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하면 군생활 끝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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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비
그림/삽화
아쿠비
작품등록일 :
2024.07.15 03:50
최근연재일 :
2024.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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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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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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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2)

DUMMY

“예!”


나는 재빠르게 그 자리에서 엎으려 뻗쳐를 했다.


그 행동은 내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한 것이었다.


마치 산짐승들이 호랑이 포효소리만 들어도 온몸이 경직되는 것과 같은 원리였다.


정신은 병장이었어도 몸은 아직 일병이라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정신이 병장이 되었어도 그때의 기억이 뇌리에 박혀 그랬던 건지 모르겠다.


아니면 그냥 백병장 저 인간 자체가 나는 무서운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엎으려 뻗쳐를 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게 아니었나? 역시 어려운 부탁이었나?’


내가 엎드려뻗쳐를 하자 백병장이 갑자기 노래방 기계를 조작하더니 한 노래 반주를 틀었다.


“그 상태에서 이 노래를 불러봐라.”


“예? 이 상태로 말입니까?”

“하라면 해!”

“으아, 예! 이젠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나는 엎드린 상태에서 애써 목을 쥐어 짜내었다.


거기다 이 노래 가사를 잘 몰라서 노래방 기계 화면에 나오는 자막을 봐야 했다.


그러기 위해 고개를 들자, 목소리가 더욱 안 나왔다.


호흡도 딸렸다.


팔은 떨려왔고 팔이 떨리자, 목소리도 떨렸다.


“똑바로 안 해!!”


내가 노래를 엉망으로 부르자, 백병장이 또 호랑이 같은 포효로 소리쳤다.


“헙! 두근대는 마음은 언제나~”


나는 빠르게 호흡을 들이마시며 노래를 불렀지만,


노래는 여전히 엉망이었다.


백병장의 표정을 슬쩍 살폈는데 아까보다 인상이 더 더러워져 있었다.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정말 잘못걸렸다.


후회된다.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계속해서 시키는 데로 노래를 불렀다.


“그만! 일어나.”

“하여···. 옙”


결국 그 노래를 2절까지 부르고 나서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나는 숨이 가빠서 헥헥거리며 서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백병장은 여전히 인상을 빡 쓰고 날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또 날 위아래로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어떠냐. 그 자세로 노래를 불러보니까.”


“힘듭니다. 목소리도 안 나오고.”


“그게 아이돌의 노래다.”


“!”


백병장은 나를 그냥 괴롭히려고 이 개*랄을 시킨 게 아니었다.


바로 가르침을 주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


평소에도 이유 없이 *랄하던 선임이라 몰랐다.


“아이돌 노래는 그냥 노래랑 달라. 춤을 추면서 노래를 해야하지.


그래서 아이돌 노래는 쉬워 보이는 것도 쉬운 게 아니야.

보통의 호흡법으로는 움직이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조차 쉽지 않아.


음정이며 박자며 기본 잡기도 어렵고, 다른 것을 신경 쓰다가 가사를 틀리기도 쉽지.”


“그···그렇군요.”


시작된 건가···.


백병장은 의외로 평소에는 말이 별로 없다.


하는 말이 욕 아니면 배고프다. 정도?


하지만 그런 백 병장이 말이 많아질 때가 딱 두 경우가 있다.


바로 날 괴롭힐 때와 노래를 가르칠 때이다.


지금은··· 둘 다인 거 같다.


“너 방금 그 자세에서 미소까지 지으라고 하면 할 수 있겠어?”


“못 할 거 같습니다.”


“그게 안 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안 되는 이유···. 체력이 부족해서?”


“아니야!!”


백병장이 또 큰소리로 소리쳤다.


노래방 부스가 방음이 되어있어서 망정이지.


노래방이 아니었다면 아마 중대장실까지 목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그 정도로 엄청나게 쩌렁쩌렁한 소리였다.


“너의 체력은 이미 완성되어 있다.

그동안 나와 함께한 뜀걸음이 그걸 증명하고 있지.

넌 더 이상 뜀걸음을 하면서 군가를 부를 때 전혀 힘들어하지 않는다. 맞지?!”


“생각해 보니 그런 거 같기도···.”

우리 부대에서는 아침마다 뜀걸음이라는 운동을 한다.


아침 구보라고도 불리는 이 운동은 아침조회 마지막에 1.5km를 뛰는 것이다. 옛날에는 3km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그냥 1.5km를 뛰기만 하는 게 아니다.


우선 함께 뛰는 부대원들과 속도와 박자를 맞춰서 뛰어야 한다.


너무 빨라서도 안 되고 너무 느려서도 안 된다.


그리고 모든 이들과 발을 맞춰서 뛰어야 한다.


그걸 위해서 구호와 함께 외치며 뜀박질한다.


“왼발! 왼발!”


이라던가


“하나, 둘, 셋, 넷!”


같은 것을 외치며 모든 사람이 기계처럼 똑같은 동작으로 뛰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뜀걸음을 하면서 군가를 시킨다.

