기반 해 이루어진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난 원래 조심스럽게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야 인생의 깊이가 생긴다고 믿었던 사람이었다.


‘애고고, 이게 바로 소시민 근성 아닌가? 이젠 그렇게 안 살기로 해 놓구선···’


아무튼 간에 내게 건네진 강사의 말들이 원생을 유치해야 하는 학원의 입장에서 의례히 하는 영업용 멘트라는 건 이해한다. 이상과 현실은 다른 법이니까. 그런데 문제는 내가 요즘 아무리 비루한 몰골이지만 저런 줄바둑을 보면서 흥미 있어 할 정도의 수준으로 보였다는 것이 몹시 불쾌했다.


당연히 급수 정도는 먼저 물어봐야 하는 것이 이 장면에서의 정상적인 대화의 형식이고 대응이다. ‘바둑은 둬 본적 있니? 누구와? 그래? 아주 잘 두진 못한다고? 그럼 급수가···’ 이런 과정은 유사 이래 당연하게 여겨져 왔다.


이런 것이 상식이다.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말을 하려면 상대가 식전인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쌀 먹고 더운물 마신다고 밥과 똑같은 걸 먹었다고 주장할 순 없다. 쌀과 물의 양을 맞추고 적정 시간 가열 후 뜸을 들여야 비로소 밥이 된다.


이것이 자고이래 수천 년 간 지켜져 온 인간 사회의 예절이며 그 형식이다.


‘예의 없는 응대를 받았지만 어린놈이 참아야지 어쩌겠어. 아! 생각했던 그런 식의 응대는 기원에서 하는 건가? 내 오해일 수도 있겠네. 바둑교실은 좀 달라야 하는 게 정상적인 거겠지.’


억지 이유를 들어가며 겨우 마음을 진정시켰다. 내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기로 했다. 모르는 일에 화부터 내는 건 성숙한 이성을 가진 자의 자세가 아니다. 몸이 어리다고 마음까지 어리지는 않다.


‘남들이 몰라줘서 문제지.’


일단 마음을 풀고 애초의 계획과는 좀 다르지만 가만히 진실 된 내 정체를 밝혔다.


“저 1급인데요.”


살짝 못 미치는 것 같지만 상관없다. 비슷하면 된다. 객관성을 가진 정확한 기력측정 방법 따위는 없다.


“뭐? 정말? 좀 전에 3학년이라고 하지 않았니?”


조금 놀라는 것 같은 어조에 이제야 맺힌 마음이 조금 풀어지는 것 같다.


‘아니, 이 사람이 뭐라는 거야. 나이와 바둑실력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알 만한 사람이··· 흐흐흣.’


원래 계획은 이 학원에 등록해 습득력이 탁월한 10살을 연기하면서 내 실력의 근거를 갖춘다는 것이었지만 처음부터 실력은 탁월했다 쪽을 밀기로 했다. 어느 쪽이든 기재가 없으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계획이란 건 보통 잦은 변경이 일어난다. 약간의 부분변경으로는 큰 스토리가 영향을 받진 않는다. 내 자존심은 소중하다.


“아! 뉴스톤!”


‘뭐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66 ic******
    작성일
    24.07.30 22:07
    No. 1

    그...넘치는 재능이 혼잣말인가요? 아님 자화자찬? 자뻑? 나이들면 혼잣말이 많아진다는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1 OXY
    작성일
    24.07.30 22:25
    No. 2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겠네요. 전 부작용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년의 정신이 걸맞지 않는 몸을 가진 것에 대한.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넘치는 재능의 AI기반 바둑 천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다. 24.08.07 160 3 13쪽
32 입단이란 24.08.06 178 2 12쪽
31 나의 믿음은 24.08.05 162 3 13쪽
30 나에겐 너무 어려운 멀티태스킹. 24.08.04 157 3 13쪽
29 너무나 개성적인 24.08.03 163 3 13쪽
28 게임의 법칙 +2 24.08.03 169 2 13쪽
27 나의 꿈은 타인의 피와 땀을 먹고 자란다. +2 24.08.03 168 4 12쪽
26 반전무인(盤前無人) : 상대를 의식하지 말고, 평정심을 가지라 24.08.02 174 2 12쪽
25 외전) 모든 것에는 자신만의 시간이 있다. 24.08.01 178 2 14쪽
24 바둑은 멘탈 스포츠다. 24.07.31 193 3 13쪽
23 잠시 물러서다. 24.07.30 194 2 13쪽
22 연구생의 이중생활 24.07.30 211 3 12쪽
21 몽상가들 24.07.29 216 2 13쪽
20 현세의 호그와트 24.07.28 233 2 13쪽
19 환희는 없었다. 24.07.27 244 2 13쪽
18 초심을 지켜주세요. 24.07.27 245 2 12쪽
17 파랑새가 울었다. 24.07.26 257 3 12쪽
16 이무기가 구름을 타는 법 2 +2 24.07.25 281 6 11쪽
15 이무기가 구름을 타는 법 1 24.07.24 296 4 11쪽
14 버블 24.07.23 312 4 12쪽
13 닿지 않는 그 어딘가 24.07.22 307 4 12쪽
12 The winner takes it all 24.07.21 325 4 13쪽
11 되돌림의 미학 24.07.20 361 3 13쪽
10 치열하게 24.07.19 390 3 12쪽
9 면벽수련 24.07.18 428 1 12쪽
8 동상이몽(同床異夢). 24.07.17 458 2 11쪽
7 매력이 넘치는 원장님 24.07.16 564 3 13쪽
6 인연(因緣) : 아재가 아재를 만나다. 24.07.16 612 6 12쪽
5 그만해. 상대는 이미 죽어있어. 24.07.15 655 4 13쪽
4 지극히 도발적인 24.07.15 715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