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하면 군생활 끝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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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비
그림/삽화
아쿠비
작품등록일 :
2024.07.15 03:50
최근연재일 :
2024.09.06 0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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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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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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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화. 정치쇼(1)

DUMMY

개별 연습시간이 시작 되자, 다들 미소는 사라지고 한층 예민해져 있었다.


다들 한숨을 푹푹 쉬며 연습을 반복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아까 있었던 수업에서 트레이너들이 우리를 갈궜기 때문에 분위기가 더욱 씹창나 있었다.



"너희 A등급 맞아? 솔직히 말해서 지금 C등급 애들보다 못해."

"야! 다시! 뱉어! 소리를 뱉으란 말이야!"



나야 뭐..



'염병~ 지들이 무슨 훈련소 조교들인 줄 아나. 똥군기야, 뭐야.'



이런 생각을 속으로 하며 트레이너들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해서 별로 데미지가 없었다.


솔직히 개 같이 구는 건 백병장이 더 개 같았지...


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얼차려를 주는 것도 아니니까.


이건 애들 장난 수준의 갈굼이었다.


군대에서 겪은 갈굼이 이상한 곳에서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그건 나니까 그런거고.


다른 참가자들은 대부분 아니었다.


트레이너들은 전부 연예계에서 한가락 하는 유명인들이고 많은 사람들의 동경을 받는 사람들이었다.


참가자 중에서도 그들을 존경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계속 야단을 맞으니,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를 받겠는가.


솔직히 나도 조금 기분이 뭐 같았는데 어린 연습생들이야 오죽했겠나 싶다.


나는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는 세영이에게 다가갔다.


내가 위기 상황일수록 내 사람을 챙기는 게 1순위였다.



"세영아. 뭐해? 어려운 거 있어?"



나는 최대한 상냥한 말투로 세영이에게 말을 걸었다.



"그게, 이 부분 안무를 잘 모르겠어서..."



세영은 들고 있던 노트를 가리켰다.


그 노트엔 메모가 빽빽하게 적혀있었다.



"와... 이게 다 뭐야."



그리고 세영이가 가리킨 부분은 아까 트레이너가 세영에게 지적했던 부분이었다.


안무는 또 내가 자신 있지.


'따라하기의 달인' 능력으로 이미 다 외워버렸으니까.



"아~ 거기? 너 아까 잘하던데? 나랑 같이 해볼까?"



나는 세영이와 함께 안무 연습을 시작하였다.



"여기서 어떻게 하냐면 어깨를 툭 치고 팔을 아래에서 위로 쭉 올려"

"이렇게요?"

"응! 그렇게. 잘하는데?"



세영이는 내가 알려준 것을 금방 습득해 갔다.


내가 칭찬을 해주니, 세영이의 표정도 조금씩 다시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런 세영이에게 나 또한 밝은 미소를 보여주며 웃어주었다.



"세영아. 또 뭐 어려운 거 없어? 노래라던가. 뭐든지 좋아!"



중간이 되는 방법 세 번째.


긍정적인 분위기를 풍겨내라.


긍정의 힘은 강력하다.


밝은 에너지를 풍긴다면 사람이 저절로 모이게 된다.


그리고 사람이 모이면 그만큼 더 큰 에너지를 품어낼 수 있다.


그것은 마치 중력과 같아서 사람이 모일수록 힘이 세지고 나의 그룹을 유지하는 데 유리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정적인 분위기를 풍기면 중간이 절대 될 수 없다.


무리 생활을 하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그런 인간을 무리에서 내쫓으려 하고 따돌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저기 언니! 저희도 알려주실 수 있어요?"



마침 한 발치 떨어진 곳에서 나와 세영이의 연습을 지켜보던 윤보나라는 친구와 루비아 라는 친구가 다가왔다.


두 사람은 아까 침대방에서 봤던 그 친구들이었다.



'옳거니! 낚여 들었어. 너희도 내꺼다.'



"물론이지! 어떤 게 어려운데? 같이 해볼까?"



그렇게 내 계획대로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나는 그들을 위해 최대한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덕분에 우울했던 연습실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좋아... 이 정도 그룹이면 딱 좋아.'



대충 내 그룹이 완성된 것처럼 보였다.


나와 물리적으로도 가깝고 적당히 능력 있는 친구들로 꾸려졌다.



'그럼. 슬슬 빠져나가 볼까?'



"잠깐 나 화장실 좀 갔다 와도 되지?"

"네~ 언니! 저희끼리 연습하고 있을게요."



나는 방에서 빠져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마지막 단계를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중간이 되는 방법 네 번째.



희미해져라.


이 단계까지 완성해야 완벽한 중간이 될 수 있다.


그룹을 만들었으면 이제 조금씩 존재감을 지우고 그룹에서 완전히 흡수되어 희미해져야 한다.


그래야 얼룩말처럼 다른 이들 사이에 묻혀서 맹수에게 노려지지 않는다.


나는 이 단계를 병장이 되었을 때 마스터 할 수 있었다.


