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하면 군생활 끝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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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비
그림/삽화
아쿠비
작품등록일 :
2024.07.15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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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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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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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뺑이

DUMMY

1화부터 2화까지를 모니터링 하는 데 티브이 속 이루다의 모습은 내가 연기했던 이루다의 모습 그대로였다.


당당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 그리고 퍼스트 센터를 차지하는 모습까지...


조금 쑥스럽지만, 솔직히 나쁘지 않게 화면에 담겨있었다.


문제는 내가 관여하지 않은 3화부터 였다.

3화가 시작되자 PV가 재생되었다.


그 PV를 보는 데 나는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뭔... 이루다, 쟤 뭐 하냐?"



세상에, 그렇게 딱딱하고 어색한 표정의 센터는 내 생전 처음 보았다.

그냥 무대 한가운데서 춤추는 사람일 뿐, 아무런 매력도 없었다.

원샷이 잡혀도 그냥 어색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이루다가 2화까진 괜찮은 참가자였는데 3화부터는 영 별로였지 말입니다."



PV가 재생되는 동안 임창수가 말했다.



"응? 뭐라고?"


"아. 그냥 혼잣말이었습니다."


"아니야. 계속 말해봐. 이루다가 왜 별로였어?"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억지로 하는 느낌입니다."



임창수 말이 맞았다.

이루다의 춤은 틀리지는 않았지만, 그 뿐이었다.

개성도 없고 눈에 띄지도 않았다.


센터라서 그 부분이 더 부각되었다.


엄홍석 PD도 그걸 알았던 걸까?

센터인데도 엔딩 때 잠깐 나오는 것 말고는 원샷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C등급의 송유나가 더 눈에 띄고 카메라에도 많이 잡혔다.


마치 원래 퍼스트 센터는 송유나라는 였다는 걸 말해주는 듯이 말이다.



"뭔 말인지 알 거 같다. 하... 이루다 쟤 왜 저러지?"



하지만, 저게 탈락을 할 정도인가 싶었다.



"야, 근데 아무리 그래도 센터였는데 1차 탈락은 말이 안 되지 않냐?"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임창수에게 물었다.



"솔직히 PV보다는 그룹 평가에서 문제가 많았습니다."


"그룹평가? 맞다. 이 다음 바로 그룹 평가가 있었지."



마픽아는 PV를 찍은 다음, 그룹 평가가 진행된다.

그룹평가는 여러 명의 참가자가 팀을 만들어서 무대에 서는 미션이다.


그룹 평가부터는 탈락이 결정된다.

그렇기에 그룹평가를 잘 하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그룹평가가 시작되는 3화를 보는 동안 이루다가 왜 탈락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 건 네가 알아서 해줘야지. 왜 내가 해야 하는 데?"


"네가 해. 난 몰라."


"난 연습 안 해도 돼. A등급이잖아? "



이런 희대의 망언을 남발하는 이루다를 보면서 나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거의 무슨 사회부적응자 수준의 언행이었다.


거기다가 마픽아 PD의 특기인 악마 같은 편집이 더해지니, 이루다는 완전 인성 쓰레기가 되었다.


결국 이루다는 그룹 평가에 실패하였고, 시청자들에게 많은 표를 얻지 못해서 1차 탈락을 하게 된 것이었다.



"할 말이 없네... "



저건 절대 나라면 할 행동들이 아니었다.


저건 이루다의 본래 본성이 만들어 낸 장면들일까?

내가 개입하지 않은 이루다의 모습이 저거라는 건가?


조금. 아니, 많이 충격적이었다.


사실 이루다의 성격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집안 꼴이 개판이어서 그냥 좀 귀차니즘이 심한 여자겠거니 한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루다를 찾아보십니까? 관심도 없으시지 않으셨습니까."


"하.. 있어. 그런 게."



잠시 뒤, 아침 식사 후 제설 작업이 다시 시작되었다.

큰길은 공병대대에서 온 불도저들이 눈을 치웠다.

하지만 좁은 길은 기계가 들어가지 못해서 여전히 우리들이 직접 눈을 치워야 했다.


제설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도 허무하고 화나는 감정은 사라지질 않았다.


빗자루질에 집중이 되질 않았다.



"에잇! 염병할. 야! 나 잠깐 쉰다."



나는 빗자루를 던져버리고 자리를 벗어났다.



"어디가십니까?"



내가 자리를 뜨는 것을 보고 임창수가 말했다.



"담배 사러!"


"뭔. 담배 안 피우지 않습니까."


"몰라. 날 찾지 마."



조금 걷다가 피엑스 뒤편 길가에 가서 연석 위에 걸터앉았다.



허무하기 그지없었다.


그동안 내가 어떤 개고생을 하면서 이루다를 위해 노력했는데.

A등급을 받게 하려고 피나는 연습을 했었다.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걸그룹 노래를 하고 애교를 부렸었다.

살아남기 위해 여자애들 사이에서 정치질도 했다.


월드스타에게 머리채가 잡혀서 쳐맞기까지 했다.



