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하면 군생활 끝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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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비
그림/삽화
아쿠비
작품등록일 :
2024.07.15 03:50
최근연재일 :
2024.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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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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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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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눈뜨니 입대일이다.

DUMMY

난 지금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해야 했다.


모든 돌발상황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첫 단계는 당황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은 빠르게 주변 정보를 모아야 한다.


주변을 둘러보니 평범한 소녀의 방일뿐이었다. 나는 방을 둘러보다가 책상에서 주민등록증을 발견했다.


[이루다]


라고, 이름이 쓰여 있었다.

증명사진에 있는 건 거울에서 봤던 그 얼굴이었다.


'내가 이루다라는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온 건가?'


그리고 나는 주민등록증 옆에 휴대폰이 있는 것을 발견했고 휴대폰을 켜고 오늘 날짜를 확인했다.



[201*년 3월 14일.]



오늘 날짜가 좀 이상했다.


그 날짜는 내 입대날이었다.


3월 14일.

분명 내가 논산훈련소에 갔던 그 날짜였다.


그날 부모님에게 했던 인사.

그날 처음 맡아본 군부대의 냄새.

그날 먹었던 첫 짬밥...


어느 하나 잊을 만한 게 없었다.

병장이 되어서도 선명한 그 날짜가 이상하게 오늘이었다.


'날짜가 왜 과거인 거야? 설마 오늘 나 입대하러 가야 하는 건가??'


어이가 없어하는데 휴대폰에 알 수 없는 메시지가 등장했다.



[미션! 오디션에 합격하세요!]



"깜짝아... 뭐야, 또?"


그 메시지를 터치하니 새로운 메시지가 등장했다.



[당신에게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주어진 조건으로 오디션에 합격해 주시길 바랍니다.]


[조건 : '이루다'가 가진 재능을 활용하기]



"갑자기 오디션에 합격하라고?"


나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읽었다. 조건 밑에 길게 무언가 쓰여있었다.



[#'이루다'의 재능 확인하기]


[칭호 - 없음]

[얼굴 - C]

[몸매 - D]

[노래 - F]

[춤 - C]

[끼 - F]

[특수능력 - 따라 하기의 달인]



"이게 뭐야? 게임 광고 문자 같은 건가?"


마치 게임에서 나오는 캐릭터 스텟과 비슷해 보였다.


다만 게임에서 나오는 파워, 체력 뭐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얼굴, 몸매, 노래... 새로 나온 게임인 것 같았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언니년'이라고 쓰여있었다.


잠시 전화를 받을까 말까 고민했지만, 전화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고민 끝에 전화를 받았다.


"통신보.. 아니 여보세요?"


"야! 전화를 왜 이렇게 늦게 받아!"


전화를 받으니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여자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나도 모르게 인상을 팍 쓰게 만드는 귀 아픈 목소리였다.


"너 설마 아직까지 자고 있었냐? 아니지?"


"아.. 저기 그게 아니라.."


"너 오늘 오디션 있는 거 알지? 내가 겨우 마련한 자리니까 그거 꼭 가라."


"예?“


"내가 며칠전에 말했잖아. 오디션 자리하나 만들어놨다고.

또 마음에 안드네, 수준에 안 맞네, 이런 헛소리 하지말고 좋게 가라. 네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으니까. 알았지?

나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또 전화 한다. 끝는다."


"아니, 잠깐.. 끊겼네"


그렇게 싸가지 없게 말하더니 지 할 말만 하고 끊어버렸다.


"뭐야, 이건?"


전화를 해봐야 현재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나는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5.7초 동안 두뇌를 돌려보고 내린 결정은..



이건 꿈이라는 거다.



"이거 꿈이네.

내가 여자가 되었고,

갑자기 오디션을 봐야 하고,

오늘은 3월 14일 입대날이고

앞뒤가 하나도 맞질 않아.

그렇다면 이건 꿈이라는 거지."


나는 그렇게 혼자 말을 하며 현재 상황을 결론 내렸다.


꿈속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상황 파악을 완료한 내가 할 일은...


"오디션? 알빠야?

어차피 꿈속인데 내 맘대로 해도 상관없는 거 아니야?"


그리고 나는 본능이 시키는 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피시방으로 향했다.



그냥 게임이 죽도록 하고 싶었다.


군부대에서는 즐길 수 없었던 그런 걸 하고 싶었다.


계란을 넣은 매운 라면에 톡 쏘는 탄산음료를 마시면서 게임을 하고 싶었다.


꿈속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겠지만 그것부터 생각이 났다.


나는 가까운 피시방으로 달려가서 게임을 켰다.


모니터에 그리웠던 로그인 화면이 등장하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크! 이거지. 이게 얼마 만이냐. 다 뒤졌다. 김병장의 화려한 깐.츄.롤.을 보여주마."


