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하면 군생활 끝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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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비
그림/삽화
아쿠비
작품등록일 :
2024.07.15 03:50
최근연재일 :
2024.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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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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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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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2화. 나에게서 걸려 온 전화

DUMMY

전화를 받으니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전화 받았습니다."


"너 김수호 맞지?"


"!"



나는 내 이름을 들은 순간, 술이 확 깼고 말았다.



"누..누구십니까?"


"푸흣...푸하하하핫!"



그 사람은 큰 목소리로 웃었다.



"그분 말이 맞았어. 확인할 방법이 없었는데, 이렇게 확인하게 되네?"



나는 당황하여 그 사람에게 큰소리로 물었다.



"너 도대체 누구야!? 누군데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거야!"


"응? 아직도 이 목소리가 누구 목소리인지 모르겠어? 바보 아니야? 자기 목소리도 몰라?"


"뭐? 자기 목소리? 그게 무슨..."



그때 서야 깨달았다.


그 목소리는 분명 내 목소리였다.


내가 내 목소리를 수화기 너머로 들어본 적이 없어서 뒤늦게 눈치챘다.


그 목소리가 내 목소리라는 걸 알게 되자,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아났다.


그리고 이루리를 떠올리게 하는 싸가지 없는 말투.



설마...



"혹시 너.. 이루다야?"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몸의 주인,



이루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 이름을 떠올렸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수화기 너머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크흐흐...마음대로 생각해. 너가 그렇게 추측한다면 그게 맞을 거야."



그런데 뒤에서 또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마치 멀리서 큰 소리로 말하는 소리 같았다.



"87번 훈련병. 부모님하고만 통화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전화 끊습니다. 실시."


"앗! 조금만 더 통화하면 안 되겠습니까?"


"87번 훈련병은 전화를 끊습니다. 실시!!! "


"아이씨... 그럼, 여기까지만 할게. 나중에 보자. 데뷔까지 잘 부탁해. 김수호."



전화가 끊어졌다.


머리가 멍했다.



'뭐였지? 방금 그 전화는??'



나는 벙찐 표정으로 술을 한 모금 마셨다.


나에게 전화를 건 것은 분명 이루다였다.

그것도 내 목소리를 내는 이루다였다.


그 말은 내가 이루다의 몸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이루다도 내 몸에 들어간 것이라는 뜻이었다.


나와 몸이 바뀐 이루다가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나는 황급히 그 전화로 다시 전화를 걸어봤다.



"본 전화기는 발신전용 전화기로 전화를 거실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전화는 공중전화기였는지 다시 전화를 걸 수가 없었다.


나는 멍하니 휴대폰을 보며 생각했다.


공중전화기로 걸려 온 전화.


그리고 그 전화는 내 몸에 들어간 이루다이고.


그런데 지금은 3월이고.


결정적으로 멀리서 들려온 그 말.


87번 훈련병...


그건 내가 논산훈련소에서 받은 훈련병 번호였다.



뭐야.


그럼 이루다는...


나 대신 논산훈련소에 가 있는 거야?


이루다가 논산훈련소에 있다고?



그 순간, 나는 참을 수 없는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크크크.. 그래! 나만 고생하면 말이 안 되지. 누가 싼 똥인데! 꼴 좋다! 이루다! 훈련소에서 쌔빠지게 굴러봐라!"



이루다는 고생 좀 해봐야 한다.


화생방 훈련도 해보고, 사격 훈련도 해보면서 그동안에 태도에 대해 반성 좀 해야 한다.


그렇게 반성하고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는 기쁨에 겨워 남은 캔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그건 세상에서 가장 속 시원한 맥주였다.



"키야. 맥주 달달 하다! 닭 다리 맛 좋고!"



그런데 그렇게 벌컥벌컥 맥주를 마시니 갑자기 술기운이 확 올라왔다.



설마... 나 취한 건가?


이루리와 같은 핏줄이라고 이루다도 술이 엄청 약한가 보다.


생각해 보니 나 생리 중인데. 술 마시면 안 되는 거였나?



눈앞이 핑 돌았다.


그리고 나는 아까의 이루리처럼 픽하고 쓰려졌다.




다음날.


눈을 뜨니 이루다네 거실 바닥이었다.



"뭐야? 군대가 아니네? 앗! 으으으..."



머리가 아팠다.

숙취였다.


겨우 맥주 한 캔 마시고, 숙취라니.

진짜 허접 술애기다.


주변을 살펴보니 소파에서 늘어져 있던 이루리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갔지? 그나저나 술 못 마시면 못 마신다고 말을 하지. 그럼, 치맥 하자는 말 안 했을 텐데."



자리에서 일어나는 데 기분 나쁜 감각이 아래에서 느껴졌다.


피였다.



"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빡침이 올라왔다.


그러나 화를 내서 무엇하리오.

나 내 탓이오.

내 잘못이다.


자기 전에 탐폰도 빼고 속옷도 갈아입어야 했는데.

술에 취해서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후... 불편하네."



