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하면 군생활 끝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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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비
그림/삽화
아쿠비
작품등록일 :
2024.07.15 03:50
최근연재일 :
2024.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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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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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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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화. 정치쇼(3)

DUMMY

"니들 뭐하냐? 이간질 같은 거라도 하러 왔냐?"


"무슨 소리야, 언니. 우리 모두 한 배를 탄 팀인데. 난 그냥 얘들하고 친해지고 싶어서 이야기를 나눈 거뿐이야. 언니도 밥 가져와서 앉아. 난 언니랑도 친해지고 싶어."



내가 아무렇지도 그렇게 말하자 미연이 비웃었다.



"한 배는 무슨. 우리 다 경쟁자 아닌가?"


"경쟁자? 하긴 그렇기도 하지. 언니 말이 맞아. 하지만 난 그럼에도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순 있지만,


그만큼 비난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내가 웃으면서 순박한 척을 하자 미연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 맞다. 언니는 불편 사항 같은 거 없어?"


"글쎄? 여기 '밥맛'이 없긴 하다.

오늘 메뉴를 보아하니 어제보다 더 맛없겠네. 그냥 가야겠다."



이*발년이?

뭐, 밥맛?


내 살다살다 밥맛이라는 말은 또 처음 들어보네.



"밥 적당히 먹고 연습하러 오는 게 좋을 거야. 그러다가 또 카메라에 얼굴 빵빵하게 나올지도 몰라."



이미연은 우리에게 그렇게 말하곤 식당을 나가버렸다.



어딜 가나 질투와 혐오, 따돌림은 존재한다.

그건 천국에 가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은 전염성이 강하다.

그렇기에 이미연처럼 이를 이용하는 자들도 항상 존재한다.


이미연을 한 시라도 빨리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미연을 정리할 방법을 찾기 위해 오병장에게 어둠의 비기를 배우던 시절을 떠올렸다.



오병장이 말하길..



"서로 친해지기 위한 좋은 장소가 몇 군데 있는데, 그중 최고가 바로 흡연장이다."


"흡연장이 말입니까? 그냥 담배나 피우는 곳 아닙니까?"


"수호야. 세계 3대 카르텔이 뭔지 아냐?


학연, 지연, 그리고 흡연이다.

담배의 힘은 그만큼 강력하다. 비흡연자인 너는 잘 모르겠지만."


"그 정도입니까? 근데 보통 담배보다는 술을 더 많이 마시지 않습니까? 술자리에서 친해지는 경우가 더 많을 거 같은데.."


"쫘식아. 술이랑 담배는 달라. 술은 그냥 신나게 놀 때나 먹는 거고. 필름 끊기면 다 까먹잖아. 그런데 담배는 뭔가... 끈끈한 뭔가 생긴다, 이거야."



흡연장 스킬... 나는 써본 적이 없다.


하지만 오병장과 임창수가 가끔 사용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라고, 왕따나 질투, 싸움이 발생해서 부대 분위기를 험악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오병장이나 임창수가 문제아들을 흡연장으로 소환해 문제를 해결하곤 했다.


하지만 나는 비흡연자 아니라서 그 스킬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뭐.. 그렇다고 치고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가령 담배 안 피우는 여자한테 쓸 수 있는 기술 말입니다."


"뭐 여자? 흠... 그래, 그거다. 여자는 눈물에 약해. 그걸 이용해."



모쏠찐따새끼가 여자에 대해 자기가 뭘 안다고...

라고 생각하며 그땐 오병장의 말을 무시했었지.



하지만 눈물..

나는 그 단어에 힌트를 얻어 다음 작전을 떠올렸다.



'그래. 미연을 눈물 흘리게 만들어 주마.'



이미연이 식당을 사라지는 걸 확인하고 내가 쫄아있는 두 사람에게 속삭이며 말했다.



"괜찮아.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 밥 다 먹었으면 이만 일어나자."


"네. 언니..."


"가자, 세영아."


"아? 저 더 먹고 싶은데.."


"그,그래. 세영이가 배가 많이 고팠구나? 한 그릇만 더 먹고 가자."



식사를 마치고 연습실로 가니 이미연이 몸을 풀고 있었다.



'좋아. 작전 시작이다.'



나는 일부러 이미연의 바로 옆으로 다가가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은근슬쩍 몸을 푸는 척 이미연을 가운데로 유도시켰다.

다른 참가자들이 연습실로 도착하자 자연스럽게 이미연과 내가 센터로 서게 되었다.


트레이너와 스테프들이 연습실로 들어오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트레이너 선생의 생트집도 함께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 생트집은 어제와는 조금 달랐다.


한 사람을 향해 집중되고 있었다.



"잠깐 스톱. 미연아. 줄 맞추라니까."


"미연아. 손! 다시!"


"이미연! 이번엔 발!"



그러더니 나중엔 아예 말도 없이 한숨을 푹 쉬고 노래를 탁하고 꺼버렸다.



"야. 너네들 하기 싫어? 너네 억지로 끌려와서 하는 거니?"