무리를 만들고 내 존재감을 조금씩 지우면서 나는 투명 인간이 될 수 있다.


이 방법으로 군대 작업에서 빠져나와 쉽게 농땡이를 쉽게 피울 수 있었다.



'최중사님은 이런 날 보고 바퀴벌레 같다고 했지...'



화장실은 숙소 내에서 유일하게 카메라가 없는 곳이었다.


나는 화장실 맨 끝 칸에 들어가 조용히 문을 잠갔다.


카메라가 없는 곳에 오니 마음이 조금 안정되었다.


그때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 진짜 피곤해. 여기 시설 너무 후지지 않냐?"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미연이었다.


아까 맹수의 눈빛으로 먹잇감을 찾던 그 사람 말이다.



"그러게. 막 바퀴벌레 나올 거 같아."



'바퀴벌레... 난가?'



잘 들어보니, 다른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미연과 같은 예고 출신의 박주리였다.


두 사람은 21살로 이미 서로 친분이 있었다.


게다가 둘 다 같은 A-2번 방이었다.



"너는 센터 투표할 때 표 누구한테 줄 거야?"



이미연이 박주리에게 물었다.


나는 센터 투표라는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였다.



"당연히 너지. 너 말고 센터 할 사람이 누가 있냐?"

"그래? 히히."



역시나 이들도 센터를 노리고 있었다.


솔직히 센터 비주얼은 이미연도 어울리긴 한다.


그건 나도 인정한다.


이미연은 키도 크고 이목구비도 화려한 데다가 그만한 실력도 갖추었다.


다만 그만큼 다른 이들의 시기와 질투를 많이 받는 인물이기도 했다.


인성도 별로고.



"다른 애들은 누구 찍을까?"

"다른 애들도 너 찍어주지 않을까? 솔직히 진심 너 말고 센터 비주얼 할만한 애 없는 거 같은데.



아까 우리랑 같은 방 쓰는 애들한테 슬쩍 가서 물어보니까 걔들도 너 찍어줄 거 같더라."


다른 애들도 이미연을 찍어줄 거라고?


그건 좀 곤란한데.


그 말이 진심인지, 아니면 그냥 이미연 기분 좋아지라고 그냥 해준 말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미연과 박주리가 센터를 차지하기 위해 나만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건 잘 알겠다.



"야, 걔는 어떤 거 같아."

"누구?"

"그 있잖아. 이루리 동생인가, 뭔가 하는 애."



'내 이야기다!'



내 이야기가 나오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 이루다? 걔보단 너가 백배 낫지! 걔 소속사도 없다며. 딱 봐도 언니빽으로 들어온 앤데."

"그런가?"

"걔 말투도 아저씨 같고 이상하잖아. 걱정 안 해도 돼. 우리 방 애들도 이루다 이미지 별로 안 좋은 거 같더라."

"그래? 그럼, 다행이고. 화장 다 했으면 가자."



이미연과 박주리가 화장실을 나갔다.



'쓰읍... 좋지 않아.'



확실히 이미연은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 또한 나처럼 박주리를 이용해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을 모아 그룹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나도 화장실을 나와 연습실로 갔다.


연습실로 가니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보나와 루비아가 나에게 달려왔다.



"언니, 언니! 이거이거 다시 알려주세요!"

"저도요!"



그리고 또 한 명.


A등급 최연장 참가자인 하연하도 나에게 다가왔다.



"루다야. 나도 이 부분이 좀 어렵던데, 한번 봐줄 수 있니?"



나는 한순간에 연습실에서 주목받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잠깐만. 잠깐만. 내가 다 봐줄 테니까 일단 차례대로 합시다."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고 사랑받는 건 좋은 일이다.


나도 이런 주목, 기분은 좋았다.


다만 이런 상황은 나에게 절대 좋지 않았다.



"아, 뭐야. 재수 없어."



내 뒤통수를 향해 조그맣게 들려온 그 목소리.


이미연의 목소리였다.


분명 작게 말했지만 그건 나 들으라고 한 소리였다.



"주리야. 우리는 그만 연습하고 방으로 가자."

"그래. 체력 관리도 능력이지."



그렇게 두 사람은 연습실을 나가버렸다.


나는 쌍욕이 터져 나올 뻔한 걸 간신히 참았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몇몇 연습생이 두 사람을 따라 은근슬쩍 연습실을 빠져나가는 게 아닌가.



'아. 당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미연은 나보다 한 수 위였다.


나보다 벌써 한 단계 앞서 나가 있었다.


그녀가 시전 한 것은 프레임 씌우기와 편 가르기라는 기술이다.


그녀는 적시 적절한 타이밍에 '재수 없다.' 라는 멘트를 날리면서 나에게 재수 없는 아이라는 프레임 씌우기를 시도했다.


그리고 그녀는 바로 이곳을 떠나자는 말을 했다.


그것은 이미연이 편 가르기를 위한 일종에 테스트를 한 것이다.


이루다를 따를 거냐, 아니면 자신을 따를 거냐.


