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하면 군생활 끝나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아쿠비
그림/삽화
아쿠비
작품등록일 :
2024.07.15 03:50
최근연재일 :
2024.09.06 00:0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720
추천수 :
9
글자수 :
155,397

작성
24.07.29 17:17
조회
33
추천
0
글자
12쪽

6화. 예쁜 건 죄야.

DUMMY

“역시 예쁜 게 최고지.”


나는 ‘압도적 미모력’ 을 선택했다. 그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포지셔닝이었다.


나에겐 시간이 없다.


그리고 예쁜 외모라면 가장 쉽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압도적 미모력”을 선택하셨습니다.]


[#‘이루다’의 재능 확인하기]

[칭호 - 월드 스타의 숨겨진 여동생]

[얼굴 - A]

[몸매 - A]

[노래 - F]

[춤 - A]

[끼 - F]

[특수능력 – 따라 하기의 달인, 압도적 미모력]


선택이 끝나자, 얼굴과 몸매 스텟이 A로 바뀌었다.


전신 거울을 보니 전보다 한결 예뻐진 이루다가 거울 안에 서 있었다.


물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버린 건 아니었다.


얼굴에 난 여드름도 사라지고 콧대와 눈매가 또렷해진 정도였다. 뱃살이 빠지고 키도 좀 커진 거 같았다.

역시 아름다움이라는 건 미묘한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객관식으로 보자면 조금씩만 바뀐 거뿐인데, 전체적인 아우라가 확 바뀐 느낌이었다.


이 정도면 이제 어디 가서 이루리의 여동생이라고 말하면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와···. 이게 나? 이렇게 예뻐진다고?”


나는 거울을 바라보니 확신에 찬 자신감이 마구 올라왔다.

하긴 얼굴이 완전히 바뀌면 또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다.


“역시 미모력을 고르길 잘했어.”


나는 자신감에 찬 마음으로 촬영장으로 향했다.


촬영장에 도착하자, 저번 오디션 때와는 다르게 스태프들이 나를 이곳저곳으로 끌고 다니며 방송을 준비시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메이크업을 받아보고 대본도 받아보았다.


하지만 대본이라고 해 봤자 별거 없었다.


대본에는 대략적인 방송 순서나 리액션 같은 게 적혀있었다.


-이름이 불리면 무대에 올라간다.

-자기소개하고 심사위원이 시키는 대로 한다.

-심사가 끝나면 출연자실로 가서 앉는다.

-다른 사람들의 심사를 보며 리액션한다. (박수. 환호. 등)


뭐 이 정도?


“별거 없어요. 너무 튀는 것만 안 하면 돼요. 뭔 느낌인지 알죠?

그러면 여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신호 주면 무대 위로 올라가면 돼요.”


그리고 촬영시작.


리허설도 없이 본격적인 등급 평가가 시작되었다.


나는 무대 뒤에서 내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려야 했다.


나 말고 참가자 몇 명도 어둠 속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오늘 처음 보는 얼굴도 있었다. 내 기억에 분명히 오디션장에서는 보이지 않던 얼굴들이 있었다.


그럼 그렇지. 낙하산이 없을 리가 없지.


저자들은 오디션에 참가하지 않았던 이들일 것이다. 심미수가 불평할 만도 하다 싶었다.


한참을 대기하다가, 드디어 내 몸 주인의 이름이 불렸다.


“이루다! 무대로 고고!”


나는 그 소리와 함께 무대 위로 뛰어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무대 뒤와 다르게 엄청나게 밝은 조명들이 나를 밝혔다.


무대 위는 분명 실내지만 한낮의 야외처럼 아니, 그보다 더 밝고 환했다.


나는 눈이 부셔서 눈을 찡그릴 뻔했다.


하지만 수십 대의 카메라가 날 찍고 있다는 사실에 눈에 힘을 빡 주었다.


그리고 난 겨우 눈웃음을 만들며 미소 지었다.


“안녕하십니까! 이루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오디션에서 했던 것처럼 최대한 씩씩하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나머지, 이름 앞에 말했어야 할 소개 멘트를 전부 생략해 버리고 말았다.


아차 싶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PD가 NG라고 말하고 재촬영해 주지 않는 이상 이대로 이어 가야 했다.


“인사가 심플하네요! 특이해.”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던 5명의 사람 중 한 여자가 말했다.


다행히 방금 실수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 옆에 앉은 다른 심사위원이 종이를 보며 놀라는 액션을 취했다.


또 다른 심사위원은 옆에 앉은 이에게 뭔가를 보여주며 속삭이기도 했다.


저러는 것도 다 연출이겠지?


저 사람들은 프로 방송인들이니까.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전부 예능 방송판에서 몇 년씩 굴렀던 양반들이었다.


그냥 막 던지는 리액션 같아도 숙련된 기술력이 들어가 있다.


리액션은 오디오가 겹치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타이밍이 잘 맞아야 한다.


완전히 겹쳐서 합창처럼 되는 리액션이거나 드럼 비트처럼 딱딱 맞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치.