"아니요."



'나는 억지로 하는 거 맞는데..'



트레이너가 큰소리로 야단을 치기 시작했고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졌다.

모두들 잘못한 것도 없는데 눈알을 누르며 눈치를 살피게 되었다.

그 정도로, 역대급으로 분위기가 심각했다.

모두 손을 모으고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무대가 장난이야? 너희 안무 자꾸 틀릴 거야? 내가 늘 좋은 얘기만 하니까 좋아 보이니? 아니야!"



이미연도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이 없었다.



"이미연. 너 어제 연습 몇 시까지 했어."


"저는 11시까지.. 컨디션 관리해야 해서 일찍 잤어요."


"뭐? 일찍 잤어? 너 집에 일찍 가고 싶어? 그래서 연습도 일찍 끝낸 거야? 아예 연습이 안 됐는데?"



트레이너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미연아. 가수가 하고 싶어?"


"네"


"그럼 열심히 좀 해봐. 힘줘서 해봐!"



이미연은 대답하지 못했다.

이미연의 눈에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하..오늘 수업은 여기까지만 하자. 이런 마음 가짐으로는 더 이상 수업 할 수가 없어."



트레이너는 그렇게 말하고 나가버렸다.



'와우... 너무 심한 거 아니야? 그 정도로 혼날 일은 아니였는데.'



사실 이미연의 안무 실수는 사소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미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안무를 더 많이 틀렸다.


그럼에도 트레이너가 저 정도까지 화를 내는 이유는 뻔했다.



'이 장면도 예고편에 나오겠지?'



바로 예고편에 필요한 드라마틱한 장면 때문이다.


이런 서바이벌 오디션 방송은 항상 이맘때 쯤에 된통 혼나는 장면이 나온다.

마픽아에서는 딱 오늘이 그 장면이 등장할 타이밍이다.


나는 그 타이밍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이미연을 가장 주목 받는 중앙으로 유도 했다.


물론 나도 중앙에 서있긴 했다.


하지만 난 이미연과 비교대상이 될 뿐, 혼나는 대상이 되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미 엄홍석 PD는 이미연이 약간 불량한 태도의 참가자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마픽아에 참가하지 않았던 방송에서도 PD는 꾸준히 이미연의 그런 모습을 방송에 내보였다.


엄홍석 PD가 먹잇감을 놓쳤을 리가 없다.


그는 이미연이 참교육 당하는 사이다 같은 명장면을 예고편에 내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엄홍석 PD.


사실 옛날부터 그의 이름은 유명했다.

악마 같은 악명은 방송계는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자자했다.


그는 맨날 이런 식으로 방송의 재미를 끌어냈다.

보는 시청자들이야 재밌게 보지만, 참가자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지옥에 온 기분일 것이다.


사실 그런 시나리오가 난 썩 맘에 들진 않았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나는 작전대로 이미연이 눈물 흘리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제 이미연은 심적으로 불안하게 되었다.

내가 공략하기 딱 좋은 상태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하루가 끝나 갔다.

내일이면 개인 평가가 있는 날이기에 다들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특히 이미연이 열심이었다.


뭐랄까... 눈빛이 달라졌다.


많이 억울하고 분했던 모양이다.



샤워를 마치고 연습실로 가보니, 예상대로 이미연은 혼자 늦게까지 남아서 안무 연습을 하고 있었다.

트레이너에게 지적받았던 그 부분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며 연습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이미연에게 다가가 말했다.



"거긴 오른발 말고 왼발 먼저 딛고 자세를 잡으면 더 자연스러울 걸?"



나의 갑작스러운 훈수에 이미연은 조금 놀란 눈치였다.

그러면서 내 말대로 안무를 다시 해보곤 동작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자, 그제야 헛웃음을 지으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옆에서 같이 해도 될까, 언니?"



내가 이미연에게 물었다.



"그러시던가."



나와 이미연은 처음 단둘이 합을 맞춰보았다.

그러면서 조금씩 서로의 마음을 열어갔다.

내가 땀을 흘리자, 이미연이 내게 수건을 건넸다.



"고마워, 언니."



이미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자존심인가?



"맞다. 언니. 불편사항 생각난 거 있어?"


"말했잖아. 밥이 맛없다고."



밥맛이 별로라는 말이 나 비꼬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밥이 맛없다는 말이었나?



"크큭. 그래? 입맛 한번 까다로우시네."



나는 바닥에 대짜로 뻗으며 말했다.



"있지. 언니. 나 말하고 싶은 속마음이 있는데 해도 돼?"



나는 작전대로 미연의 호감을 얻기 위해 기술을 시작했다.



한밤중에 속마음 이야기하기.

한밤중에 근무할 때 자주 써먹던 기술이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별과 달이 뜨면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솔직해지고 과감해진다.

지금 이 순간, 이미연과 단둘이 있는 연습실에서 써먹기 최적의 기술인 것이다.



"뭔데?"


"우리 친언니가 이루리인건 알지? 사실 내가 우리 친언니 때문에 질투가 엄청 심해. 솔직히 말해서 내가 친언니보다 못 생기고 노래도 못하잖아."


