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민왕의 쌀먹왕자에게 조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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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명마 고르기

DUMMY

3화.



1356년, 늦여름의 고려.


수도 개경은 경사를 맞아 시끌시끌했다.

고려가 몽골의 침략에 무릎 꿇은 이래, 이만큼 기쁜 소식이 공표된 건 처음이었다.


“결국 쌍성총관부가 완전히 무너졌단 말인가?”

“그래! 이제 몽고 놈들한테 빼앗겼던 땅들이 전부 돌아왔다, 이 말이야!”


소식을 전하는 백성들은 다들 얼굴에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쌍성총관부.

고려의 동북면을 점거했던 원의 행정구역.

이달 초, 공민왕의 명을 받고 국경을 넘은 고려군은 결국 쌍성총관부를 무너뜨렸다.

늘 엉망진창으로 당하기만 하던 고려가 원나라에게 크게 한 방 먹인 셈이었다.

당연히 그 소식은 백성들에게 사이다와 같았다.


“게다가 말이지. 우리 군대가 압록강을 넘어서 몽골 놈들 역참을 깨부쉈는데도 원나라에서는 별말도 못 했다니까?”

“아니, 그게 정말이에요? 얼마 전에는 몽골놈들이 수십만 병력으로 쳐들어온다는 유언비어가 돌았지 않았던가요?”

“에이, 이 사람. 왜 이리 소식이 어두운가? 근처에 중원에 파병 다녀온 군사 하나 없던가? 지금 원나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정보가 늦은 백성들은 지금 벌어지는 일이 얼떨떨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오가는 대화는 대부분 사실이었다.

고려는 원이 약해진 틈을 타 고토를 회복했고, 원은 반항하는 번국을 손볼 힘이 없었다.


게다가, 얼마 전 일어났던 장사성의 반란을 진압하러 파병된 고려군 병사들은 무너져 가는 제국의 상황을 똑똑히 목격한 터였다.

그리고 그 목격담은 당연히 공민왕에게도 들어갔고.


“그래서 임금님이 군사를 일으키실 수 있었던 거군요?”

“그래! 거기서 공을 세운 영웅들을 보는 건 처음이라고? 그리고······.”


대체 어떤 사람들이 그 강한 원나라의 코를 납작하게 해준 걸까.

백성들의 호기심은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 잘 정비된 공터의 양편에는 구문(毬門)이 세워지는 중이었다.

곧 붉은색과 흰색 머리띠를 머리에 멘 무관들이 질서정연하게 말을 타고 등장했다.

구경하는 백성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던 감탄이 점점 환호성으로 변했다.


고려 최고의 무관들이 모여 행하는 격구 대회라니.

즐길 거리에 굶주려 있던 개경의 온 백성들이 구름처럼 몰려나오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이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격구 대회에 소문의 왕자님이 납신다고?”

“왕자님이 아니라 왕세자님. 오늘 책봉식을 치렀다더라.”

“그래서 이렇게 호위하는 군사들이 질서정연한 건가? 어쩐지 평소랑 조금 다르더라. 그런 분이 개경 나들이를 하신다니.”


어느새 백성들 사이에서는 새로 책봉된 세자 이야기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미 개경 백성 중에는 천재 세자가 태어났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이야, 궁금하긴 하네. 대체 소문의 왕세자님은 어떤 분일지. 그때 이상한 풍문이 어지간히도 돌았어야지.”

“풍문이라니? 그거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 그러네?”

“뭘 두 눈으로 똑똑히 봐. 당신도 어디서 주워들은 소문이잖아.”

“아니, 정말로 봤다니까? 답답하네, 진짜.”


게다가 세자에 관한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부풀고 있었다.


임신 중이던 노국공주가 웬 용오름의 도움으로 그녀를 해하려던 간신을 물리쳤다느니.

세자가 태어난 날 송악산 자락에서 거대한 푸른 늑대가 목격됐다느니.


선뜻 믿기 어려운 소문들이었지만 진실 여부는 백성들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벌써부터 어려운 유교 서적을 술술 읽는다는 소문에 더해, 백성들은 그만큼 세자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었으니까.

