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하면 군생활 끝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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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비
그림/삽화
아쿠비
작품등록일 :
2024.07.15 03:50
최근연재일 :
2024.09.06 00:0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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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5,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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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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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화. 드디어 재평가.

DUMMY

‘에잇.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자.’


나는 머리를 털고 생각을 바로잡았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와 약속했던 일주일이 지났다.


다시 이루다의 몸으로 가서 미션을 할 시간이 되었다.


미션에 성공해야 나도 전역을 하든 말든 할 거 아닌가.


나는 대충 쓰레기를 줍는 척 하다가 공중전화기로 갔다.


그리고 그때 그 이상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잠깐의 신호음이 들리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미션에 재도전하시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전화는 짧은 대화 후, 바로 끊어졌다.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에 나는 조금 당황했다.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공중전화 부스를 나왔다.


그때였다.


커다란 무언가가 경적을 울리며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으악!! 피해!!”


그것은 오톤트럭이었다!


녹색의 커다란 트럭이 시속 100km의 속도로 날아와 나를 덮쳤다.


‘아···. 나 죽는 거구나.’


나는 몸이 산산조각 나며 공중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거친 아스팔트 바닥 위를 얼굴로 착지하고 말았다.


*******


‘아아, 익숙한 천장이다.’


일주일 만에 다시 이루다의 몸에 들어왔다.


마치 꿈에서 깬 것 같은 기분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해 보자면, 분명 꿈에서 깼는데, 여전히 꿈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이루다인게 꿈일까?

아니면 군생활한 게 꿈일까?


“에휴. 알게 뭐람. 그나저나 오톤트럭은 너무하네.”


나는 팔다리가 잘 붙어있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거울 앞으로 갔다.


거울을 보니, 이루다의 얼굴이 보였다.


그런데 처음 이루다를 만났던 그때보다 확실히 예쁜 얼굴이 보였다.


“어? 나 왜 예쁘지?”


나는 마치 공주병 걸린 사람이나 할법한 대사를 치며, 거울 속에 이루다를 자세히 살폈다.


얼굴에 여드름도 없고 뱃살도 없었다. 가슴도···.


흠. 이 정도면, 뭐···.


나는 뒤늦게 저번에 받았던 특별보상을 떠올렸다.


‘압도적 미모력’.


차라리 다른 걸 고를 걸 하고 후회했던 그 보상 말이다.


솔직히 나는 미션에 실패하고 과거로 가게 된 만큼 특별보상도 사라져 없어졌을 줄 알았다.


하지만 한 번 선택한 보상은 미션에 실패하더라도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았다.


특별 보상을 다시 고르거나 할 수 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나는 혹시나 저번처럼 특별 보상이 도착하지 않았을까 생각에 휴대폰을 열었다.


휴대폰을 열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미션! 등급 평가에 참여하여 'A' 등급을 받으세요.]


“어라? 이게 끝?”


메시지는 그게 다였다.


기다려도 저번처럼 특별보상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


미션 메시지만 도착했을 뿐이다.


이미 골라버린 페널티 같은 보상.


아름다운 외모가 도움이 될 줄 알았는데···.


아름다운 외모가 있다면 그에 걸맞은 완벽한 실력을 갖추어야만 했다.


그래야만 엄홍석 PD에게 이용당하지 않고 온전히 A등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것마저 이겨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일주일간 백병장에게 특별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나의 마음가짐도 바꿔 먹었다.


“좋아. 이번엔 꼭 성공해야만 해.”


나는 서둘러 방송국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그때처럼 정신없이 메이크업을 받고 대본을 받았다.


저번에 봤던 대본 그대로였다.


대략적인 방송 순서와 리액션만 적혀있다.


그러나 난 대본에 적혀있지 않은 내용도 알고 있다.


어떤 식으로 방송을 진행 시킬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날 웃음거리로 만들지.


저번 첫 방송에선 엄홍석 PD는 날 예쁘고 배경은 좋지만, 실력은 없는 그런 캐릭터로 만들었다.


그렇게 난 A등급을 받지 못하고 C등급을 받아버렸다.

B등급도 아니고 F등급도 아니고 가장 애매한 C등급 말이다.


하지만 내가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면, 엄홍석 PD는 날 그렇게 만들어 버릴 수 없다.


이루리의 숨겨진 동생, 반전의 춤 실력을 갖춘 자, 거기에 뛰어난 외모까지 가진 자.


나는 이번 무대에서 이루다를 완벽한 아이돌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노래.


예쁜 외모와 안무, 노래까지 잘해야 나는 A등급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무대에선 노래를 잘해야 한다.