나는 게임을 신나게 즐겼다.


이루다라는 여자의 카드로 라면도 먹고 음료수도 사 마셨다.


그리고 일곱 시간이 지나버렸다.


"아. 진짜 재밌네. 이 맛에 피시방 오지. 응?"


그때 검은 옷을 입은 누군가 내 옆으로 다가와 멀뚱히 서 있었다.


커다란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뭔가 불운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여자로 만들어 줬더니, 피시방부터 가는 자는 처음 보는군. 보통 성욕부터 해결하려고 들던데.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건가?"


기분 나쁜 목소리였다.


"뭡니까, 당신?"


내가 그렇게 묻자, 그 사람이 혀를 찼다.


"쯧쯧. 역시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거였군. 하지만 특출난 자인 건 틀림없어. 그렇다면..."


그 사람은 기분 나쁘게 혼잣말을 계속 이어갔다. 그 순간 나는 싸함을 느꼈다.


'위험한 사람이다.'


나는 그렇게 느끼고 조심히 컴퓨터를 끄고 자리를 벗어났다.


다행히 그자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멀어져 가는 나를 기분 나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군입대 전의 나였다면 저런 자에게 주먹부터 날렸을 것이다.


하지만 군생활을 하면서 배운 게 있다.

저런 정신이 아픈 자는 폭력보다는 회피가 답이라는 것이다.


'최대한 엮이면 안 돼.'



상병을 달고 분대장이 되었을 때쯤 일이다.


우리 부대에 정신병이 있는 신병이 들어왔었다.


그 자식이 어떻게 현역적합 판정을 받고 우리 부대로 배정받게 됐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 자식은 밤마다 이상한 행동을 했다.


화장실에 몰래 숨어 자해를 하질 않나,

어디서 머리를 다쳤는지,

이마에 피를 흘리며 복도를 돌아다니질 않나...


하여간 그 자식은 관심병사로 찍혀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은 빨래 때문에 나와 사소한 말싸움이 있었다.


세탁기에 넣어 놓은 내 빨랫감들이 사라진 것이었다.


충격적이게도 내 빨래는 그 자식 군장 속에서 발견이 되었다.


빨래는 온통 흙투성이에 이상한 음식물 쓰레기 냄새까지 났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떠오름과 동시에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었던 나는 그 자리에서 그에게 버럭 화를 내었다.


"야. 내 빨래를 왜 가져간 거야?"


"아.. 쓰레기인줄 알고.. 버렸다가 나중에 찾아서.. 그래서 다시 빨아놓으려고.. 했어요."


"요? 아니, *발. 진짜 미친 새끼 아니야.

아! 진짜 개빡치네!

하... 됐다. 가라.

내가 니한테 뭔 말을 하겠냐.

말한다고 알아먹을 것도 아니고."


마음 같아서는 분대장의 권한으로 내 밑으로 다 집합을 걸고 싶었지만, 그 자식의 맹한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자 그게 의미 없을 짓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더 이상 그 자식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분대장이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아무튼 나는 그냥 아무 말 없이 옷들을 전부 다시 빨았다.


그래도 여전히 옷에선 음식쓰레기 냄새는 사라지질 않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점호 시간.


"수호야. 왜 한 명이 비냐? 걔 어디갔어?"


오병장이 나에게 물었다.


"예? 이씨.. 또 어디갔어?"


저녁 점호를 해야하는데 그 자식이 보이질 않았다.


그 자식이 싫건 좋건 내 분대원이고 내 책임이다.


나는 그 자식을 찾기 위해 서둘러 복도로 나왔다.


복도로 나오니 그 자식이 갑자기 한 손에 칼을 쥔 체, 날 노려보며 서 있었다.


그 눈빛은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눈빛이었다.

아니, 그건 사람의 눈빛이 아니었다.


그건 짐승이나 악마의 눈에서 나올법한 광채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미친 자의 살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니..니가 뭔데! 이 *새끼야!!!"


그 자식은 나에게 달려들었고 나의 어깨에 칼을 꽂았다.


"끄아악!!"


나는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놀라 복도로 부대원들이 뛰쳐 나왔다.


"수...수호야! 무슨 일이야! 헉! 야! 저 새끼 말려!"


생활관에 있던 열댓 명의 장병이 달려들어 그 자식을 붙잡았지만,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이성을 잃은 육체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겨우겨우 간부들이 포승줄을 가져와 그 자식을 묶고 나서야 사태는 종료되었다.


나는 다행히 상처가 얕아서 목숨은 건졌지만, 어깨에 깊은 흉터가 생겼고. 그 자식은 전출 처리되었다.


