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하면 군생활 끝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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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비
그림/삽화
아쿠비
작품등록일 :
2024.07.15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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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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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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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전투샤워

DUMMY

다음날.


잠에서 깨어난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정확히 6시 30분이었다.


이루다의 몸 속이라고 해도, 국방부 시계에 맞춰져 버린 수면 패턴은 변하지 않았나 보다.


다만 기상나팔 없이 잠에서 깨어나는 건 아직도 조금 어색한 것 같았다.


나는 힘겹게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거실로 나와 집을 살폈다.


집에는 나 말고 아무도 없는 거 같았다.


처음 이 집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 대충 깨달은 것이지만, 집안 꼬락서니를 보면 아마도 이루리와 이루다 단둘이서만 사는 집이 맞는 것 같았다.


여기저기 옷이 굴러다니고 기다란 머리카락이 카펫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그리고 주방에는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생긴 쓰레기들이 쌓여있었다.



"부모님이랑 같이 살면 이 꼴로 일리가 없지."



이루리 팬들이 보면 아주 기겁할 것 같다.



"으으으... 못 참아. 청소하자."



나는 도저히 이 지저분함을 참을 수 없었다.


걸을 때마다 발바닥에 머리카락과 먼지가 덕지덕지 붙는 것도 열받았다.


약속 시간은 오후 1시니까 아직 여유가 있었다.


그렇게 나는 아침부터 한참 동안 집 안을 청소를 했다.


한결 깔끔해진 집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제야 좀 사람 집 같네."



그러다 문뜩 내 몸에 온통 땀투성이라는 걸 깨달았다.


청소를 너무 열심히 하는 바람에 땀을 흘린 모양이다.


생각해보니, 어제 촬영을 끝내고 씻지도 않고 잠에 들었다.


촬영장의 먼지가 온통 내 얼굴에 달라붙어 있을 것이다.


몸에서 냄새도 나는 것 같았다.



"씻어야...겠지?"



화장실을 가거나 옷을 갈아입는 거까진 그냥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씻는 건 좀.. 그랬다.


남의 알몸을 보는 게 몹시 내 양심에 찔리는 일이라서...


심지어 소녀의 알몸에 비누칠해야 하는 건...


하...


이게 맞나 싶다.


죄를 짓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페널티 때문에 일주일이나 이 몸속에서 살아야 한다.


그 일주일 동안 땀 냄새를 풀풀 풍기며 살 수는 없다.


한참 망설이다가 나는 결심했다.



"그냥 나는 내 몸을 씻는 거뿐이야. 이상한 생각 할 필요 없어.

후다닥 씻고 나오면 그만이야.


그래. 전투 샤워다!"



전투 샤워.


군대에서 배운 샤워법이다.


군부대에는 인원보다 샤워 시설이 부족했다.


그 때문에 빠르게 씻고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넘겨주어야 했다.


또한 군대에서는 오분대기조라던가 훈련 같은 일정 때문에 빠르게 씻어야 하는 일도 많았다.


그럴 때 필요한 게 전투 샤워였다.


이름은 거창해도 사실 별거 없다.


그냥 재빠르게 씻고 나오는 거다.


나는 휴대폰로 타이머를 맞췄다.


그리고 시작 버튼을 누르는 순간 나는 후다닥 옷을 벗고 샤워실로 가 물을 틀었다.



"으아악! 차가워!!"



샤워기에선 찬물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건 전투 샤워!


찬물 따위 참고 빨리 씻는 거다.


따뜻한 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틈이 없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머리부터 물을 뿌렸다.


감전된 것 같이 온몸이 찌릿찌릿했다.


물에 머리가 젖었을 때쯤, 샴푸를 머리에 뿌렸다.


하지만, 처음 감아보는 긴 머리에 순간 당황스러웠다.



"이.. 이런.. 긴 머리는 어떻게 감는 거지? 에잇, 몰라. 그냥 막 감으면 되겠지."



대충 긴 머리를 잡아 올려 샴푸로 빨래하듯 벅벅 머리를 감았다.


그리고 비누를 집어 들어 얼굴부터 온몸을 빡빡 문질렀다.



"..."



그리고 빠르게 머리부터 비눗물을 씻었다.


이렇게 머리부터 씻어내면 최대한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니까.



"......."



나는 그렇게 샤워를 마치고, 몸의 물기를 닦아 낸 뒤에 밖으로 나왔다.


타이머를 보니 이미 30분이 지나 있었다.


물소리 때문에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한 것이다.



