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하면 군생활 끝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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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비
그림/삽화
아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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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5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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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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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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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이등병의 편지

DUMMY

"몰라? 네가 확인해 봐."



이루리는 관심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나는 집 밖으로 나가 우편함을 확인했다.

우편함에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편지 봉투 하나가 꽂혀있었다.



"뭐야? 이거 논산에서 온 거잖아?"



촌스러운 디자인과 커다랗게 쓰인 '대한민국 육군' 글씨.

그리고 뒷면에 육군 간부 홍보까지.


그 편지는 누가 봐도 논산훈련소에서 온 편지였다.



"내가 이걸 다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 이게 왜 여기 있는 거야?"



그 훈련소 편지에는 내 이름이 쓰여있었다.

그런데 그 글씨는 내가 아는 글씨체가 아니었다.


여자가 쓴 글씨 같았다.


그리고 나는 직감했다.


이건 이루다가 보낸 편지였다.



나는 거실로 돌아와 우편 봉투를 뜯어 안을 확인했다.

그 안에는 익숙한 훈련소 편지지 위에 쓰인 편지가 들어있었다.

나는 휘갈긴 글씨로 쓰인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김수호 나쁜새끼야]

[너 왜 편지 한 번을 안 보내냐?]

[뒤질래?]

[나 여기 있는 거 뻔히 알면서]

[왜 편지 안 보내는데?]

[인터넷 편지라는 것도 있던데 그거라도 보내던가]

[내 몸으로 사니까 좋냐?]

[좋은 집에서 비싼 옷 입고 사니까 좋냐?]

[내가 훈련소에서 고생하니까 기분 좋냐?]

[좋냐고]



이루다의 편지를 읽어보니 뭔가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

하긴, 훈련소에 있으니 당연하지.


날짜를 생각해 보니 훈련소에서 가장 힘들 시기이긴 하다.



지난주가 아마 훈련소 2주 차였을 것이다.

2주 차는 사격훈련과 체력 측정, 화생방 훈련이 있는 주다.

하루 종일 걷고 구르고 하느라고 발에 물집도 잡히고 무릎도 까졌을 것이다.

어쩌면 넘어져서 발목이나 손목을 다쳤을 수도 있다.


이루리 말로는 이루다가 평생 고생 한 번 안 하고 살았다고 했으니, 아마 남들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다만 편지를 계속 읽어보니, 훈련병의 분노만 있는 건 아니었다.



[여긴 원래 편지 말고 밖에 소식 들을 방법이 없는 거냐??]

[여기 전화도 잘 안 시켜주고 티비도 안 보여준다..]

[마픽아 데뷔는 잘 진행되고 있냐?]

[우리 언니년은 잘 살아 있고?]

[그리고 수료식 날 면회는 올 거냐??]

[올 사람 미리 말하라고 해서.]

[답장해라.]

[안 하면 총 들고 탈영해 버린다.]



총 들고 탈영이라니...


이 사람이 큰일 날 소리하네.



"야, 뭐봐?"



내가 가만히 서서 편지를 읽고 있던 건 발견한 이루리가 나에게 다가왔다.



"이루다한테서 온 편지입니다."



나는 이루리에게 편지를 건네주었다.

그러자 처음엔 관심이 없던 이루리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편지를 받았다.



"훈련소에서 온 거야?"

"네."



이루리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러다가 피식 웃기도 하고 잠깐 눈물이 글썽이기도 했다.



"그래도 살만하나 보네."


"철 들었나 봅니다. 언니 걱정도 하고."


"야. 그래도 내 동생이 정은 많아. 내 동생 무시하지 마."



가재도 게 편이라고, 자기 동생을 감싸는 이루리였다.


가까이 있을 땐 싸우고 멀어지면 생각나는 게 가족이라고.

어쩌면 이루리와 이루다에게도 이런 시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편지를 다 읽은 이루리가 나에게 다시 편지를 건네주며 말했다.



"그런데 훈련소에 편지 보내는 거 어떻게 하는 거야?"


"편지 보내실 겁니까?"


"응. 네가 동생한테 잘해주라며."



나는 까마득한 훈련병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내며 논산훈련소에 편지를 보내는 방법을 떠올렸다.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평범하게 우편을 이용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인터넷 편지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인터넷 편지? 그건 뭔데"


"훈련소에 있는 사람한테 보내는 이메일 같은 겁니다. 제일 빠르고 쌉니다."


"그냥 우편하고 뭐가 달라?"


"그냥 우편은 손편지랑 사진도 보낼 수 있는데, 인터넷 편지는 텍스트만 보낼 수 있습니다.

인터넷 편지를 쓸 수 있는 웹사이트에 편지를 쓰면 훈련소 조교가 그걸 인쇄해서 훈련병한테 가져다주는 시스템입니다."


"흠. 그럼, 우편이 낫겠다. 좀 더 정성이 들어가잖아."



그러더니 이루리는 곧장 방에서 편지지를 꺼내오더니, 이루다에게 보낼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이루리는 나에게도 편지지를 한 장 내밀었다.