몽골 침략 이후 흔들리던 나라에 나타난 유능한 왕과 자애로운 왕비의 후계자니 더욱 그랬으리라.


“게다가 그게 끝이 아니지. 내 조카가 봉은사에서 일하는 거 알지?”

“태조대왕을 모시는 곳 말이지? 임금님도 무슨 일이 있으면 행차하셔서 점을 친다던?”

“그래. 거기에서도 왕세자님에 대해 재밌는 소문이 돌던데? 글쎄······.”


그렇게 세자에 대한 소문들이 수많은 군중 사이에서 마구잡이로 돌기 시작했을 무렵.


웬 군사가 크게 내지른 소리와 함께, 군중들의 웅성거림이 한순간에 멎었다.

그들의 시선이 모인 곳에는 화려한 마차가 귀빈들의 등장을 알리고 있었다.



**



뭐야, 이건? 사람 무섭게.

격구 대회는 마음 편히 즐기면 될 거라며?


눈앞이 어질어질했다.

내가 생각했던 상황과는 완전히 정반대였다.

갑자기 눈앞에 사이비 종교 집회가 펼쳐진 느낌이랄까.


“국왕 전하 천세! 천천세!”

“천세! 천천세!”


이때쯤 공민왕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는 건 대강 알고 있었다.

역사적으로도 그랬었고, 내게도 귀가 있어서 궁에서 들리는 소문 정도는 들을 수 있었으니까.

고토를 수복하고, 백성 고혈을 빠는 친원파들을 조져버리고, 그 재산을 나눠줬다던가?


뭐, 그 정도니 이런 반응이 나올 만하다.

문제는, 그럼에도 모여든 개경 백성들의 시선이 왕에게 집중되지 않고 있었다는 것.

그들의 눈동자는 명백히 나를 향해 있었다.

마치 동물원에서 신기한 짐승을 보는 것처럼.


“세자, 괜찮습니까?”


옆을 걷던 어머니 노국공주가 걱정을 숨기지 못할 정도였다.

아무리 왕자라지만 나는 다섯 살짜리 아이.

이만한 중압감을 견디기는 당연히 어려워 보일 것이었다.


솔직히, 안에 든 게 다섯 살이랑은 거리가 한참 먼 나도 떨리는 건 마찬가지였다.

병사들을 통솔한 적은 있어도, 저런 광적인 팬들을 앞에 두고 걸은 적은 없었단 말이다.

하지만······.


“전하?”


그 순간,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이 가슴팍에 날아들었다.

앞을 걷던 공민왕의 눈빛이었다.

왕을 호종하던 환관의 어리둥절한 목소리가 뒤늦게 들려왔다.


뭔 사람 눈빛이 저래?

방망이질 치던 가슴이 빠른 속도로 얼어붙는 게 느껴졌다.

봐도 봐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이제 20대 중후반인 주제에 저런 인간미 없는 눈빛을 할 수 있는 걸까.


사람에 대한 믿음이라고는 한 톨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차갑고 메마른 눈빛.

왕은 늘 그런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 생기가 도는 건 노국공주와 함께 있을 때가 유일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그렇게 변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왕자로 태어났으나 왕이 되기까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던 삶,

그리고 왕이 된 후에도······.


“이제야 좀 볼 만하군.”


그때, 공민왕의 시선이 빠르게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입가를 구긴 왕은 그리고는 돌아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갑자기 김이 확 빠지며 긴장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


아무리 세자라지만 다섯 살짜리에게 뭘 바라는 건지.

하긴, 일부에서는 사이코패스라고까지 평가받았던 왕이다.

그런 사람에게 내가 뭘 기대한 거겠냐마는.


원 역사를 봐도 그랬다.

내가 찾아본 공민왕의 행적에서 감정이라고는 털끝만큼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그에게 있어 사람이란 그저 장기말에 불과할 뿐일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피를 나눈 혈육이라 해도 마찬가지.

애초에 원에서 볼모로 있을 때부터 곁을 지켰던 조일신마저 아무런 가책 없이 쳐냈던 그였다.

얼마 전에는 자신의 명에 따라 압록강을 넘었던 장군 인당을 제물 삼아 숙청한 적도 있었다.


왕권 강화.

고토 회복.