"크흠... 실력이 많이 녹슬었군. 다음은...윽!"



화장실을 나오는 순간 얼굴이 몹시 땅겼다.


아니, 온몸의 피부가 낚싯바늘로 잡아당겨지는 것 같았다.


비누로 샤워를 한 탓이었을까?


로션을 발라야 했다.


나는 서둘러 방으로 와서 화장대로 왔다.



"으아아아. 피부 당겨. 로션, 로션을 발라야해! 으잉??"



화장대를 뒤지는 데 생전 처음 보는 화장품들만 가득하고 로션은 보이지 않았다.


네츄널 스킨소프너, 아스트리젠트 로션, 슈퍼 프랑스와즈 세럼...



"뭔데 이게?? 다 뭐라 적힌거지?"



내가 필요한 건 그냥 로션일 뿐이었다.


하지만 로션이라고 적힌 글씨는 어딜 봐도 보이지 않았다.


당황스러웠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한 가지.


달팽이크림!



"이거다!"



이건 본 적 있다.


오병장이 피엑스에서 사서 맨날 얼굴에 처바르던 그것이었다.



"수호야. 내 이 탱글탱글한 볼따구의 비법이 뭔지 아냐? 바로 이 달팽이 크림이다.

너도 나처럼 되고 싶으면 세수하고 스킨, 로션 바른 다음에 이거 발라라."


"전 그런 거 필요 없지말입니다. 그런 건 나약한 애들이나 바르는 겁니다."

"에라이. 니는 평생 위장크림이나 발라라, 새끼야."



나는 그때를 떠올리며 화장대에 놓인 달팽이 크림을 집어 들고 얼굴과 온몸의 피부에 덕지덕지 발랐다.


그러고 나서야 좀 살 것 같았다.



"휴.. 여자의 피부란 쉽지 않은 거구나."



나는 평소에 피부 관리 따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피부관리를 하지 않아도 주름, 여드름 없는 깔끔한 피부를 유지했다.


세수는 오직 보급 비누만 사용했다.


샴푸도 잘 안 썼다.


머리도 그냥 보급으로 나오는 오이 비누로 잘만 감았다.


로션?


귀찮기만 해서 쳐다도 보지 않았다.


세수하고 그냥 수건으로 물기만 닦으면 끝이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내 피부는 강했으니까.


나는 평소에 남들이 얼굴에 뭔가 덕지덕지 바르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새삼 여자 피부가 되어보니,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았다.


시간이 나면 피부관리 하는 방법을 공부해 놓아야겠다.



"청소도 다 했고, 샤워도 했고. 다음 할 일은..."



이제 할 일은 짐을 싸는 일이었다.


이루다의 방에는 작은 가방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루리의 방에서 적당히 커보이는 배낭 하나를 가져왔다.



"명품인가? 써도 되겠지? 동생이 쓴다는 데 뭐라고 하겠어? 그런데 뭘 가져가야 하는 거지?"



양말, 속옷, 치약, 칫솔 이런 건 당연한 거고.


잠옷이랑 수건, 군것질거리 조금 챙기니, 가방이 꽉 찼다.



"이 정도면 되겠지. 꼭 군장 싸는 거 같네."



그렇게 짐을 다 싸고 가방을 한번 메보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언니년'이었다.



"야. 나 내일 홍콩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데, 뭐 사 갈 거 있냐?"



아하. 이루리는 지금 해외에 있었구나.


그래서 만날 수 없었던 거였다.



"없어, 언니. 그냥 조심히 와."

"응? 그래. 한국 가서 봐. 사랑해 ~."

"응. 나도 사랑해, 언니. 한국에서 봐~."



짧은 통화를 마치고 나는 간단한 식사로 컵라면을 끓여 먹었다.



"합숙훈련... 잘할 수 있으려나.."



시계를 보니 어느새 방송국으로 갈 시간이 되어 서둘러 집을 나섰다.

방송국에 도착하니 수십 대의 전세버스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방송 스태프들이 정신없이 버스에 카메라와 오디오를 설치하고 있었다.


합숙 훈련은 연수원에서 이루어진다.


원래는 신입사원 교육이나 세미나 같은 게 열리는 곳이다.


그 연수원은 서울 밖에 자리 잡고 있어서 전세버스를 타고 연수원으로 이동해야 했다.


방송국에 도착한 나는 막상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버스를 타야 할 것 같은 데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내 가방을 툭툭 건드렸다.


뒤를 돌아보니 송유나가 서 있었다.



"안녕?"