"하긴, 그건 그렇긴 하지."



이년이?



"아하하하... 그런데 막상 여기 와서 다들 열심히 하는 모습 보니까 뭐랄까. 그런 질투심보다는 그냥 전부 다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언니 말대로 우린 전부 경쟁자인데 말이야."


"흥."


"그리고 언니 연습하는 거 보고 솔직히 좀 감동 받았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이미연이 피식하고 웃었다.



"그래서 같이 연습하자고 한 거야?"


"응. 같이하고 싶어서. 있어도 되지?"


"니 맘대로 해라."



그렇게 이미연과 나는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사실 나는 그렇게까지 연습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이미연에게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어서 끝까지 같이 해주고 싶었다.


처음엔 이미연이 정말 싫었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타입의 사람이다.

솔직히 지금도 조금 싫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미연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생존하기 위해 그렇게 행동했을 뿐이었다.


비겁할지언정 도태되는 것보단 나으니까.

나라고 뭐가 다른가 싶었다.


나도 날 위해서 이기적으로 사람 마음을 이용하고 있으니까...


그녀의 강압적이고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전략은 비겁하고 나빴지만,


그래도 그녀의 꿈만은 응원하고 싶었다.



연습은 5시까지 이어졌다.

스테프가 뒤늦게 찾아와 촬영 세팅 때문에 연습을 중단시킬 때까지 연습했다.


강제로 연습을 끝낸 미연과 나는 연습을 그만두고 방으로 들어가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

그렇게 쪽잠을 자는데, 갑자기 누군가 내 귓가에 속삭이며 말했다.



"루다 언니. 운동 가자."


"으이이익.. 놀래라."



세영이었다.

시계를 보니 7시이었다.

처음으로 6시 30분에 못 일어났다.



"하암.. 그래, 운동... 운동 가야지."



어제 늦게까지 잤다고 해서 오늘의 루틴을 깨트리면 안 된다.

루틴이 깨지면 다시 바로잡기 어렵고 컨디션 관리도 그만큼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억지로라도 루틴을 맞춰야 한다.



그렇게 가볍게 아침 구보를 뛰며 정신을 차린 뒤, 최종적으로 연습을 하였다.

그리고 저녁이 되자, 개인 평가가 이어졌다.


다소 긴장된 분위기 속에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 사람씩 차례로 안무와 노래를 심사받았다.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는데도 안무를 틀리거나 노래를 틀리는 사람이 생겨났다.

그렇게 실수를 하는 사람이 생겨날 때마다 분위기는 점점 가라앉았다.


그 모습이 마치 도살장에 끌려온 가축들 같았다.



그런 분위기를 반전시킨 건 이미연이었다.


이미연의 차례가 되었고 그녀는 완벽하게 안무를 소화해 냈다.

미연은 하루 만에 안무를 숙지한 것을 넘어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솔직히 나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이미연 덕분에 분위기가 살아났고 내 차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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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 센터 할 사람? 24.09.06 6 0 12쪽
28 28화. 팀원 선택 24.09.05 6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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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다시 만난 비투엔터의 연습생 24.09.03 28 0 13쪽
25 25화. 이등병의 편지 24.09.02 14 0 12쪽
24 24화. 비투엔터의 연습생 24.08.30 11 0 12쪽
23 23화. 데이트 24.08.29 11 0 12쪽
22 22화. 나에게서 걸려 온 전화 24.08.28 12 0 12쪽
21 21화. 그녀와의 치맥 24.08.27 14 0 13쪽
20 20화. PV촬영 24.08.26 16 1 13쪽
19 19화. 뺑이 24.08.23 16 0 12쪽
18 18화. 제설작전 24.08.22 20 0 12쪽
17 17화. 결전의 시간 24.08.21 19 0 12쪽
» 16화. 정치쇼(3) 24.08.20 27 0 12쪽
15 15화. 정치쇼(2) 24.08.19 22 0 12쪽
14 14화. 정치쇼(1) 24.08.16 23 0 12쪽
13 13화. 동기 생활관 24.08.14 21 0 12쪽
12 12화. 전투샤워 24.08.12 24 1 11쪽
11 11화. 엔들리스 리액션 24.08.09 24 0 11쪽
10 10화. 드디어 재평가. 24.08.07 25 0 11쪽
9 9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3) 24.08.05 30 1 12쪽
8 8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2) 24.08.02 34 1 12쪽
7 7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1) 24.07.31 33 1 12쪽
6 6화. 예쁜 건 죄야. 24.07.29 34 0 12쪽
5 5화. 나 혼자만 영내 대기. 24.07.26 38 1 12쪽
4 4화. 훈련소 아니, 오디션장으로 가다. 24.07.24 35 1 11쪽
3 3화. 군생활이 늘었다. 24.07.23 37 1 12쪽
2 2화. 눈뜨니 입대일이다. 24.07.19 48 1 12쪽
1 1화. 나는 병장이다. 24.07.17 7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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