핑크색에 하트가 잔뜩 그려져 있는 편지지였다.


정말 내 취향이 아닌 편지지였다.



"너도 써."

"하.. 저도 써야 합니까?"


"안 쓰면 총 들고 탈영한다고 하잖아."

"설마 진짜 탈영하겠습니까?"


"안 할거 같냐? 이루다 성격에?"



설마 편지 안 써줬다고 진짜 탈영을 하겠냐만...


생각해 보면 편지 쓰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나도 이루다에게 궁금한 점이 많으니, 편지를 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이루다에게 편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버이날 부모님께 편지를 써본 뒤로 오랜만에 편지를 써보는 것이었다.

무슨 말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되었는데 막상 펜을 잡으니, 글이 술술 써지기 시작했다.



[김수호입니다.]

[저는 지금 이루다씨의 몸으로 마이픽업아이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언니인 이루리씨와 함께 한남동 자택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루리씨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제가 할일은 아마 당신을 데뷔시키는 것이겠지요.]

[당신을 데뷔시키는 일은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룹미션에서 언행을 싸가지없게 굴지만 않았다면 진작 데뷔에 성공했을겁니다.]

[그 점은 당신도 인지하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저는 저에게 이런 일들이 왜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왜 저와 이루다씨가 몸이 바뀌고 과거로 와서 미션을 수행해야합니까?]

[누가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겁니까?]

[답장으로 알려주거나, 그게 어렵다면 면회갔을 때 알려주십시오.]



이 정도면 됐나?


나는 더 쓸 내용이 없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다 면회가 생각나 이루리에게 물었다.



"이루리 씨는 면회 가실 겁니까?"

"응. 가야지."



나는 그 대답을 듣고 추신을 덧붙혔다.



[ps. 면회는 이루리 씨와 저 두 명이 갈 겁니다.]



난 대충 편지 쓰는 것을 마무리하고 편지지를 접었다.

옆을 보니 이루리도 편지는 다 쓴 것 같은데 뭔가 곰곰이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뭔가 깨달은 듯, 방으로 달려가더니, 즉석 사진기를 꺼내왔다.



"야. 이리 와봐. 치즈~"



이루리는 나에게 어깨동무하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보니 이루리는 프로 아이돌답게 귀여운 표정으로 찍힌 반면, 나는 바보같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이루리는 그 사진에 사인을 한 뒤, 편지 봉투에 넣었다.


이루리는 뭔가 신나 보였다.



"그건 왜 넣습니까?"

"포토 카드. 몰라? 팬클럽 가입하면 내가 팬들한테 주는 건데, 다들 이거 엄청 좋아해."


"그걸 이루다씨도 좋아할까요?"

"글쎄. 도움은 되지 않을까? 내 사진, 꽤 비싸다구."



나와 이루리는 편지를 가지고 우체국으로 가서 논산훈련소로 편지를 부쳤다.

우편함에 넣는 방법도 있지만, 이 방법이 더 빠르다.



"나 우체국 처음 와 봐. 편지 봉투에 우표 붙이는 것도 처음이고. 뭔가 아날로그 느낌 나고 좋다.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야."


"지금이야 그렇지만 며칠 지나면 이것도 지겨울 겁니다."


"아, 진짜. 하여간 눈치 없이 분위기 초치네. 이루다는 지금쯤 뭐할까?"



나는 휴대폰을 보았다.

오늘이 훈련소 3주 차 수요일이니 수류탄 훈련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수류탄 훈련하고 있을 겁니다."


"그거 위험한 거 아니야?"


"위험하죠.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이루다만 실수 안 하면 별일 없을 겁니다."


"갑자기 걱정되네."



이루리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사실 훈련소에서 안 위험한 게 있을까 싶다.

훈련소에서는 총기 오발 사고도 자주 나고, 야외 훈련 중에 열사병도 흔히 발생한다.


식중독이나 전염병에도 쉽게 노출된다.

행군하다가 발을 헛딛어서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지는 경우도 봤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하루하루가 무사하길 기도하는 방법밖에 없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 몸뚱어리 쓸만합니다. 타고난 운동 신경이 있어서 다칠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이루리가 피식하고 웃었다.



"참나. 니도 은근히 잘난 척이 심하네? 그래. 니 잘난 몸뚱이 한번 믿어보자."




우리는 나온 김에 점심 식사를 하러 갔다.



"내가 잘 아는 맛집 데려가 줄게. 너도 마음에 들 거야. 나 아니면 너 절대 몰랐을 맛집이니까 기대해."



이루리는 나에게 그렇게 호언장담했다.



"뭐. 얼마나 대단한 맛집이길래 그럽니까?"


"대단하지. 유명한 사람들이 찾아와서 밥 먹고 가는 곳이야."



이루리가 그렇게 까지 말하니 내심 기대가 되었다.

저번에 갔던 백화점에 근처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이려나?


그런데 이루리가 날 데리고 온 곳은 다름 아닌 비투엔터테이먼트 본사였다.