그 일을 겪은 뒤로 나는 절대 최대한 정신이 이상한 자들과 엮이지 않게 피해 다녔다.


방금 만난 수상한 자가 그 자식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은 아닌 것 같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그게 비록 꿈속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때 일을 회상하며 어깨를 매만지고 있는데 주머니에서 휴대전화가 울렸다. 메시지가 와있었다.



[미션 실패! 당신에게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뭐야..?"


아침에 봤던 메시지와 비슷한 것이었다.


그 메시지를 보자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으윽. 머리가... 머리가 깨질 거 같아!"


나는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쓰러졌다.



******************************



"빠 빠 빠빠빰 ~"


어디선가 들려오는 익숙하고 기분 나쁜 나팔소리.


"후.훅. 전병력 기상. 기상해주시기 바랍니다.이상."


그리고 돌려오는 관내방송.


나는 온갖 인상을 다 써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숙취에 시달리듯이 머리가 깨질 거 같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익숙한 생활관이었다.


"그럼 그렇지. 꿈이구나."


비록 기분 나쁜 꿈이긴 했지만, 나는 안심이 되었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나에게 말했다.


"야. 뭐 하냐? 빈둥거리지 말고 빨리 모포 정리해."


그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옆을 돌아봤다.


익숙한 목소리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들려서는 안 되는 그 목소리.


며칠 전에 전역했던 오성민 병장이 내 옆에서 모포를 정리하고 있었다.


"오..오병장이 왜 여기 있습니까? 전역하시지 않았습니까?"


"뭐라는 거냐? 잠 덜 깼냐?"


"아닌데...? 분명 전역하시지 않았습니까? 예비군 훈련이라도 오신 겁니까?"


"꿈꿨냐? 빨리 모포 정리나 하라고."


"김수호 상병님이 요즘 근무가 너무 많아서 피곤하나 봅니다."


침상 맞은편에서 임창수가 말했다.


잠깐 김수호.. 상병님?

상병?

나 병장인데?


불안한 마음에 나는 관물대에 이름표를 쳐다보았다.


짝대기가 3개.

상병 김수호라고 쓰인 선명한 글씨.


군복을 보았다.

군복에도 짝대기가 3개였다.

떨리는 손으로 관물대를 열어보았다.

그리고 발견한 달력 위에 선명한 글씨.


D-250


관물대에는 처음 보는 쪽지가 놓여 있었다.



[미션 실패! 당신에게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페널티 - 당신의 군생활이 늘어납니다.]



말도 안된다.

나는 상병이 되어있었다.


전역했던 새끼들...

아니, 선임들이 그대로 생활관에 눌러 앉아있었고, 겨울이어야 할 바깥 날씨도 한여름이었다.

철민이도 보이지 않았다.



혼란스러웠다.


나는 어깨를 확인했다.

있어야 할 흉터가 없었다.

진짜 과거로 와버린 것이다.



"안돼.. 안돼.. 이건 말도 안돼..진짜 군생활이 늘어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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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다시 만난 비투엔터의 연습생 24.09.03 28 0 13쪽
25 25화. 이등병의 편지 24.09.02 14 0 12쪽
24 24화. 비투엔터의 연습생 24.08.30 11 0 12쪽
23 23화. 데이트 24.08.29 11 0 12쪽
22 22화. 나에게서 걸려 온 전화 24.08.28 12 0 12쪽
21 21화. 그녀와의 치맥 24.08.27 13 0 13쪽
20 20화. PV촬영 24.08.26 16 1 13쪽
19 19화. 뺑이 24.08.23 15 0 12쪽
18 18화. 제설작전 24.08.22 20 0 12쪽
17 17화. 결전의 시간 24.08.21 19 0 12쪽
16 16화. 정치쇼(3) 24.08.20 26 0 12쪽
15 15화. 정치쇼(2) 24.08.19 22 0 12쪽
14 14화. 정치쇼(1) 24.08.16 23 0 12쪽
13 13화. 동기 생활관 24.08.14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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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엔들리스 리액션 24.08.09 24 0 11쪽
10 10화. 드디어 재평가. 24.08.07 24 0 11쪽
9 9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3) 24.08.05 30 1 12쪽
8 8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2) 24.08.02 34 1 12쪽
7 7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1) 24.07.31 33 1 12쪽
6 6화. 예쁜 건 죄야. 24.07.29 33 0 12쪽
5 5화. 나 혼자만 영내 대기. 24.07.26 38 1 12쪽
4 4화. 훈련소 아니, 오디션장으로 가다. 24.07.24 35 1 11쪽
3 3화. 군생활이 늘었다. 24.07.23 37 1 12쪽
» 2화. 눈뜨니 입대일이다. 24.07.19 48 1 12쪽
1 1화. 나는 병장이다. 24.07.17 7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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