이루다를 위해서 내가 그런 똥꼬쇼를 해주었는데 1차 탈락이라니.


정말 너무해도 너무했다.

현타가 쎄게 밀려왔다.



그때였다!


갑자기 내 앞에서 10여톤의 배급차가 마치 스키를 타듯이 내리막길을 빠르게 미끄러져 내려왔다.



"어? 저거 왜 이래?!"



그 배급차를 피해야 했다.

그런데 눈 쌓인 연석에 앉아 있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미끄러져 그만 그 자리에 엎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배급차는 그대로 넘어진 나를 깔아뭉개고 지나가 버렸다.


결국, 새하얗던 눈길에 붉은 카펫이 깔리고 말았다.



*********



"아..."



그 천장이었다.



"배급차에 깔릴 줄은 몰랐네."



침대에서 일어나 거울을 보니 역시 이루다의 몸이었다.


기분이 상당히 더러웠다.


눈 때문에 미끄러진거? 그런건 흔한 일이다.

차에 깔려 죽은거? 기분 좋은 건 아니지만 진짜 죽은 건 아니니까 괜찮다.

하지만 이루다 몸에 다시 돌아온거? 영 반갑지 못했다.


내가 뭘 해야하는 지 대충 예상이 가서 더 짜증났다.


휴대폰을 보니 역시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미션! PV에서 가장 많은 원샷을 받으세요.]



또 미션이었다.

이번엔 PV 촬영이다.


이루다가 망쳐버린 그 PV 말이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내가 왜 이 지랄을 하고 있는지.



"짬 때리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렇다.


나는 이루다가 싼 똥을 치우고 있는 거다.


아이돌을 하기엔 부족한 이루다를 위해 내가 대신해서 뺑이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엔 이루다가 PV를 망쳤기 때문에 내가 대신 PV를 찍으러 가야 하는 거다.


그리고 그다음엔 또 이루다가 개판 쳤던 그룹평가도 내가 대신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끝인가?


아마 아닐 것이다.


그 후에 데뷔까지 콘셉트 평가, 최종 라이벌 평가도 남았다.


그럼 데뷔하면 끝인가?




데뷔하면...

난 전역할 수 있는 걸일까?




이 상황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군대도 전역날은 정해져 있는데...


이건 뭐 나한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앞으로 언제까지 이 일을 반복해야 하는 지,

알 수 있는 게 전혀 없으니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과거로 소환될 때마다 트럭에 치이는 것도 짜증 났다.



"으어어어어어! 염병!! 다 죽어! 으아아아악! 내 인생을 돌려줘!"



나는 나도 모르게 베개에 주먹질을 하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때였다.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루리였다.

이루리는 쫀드기를 뜯어먹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뭐하냐?"



이루리는 띠꺼운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나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그때 차에서 처맞았던 일이 떠올리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순간 움찔하며 이루다인 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루다가 아니란 걸 알게 되면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나는 웃으며 이루리에게 말했다.



"아.. 안녕, 언니 잘 잤어?"



나는 최대한 밝고 순수한 표정으로 이루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내가 그렇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자 이루리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루다는 그런 말투 안 써. 너 군바리지?"


"아하하.. 넵."



바로 들키다니...



"하.. 진짜 믿을 수가 없네."


"그렇게 티 납니까?"


"어. 티나. 일단 이루다는 나한테 언니라는 단어 절대 안 써. 사랑해 라는 말도 안 하고 나랑 눈도 안 마주쳐."



자매들 사이가 별로 안 친한 건 예상못했다.

친한 척하면 다 통할 줄 알았는데.


하긴.


친했으면 휴대폰에 '언니년'이라고 저장해 두지도 않았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걔는 청소 안 해. 아니, 못해! 할 줄을 몰라!

내 동생은 집에서 오냐오냐하고 자라서 혼자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애야.

근데 너 청소랑 설거지까지 싹 다 해놨더라?"



그러고 보니 저번에 내가 집 안 청소를 싹 해놨었다.



"아하하... 제가 더러운 건 못 참아서 그랬습니다."


"나야 가족이니까 상관없지만 다른 사람한테 들켰으면 큰일 났을지도 몰라. 앞으로 조심해. 알겠어?"


"예... 다음부턴 주의하겠습니다."



꼭 선임한테 혼나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 어제는 이루다로 돌아왔었는데... 갑자기 다시 변했어. 다중인격 같아."


"다중인격은 아니고... 저 진짜 병장 김수호 맞습니다."



그때, 휴대폰으로 또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특별보상 도착!]


['이루다'의 몸에 복귀하신 걸 환영합니다.]


[복귀 선물 도착! 원하는 특수능력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new! '만담꾼의 주둥아리']

(당신이 하는 이야기에 모두가 폭소하게 됩니다.)


[2. new! '카메라 마사지']

(누구보다 카메라에 예쁘게 담깁니다.)


[3. '따라하기의 달인' 레벨업!]

(룰렛에 나온 하나의 능력에 "따라 하기" 능력을 추가 부여합니다.)