눈치 없이 혼자만 다른 반응을 하면 바로 나가리다.


눈치껏 옆 사람과 비슷한 반응을 보여줘야 한다.


놀랄 땐 같이 놀라고 웃을 때도 같이 웃어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런 계산된 리액션들이 깔끔하게 정리된 뒤에 또 다른 심사위원이 대사를 때렸다.


“어? 가족 중에 아주 유명한 사람이 있네요? 맞죠?”


“아. 네! 있습니다.”


이건 대본에 손글씨로 적혀있던 내용이다. 아마도 마픽아 총괄 PD인 엄홍석 PD의 글씨였을 것이다.


-가족 이야기가 나오면 이루리를 짧고 조심스럽게 언급할 것.


“저희 언니가 가수입니다. 이루리라고.”

“오오. 대박.”

"오. 맞네. 이루리 얼굴이 있네.“


심사위원들의 또 한 번의 리액션 타임.

그리고 그다음은 나의 무대를 지켜보는 다른 참가자들의 리액션 타임.


내가 예상했던 반응들이 이어지자, 나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들의 리액션 타임이 끝나자, 나는 눈치껏 말을 이어 갔다.


“언니가 적극적으로 권유해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언니가 많이 도와줬나요?”


“네! 춤이랑 에티튜드 같은 걸 많이 어드바이스해 주었습니다.”


저번처럼 또 거짓말을 했다. 독학했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을 테니까.


“하지만 저는 이루리의 동생이라는 말이 싫습니다! 그냥 이루다 그 자체로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희는 이 무대만 보고 심사할 거니까요. 준비되면 무대 시작하시면 됩니다.”


“네!”


나는 무대 바닥에 표시된 곳으로 가서 포즈를 잡았다.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오디션에서 보여주었던 ‘남아적중’ 대신에 ‘츄잉러브’를 선보이기로 했다.


사실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는 저번처럼 ‘남아적중’으로 보이쉬하고 파워풀한 모습을 보여줘야했다.


하지만 오늘 무대는 그때와 달랐다.


이번엔 노래도 함께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평가는 오디션과 다르게 춤과 노래를 동시에 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


‘남아적중’은 내가 가사를 완벽히 암기하고 있지를 않았다.


다시 이곳에 와서 방송 출연을 하게 될 줄 알았다면 좀 외워두는 건데···.


그래서 선택한 곡은 ‘츄잉러브’였다.


‘츄잉러브’는 ‘민티아’라는 걸그룹의 미니 2집 타이틀곡이다.


그리고 나의 선임인 오병장의 애창곡이기도 하다.


‘민티아’의 열성팬인 오병장은 군생활 내내 ‘츄잉러브’를 불러제꼈다.


내가 처음 자대에 배치받은 첫날에도 불렀고, 같이 샤워할 때도 불렀고, 심지어 밤에 잠꼬대하면서도 불러제꼈다.


아주 지긋지긋하게도 들었던 ‘츄잉러브’···.


그런 오병장 덕분에 나는 ‘츄잉러브’의 가사를 강제로 암기하게 되었다.


오디션 볼 때는 왜 생각이 나질 않았는지 모르겠다만은···.


아무튼 그 ‘츄잉러브’라는 노래는 단순한 가사가 반복되고 고음이 적고 안무도 혼자 소화하기 좋은 곡이었다.


반나절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연습해서 무대에 서기 딱 좋은 곡이라는 뜻이다.


이런 단순한 곡 이어도 괜찮을까 싶기도 하지만···.


하지만 난 예쁘다.


예쁘니까 이 정도만 해줘도 A등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오글거리는 노래를 내가 불러야 하는 게 조금 싫기는 했지만.


‘츄잉러브’의 간주가 시작되고 나는 준비한 안무를 추며 첫 소절을 뱉을 타이밍을 기다렸다.


‘셋. 둘. 하나. 지금!’


“또! 또~ 들려와요. 츄잉츄잉~!”


나는 완벽한 타이밍에 첫 소절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완벽한 타이밍에 삑사리가 나와버렸다.


나는 내 앞에 심사위원들의 표정을 보고 직감했다.


‘아···. 망했다.’


심사위원들의 표정은 당연히 실망 그 자체였다.


누군가는 대놓고 인상을 썼고, 누군가는 눈이 똥그랗게 변했다.


문제는 음정 감각이었다.


머릿속에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음정과 무대에서 마이크로 전달되는 음정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나는 마이크를 잡고 음정을 잡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고, 초반에 음정을 엉망으로 불러버린 것이다.


하지만 별수 있나.


어찌 되었든 시작된 노래는 끝까지 불러야 했다.


초반에 음정이 다소 흔들렸지만, 그래도 점차 무대 음향에 적응하여 후반엔 올바른 음정을 찾아갔다.


그렇게 어영부영 무대가 마무리되었다.


내 나름 초반 삑사리 빼곤 잘한 무대 같았다.


무대를 마치자, 심사위원이 평가를 위해 수군거렸다.


다 들리게 마이크까지 켜놓고 말이다.


“춤은 기가 막히네요. 근데 노래가 좀··· 아쉽다랄까.”