원나라에 보내는 변명.


누군가의 목숨은 그에게 있어 이득과 손해로 계산되는 한 가지 변수일 뿐이었다.

목적을 위해 신하 몇의 모가지를 날려버리는 데 공민왕은 망설임이 없었다.

마치 타고난 감정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예외가 있다면 이 세상에 단 한 명.

그의 아내 노국공주뿐.

오늘 자리가 부부 동반이 아니었다면 끔찍한 결과가 벌어졌을지도 몰랐다.


안 그래도 이 시기의 고려는 어떠했는가.

왕실의 남자들이 권력을 두고 혈투를 벌이던 시기였지 않은가.


공민왕의 위로 3대, 충렬왕-충선왕-충숙왕이 좋은 예였다.

이들은 아버지와 아들이 퇴위와 복위를 반복하며 길고 긴 혈육 간의 견제와 권력 투쟁을 일삼았던 터였다.

공민왕은 이러한 고려 왕실의 참상을 보고 자랐다. 애초에 왕위에 오르기 위해 조카인 충정왕을 끌어내려야 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아마, 나도 예외는 아니지 않을까.


긴장으로 목이 저릿해졌다.

저런 의심병 걸린 냉혈한 아래에서, 부자간의 투쟁이 당연한 시대에 태어나 버리다니.

왕자로 태어난 것 치고는 최악의 불지옥 난이도가 아닌가.


어느새 머릿속을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공민왕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내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고 입가를 구긴 걸까.

혹여나 벌써부터 내가 고려 왕실의 후계자로는 모자란 놈이라고 낙인을 찍은 건 아닐까.


“세자, 괜찮습니다.”


그때, 어깨에 부드럽고 따스한 손길이 와 닿았다.

어머니 노국공주의 손길이었다.


“전하께서는 그렇게 무서운 분이 아니랍니다. 기운을 내세요.”


거짓말.

당신 앞에서나 그런 사람이지. 나도 다 알 건 안다고요.


하지만 이런 말을 대놓고 뱉을 순 없었다.

그저 조용히, 흔들리던 걸음걸이를 고쳐 의젓하게 걸어가는 수밖에.

그러나 노국공주는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잘하고 있습니다. 전하께서도 나름대로 세자를 생각하고 계신답니다."

"정말요?"

"그럼요. 방금도 세자를 걱정해 뒤를 돌아보시지 않았습니까.”


나를 걱정한 게 맞나?

이 자리는 내 개경 첫 데뷔를 기념해 만백성이 모인 자리.

그런 중요한 자리에서 어린 자식이 체면을 구기게 할까 염려한 건 아니고?


“오늘은 세자를 위해 전하께서 준비한 것도 있으시다 들었습니다. 그러니 너무 전하를 무서워하지 말고 평소처럼 움직여 주세요.”


어차피 준비한 거라고 해 봐야 원나라에서 들여온 성리학 책 정도겠지.

그래도 노국공주의 토닥임에 마음은 분명 차분해지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공민왕은 아버지인데, 이유 없이 아들을 조질 생각을 안 하···겠지?


“그래. 그래야죠. 후후.”


전생에 받지 못했던 애정을 이번에도 듬뿍 받으며.

노국공주의 옆에서 앞으로도 떨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격구 대회가 끝난 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흰 머리띠 팀의 승리를 치하하던 공민왕이 갑자기 움직인 것이다.


“내첨사(內詹事).”

“옛. 분부대로 수행하겠사옵니다.”


왕의 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환관의 우두머리인 내첨사가 나섰다.

곧 격구장에 흩어져 있던 무관들이 삽시간에 정렬을 완료했다.


그들 중 맨 앞에 선, 웬 덩치 큰 무관을 보며 나는 불안한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솔직히, 이번 경기는 그가 캐리했으니까.

눈이 달려 있으면 누가 다 아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그가 지금 왕의 눈에 띄어버리면 곤란한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는 점.


“세자.”

“예. ······전하.”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할 때가 아니었다.

왕의 관심이 다시 내게로 향했던 것이다.

여전히 냉혹한 눈초리에 나도 모르게 어깨가 오그라들었다.