무엇보다 백병장과 함께했던 그 노력을 헛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방송 순서는 이전과 똑같았다.


그럼에도 나는 전보다 더 긴장된 마음으로 내 순서를 기다렸다.


한참을 무대 뒤에서 대기를 하다가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이루다! 고고!”


나는 그 소리와 함께 무대 위로 뛰어 들어갔다.


저번처럼 대낮 같은 조명이 나를 비췄다.


그 조명 아래서 나는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쥐고 말했다.


“어디서나 씩씩하게! 이제는 더 이상 숨어 있지 않겠다!

안녕하십니까! 무소속 연습생 20살 이루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군부대에 있을 때 연구했던 아이돌들을 분석해 만든 소개 멘트다.


저번에 깜박하고 소개 멘트를 하지 않았던 것을 반성하며, 새롭게 짠 것이다.


개인적으로 오글거리지만, 꾹 참고 연습했다.


나는 아이돌이니까.


“어이쿠! 씩씩하네요! 자신감이 넘치나 봐요! ”


그리고 이어지는 PD의 시나리오.


언니이야기.

참여하게 된 계기.


저번과 똑같았다.


심사위원들의 방송용 리액션도 똑같았다.


하지만 달라진 건 나의 마지막 멘트였다.


“이루리를 뛰어넘는 아이돌이 되어서 모두가 제 이름, 이!루!다!를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그건 즉석에서 떠올린 멘트였다.


나 스스로 아이돌이라고 세뇌를 했던 덕분이었을까?


자연스럽게 긴장도 풀리고 멘트도 술술 나왔다.


내가 그 멘트를 치자 심사위원 중 하나가 크게 웃으며 반응했다.


“오오! 크하하하하! 그럼, 나중엔 이루리씨가 이루다의 언니라고 불리는 날도 올 수도 있겠네요?”


“그건 언니한텐 조금 미안할 거 같은데요, 하하”


자신감 있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그럼, 바로 무대 보시겠습니다."


MC가 이제 시간이 다 되었다는 듯이 말했다.


“네!”


나는 바닥에 표시된 곳으로 가서 시작 포즈를 잡았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마이크를 잡은 손이 파르르 떨렸다.


이렇게 손이 떨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그러는 동시에 속으로 백병장이 알려준 대사를 생각했다.


아니, 다시 한번 나에게 마법의 세뇌를 걸었다.


‘나는 ··· 아이돌이다.

나는 아이돌이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고 매력있는 사람이고 세상 모두를 유혹해 버릴 사람이다.


나는 *발 *나 쩌는 아이돌이다!’


“지금, 새롭게 떠나야할 시간이야~!”


난 세뇌를 끝남과 동시에 노래를 시작했다.


성공적인 첫 소절, 그리고 완벽한 안무.


이제는 잠결에도 출 수 있는 그 안무와 더불어 이루다의 목소리에 딱 맞는 음정으로 ‘새로운 여행’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루다의 몸에 들어가게 되면 연습한 게 없던 일로 돼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되었었다.


그래서 연습을 하던 중 백병장에게 조언을 구했었다.


“질문이 있습니다. 만약 제 목소리가 제 목소리가 아니게 될 때는 어떻게 합니까?”


“목이 잠겼거나 목소리가 변했을 때 말하는 거냐?”


“예. 뭐···. 그런 비슷한 경우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 목소리로 연습한 게 의미가 없어지는 게 아닙니까?”


내가 그렇게 묻자, 백병장이 비웃었다.


“야. 기타리스트가 기타를 바꾸면 연주를 못 하게 되냐?

아니지? 보컬리스트도 똑같다.

목소리를 쓰는 방법은 다 똑같아.

디테일한 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기본기가 탄탄하면 아무런 상관이 없어.”


나는 그 대화를 떠올리며 계속 노래를 불러 갔다.


백병장 말이 맞았다.


목소리가 달라졌어도, 이루다가 되었어도, 무대 음향이 달라졌어도···.


백병장과 연습했던 것을 완벽히 소화할 수 있었다.


음역대가 조금 달라졌을 뿐, 나는 이루다의 목소리로 연습한 대로 무대를 소화해 냈다.


“이별을 슬퍼하지마~! 다시 만날 때 보여줄게. 성장한 나를!”


생각했던 박자에 정확한 음정으로, 그리고 나만의 감성으로 노래를 뱉어냈다.


완벽한 무대에 심사위원들이 표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눈을 번쩍 뜨고 인이어를 고쳐 끼우며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처음이 인상적이면 노래가 끝난 뒤에도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한 소절 한 소절 꼼꼼하게 백병장에게 배운 대로 생각한 대로 내뱉었다.