일단 난 어기적어기적 걸어서 화장실로 갔다.


순간 이등병 때 바지에 오줌을 지렸던 일이 기억났다.

그때 일은 이제 잊어버리고 싶었는데...



'갑자기 그 일이 왜 생각나냐, 사람 서글퍼지게.'



아무튼 이제는 익숙해진 이루다의 몸에 물을 끼얹고 비누칠을 했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새로운 난관에 부딪혔다.


생리대를 해야 하는 건 알겠는데 생리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이제.. 뭘해야 하지? 이루리 씨? 이루리 씨?"


내가 이루리를 불러봤는데, 조용했다.

아마 집 밖으로 나간 것 같았다.



"어딜 간 거야, 또."



나는 집을 돌아다니며 탐폰을 찾아다녔다.

내가 배운 생리대는 탐폰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집에 탐폰이 보이질 않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날개형?생리대? 라는 걸 찾긴 했는데.

이걸 이제 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워본 적이 있어야지...



"하. 그래. 모르면 인생 끝나냐? 배우면 되지."



나는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검색을 했다.




[생리대 차는 방법]



그런데 검색을 해봐도 생리를 어떻게 차는지 나오지 않았다.



[검색 결과]

> 면생리대 빨래하는 방법..

> 생리할 때 마시면 좋은 차..

> 생리 냄새 줄이는 방법..




"아니.. 그런 거 말고 그냥 생리대 어떻게 하는지 알려달라고. 왜 안 나오는 거지?"



거참 난감했다.


세상 여자들 모두 생리를 한다면서 왜 정보가 없는 거지?

너무 당연한 거라서 알려줄 필요도 없다 이건가?


나는 검색어를 조금 바꾸어 검색했다.



[날개형 생리대 차는 방법]

[검색 결과]

> 생리대 5종 파격 세일!

> 생리대 말고 기저귀 차고 생활한 후기

> 생리대 차는 남자 만난 썰



"아니, 미친. 나랑 장난하냐고! 아, 몰라! 그냥 대충 붙이면 되는 거겠지."



원래 상남자는 설명서 따위 읽지 않는 거다.

나는 과감히 생리대 봉투를 뜯었다.


그리고 모양을 살폈다.

대충 보니 스티커 같은 게 보였다.



"흠... 이걸 붙이는 건가?"



나는 가랑이를 벌리고 생리대를 요리조리 돌려보며 어떻게 붙일지 각을 쟀다.


그때, 도어락 풀리는 소리가 들리고 현관문이 열렸다.

이루리가 집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나와 이루리가 눈이 마주쳤다.



"뭐하냐? 다리 벌리고?"


"아? 생리대.. "


"뭐?"



아... 숨고 싶다...



대충 상황 파악을 한 이루리는 내게 생리대 차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루리는 지금 상황이 웃긴 지 계속 낄낄거리고, 나는 민망함에 이루리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푸하하. 야. 그걸 왜 살에다 붙여, 속옷에 붙여야지. 아, 생각할수록 웃기네. 푸하하하"


"모를 수도 있지 말입니다."


"옛날 생각나네. 어렸을 때 동생이랑 같이 생리대 하는 거 엄마한테 배웠는데.

하긴 너는 남자라 모르는 게 당연하겠다. 학교에서 알려주는 것도 아니니까."


"그나저나 어딜 다녀왔습니까?"


"아. 짠! 뼈해장국. 숙취 해소엔 뼈해장국이지. 집 앞에 있는 맛집에서 사 왔어."



이루다가 비닐봉지에서 포장된 뼈해장국을 꺼내며 싱글벙글 웃었다.



"허.. 맥주 한 캔밖에 안 먹지 않았습니까?"


"맥주 한 캔도 취했으면 숙취가 필요한 거야. 어서 먹자."



나와 이루리는 함께 뼈해장국을 나눠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근데. 오늘은 문자 같은 거 안 왔냐?"


"아직 확인 안 해봤습니다."



나는 휴대폰을 열어 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메시지도 도착해 있지 않았다.



"흠. 안 왔습니다."



미션내용이 PV에 가장 많은 원샷을 받기인데 아직 PV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내 기억으로 PV공개까지 아마 일주일...



"아마 일주일 뒤에 PV가 공개되어야 미션에 성공했다는 문자가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 그래? 그럼 너는 일주일 동안 내 동생으로 살아야 하는 거야?"


"그럴 거 같습니다."


"그래?"



이루리는 생각보다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니, 표정을 보니 어딘가 묘하게 즐거워 보였다.

당사자는 심각해 죽겠는데 말이다.



"즐거워 보이십니다?"


"아니. 딱히 즐거운 건 아니고."


"아닌 거 같은데. 동생 걱정은 안 되십니까?"


"이루다는... 너가 미션성공하면 다시 돌아올 텐데, 뭐. 저번에도 그랬잖아. 아, 맞다. 편지. 편지 써봤어?"


"편지.. 편지는 쓸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어젯밤에, 논산훈련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응? 논산훈련소에서? 누군데?"