“그래도 초반에 실수한 거치고 후반엔 깔끔했어요.”


“앞으로 엄청나게 성장할 거 같지 않아?”


“그건 그래. 확실히 스타성도 있고. A 줘도 괜찮을 같지 않아?”


“그래도 역시···. 나는 이게 맞을 거 같은데.”


“나도 동의.”


“그러면 이걸로 가는 걸로?”


그렇게 심사위원들의 다 들리는 속닥거린 후에 가운데 앉은 심사위원이 말했다.


“다 좋았어요. 춤도 좋고 스타성도 있는 거 같아요. 다만···.”


다만??


“노래가 조금 아쉽고, 춤도 어딘가 모르게 어디선가 본 거 같다는 느낌도 있어요.”


“이루리 동생이라 그런가?”


옆에서 다른 심사위원이 말했다.


“그래서 이루다 님의 등급은···.”


등급은?

아,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하라고!


“C 드리겠습니다.”


C?! B도 아니고?


“너무 춤이랑 배경만 믿고 노래 연습을 조금 한 거 아닌가 싶어.”


“에이, 너무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연습하면 달라질지도 몰라요.”


뭐 이런 C?


심사위원들이 서로 만담을 나누며 하하 호호거렸다.


저것도 피디가 써준 대본인가?


하지만 이루다 정도의 캐릭터면 이 정도 무대로 충분히 A 받을 만하지 않나?


초반에 노래를 실수하긴 했지만···.


후반엔 실수를 만회했고···.


그리고···.

나 예쁘잖아!


나 이루리 동생인데?! 이거 진짜냐?


그래도 안무는 완벽했는데?


다른 참가자들은 이 정도만 해도 A등급 받던데!


나보다 못생긴 애들도 널렸는데 내가 C라고?! B도 아니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내가 설정한 캐릭터가 엄홍석 PD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나는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실망스러웠고

뒤늦게 민망했다.


나는 도저히 그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의 기분은 고스란히 얼굴에 표정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그 솔직한 표정을 제작진이 놓칠 리가 없었다.


제작진들은 빠르게 내 얼굴이 카메라에 잡아 전광판에 내보냈다.


나는 조금 뒤늦게 전광판에 내가 잡힌 걸 알아챘다.


커다란 전광판에 한껏 일그러진 이루다의 얼굴이 보였다.


민망함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민망함이 넘치다 못해 눈물을 그렁그렁 흘리고 있었다.


평소의 말년병장 김수호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는 것인지,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가고 얼굴이 빨개지는 걸 도저히 숨길 수 없었다.


나는 뒤늦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때야 엄홍석 PD의 속셈을 알고 아차 싶었다.


엄홍석 PD는 나를 예쁜 바보로 만들어 방송의 재미를 챙기기로 한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데뷔하면 군생활 끝나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주3일 연재에서 주5일 연재로 변경했습니다. 24.08.20 22 0 -
29 29화. 센터 할 사람? 24.09.06 6 0 12쪽
28 28화. 팀원 선택 24.09.05 6 0 14쪽
27 27화. 미션곡 선택 24.09.04 23 0 12쪽
26 26화. 다시 만난 비투엔터의 연습생 24.09.03 28 0 13쪽
25 25화. 이등병의 편지 24.09.02 14 0 12쪽
24 24화. 비투엔터의 연습생 24.08.30 11 0 12쪽
23 23화. 데이트 24.08.29 11 0 12쪽
22 22화. 나에게서 걸려 온 전화 24.08.28 12 0 12쪽
21 21화. 그녀와의 치맥 24.08.27 14 0 13쪽
20 20화. PV촬영 24.08.26 16 1 13쪽
19 19화. 뺑이 24.08.23 15 0 12쪽
18 18화. 제설작전 24.08.22 20 0 12쪽
17 17화. 결전의 시간 24.08.21 19 0 12쪽
16 16화. 정치쇼(3) 24.08.20 26 0 12쪽
15 15화. 정치쇼(2) 24.08.19 22 0 12쪽
14 14화. 정치쇼(1) 24.08.16 23 0 12쪽
13 13화. 동기 생활관 24.08.14 21 0 12쪽
12 12화. 전투샤워 24.08.12 24 1 11쪽
11 11화. 엔들리스 리액션 24.08.09 24 0 11쪽
10 10화. 드디어 재평가. 24.08.07 25 0 11쪽
9 9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3) 24.08.05 30 1 12쪽
8 8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2) 24.08.02 34 1 12쪽
7 7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1) 24.07.31 33 1 12쪽
» 6화. 예쁜 건 죄야. 24.07.29 34 0 12쪽
5 5화. 나 혼자만 영내 대기. 24.07.26 38 1 12쪽
4 4화. 훈련소 아니, 오디션장으로 가다. 24.07.24 35 1 11쪽
3 3화. 군생활이 늘었다. 24.07.23 37 1 12쪽
2 2화. 눈뜨니 입대일이다. 24.07.19 48 1 12쪽
1 1화. 나는 병장이다. 24.07.17 72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