혹시 아까 추한 꼴을 보였던 걸 여기서 추궁하려나 싶었다.


“유독 한 무관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더군.”


설마 그 와중에 나를 관찰하고 있었나?

공민왕에게서 날아온 말은 예상 밖이었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그것은······ 그의 실력이 소자가 보기에도 낭중지추와도 같았기 때문이옵니다.”


하지만 그럴듯한 변명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아무리 왕이라 해도 관심법까지는 쓰지 못할 터.

내가 왜 저 무관을 눈여겨봤는지, 공민왕은 절대 알 수 없어야 정상이었다.



“낭중지추? 평원군우경열전(平原君虞卿列傳)에 나오는 말이 아닌가? 세자는 벌써부터 사기(史記)를 읽었는가?”

“그것이······ 예. 그렇습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전생빨이 좀 있었다 뿐이지.


하지만 왕의 주의가 앞에 선 무관이 아닌 다른 쪽으로 옮겨간 건 다행이었다.


“호오······.”


까놓고 다른 아이들은 숫자도 제대로 못 세는 나이다.

그런 나이에 어려운 고전을 읽는 후계자가 왕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

이제 아까 보였던 추태는 이걸로 어떻게 만회가 된 걸까.


그때였다. 기분 탓인가.

나를 마주하고 있는 공민왕의 눈빛이 순간 먼지만큼 풀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건 아주 잠깐 일어난 일이었다.

얼마 안 있어 왕의 눈빛에서는 또다시 눈보라가 씽씽 불기 시작했다.


“뭐, 좋다. 다행히 너도 명마를 알아보는 눈 정도는 내게 물려받은 모양이구나.”

“명마······. 말 말씀이시옵니까?”


이제 공민왕에게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내가 아닌, 내가 격구 경기 내내 집중하고 있던 무관에게로 향해 있었다.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

떡 벌어진 어깨와 근육.

그리고 험악하게 생긴 얼굴과······ 내가 젊은 시절의 그를 알아보는 데 큰 도움이 된 눈썹 위 사마귀까지.


잡아먹기라도 할 듯, 공민왕의 눈빛은 이십 대 초반의 젊은 무관에게 오래도록 머물렀다.

왕이 마치 나처럼 미래를 알고 있는지 착각이 들 정도로 아주 깊은 관심이었다.


“아깝군.”


대체 뭐가 아깝다는 걸까.

공민왕은 뚫어질 듯 무관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왕이 내가 점찍은 무관에게 언젠가 관심을 줄 거라 예상하긴 했었다.

그게 지금일 줄은 몰랐던 게 문제지.


왜냐하면 저 무관, 실제로 역사에서도 이쯤부터 공민왕의 눈에 들어 역사에 등장하니까.

하지만 이렇게 되면 내가 곤란했다.

저 무관은 내가 먼저 침 발라놨······.


“그런데 세자, 너는 저 무관이 누군지 아느냐.”


그러나 내게 고민할 시간 따윈 없었다.

마치 강철로 된 것 같은 왕 앞에서는 한순간이라도 긴장을 풀 수 없었다.


“······그것이······.”


안다고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해야 할지.

솔직하게 말하면, 대한민국에서 공교육을 받은 사람은 누구나 아는 사람이잖는가?


하지만 왕은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누가 봐도 나보다 젊은 무관에게 관심이 더 있는 모양새였다.


“하긴, 궁 밖을 처음 나오는 세자가 저자를 알 리 없지.”

“그렇습니다. 소자와는 초면······.”

“하지만 기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번 쌍성총관부 수복은 그와 그의 아비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테니까.”


말을 마친 공민왕은 손짓으로 모여있던 무관들을 흩어 내보냈다.

마치 가축시장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였던 무관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곧 자리에는 내가 점찍었던 젊은 무관 한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앞으로 나오라.”


공민왕이 말을 마치기 무섭게, 꾸벅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한 무관이 나를 향해 걸어왔다.

가까워지니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이 인간, 벌써부터 여말선초 최강의 전쟁 병기만이 흘릴 수 있는 분위기를 풀풀 풍기고 있었다.


“너는 누구인가.”

“소신은······.”