송유나가 세상 청순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그 미소에 나도 모르게 놀라 당황하고 말았다.



"아! 아아아안녕!"

"A등급 참가자 버스는 저기야."



송유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보니, 다른 참가자들이 버스 앞에 오손도손 모여있었다.



"아! 고마워...요"

"그럼."



송유나는 나에게 손을 흔들며 C등급 참가자라는 푯말이 적힌 버스에 올라탔다.



'아니, 나 왜 당황한 거야.'



송유나의 기회를 내가 뺏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양심에 찔려서?


아무튼 나는 송유나 덕분에 내가 타야 할 A등급 버스를 찾을 수 있었다.


내가 버스에 올라타려고 하기 기사님께서 날 보더니 말했다.



"어이쿠. 아가씨! 가방은 화물칸에 넣고 와야지!"

"네? 아. 죄송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버스에 타고 있던 참가자들이 꺄르르 웃었다.



'뭐가 웃긴 거지?'



하여간 여자애들의 웃음 코드는 알 수 없었다.


기사님과 나는 버스 화물칸으로 갔다.


화물칸을 여니, 공항 갈 때나 볼 수 있는 캐리어들이 가득했다.



'아... 이것 때문에 웃은 건가?'



나는 군생활 탓인지 몰라도 짐을 싼다고 하면 당연히 배낭을 떠올린다.


그래서 이번에도 배낭을 싸고 온 것이다.


캐리어는 생각도 못 했지.


내가 배낭을 화물칸에 넣고 버스에 올라가니, 참가자들이 또 한 번 꺄르르 웃었다.


그들의 웃음 코드를 이해할 순 없었지만 나도 같이 웃어주었다.



"아하하하..."



자리에 앉으려는 데, 다행히 이번에도 이세영의 옆자리가 비어있었다.


나는 이세영의 옆자리로 가 앉았다.


덕분에 나는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조용히 명상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내가 잠을 청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 같다.


누군가 뒤에서 작은 소리로 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야. 이루다 쟤, 방금 배낭 멘 거 웃기지 않냐?"

"맞아. 산악인 같기도 하고, 군인 같기도 하고."


"웃겨. 캐리어 안 가져온 애는 쟤밖에 없을걸."

"근데 그 가방, 에르마이슨이던데?"


"에이, 설마. 짭이겠지. 에르마이슨을 합숙하는데 가지고 오는 사람이 어딨어."

"하긴. 느낌이 딱 짭이긴해."



나는 침묵하며 그 뒷담화를 그냥 묵묵히 들었다.



'아주 신이 났네. 피곤하다, 피곤해.'



방송국에서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시골 마을의 허름한 연수원이었다.


연수원의 모습은 방송으로 보았던 그대로 모습이었다.


다만 사방에 설치된 카메라들을 보니 조금 살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쉬는 공간인데도 방심할 수 없겠구나.'



긴장을 늦추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며 배정받은 방을 살폈다.


모든 방은 같은 등급 인원들끼리 배정받는다.


그리고 A등급은 두 개 방으로 나뉘어 있었다.


각 방문엔 A-1과 A-2라고 쓰여있었다.


내가 배정받은 방은 A-1이었다.


배정받은 방을 슬쩍 보니 2층 침대가 3개가 놓여있었다.


옆 방도 슬쩍 보고 오니, 그곳은 2층 침대 3개와 그냥 침대 하나가 있었다.



'허허허. 여기 군대 생활관이랑 비슷하게 생겼군. 계급은 다 같으니까 동기 생활관인 셈인가?'



속으로 떠올린 농담이었지만,


동기 생활관...


별로 좋은 기억이 없었다.


나는 불안한 미래를 예상하며 배낭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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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제설작전 24.08.22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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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정치쇼(1) 24.08.16 22 0 12쪽
13 13화. 동기 생활관 24.08.14 21 0 12쪽
» 12화. 전투샤워 24.08.12 24 1 11쪽
11 11화. 엔들리스 리액션 24.08.09 24 0 11쪽
10 10화. 드디어 재평가. 24.08.07 24 0 11쪽
9 9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3) 24.08.05 30 1 12쪽
8 8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2) 24.08.02 34 1 12쪽
7 7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1) 24.07.31 33 1 12쪽
6 6화. 예쁜 건 죄야. 24.07.29 33 0 12쪽
5 5화. 나 혼자만 영내 대기. 24.07.26 38 1 12쪽
4 4화. 훈련소 아니, 오디션장으로 가다. 24.07.24 3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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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나는 병장이다. 24.07.17 7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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