안 그래도 숨쉬기 힘들어서 죽겠는데, 노래까지 시킨다.


물론 틀리면 개같이 혼난다.


그래서 아침 구보는 그냥 뛰는 것보다 2배, 아니 3배로 더 힘이 든다.


돌이켜보면 뜀걸음 간에 군가를 부르는 게 짜증 나긴 했지만,


일병을 달았던 때부터 힘들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내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만큼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말은 백병장의 말대로 나의 일병 몸뚱아리는 이미 체력적으로는 완성이 되어있다는 말이다.


아침마다 격한 운동을 하면서도 완벽한 호흡으로 군가를 부를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그 정도의 폐활량이라면 방금 불렀던 아이돌 노래 따위 쉽게 불렀어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방금은 노래를 쉽게 부를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너의 노래가 허접한 이유는···. 바로 너의 마인드 때문이다!”


마인드?


마음가짐 뭐 그런 걸 말하는 건가?

뭔 소리야?


내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자, 백병장이 호통을 쳤다.


“새끼···. 다시 엎드려!”


나는 백병장이 시키는 대로 바닥에 엎드려뻗쳐를 했다.


백병장은 리모컨을 조작해 반주를 틀었다.


그리고 소름 끼치도록 익숙한 반주가 시작되었다.


그 노래는...


멸공의 횃불이었다!


노래방 기계에 군가가 실려있었다는 것에 놀람과 동시에 트라우마 같은 백병장의 구령이 시작되었다.


“군가를 시작한다! 군가는 멸공의 횃불! 군가 시작! 핫 둘 셋 넷!”


“아~ 름다운 이 강산을 지키는 우~ 리”


백병장의 그 우렁찬 구령과 함께 나는 무의식적으로 군가를 뱉어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를 듣자, 침을 흘리는 것과 같은 원리였다.


나는 아침마다 저 구령을 들으며 군가를 부르며 죽도록 뛰어다녔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도, 근무를 설 때도, 그리고 자다가 꿈속에서도 들었던 그 공포의 구령이었다.


오죽했으면 이루다의 몸에 있을 때도 나도 모르게 부른 게 군가였겠는가.


몸이 뱉어내는 그 군가는 실로 완벽했다.


나는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호흡으로 정확한 발음으로 가사를 내뱉었다.


고음도 완벽했다.


정자세도 아니고 엎드려뻗쳐를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나는 엎으려 뻗쳐를 한 상태에서 1절을 완곡했다.


1절이 끝나자, 백 병장이 소리쳤다.


“그래! 그거야!”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된다고?


아까 아이돌 노래 부를 때는 숨도 쉬기 어려웠는데?


“체력? 기술? 중요하지.


하지만! 그전에 너에게 필요한 건 바로 마음가짐!


언제나 부족한 건 너의 마음가짐이다.”


나는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다른 노래는 잘 안 되는데 군가는 그렇게 잘 부를 수 있는 것인가.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백병장이 입을 열었다.


“너 아이돌 노래할 때 무슨 생각을 했지?

이딴 걸 왜 시키지?

내가 이걸 왜 해야 하지?


이런 생각하지 않았어?”


헉. 어떻게 알았지?


나는 조금 뜨끔했다.


“그렇다면 멸공의 횃불을 부를 땐 어땠어?”


“아무 생각도 안 했습니다. 그냥 했습니다.”


“그래. 그냥 불러야 하는 거지. 넌 군인이니까! 군인이 군가를 잘 불러야 하는 건 당연한 거야.

바로 그 마음가짐이야.

이건 당연한 거다! 당연히 불러야 하는 거다!


그 마음가짐을 그대로 가지고 가서 다른 노래를 부르면 되는 거야.

*발, 이 노래는 당연히 불러야 하는 거다. 왜냐? 난 *발 아이돌이니까!”


백병장이 흥분해서 욕까지 섞어가며 말했다.


하지만 난 그런 백병장의 말이 선뜻 와닿지 않았다.


“그렇지만 전 아이돌이 아니지 않습니까”


“새끼야. 그럼, 니가 군인이니까 군가만 부를라고? 니 뇌에 세뇌를 하란 말이야. 피하려고 하지 말고, 겁쟁이 새끼야.”


“아니, 제가 뭘 피하려고 합니까?”


“아니긴 개뿔! 너는 어떻게든 노래하는 걸 피하려고 했어.

그래서 너 맨날 나한테 *나 혼났잖아.

내가 *나 갈구니까 군가는 자연스럽게 뱉을 수 있게 되었고.”


백병장 말이 맞았다.


군가 부르는 거 진짜 싫어했다.


그래서 대놓고 노래하기 싫은 티를 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군대에서 군가를 부르는 건 그냥 당연한 거고 해야만 하는 거라는 걸 알았으니까.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등급 평가를 볼 때를 돌이켜 보았다.