막 입을 연 그의 입에서 투박한 함경도 사투리 억양이 튀어나왔을 때, 나는 확신했다.

후대 왕조의 어진에서 본 그의 모습은 실제로도 그대로였다.


“성은 이, 본관은 전주이옵고······.”


예를 갖추는 무관의 팔뚝에서 근육이 성난 말처럼 물결쳤다.

그에게 응축된 힘이 주변을 물들이기라도 하는 착각이 느껴질 정도였다.


“동북면 상만호 이자춘의 아들, 성계라 하옵니다.”


작가의말

1. 시기상 공민왕이 문종 시절의 관제를 복구한 시절이긴 하나

폐하/전하, 태자/세자 호칭까지 원복했는지는 알 수 없어 그대로 쓰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어차피 관제복구도 이후에 철회와 재복구를 몇 번이나 반복해 혼란스럽기도 하고요.


2. 1356년 처음 개경을 방문한 이성계가 격구대회에서 큰 활약을 하며 공민왕의 눈에 띈 일은 고증입니다.


**


CreamLatte 님! 첫 후원 감사합니다!

에피루스 님!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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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화. 함주 평야 회전 +11 24.09.14 4,151 169 16쪽
41 41화. 함정의 함정의 함정 +11 24.09.13 4,216 161 20쪽
40 40화. 동북면의 늑대들 +14 24.09.12 4,308 164 16쪽
39 39화. 각오 +11 24.09.11 4,399 173 15쪽
38 38화. 묵직한 무장의 결의 +10 24.09.10 4,579 154 19쪽
37 37화. 미래를 위한 한 걸음 +14 24.09.09 4,764 163 16쪽
36 36화. 괴짜가 두 배 +15 24.09.08 4,931 175 18쪽
35 35화. 두 명의 불도저 +17 24.09.07 5,068 182 16쪽
34 34화. 전부 내가 짊어지겠다 +13 24.09.06 5,148 173 19쪽
33 33화. 포기하지 마라, 내가 널 포기하기 전까지 +17 24.09.05 5,090 196 19쪽
32 32화. 명군과 명장의 자질 +15 24.09.04 5,147 185 16쪽
31 31화. 넌 못 지나간다 +13 24.09.03 5,145 175 13쪽
30 30화. 세자가 정체를 숨김 +12 24.09.02 5,244 158 16쪽
29 29화. 귀여운 세자의 서경 사수 쇼 +8 24.09.01 5,285 164 17쪽
28 28화. 폭풍전야 +11 24.08.31 5,298 163 14쪽
27 27화. 노병은 죽지 않는다 +12 24.08.30 5,349 174 16쪽
26 26화. 여진해병 이지란과 기합찬 야만전사들 +15 24.08.29 5,454 171 14쪽
25 25화. 용의 피를 타고난 아이 +14 24.08.28 5,481 187 13쪽
24 24화. 고려가 힘을 숨김 +14 24.08.27 5,451 193 18쪽
23 23화. 천 리 바깥을 꿰뚫는 눈 +13 24.08.26 5,364 195 14쪽
22 22화. 카사르테무르 +17 24.08.25 5,418 203 15쪽
21 21화. 마음을 사는 방법 +20 24.08.24 5,448 211 15쪽
20 20화. 동심결(同心結) +18 24.08.23 5,510 196 13쪽
19 19화. 고려세자삼합과 황좌의 게임 +19 24.08.22 5,624 201 15쪽
18 18화. 천기누설 +18 24.08.21 5,623 206 13쪽
17 17화. K-상추쌈과 삼겹살 +13 24.08.20 5,818 189 14쪽
16 16화. 700년 전의 한류(韓流) +15 24.08.19 5,927 189 18쪽
15 15화. 큰 그림 그리기 +16 24.08.18 5,900 193 14쪽
14 14화. 화력고려의 태동 +15 24.08.17 6,052 20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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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SSS급 유망주의 삶은 고달프다 +15 24.08.13 6,453 2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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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명마 고르기 +23 24.08.06 8,222 259 15쪽
2 2화.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혼혈왕자 +17 24.08.05 8,810 258 13쪽
1 1화. 고려에서도 쌀먹이 가능할까요 +36 24.08.05 9,777 25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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