"그게.. 저한테 왔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너한테 전화가 왔다니."


"그러니까 논산훈련소에 있는 김수호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그 김수호가 이루다였습니다. 아마 제 몸에 이루다가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루다 몸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뭐? 푸하하! 진짜? 그러면 진짜 이루다가 군대에 있는 거야?"



이루리는 자기 동생이 훈련소에 있다는 소리를 듣자, 배를 잡고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 모습에 나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면 걔 군대에서 훈련받고 있는 거네? 크크큭. 걔는 그래도 싸."



우리는 해장국을 먹은 뒤에,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그래서 너는 이루다로 있는 동안 뭐할 거야? 할 거 있어?"


"아니요. 딱히."


"그럼, 뭐 해보고 싶은 거 있어? 군인들은 휴가 나오면 하고 싶은 거 많다면서. 너도 일종에 휴가 나온 거 아니야?"



하긴, 이번엔 저번처럼 연수원에 갇혀있는 것도 아니어서 휴가나 다름없었다.


난 자유의 몸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루다의 몸에 갇혀있는 꼴이라, 진짜 자유의 몸은 아니지만..

군대에 갇혀있는 것보단 자유롭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내가 휴가라고 뭐 할 게 있나 싶다.

솔직히 병장 짬이 되니 휴가를 나가도 더 이상 기대감이 들지 않았고 피시방 가는 거 말고는 딱히 할 것도 없었다.



"흠. 피시방 가는 거?"



나는 생각나는 걸 그대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이루리가 날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뭐? 피시방? 하고 싶다는데 겨우 게임이야? 너도 참 재미없는 인생을 사는 놈인가 보네."


"솔직히 하고 싶은 게 없습니다."


"야. 그러지 말고 나랑 데이트하러 갈래?"



뜬금없이 이루리가 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네? 데이트? 저랑 말씀이십니까? 저는 마음의 준비가.."


"야. 착각하지 마. 나 동생이랑 놀러 다니는 게 꿈이었단 말이야."


"아. 그런 거였습니까??"


"옛날부터 여동생이랑 사이좋은 애들 보면 항상 부러웠거든. 근데 이루다, 이 년은 싸가지가 없어서 내가 뭐 하자고 하면 맨날 싫다고만 해. 그러니까 만만한 네가 내 소원 좀 들어줘라."



과연 여동생만 싸가지가 없어서 자매끼리 사이가 안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도 딱히 알 것도 없고 이루리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뭐할 겁니까?"


"일단 따라와."



이루리는 목적지를 말해주지 않고 나를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갔다.


도착한 곳은 청담동에 한 메이크업 샵이었다.



"메이크업은 이제 지긋지긋한데..."



내가 썩은 표정을 짓자, 이루리가 날 째려봤다.


나는 한숨을 쉬며 마지못해 샵으로 끌려 들어갔다.


작가의말

뼈세권(아침부터 뼈다귀해장국을 사먹을 수 있는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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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팀원 선택 24.09.05 6 0 14쪽
27 27화. 미션곡 선택 24.09.04 23 0 12쪽
26 26화. 다시 만난 비투엔터의 연습생 24.09.03 28 0 13쪽
25 25화. 이등병의 편지 24.09.02 14 0 12쪽
24 24화. 비투엔터의 연습생 24.08.30 11 0 12쪽
23 23화. 데이트 24.08.29 11 0 12쪽
» 22화. 나에게서 걸려 온 전화 24.08.28 13 0 12쪽
21 21화. 그녀와의 치맥 24.08.27 14 0 13쪽
20 20화. PV촬영 24.08.26 16 1 13쪽
19 19화. 뺑이 24.08.23 16 0 12쪽
18 18화. 제설작전 24.08.22 20 0 12쪽
17 17화. 결전의 시간 24.08.21 19 0 12쪽
16 16화. 정치쇼(3) 24.08.20 27 0 12쪽
15 15화. 정치쇼(2) 24.08.19 23 0 12쪽
14 14화. 정치쇼(1) 24.08.16 23 0 12쪽
13 13화. 동기 생활관 24.08.14 21 0 12쪽
12 12화. 전투샤워 24.08.12 24 1 11쪽
11 11화. 엔들리스 리액션 24.08.09 24 0 11쪽
10 10화. 드디어 재평가. 24.08.07 25 0 11쪽
9 9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3) 24.08.05 30 1 12쪽
8 8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2) 24.08.02 35 1 12쪽
7 7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1) 24.07.31 33 1 12쪽
6 6화. 예쁜 건 죄야. 24.07.29 34 0 12쪽
5 5화. 나 혼자만 영내 대기. 24.07.26 39 1 12쪽
4 4화. 훈련소 아니, 오디션장으로 가다. 24.07.24 35 1 11쪽
3 3화. 군생활이 늘었다. 24.07.23 37 1 12쪽
2 2화. 눈뜨니 입대일이다. 24.07.19 48 1 12쪽
1 1화. 나는 병장이다. 24.07.17 7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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