이미연과 같은 방을 쓰는 사람은 이미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같이 자고 같이 씻는데 껄끄러운 사이가 되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A-1 번 방과 A-2 번 방이라는 편이 생겨버렸다.


완벽한 콤비네이션 기술이었다.


프레임 씌우기와 편 가르기라는 고급 기술을 연계하여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중간이 되긴 틀려먹었군.'



나는 작전을 바꿔야 했다.


원래 작전은 경쟁 구도에서 약간 벗어난 그룹에 속해 있다가 그 그룹에 적당한 애로 포지션을 잡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나는 이미연의 기술에 완벽히 걸려들어 버렸다.


더 이상 나는 송유나처럼 경쟁에서 벗어나 있는 적당한 애가 아니었다.


재수 없는 경쟁자가 되어버렸다.


나는 연습을 적당히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샤워했다.


아직은 샤워를 하는 게 다소 어색했지만, 어제보다는 적응된 느낌이었다.


그러다 문뜩, 거울을 보니,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 것 같았다.


애초에 중간되기 작전은 나에게 맞지 않는 작전이었다.



나는 송유나가 아니다.


이루다였다.



이루다는 결코 중간이 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예쁘고 배경 좋고 실력도 좋다.


날카로운 못은 아무리 숨겨도 주머니에서 튀어나오는 법이다.


주목받고 질투받고 경계 대상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작전을 잘못 새웠다.



"어차피 그럴 바엔 그걸 이용했어야 하는 건데."



투표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2일.


새로운 작전을 고민하며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보나와 루비아가 다가왔다.



"언니! 아까 알려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그치 루비아?"

"네. 저 아직 한국말이 어려워서 선생님이 해주는 말, 못 알아들었어요. 근데 언니가 알려줘서 잘 알게 되었어요."

"그래? 그랬으면 다행이고. 같은 처지인데 서로 돕고 의지하는 거지."



별거 아닌 거라는 듯이 이야기 했지만,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 내심 뿌듯했다.



"또 어려운 거 있으면 나 말고 세영이한테 물어봐. 세영이가 노래는 나보다 잘하니까."

"네? 아니에요! 언니가 더 잘하죠! 제가 노래를 잘하긴요."



세영이가 화들짝 놀래며 말했다.


그 모습이 왠지 귀여웠다.



"그래요? 그러면 앞으로 노래는 세영이한테 물어봐야겠다! 잘 부탁해!"



세영은 수줍어했다.


사실 세영이 이야기를 꺼낸 건 세영이를 챙기기 위함이었다.


세영이는 워낙 말수가 없어서 여기서 소외되기 쉬워 보였다.


이렇게라도 해서 세영이를 자꾸 사람들 사이에 섞일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소외되기 쉬운 사람이 보였다.


나는 홀로 거울을 보고 있던 김연진에게 다가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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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 센터 할 사람? 24.09.06 5 0 12쪽
28 28화. 팀원 선택 24.09.05 6 0 14쪽
27 27화. 미션곡 선택 24.09.04 22 0 12쪽
26 26화. 다시 만난 비투엔터의 연습생 24.09.03 28 0 13쪽
25 25화. 이등병의 편지 24.09.02 14 0 12쪽
24 24화. 비투엔터의 연습생 24.08.30 11 0 12쪽
23 23화. 데이트 24.08.29 11 0 12쪽
22 22화. 나에게서 걸려 온 전화 24.08.28 12 0 12쪽
21 21화. 그녀와의 치맥 24.08.27 13 0 13쪽
20 20화. PV촬영 24.08.26 16 1 13쪽
19 19화. 뺑이 24.08.23 15 0 12쪽
18 18화. 제설작전 24.08.22 19 0 12쪽
17 17화. 결전의 시간 24.08.21 19 0 12쪽
16 16화. 정치쇼(3) 24.08.20 26 0 12쪽
15 15화. 정치쇼(2) 24.08.19 22 0 12쪽
» 14화. 정치쇼(1) 24.08.16 23 0 12쪽
13 13화. 동기 생활관 24.08.14 21 0 12쪽
12 12화. 전투샤워 24.08.12 24 1 11쪽
11 11화. 엔들리스 리액션 24.08.09 24 0 11쪽
10 10화. 드디어 재평가. 24.08.07 24 0 11쪽
9 9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3) 24.08.05 30 1 12쪽
8 8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2) 24.08.02 34 1 12쪽
7 7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1) 24.07.31 33 1 12쪽
6 6화. 예쁜 건 죄야. 24.07.29 33 0 12쪽
5 5화. 나 혼자만 영내 대기. 24.07.26 38 1 12쪽
4 4화. 훈련소 아니, 오디션장으로 가다. 24.07.24 35 1 11쪽
3 3화. 군생활이 늘었다. 24.07.23 37 1 12쪽
2 2화. 눈뜨니 입대일이다. 24.07.19 47 1 12쪽
1 1화. 나는 병장이다. 24.07.17 7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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