그리고 깔끔한 마무리 포즈를 취하며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헉··· 헉···.”

저번 무대보다 훨씬 숨이 가빠왔고 땀도 많이 났다.


잠깐의 무대를 했을 뿐인데···.


체력이 부족한 이루다의 몸이라서 그런 거 같았다.


그래도 잘 받아주어서 이루다의 몸에게 고마웠다.


솔직히 만족스러운 무대였다.


나는 이 무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남은 건 결과뿐···!


나는 긴장한 표정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그런데 심사위원들이 아리송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분명 저번과 분위기가 달랐다.


그리고 갑자기 다들 마이크를 끄더니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차라리 저번처럼 다 들리게 대화를 나누는 게 더 나은 것 같았다.


그들이 속닥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는 심장이 마구 두근거렸다.


그러다가 심사위원들이 스태프에게 작은 쪽지를 전달받았다.


한 심사위원이 그 쪽지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마이크를 켰다.


“네. 무대 잘 봤구요.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춤, 노래, 그리고 아이돌로서 매력까지 전부 좋았습니다.

다만 조금 긴장한 거 같아요. 맞죠?”


“예? 잘못 들었.. 아···! 네! 긴장.. 당연히 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너무 긴장했나?


너무 긴장한 나머지 이상한 표정을 지었나?


나는 심사위원의 말에 순간 걱정이 되었다.


그것 때문에 C등급이 아니라 더 낮은 등급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심사위원이 내 대답을 듣고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그런지 표정에 조금 여유가 없어 보였어요.

한편으로는 그거 나름 청순해서 좋은 느낌이긴 했지만···.


다음 무대에서는 조금 더 웃으면서 노래하셔도 될 거 같아요.”


“앗···. 그 점은 시정하겠습니다.”


“왜냐면 이루다씨는 웃으면서 노래하는 게 더 이쁠 거 같거든요. A등급 드리겠습니다.”


“와아!!”


나는 A등급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환호성을 질렀다.


드디어 A등급을 받았다.


나는 순수하게 그 사실만으로 아이처럼 기뻤다.


일주일 동안의 보상을 받은 기분이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나의 한계를 넘은 무언가를 발견해 냈고 그걸 처음으로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군생활이나 미션 따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기뻤다.

기쁘고 또 한편으론 이상하게 마음이 미어지게 아파져 왔다.


그리고 그 순간 저번처럼 내 얼굴이 커다란 스크린에 나타났다.


저번처럼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하지만 그때와는 달랐다.


울고 있었지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한,


어느 때보다 예쁜 이루다의 얼굴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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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팀원 선택 24.09.05 6 0 14쪽
27 27화. 미션곡 선택 24.09.04 22 0 12쪽
26 26화. 다시 만난 비투엔터의 연습생 24.09.03 28 0 13쪽
25 25화. 이등병의 편지 24.09.02 14 0 12쪽
24 24화. 비투엔터의 연습생 24.08.30 11 0 12쪽
23 23화. 데이트 24.08.29 11 0 12쪽
22 22화. 나에게서 걸려 온 전화 24.08.28 12 0 12쪽
21 21화. 그녀와의 치맥 24.08.27 13 0 13쪽
20 20화. PV촬영 24.08.26 16 1 13쪽
19 19화. 뺑이 24.08.23 15 0 12쪽
18 18화. 제설작전 24.08.22 20 0 12쪽
17 17화. 결전의 시간 24.08.21 19 0 12쪽
16 16화. 정치쇼(3) 24.08.20 26 0 12쪽
15 15화. 정치쇼(2) 24.08.19 22 0 12쪽
14 14화. 정치쇼(1) 24.08.16 23 0 12쪽
13 13화. 동기 생활관 24.08.14 21 0 12쪽
12 12화. 전투샤워 24.08.12 24 1 11쪽
11 11화. 엔들리스 리액션 24.08.09 24 0 11쪽
» 10화. 드디어 재평가. 24.08.07 25 0 11쪽
9 9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3) 24.08.05 30 1 12쪽
8 8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2) 24.08.02 34 1 12쪽
7 7화. 병장님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1) 24.07.31 33 1 12쪽
6 6화. 예쁜 건 죄야. 24.07.29 33 0 12쪽
5 5화. 나 혼자만 영내 대기. 24.07.26 38 1 12쪽
4 4화. 훈련소 아니, 오디션장으로 가다. 24.07.24 35 1 11쪽
3 3화. 군생활이 늘었다. 24.07.23 37 1 12쪽
2 2화. 눈뜨니 입대일이다. 24.07.19 48 1 12쪽
1 1화. 나는 병장이다. 24.07.17 7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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