그때 분명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오글거리게 걸그룹 노래를 부르는 게 맞아?’


짧은 생각이었지만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노래 연습을 하는 것을 싫어했고 예쁜 외모면 A등급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때도 나는 노래 부르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억지로 불렀던 것이었다.


억지로 부른 노래가 잘 불러질 리 없었다.


“옛날부터 묻고 싶었는데, 너 무슨 노래에 트라우마 있냐?”


백병장이 그렇게 물었다.


“그런 거···. 없습니다. 제가 트라우마 같은 게 왜 있습니까.”


“피융신.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중요한 건 너가 나한테 와서 노래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는 거지.

뭐가 됐건 이젠 피하지 않고 노래를 하고 싶어졌다는 말이잖아?”


“그렇습니다.”


그렇다.

이젠 뭐가 됐건 간에 난 노래를 배워야 한다.


마이픽업아이돌에서 A등급을 받으려면 꼼수 따위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괜히 어설프면 안 된다.

완벽해야 한다.


완벽해야만 깎여내라지 않는다.


“자! 그러면 진짜 노래를 배워볼까?”


“예!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나는 일주일간 백병장과 함께 아이돌 노래를 연습했다.


아니, 세뇌를 했다.


군가를 처음 배울 때처럼 달달달 외우고 사소한 거 하나까지 지적받으며 노래를 연습했다.


심지어 뜀걸음 하면서까지 노래를 불렀다.


누가 보면 부조리나 괴롭힘을 받는 줄 알았을 것이다.


“*새끼야! 노래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넌 *발 bvy이고 *발 *나 잘생겼고, *발, 다 유혹해 버릴 거야. 이런 생각으로 노래하라고 새끼야.”


“아···?”


“하기 싫지? 하기 싫어도 해, 새끼야! 무대에 선다는 건 그런 거야. 자, 다시! 뜀걸음 간에 군가 한다. 군가는 새로운 여행!”


백병장은 우선 나에게 딱 하나의 노래를 목표로 삼고 죽어라 연습을 하게 시켰다.


그 딱 하나의 노래는 ‘새로운 여행’이다. ‘새로운 여행’는 ‘허그유’라는 걸그룹의 노래였다.


하지만 ‘민티아’의 ‘츄잉러브’ 같이 귀여운 노래는 아니었다.


‘새로운 여행’는 추억을 뒤로 하고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희망하겠다는 내용을 가졌다.


웃으며 작별하는 졸업식에 어울리는 청순한 노래였다.


백병장이 이 노래를 고른 이유는 단순했다.


“여자 노래긴 하지만 연습하기 좋은 곡이거든.

적당히 빠르고, 적당히 음역도 넓고 감정선 잡기도 좋아.

가사도 다 한글이라서 외우기도 좋지. 목 트이게 만드는 데 딱이야.”


그냥 그게 다였다.


연습하기 좋은 곡.


하지만 나도 이 노래를 연습하는 것에 불만은 없었다.


내가 선택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하루하루 백병장에게 혼나며 ‘새로운 여행’을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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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다시 만난 비투엔터의 연습생 24.09.03 28 0 13쪽
25 25화. 이등병의 편지 24.09.02 14 0 12쪽
24 24화. 비투엔터의 연습생 24.08.30 11 0 12쪽
23 23화. 데이트 24.08.29 11 0 12쪽
22 22화. 나에게서 걸려 온 전화 24.08.28 12 0 12쪽
21 21화. 그녀와의 치맥 24.08.27 14 0 13쪽
20 20화. PV촬영 24.08.26 16 1 13쪽
19 19화. 뺑이 24.08.23 16 0 12쪽
18 18화. 제설작전 24.08.22 20 0 12쪽
17 17화. 결전의 시간 24.08.21 19 0 12쪽
16 16화. 정치쇼(3) 24.08.20 27 0 12쪽
15 15화. 정치쇼(2) 24.08.19 22 0 12쪽
14 14화. 정치쇼(1) 24.08.16 23 0 12쪽
13 13화. 동기 생활관 24.08.14 21 0 12쪽
12 12화. 전투샤워 24.08.12 24 1 11쪽
11 11화. 엔들리스 리액션 24.08.09 24 0 11쪽
10 10화. 드디어 재평가. 24.08.07 25 0 11쪽
9 9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3) 24.08.05 30 1 12쪽
» 8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2) 24.08.02 35 1 12쪽
7 7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1) 24.07.31 33 1 12쪽
6 6화. 예쁜 건 죄야. 24.07.29 34 0 12쪽
5 5화. 나 혼자만 영내 대기. 24.07.26 39 1 12쪽
4 4화. 훈련소 아니, 오디션장으로 가다. 24.07.24 35 1 11쪽
3 3화. 군생활이 늘었다. 24.07.23 37 1 12쪽
2 2화. 눈뜨니 입대일이다. 24.07.19 48 1 12쪽
1 1화. 나는 병장이다. 24.07.17 7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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