"뭡니까? 또 비투엔터입니까?"


"여기 사내 식당이 맛있어."


"다른 데 가면 안 됩니까?"


"응. 다른 데 가면 알아보는 사람 많아서 싫어. 오늘은 메이크업도 안 했고."



이번엔 그래도 제대로 된 식당에 갈 줄 알았는데 사내 식당이어서 조금 실망했다.


사실 이루리가 거짓말한 것은 아니었다.

비투엔터의 사내 식당이 맛있기로 소문난 곳은 사실이니까.


뭐. 따지고 보면 유명한 사람들이 와서 밥 먹는 곳도 맞다.

그 유명한 사람들이 전부 비투엔터의 연예인이긴 하지만.


식권을 끊고 식판에 올려져 나오는 밥을 받으니, 내가 생각했던 사내 식당보다 푸짐한 식단의 차림새여서 조금 놀랐다.

그 소문만큼 정갈하고 건강한 맛의 한식이었다.



"어때. 나쁘지 않지?"


"군대 짬밥보다는 나은 거 같습니다."


"내가 사주는 거니까 많이 먹어."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은 식사를 시작했다.

이루리와 나는 모자를 눌러쓰고 구석에서 식사하긴 했어도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덕분에 편한 식사가 되었다.

이루리가 사내 식당을 자주 이용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편하고 맛 좋은데 거를 이유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숟가락을 내려놓는데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다.



[미션 성공! PV에서 가장 많은 원샷을 받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갑자기 미션 성공?"



뜬금없는 시간에 미션 성공 메시지가 와서 나는 잠시 당황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초 공개 시점이 다음 주지, PV가 완성되는 시간은 그보다 일찍일 것이다.

왜냐하면 PV를 여러 방송사에 배포도 해야 하고 윗분들에게 결재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PV가 완성되었다면 내 이번 미션도 그 순간 끝난 것이다.



'이제 군대로 돌아가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은 시원섭섭했다.

이루다로 사는 것도 나름 적응했고...


조금 더 오래 있다가 가도 될 것 같은데...



'여기 사내 식당도 이제 못 오겠네.'



그때 또 다른 메세지가 도착했다.



[미션 발생! 그룹미션에서 생존하세요.]


[조건 : 자신의 팀원 전원을 생존시키세요.]




"어? 뭐야 이거? 왜 미션 문자가 와?"



미션이 끝나자마자 또 미션이 발생했다.



"이젠 날 군에 복귀조차 시켜주지 않겠다는 건가? 와."



시원섭섭하다는 말은 취소다.

막상 복귀를 안 시켜주고 바로 미션을 시켜버리니까 기분이 상당히 더러웠다.


정말 나의 상상을 항상 벗어나 나를 농락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번 미션...


조건이 좀 까다로운 거 아닌가?


작가의말

그룹 미션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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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 센터 할 사람? 24.09.06 5 0 12쪽
28 28화. 팀원 선택 24.09.05 6 0 14쪽
27 27화. 미션곡 선택 24.09.04 22 0 12쪽
26 26화. 다시 만난 비투엔터의 연습생 24.09.03 27 0 13쪽
» 25화. 이등병의 편지 24.09.02 14 0 12쪽
24 24화. 비투엔터의 연습생 24.08.30 11 0 12쪽
23 23화. 데이트 24.08.29 11 0 12쪽
22 22화. 나에게서 걸려 온 전화 24.08.28 12 0 12쪽
21 21화. 그녀와의 치맥 24.08.27 13 0 13쪽
20 20화. PV촬영 24.08.26 15 1 13쪽
19 19화. 뺑이 24.08.23 15 0 12쪽
18 18화. 제설작전 24.08.22 19 0 12쪽
17 17화. 결전의 시간 24.08.21 19 0 12쪽
16 16화. 정치쇼(3) 24.08.20 26 0 12쪽
15 15화. 정치쇼(2) 24.08.19 22 0 12쪽
14 14화. 정치쇼(1) 24.08.16 22 0 12쪽
13 13화. 동기 생활관 24.08.14 21 0 12쪽
12 12화. 전투샤워 24.08.12 23 1 11쪽
11 11화. 엔들리스 리액션 24.08.09 24 0 11쪽
10 10화. 드디어 재평가. 24.08.07 24 0 11쪽
9 9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3) 24.08.05 30 1 12쪽
8 8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2) 24.08.02 34 1 12쪽
7 7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1) 24.07.31 33 1 12쪽
6 6화. 예쁜 건 죄야. 24.07.29 33 0 12쪽
5 5화. 나 혼자만 영내 대기. 24.07.26 38 1 12쪽
4 4화. 훈련소 아니, 오디션장으로 가다. 24.07.24 34 1 11쪽
3 3화. 군생활이 늘었다. 24.07.23 37 1 12쪽
2 2화. 눈뜨니 입대일이다. 24.07.19 47 1 12쪽
1 1화. 나는 병장이다. 24.07.17 7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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