[4. new! '애교폭탄']

(초절정핵폭탄급 애교로 오빠들의 마음을 사로잡으세요.)




저번에 봤던 특별보상이었다.



"그건 뭐냐?"



이루리가 물었다.



"문자 메시지 같은 건데, 특수 능력을 고르라고 하는 겁니다."


"뭔 소리야. 그건. 특수 능력? 한번 봐봐."



나는 이루리에게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이루리는 이쪽 분야의 전문가.

이루리의 도움을 받는 편이 훨씬 나에게 유리할 것이다.


특히 저번 특별보상으로 인해 벌어졌던 일들을 떠올려보면 어떤 능력을 고르냐에 따라 미션의 성공 여부가 크게 달라지는 게 분명했다.

그 때문에 나는 더욱 이루리의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흠.. 뭔가 게임 같네. 이걸 고르면 너한테 능력이 생기는 거야?"


"예. 제가 춤을 잘 추는 이유도 '따라 하기의 달인' 능력이 있어서입니다."


"잘 따라 춘다고 춤을 잘 추는 건 아니다만...

지금 연습생 단계에선 그 정도만 있어도 수월하긴 하지.

그럼 '따라 하기의 달인' 능력을 또 고를 수 있는 거야? 그러면 춤을 더 잘 추게 되나?"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 룰렛을 돌려서 나온 새로운 능력 중 하나를 잘 따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춤 말고 노래를 따라 하게 될 수 있다거나... 정확힌 잘 모르겠습니다."



이루리는 내 말을 듣고 잠깐 고민을 하더니 말했다.



"그럼 그거 골라. '따라 하기의 달인'."


"어째 섭니까? '카메라 마사지'가 더 좋지 않겠습니까?"


"내가 있잖아?"


"예? 잘못 들었습니다?"



이루리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그냥 나 따라 해. 어떤 능력이 될진 모르겠지만, 뭐든 나 하는 데로 따라 해도 마픽아 1위는 쉬울 거야."



이루리의 자신감 넘치는 대답이 조금 재수 없게 느껴졌지만, 나는 그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루리는 완성된 톱스타이다.


대외적으로 외모, 실력, 과거, 인성, 대처 능력, 인간관계까지 그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완벽한 아이돌이었다.


그 완성된 자의 능력 중 하나만 따라 할 수 있어도 그것은 나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걸로.."



나는 2번을 선택하였다.



['따라하기의 달인' 레벨업!]


[lv.2/ 룰렛에 나온 하나의 능력에 "따라 하기" 능력을 부여합니다.]


[남은 룰렛 횟수 :1 회]


[룰렛을 돌리겠습니까? 예/ 아니오]




나는 [예] 버튼을 눌러 룰렛을 돌렸다.


띠리리리리링-

빰빠밤~!



[끼! 당첨!]



"끼?"


작가의말

뺑이는 룰렛의 뺑뺑이를 말하는 걸 수 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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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 센터 할 사람? 24.09.06 6 0 12쪽
28 28화. 팀원 선택 24.09.05 6 0 14쪽
27 27화. 미션곡 선택 24.09.04 23 0 12쪽
26 26화. 다시 만난 비투엔터의 연습생 24.09.03 28 0 13쪽
25 25화. 이등병의 편지 24.09.02 14 0 12쪽
24 24화. 비투엔터의 연습생 24.08.30 11 0 12쪽
23 23화. 데이트 24.08.29 11 0 12쪽
22 22화. 나에게서 걸려 온 전화 24.08.28 12 0 12쪽
21 21화. 그녀와의 치맥 24.08.27 14 0 13쪽
20 20화. PV촬영 24.08.26 16 1 13쪽
» 19화. 뺑이 24.08.23 16 0 12쪽
18 18화. 제설작전 24.08.22 20 0 12쪽
17 17화. 결전의 시간 24.08.21 19 0 12쪽
16 16화. 정치쇼(3) 24.08.20 26 0 12쪽
15 15화. 정치쇼(2) 24.08.19 22 0 12쪽
14 14화. 정치쇼(1) 24.08.16 23 0 12쪽
13 13화. 동기 생활관 24.08.14 21 0 12쪽
12 12화. 전투샤워 24.08.12 24 1 11쪽
11 11화. 엔들리스 리액션 24.08.09 24 0 11쪽
10 10화. 드디어 재평가. 24.08.07 25 0 11쪽
9 9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3) 24.08.05 30 1 12쪽
8 8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2) 24.08.02 34 1 12쪽
7 7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1) 24.07.31 33 1 12쪽
6 6화. 예쁜 건 죄야. 24.07.29 34 0 12쪽
5 5화. 나 혼자만 영내 대기. 24.07.26 38 1 12쪽
4 4화. 훈련소 아니, 오디션장으로 가다. 24.07.24 35 1 11쪽
3 3화. 군생활이 늘었다. 24.07.23 37 1 12쪽
2 2화. 눈뜨니 입대일이다. 24.07.19 48 1 12쪽
1 1화. 나는 병장이다. 24.07.17 7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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